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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1197화 (1,196/1,214)
  • 1197화. 도끼

    그때, 거대하기 그지없는 여덟 개의 노란 빛이 여덟 개의 산에서 뿜어져 나와 후토만상진에 주입되었다. 그러자 만상진이 안정을 되찾았고, 산과 강의 허상은 자극이라도 받은 듯 열 배는 빠르게 돌았다.

    후토만상진이 뒤덮은 영역이 갑자기 세 배로 늘어나 십이조무 허상을 전부 휩쓸었다.

    법진 가운데에서 노란색의 커다란 책이 반짝거렸다. 법보 <지서(地書)>였다. 이 법보가 회전하며 쏟아낸 대량의 노란 빛이 십이조무 법상을 뒤덮었다.

    구명은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서둘러 도천신살대진을 휘둘렀다.

    나머지 열한 명의 마염위도 각자의 진을 휘두르자 열두 개의 거대한 검은색 빛이 뿜어져 나와 조무 법상에게 날아갔다.

    그러나 한 발 늦고 말았다.

    조무 법상이 변한 열두 개의 검은 그림자가 지서 안으로 들어가 사라지자 순식간에 구명 등과의 연결이 끊어졌다.

    구명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

    그 십이조무 법상은 도천신살대진 본원의 힘과 이들 열두 명의 법력을 융합하여 만든 것인데, 이렇게 흡수당하자 열두 마염위의 원기는 크게 상할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이 도천신살대진 깃발은 그 가치가 절반이나 줄어들었다. 본래 위력을 되찾으려면 얼마나 제련해야 할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구명, 돌아와라!”

    그가 목숨을 걸고 싸우려는데 치우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엄청난 위엄이 담겨 있었다.

    구명은 치우의 지시에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도천신살대진을 거두고는 치우 곁으로 날아갔다.

    “신이 무능하여 적의 대진을 부수지 못했습니다. 벌을 내려주십시오.”

    그가 한쪽 무릎을 꿇고 앉으며 말했다.

    “저 범상치 않은 법진은 이미 장안성과 남첨부주 전체의 지맥과 연결되었고, 두 신마의 우물에서 영력을 제공받고 있다. 한 주의 지맥의 힘을 흔들지 않으면 파훼할 수 없지. 너의 도천신살대진이 태고 제일이 마진이라고는 하나 원기의 공급이 부족하여 진정한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니 저 법진을 파훼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 말에 구명은 놀란 듯 눈이 휘둥그레졌다.

    다른 마존들도 그다지 강력해 보이지 않는 저 법진이 남첨부주 지맥과 연결되어 있다는 말을 듣고는 깜짝 놀라 자세히 살폈다.

    “치우 님, 그렇다면 저 대진은……?”

    “저 대진은 너희가 모두 나서도 어쩔 수 없다. 내가 해결하마. 대성한 반고성체(盤古聖體)를 시험해보기에 딱 좋겠군.”

    만성 공주의 말에 치우가 담담하게 답하더니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검은 빛이 뿜어져 나와 순식간에 만 장 크기의 거대한 도끼가 되어 하늘을 뒤덮었다. 보리 비경에서 사용했던 마보였다.

    도끼가 허공을 가르며 떨어지자 우르릉거리는 소리가 끊임없이 울렸다.

    이 도끼 앞에서 이곳의 천지는 종잇장처럼 가볍게 찢어져 둘로 갈라졌다. 도끼는 보리 비경 때보다 몇 배나 강력해진 상태였다. 구명이 도천신살대진으로 퍼부었던 공격조차 이 앞에서는 태양 앞의 반딧불에 불과했다.

    검은색 도끼가 닿기도 전에 후토만상진의 광망이 격렬하게 흔들렸다. 대진과 깊게 연결되어 있던 주위의 여덟 산에서 다시 노란 빛이 뿜어져 나왔고, 지서의 빛도 더 강해졌다.

    후토만상진이 크게 흔들리더니 아홉 개의 실제 같은 노란색 산이 진 안에서 솟아 나와 검은색 도끼를 맞이했다.

    이 산들은 주위의 여덟 산과 비슷하면서도 매우 달랐다. 산 전체에 나이테 같은 영문이 새겨져 있었고, 반석 같은 법칙의 힘이 안에서 용솟음쳐 난공불락 같아 보였다.

    광망이 허공에서 폭발했고, 천지가 흔들렸다.

    아홉 개의 노란색 산은 굉음과 함께 무너졌고, 파멸의 힘이 후토만상진에 주입되어 땅속의 지맥으로 파고들었다. 곧이어 거센 파도 같은 맹렬한 폭발이 땅속 지맥을 타고 흘러가 남첨부주 전체를 휩쓸었다.

