소설리스트

대몽주-1201화 (1,200/1,214)
  • 1201화. 구려(九黎) 거마(巨魔)

    백 리가 넘는 소용돌이가 휘몰아치자 순식간에 반경 천 리의 모든 것이 빠르게 무너졌고, 핏빛 폭탄도 방향이 틀어졌다.

    심협은 이 틈에 공간 법칙을 발동하며 몸에서는 뇌광을 번쩍였다. 그러자 그의 몸이 갑자기 수십 개의 허상으로 변하여 사방팔방으로 흩어졌다.

    치우는 번개처럼 다가왔지만, 심협의 모습이 이미 보이지 않자 일순 당황했다.

    그 순간, 수천 리 밖 허공에 뇌광이 번쩍이더니 심협이 나타났다. 그의 몸에는 두 종류의 법칙의 힘이 흐르고 있었다. 하나는 공간 법칙이었고 다른 하나는 뇌전(雷電) 법칙이었다.

    대천존 경지에 들어선 후로 심협은 천지 대도의 깨달음이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본래 뇌전 법칙을 깨닫기 직전이었는데, 대천존 경지에 들어서면서 순조롭게 깨닫게 된 것이다.

    이 법칙의 가장 큰 강점은 놀라운 속도에 있다. 방금처럼 공간 법칙과 함께 시전하면 효과가 배가돼 치우조차 그의 그림자를 건드릴 수 없을 정도였다.

    심협은 황제내경을 시전하면서 몰래 혼돈흑련을 발동했다.

    복부의 상처에서 초록색 빛이 빛나며 검은 맹독의 침투를 막아내는 동안, 그 빛에서 검은색 연꽃이 피어났다.

    혼돈흑련이 빠르게 맹독을 흡수하자 어지럼증이 사라졌다.

    하지만 그가 다른 것을 하기도 전에 검은 광역(光域)이 하늘에서 내려와 뒤덮었다. 치우의 법칙 공간이었다.

    신마의 우물에서와는 달리 이번의 법칙 공간은 수십 줄기 법칙의 힘이 빠르게 흐르며 서로 엉켜서 순식간에 현묘한 대진을 이루었다. 대진은 현황무극진과 매우 유사했다.

    숨이 막힐 정도의 압박감이 강림하자 심협은 손가락 하나도 움직이기 힘들었다.

    그때, 법칙 공간 깊은 곳에서 치우의 모습이 나타났다.

    하지만 그는 곧장 공격하지 않고 아래를 내려다보며 허공을 움켜쥐었다. 그러자 손끝에서 다섯 개의 혈광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한 번, 두 번, 세 번…… 혈광은 반짝일수록 더욱 밝아졌다.

    * * *

    장안성의 싸움도 갈수록 격렬해졌다.

    주천성두대진으로 큰 피해을 입었다고는 하나 마족의 수는 여전히 연맹보다 많았고, 여덟 개의 황색 산과 장안성 주위의 후토만상진을 동시에 공격했다.

    일부러 그렇게 안배한 것인지 아니면 우연인지는 알 수 없지만, 대진을 공격하는 것은 대부분이 마왕채와 무저동, 청구 호족이었다. 칠살과 도산동, 도산설, 호불귀 등이었고, 이들을 이끄는 사람은 지용부인과 마왕채의 장문인 괴마왕이었다.

    수많은 마보와 법술, 신통이 후토만상진을 공격하자 마치 뜨거운 물이 펄펄 끓는 것처럼 광망이 요동쳤다.

    장안성은 수만 명의 수사가 지키고 있었는데, 보타산의 청련선자와 탁탑천왕 이정이 대진을 발동하여 막고 있었다.

    무토만상진은 매우 견고하여 어떤 신통과 법보로 공격해도 대진에 닿자마자 파도가 암초에 부딪힌 것처럼 전부 튕겨 나갔다.

    “십력파천진(十力破天陣)을 펼쳐라!”

    괴마왕이 외치자 마왕채의 진선 장로와 칠살이 그의 주위로 날아와 원형의 법진을 이뤘다.

    휙!휙!

    나머지 99명의 마왕채 대승 수사가 이들 주위로 떠올라 또 하나의 보조 법진을 펼쳤다.

    두 대진이 서로 반대로 돌아가자 두 개의 방대한 마기가 괴마왕의 몸에 주입되었다. 그러자 그의 몸이 부풀어 오르고 눈이 붉게 변했으며, 기운도 세 배 이상 강해졌다.

    장안성의 연맹 수사들은 이 광경을 보자 불안에 빠지기 시작했다.

    “당황하지 말고 이중 금제를 발동하라!”

    청련선자의 외침에 수사들이 바로 술법을 펼치자 대진 안에 노란 구름이 피어올랐다.