    남쪽의 끝없는 사막, 북쪽의 북해, 동쪽의 동해안, 서쪽의 사타령까지, 남첨부주 전체가 크게 흔들렸고, 지진이 일어났다. 곳곳에서 산과 땅이 흔들리는 광경은 가히 파멸의 그것과도 같았고, 수많은 생령이 땅 아래에 묻혔다.

    후토만상진이 더욱 격렬하게 흔들리더니 곧 무너질 것처럼 광막에 수많은 균열이 생겨났다.

    이로 인해 땅속 깊은 곳의 구룡전과 대진도 강하게 흔들렸다.

    “무슨 일이지?”

    섭채주와 백소천 등이 놀란 표정으로 벌떡 일어났고, 심협도 옥침에서 나와 하늘을 올려다봤다.

    “치우! 드디어 왔구나!”

    심협은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더니 소매를 휘둘렀다. 그러자 은빛이 뿜어져 나와 그곳에 사람들을 뒤덮더니 소리 없이 허공으로 사라졌다.

    * * *

    아홉 개의 노란색 산이 일격에 무너졌지만, 검은색 도끼는 잠시 멈칫했을 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은 것처럼 다시 내려와 진을 완전히 부수려 했다.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금빛이 후토만상진에 나타나더니 빠르게 커졌고, 순식간에 거대한 금색 진도가 되어 장안성 전체를 뒤덮었다. 바로 현황무극진이었다.

    원천강과 진원자, 여래 불조, 호천 상제, 모두가 그곳에 있었다. 심지어 소부자와 공도 선사, 청련선자 등 10여 명의 태을 수사도 그 안에서 법력과 법칙을 진도에 쏟아부었다.

    현황무극진이 다시 펼쳐지자 수많은 금색 사슬이 뿜어져 나왔다.

    거대한 청색 나무와 붉은 태양, 노란색 산, 금색 칼날, 푸른 홍수, 하얀 날개 등도 함께 나타났는데, 하나하나가 강력한 법칙의 힘을 뿜어냈다!

    이 모든 것은 법칙의 힘이 현황무극진의 영향을 받아 나타난 현상이었다.

    현황무극진은 법칙의 힘을 형상화할 수 있고, 대진의 힘과 결합하면 이 법칙의 힘들이 천지의 대도와 소통하여 열 배 이상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과연 이 진의 위력은 고금의 명성대로였다.

    더욱이 이 진에는 또 다른 특성이 있으니, 더 많은 법칙의 힘을 주입할수록 그 위력 또한 더 강해지고, 주입된 모든 법칙의 힘을 스스로 조절하여 서로 충돌할 걱정이 없다는 것이었다.

    현재 30여 개 법칙의 힘이 진 안에서 솟구치고 있으니 그 위력은 보리 비경 때보다 훨씬 강력했고, 반경 만 리의 천지영기가 이 진도의 위력에 자극받아 용솟음쳤다.

    원천강과 진원자 등이 발동하자 모든 법칙의 힘이 합쳐져 찬란하고 거대한 주먹으로 변하더니 치우의 도끼를 향해 날아갔다.

    “조잡한 기술이로구나! 하하하!”

    치우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껄껄 웃더니 손가락을 연이어 움직였다. 그러자 검은색 도끼에 흑백의 운기가 떠올라 현묘한 무늬로 변했고, 수많은 마문이 그 속에서 빛을 뿜어냈다. 마치 마족 지고무상의 존재가 온 하늘을 다스리고 모든 생령을 통치하는 것만 같았다.

    흑백의 무늬는 곧장 거대한 도끼로 녹아들었다.

    우르릉!

    거대한 도끼가 빠르게 줄어들면서 압축되었는데, 그럴수록 점점 단단해졌고, 더욱 날카로운 기운을 뿜어냈다.

    눈 깜짝할 사이, 본래 길이가 만 장이었던 거대한 도끼는 백 장 정도로 줄어들었다. 거의 동시에 마족의 마문이 도끼 전체를 휘감더니 수많은 마신이 치우의 위대함을 찬양하는 듯한 우렁찬 소리가 울려 퍼졌다.

    원천강 등이 기겁하는 사이 검은색 도끼가 번개처럼 내려와 찬란한 주먹과 금색 사슬을 베었다.

    콰직!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찬란한 주먹과 금색 사슬은 너무도 쉽게 무너졌다.

    원천강 등은 법칙의 힘에 충격을 받아 피를 토해냈다.

    호천 상제가 가슴에서 솟구치는 기운을 억누르며 허공을 향해 결인하자 커다란 별빛이 하늘 높이 치솟더니 귀를 찢을 듯한 파공음과 함께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 광경을 본 치우가 눈에서 보랏빛을 반짝였지만, 허공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이내 시선을 거두고 검은색 도끼를 계속 발동하여 공격을 이어갔다. 방해꾼들을 완전히 처리하고 현황무극진을 부술 생각인 듯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쿠르릉!