    괴마왕은 심호흡을 하더니 손을 뒤집어 거대한 낫처럼 생긴 하얀색 도끼를 꺼냈다. 짐승의 뼈로 만들어진 듯한 도끼는 사나운 붉은색 짐승의 혼이 담겨 있는 것처럼 크게 울부짖으며 후토만상진으로 떨어졌다.

    “열천참(裂天斬)!”

    백 장에 이를 정도로 거대하게 변한 도끼 겉에는 흑과 홍, 두 가지 색의 마화가 타올랐다. 두 마화가 격렬하게 충돌하자 산과 돌이 서로 부딪치는 듯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이 도끼의 이름은 열천(裂天)으로, 치우가 대황 사극(四極) 이수의 뼈를 취하여 만들었다. 도끼의 날에는 벽린(碧鱗)의 혼이 봉인되어 있는데, 치우가 자신의 마화까지 봉인하여 두 개의 서로 다른 불꽃이 충돌하고 서로 어울려 퍼붓는 공격의 위력은 창공을 찢을 정도였다.

    후토만상진이 강렬하게 떨리더니 거대한 상처가 생겨나면서 광막이 절반으로 쪼개졌다.

    하지만 괴마왕이 기뻐하기도 전에 황운이 땅속에서 튀어나와 후토만상진에 녹아들자 대진의 균열이 순식간에 복구되었고, 오히려 더 큰 힘으로 열천을 공격했다.

    땅!

    굉음이 울려 퍼지면서 열천이 튕겨 나가자 괴마왕은 몇 걸음을 물러선 후에야 겨우 몸을 가눌 수 있었다.

    십력파천진도 부서지면서 칠살 등은 적잖은 피해를 입어 안색이 새하얗게 질렸다.

    안정을 되찾은 후토만상진은 약해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두꺼워졌다.

    이 광경을 본 도산설과 도산동, 지용부인 등은 표정이 굳어버렸다.

    “치우 님 말씀처럼 저 산들을 부수지 않으면 파훼할 수 없나 봅니다.”

    지용부인의 목소리는 꾀꼬리처럼 맑고 듣기 좋았으나, 이 말을 들은 괴마왕의 표정은 무척 어두웠다.

    “장문인, 차라리 다른 사람들을 도와 황색 산을 공격하여 공을 세우는 게 어떻겠습니까?”

    태을 경지로 돌파한 칠살은 마기를 운공하여 체내의 상처를 억누르며 괴마왕에게 다가와 말했다.

    괴마왕이 주위의 거대한 산과 허공의 구대마존을 차가운 눈빛으로 번갈아 노려봤다.

    그는 자신의 실력이 백정정, 미소, 원조 등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여겼다. 하물며 마수수, 임심모 같은 후배 제자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게다가 마왕채는 반사동이나 청구 호족보다 저력이 강했다.

    그런데도 치우는 십이마존에 공백이 생길 때마다 백정정과 미소 등을 후속으로 삼았다. 자신은 시종일관 치우의 중시를 받지 못했다.

    괴마왕은 이에 불만이 많았다. 지금 후토만상진 본진을 공격한 것도 자청한 일이었다. 구대 마존 뿐만 아니라 치우에게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한데 후토만상진이 이렇게 견고할 줄 알았겠는가.

    그렇다고 지금 물러난다면 미소나 백정정 등의 비웃음을 사게 될 뿐만 아니라 치우의 신임도 얻지 못할 터였다. 이에 괴마왕은 진퇴양난에 빠졌고,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한데 그때였다.

    쿠르릉!

    장안성 후토만상진 주위의 땅이 갑자기 격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 폭도 매우 커서 장안성과 주위의 여덟 산까지 함께 흔들리니 모두가 깜짝 놀라 격렬한 싸움은 잠시 멈췄다.

    장안선 근처에서 81개의 거대한 핏빛 빛줄기가 하늘 높이 치솟더니 각각에서 거대한 존재가 튀어나왔다.

    이들은 온몸이 혈홍색이었고, 머리에 두 개의 뿔이 달려있어서 치우와 비슷해 보였지만 훨씬 거대해서 작은 산만 했다. 손에는 거대한 도끼 추 같은 무기들을 들고 있었다.

    “81명의 구려거마(九黎巨魔)! 치우의 형제들 아닌가!”

    서북쪽의 거봉금제(巨峰禁制)와 지부의 지장왕 보살은 이 거인들을 보고는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치우의 형제라니요? 치우 같은 마두에게도 형제가 있단 말입니까?”

    지장왕 보살 옆에 있던 종규가 깜짝 놀라 물었다.

    “물론이네, 치우의 81명 형제는 상고의 거마들로, 하나같이 보통이 아닐세. 과거 치우 홀로 황제와 염제의 연합에 맞설 때, 휘하의 형천(刑天), 과부(夸父), 천매 마녀 등 수많은 마장을 빼면 그가 가장 의지했던 것도 저들이라네. 81명 모두 실력이 범상치 않아 황제와 염제도 매우 골치 아파했지. 천정이 은밀히 도와주지 않았다면 치우가 패하는 일은 없었을 걸세. 한데 저들은 축록전쟁 이후 죽은 줄 알았는데 이렇게 살아 있을 줄이야.”