    굉음과 함께 허공이 갑자기 흔들리더니 반경 만 리 안의 마운이 갑자기 흩어지면서 푸른 하늘이 나타났다.

    수백 줄기의 별빛이 빠른 속도로 하늘에서 내려와 365개의 별빛 깃발로 변했고, 눈 깜짝할 사이에 거대한 대진이 되어 장안성 인근 수백 리를 뒤덮었다.

    깃발에서 굵직한 별빛이 뿜어져 나오자 치우와 아홉 명의 마존 그리고 수많은 마병, 마장의 눈이 번득였고, 주위의 경치가 크게 변하여 찬란한 공간 안에 나타났다. 곳곳에서 찬란한 별이 강처럼 끝없이 흐르는 은하수의 끝자락 같았다.

    찬란한 별빛 속. 치우와 그 뒤에 도열한 수많은 마족은 몸이 순식간에 만 장 깊이의 땅속으로 꺼진 것처럼 무거워졌고, 무궁무진한 압박이 사방에서 몰려오면서 움직임은 극도로 느려졌다.

    이곳의 별빛은 삼성멸마 신통과 매우 비슷하여 강력한 멸마의 힘이 담겨 있었기에 경지가 낮은 마물은 별빛에 뒤덮이자마자 연기가 되어 사라졌다.

    경지가 높은 자들은 멸마의 힘에도 소멸하지 않았지만, 중상을 입고 말았다. 심지어 그 강력한 아홉 마존도 움직임이 불편해졌다.

    “이건 주천성두대진! 주천성두(周天星斗)의 힘을 끌어오다니!”

    치우가 놀란 기색으로 손에 든 검은색 도끼를 크게 휘둘렀다. 그러자 도끼에서 뿜어져 나온 검은 빛이 끝없는 은하수에 수만 리에 이르는 구멍을 냈고, 곳곳에서 별의 파도가 겹겹이 일어났다.

    하지만 이 별의 힘들이 곧장 사방에서 몰려와 그 검은 빛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검은 빛은 수만 마리의 개미에 삼켜진 코끼리처럼 금방 소멸하여 사라졌다.

    이때, 거대한 깃발이 은하수에 나타나 펄럭거렸다.

    은하수에 이 깃발이 용솟음치자 몇 호흡 만에 거대한 균열이 봉합되었고, 웅장한 별빛이 계속 휘몰아쳐 마족 대군을 뒤덮었다.

    마족 대군은 수가 많았지만, 끝없는 은하수 안에 서니 큰 바닥의 좁쌀처럼 보잘것없어 보였다.

    하늘을 뒤덮은 별빛이 휘몰아치자 동서남북과 상하좌우가 전혀 구분되지 않았고,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도 알 수 없게 됐다.

    그때, 공선이 눈을 오색 빛으로 번득이더니 갑자기 날아가 순식간에 수백 리 떨어진 곳에 나타나 소매를 휘둘렀다. 그러자 오색 빛이 소매에서 뿜어져 나가 엄청난 속도로 별의 깃발을 휘감았다.

    상고의 요성(妖聖)인 공선은 주천성두대진을 매우 잘 알았다. 365개 성진(星辰) 깃발을 주축으로 하늘의 수많은 별을 뿜어내는 대진으로, 위력이 무궁무진했다.

    그러나 완벽한 대진은 없다. 주천성두대진도 마찬가지다. 365개의 성진 깃발을 찾아내 한두 개만 거두면 완전히 부서지지는 않더라도 허점이 드러나게 된다. 그렇게 되면 더는 사람을 가둘 수 없다.

    허나 오색 신광이 닿자마자 성진 깃발은 환영처럼 사라졌고, 공선은 크게 당황했다.

    주위의 별빛이 용솟음치더니 거대한 별의 힘이 그를 휘감아 끝없는 은하수 반대편으로 보내버렸다.

    천존 경지인 공선의 실력으로도 아무런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마족 대군으로부터 빠르게 멀어져갔다.

    성두대진이 만들어낸 별바다는 끝이 없어서, 일단 마족 대군과 멀어지게 되면 아무리 그라고 해도 다시 찾아올 자신이 없었기에, 그는 재빨리 양손을 결인했다. 그러자 그의 뒤에서 웅 하고 울리는 소리와 함께 대량의 오색 광화가 튀어나와 거대한 공작 허상으로 변했다.

    공작 허상이 날아올라 화려한 오색 별바다로 변하여 회전하기 시작하자 지나가는 곳마다 어두워졌다. 마치 온 하늘을 무너트릴 기세였다.

    오색 신광은 흡수하지 못하는 것이 없었다. 심지어 별의 힘도 마찬가지였다. 휘몰아친 별바다가 오색 신광에 휩쓸리면서 빠르게 흡수되자 공선은 밀려나던 속도가 느려졌다. 그러나 여전히 멀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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