    지장왕 보살이 침통한 목소리로 말했다.

    다른 사람들도 81명의 거마를 발견했는데, 그저 놀랐을 뿐인 젊은 세대들과 달리, 오랜 세월을 겪은 옛 세대 고수들은 안색이 확 달라졌다.

    이 거마들은 나타나자마자 후토만상진을 향해 돌진했고, 손에 든 무기에서 끈적끈적한 핏빛을 일으키며 두꺼운 대진 광막을 강하게 내리쳤다.

    쩌적 하는 소리와 함께 대진 광막에 커다란 균열들이 생겨났다.

    괴마왕과 칠살 등의 협공에도 난공불락이던 대진이 이 거마들 앞에서는 단숨에 금이 간 것이다!

    괴마왕 역시 경악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 강력한 거마들이 갑자기 어디서 튀어나온 거지?’

    한편, 칠살은 굳은 얼굴로 지용부인을 돌아봤다. 그녀도 때마침 그를 돌아봤고, 두 사람은 서로의 뜻을 바로 눈치챌 수 있었다.

    “이럴 수가! 81명의 구려거마가 아직도 살아 있었다니, 게다가 후토만상진에서 저렇게 가까운 곳에 잠복해 있었단 말인가!”

    진원자가 지친 모습으로 하늘에서 내려오며 탄식했다.

    후토만상진의 진정한 위력은 지맥의 힘과 소통한다는 것이다. 대지의 힘은 방어 측면에서 최고라 할 만하다. 그렇기에 후토만상진이 이토록 견고했던 것이고, 이를 뒤흔들려면 치우만큼 강력한 마기가 지맥에 침투해야만 한다.

    한데 저 81명의 구려거마는 달랐다. 대진의 정기를 받아 생겨난 마물들이라 후토만상진과 그 근원이 같다고 할 수 있기에 어렵지 않게 이 법진을 파훼할 수 있었다.

    “아직 승부가 나지 않았는데 어딜 가는 것이오?”

    공선이 번개처럼 날아와 진원자의 앞을 가로막더니 오른손을 휘둘렀다.

    오색 신광이 뿜어져 나와 순식간에 오색 빛의 바다가 되어 진원자 주위를 뒤덮고는 그의 모든 길을 차단했다.

    오색 신광의 위력은 절대적이라 할 만하니 진원자도 어쩔 수 없이 멈춰 서서 막아야 했다.

    빼곡한 황망이 그의 소매에서 뿜어져 나가 성난 파도처럼 몰아쳤다. 황망에 담긴 산악 같은 토속성의 영력이 오색 빛의 바다를 간신히 막아냈다.

    연맹의 다른 고수들도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보고는 내려가서 거마들을 막으려 했지만, 마족과 마존들의 방해에 막히고 말았다.

    심협도 구천의 하늘에서 이 상황을 간파하고는 그제야 치우가 왜 소모가 큰 법칙 공간을 시전하면서까지 자신을 가둬둔 것인지 깨달았다.

    “모든 마족의 시조라는 자가 이렇게 교활한 수법을 쓰다니, 부끄럽지도 않은가!”

    “하하하! 우리 마족은 언제나 실리를 추구하지 적을 물리치고 이길 수 있다면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

    치우가 차갑게 비웃고는 양손을 펼치자 두 줄기의 검은 마광이 법칙 공간에 주입됐다.

    심협을 둘러싼 법칙의 힘 대진이 발동되자 금고의 힘이 3할은 더 강해졌고, 그는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게 됐다.

    그러나 그의 표정은 담담했다. 걱정하는 기색이 전혀 없었고, 속박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치지도 않았다. 이를 본 치우는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아래의 전황이 순식간에 바뀌었고, 치우는 심협을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신식으로 아래를 살펴야 했다.

    지상. 81명의 거마가 일제히 무기를 휘두르며 후토만상진을 내려찍었다.

    이미 곳곳이 균열로 가득한 광막은 다시 큰 타격을 입고는 곧 무너질 기미를 보였다.

    청련선자와 이정이 전력으로 술법을 시전하여 대진을 안정시켰지만, 81명의 거마가 퍼붓는 공격 앞에서는 소용없었다.

    이 거마들은 눈을 광기로 번쩍이더니 거대한 무기를 세 번째 휘둘러 후토만상진을 완전히 박살 내려 했다.

    한데 그때, 주위의 허공에서 갑자기 붉은 빛이 번쩍이더니 수많은 검기가 뿜어져 나와 이 거마들을 폭풍우처럼 공격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