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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1196화 (1,195/1,214)

1196화. 적들이 몰려오다

서하우주.

온 하늘을 뒤덮은 마운이 거세게 장안으로 향했다. 이 구름이 지나는 곳마다 하늘이 어두워지고 해와 달이 사라졌다. 수많은 귀물과 늑대가 울부짖는 소리에 마치 종말이 다가온 것 같았다.

평범한 백성들은 갑자기 나타난 칠흑 같은 하늘에 겁에 질렸고, 집에 숨어서 부처의 가호를 빌었다.

마운 위의 셀 수 없이 많은 마족 대군은 이런 백성들에게는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대군의 선두에는 치우가 두 눈을 감고 커다란 백골 의자에 앉아 있었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사람처럼 아무런 기세도 느껴지지 않았다. 신식으로도 그 흔적을 감지할 수 없어서 심지어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다.

하지만 주위의 천지영기며 허공의 파동 등은 마치 지존을 향해 경배하는 것처럼 모두 그를 둘러싸고 있었다.

공선과 원조, 미소 등 아홉 마존이 그 뒤에 서 있었는데, 모두 체격이나 외모에 상당한 변화가 일어났다. 몸에 검은색 마문이 생겨난 것으로 보아 모두 마기에 물든 것이 분명했다.

원조와 미소, 육이미후는 이미 천존 경지로 돌파하여 공선과 구명까지 더하면 마족에는 천존의 존재가 무려 다섯 명이었다.

백정정과 임심모, 만성 공주, 마수수 또한 기운이 크게 정진하여 천존 경지에 거의 도달해 있었다. 네 사람 모두 치우가 하사한 두 종류 법칙의 힘을 가진 상태였다.

원조나 미소 등은 마족 대열에 합류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치우에게 완전히 감복하여 그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경외심이 가득했다.

이들 뒤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마족 대군이 진열해 있었다. 청구 일맥, 무저동, 반사동, 운몽택의 제자들도 보였는데, 이들 몸에도 검은색 마문이 생겨나 마기에 물든 것이 분명했다. 마기로 물들이는 수단은 경지를 높여주기에 이들 또한 경지가 한 단계씩 오른 상태였다.

청구 일맥의 제자들 사이에는 도산동과 도산설, 호불귀도 있었다. 도산설은 이미 깨어나 태을 경지로 돌파했는데, 청구에서의 대패 때문인지 그녀의 표정은 한없이 차가웠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뼈를 찌르는 한기가 느껴졌다.

도산동 또한 태을 후기로 돌파했고, 미천동술도 크게 정진하여 두 눈에 광채가 흐르며 사람의 혼백을 사로잡았다.

호불귀도 크게 정진하여 태을 경지로 돌파했는데, 다만 표정은 별로 밝지 않았다. 그 눈빛에서는 증오도 엿보였다.

반사동 제자들은 백정정과 임심모 뒤에 평온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반사동은 일찍부터 마족과 결탁한 터라 문하 제자들이 마기에 물든 것에도 개의치 않았다.

무저동 제자들 앞에는 불문 도안이 그려진 궁중 복장의 젊은 여인이 서 있었다. 눈에 띄는 외모는 아니었지만, 경지는 백정정이나 임심모 등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그녀는 지용부인(地湧夫人)으로, 과거 당승이 서쪽으로 경전을 가지러 갈 때는 쥐 요괴 금비백모(金鼻白毛)였는데, 탈겁 후 무저동 일맥을 세웠다.

지용부인은 영산 출신으로, 불과 요의 도를 겸했다. 직접 만들어낸 도법은 기상천외하여 그 절묘함은 대당 관부나 보타산과 비할 만했다. 다만 무저동 제자들은 소극적이어서 좀처럼 나서지 않아 삼계에서 이름을 날리지 못한 것뿐이다.

그때, 치우가 갑자기 눈을 번쩍 뜨더니 허공을 움켜쥐었다. 그러자 전방의 허공이 소리 없이 깨지며 검은 빛이 손으로 들어왔다. 손에 잡힌 반투명한 검은 그림자는 심협의 손에 소멸한 마혼이었다.

“실패인가.”

치우는 예상했다는 듯 중얼거리더니 입을 벌려 잔혼을 삼켰다.

그의 미간에 정광이 감돌더니 빠르게 몇 번 깜빡인 뒤 더 밝아졌다.

“치우 님, 무슨 일이십니까?”

구명이 한 걸음 다가오며 물었다.

“아무 일도 아니니 신경 쓸 것 없다.”

* * *

마족 대군이 공격해온다는 소식이 이미 전해져 연맹의 대군은 팔로(八路)로 나뉘어 장안성에서 출발했다. 방위는 각각 동, 서, 남, 북, 동남, 서남, 동북, 서북이었다.

방촌산이 함락된 이후로 원천강 등은 마족이 공격해올 것을 예상하고 대비를 해놨기에 큰 혼란은 없었다.

우르릉거리는 굉음과 함께 성 밖의 여덟 곳에서 동시에 노란 빛줄기가 일어났는데, 크기가 거대한 산 같아서 실로 장관이었다.

잠시 후, 노란 빛줄기가 빠르게 뭉쳐지면서 외형에도 변화가 일어나 구름 속에 우뚝 솟은 여덟 개의 높은 봉우리가 되었다. 봉우리들은 노란 영광으로 반짝이더니 그 위로 수많은 진문이 나타나 난공불락처럼 보였다.

연맹의 팔로 대군은 각각 거대한 산봉우리로 날아가 진기와 진반으로 금제 대진을 설치했다.

장안성 안에서도 우르릉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황색 대진이 천천히 솟구쳐 성 전체를 뒤덮었다.

대진의 진법 광막은 매우 두꺼웠고, 수많은 강과 산의 허상이 그 위에 흐르면서 귀청을 찢을 듯한 굉음을 울렸다.

성 주위 여덟 개의 거대한 봉우리에서도 장안성 주위의 법진 광막과 똑같은 두꺼운 황색 광막이 나타나 각 산을 뒤덮었다.

진원자와 여래 불조, 보리 노조는 장안성 허공에 떠 있었다. 호천 상제와 원천강은 보이지 않았다.

“아미타불, 진원 도우의 후토만상진(厚土萬相陣)은 실로 대단하군요. 제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안에 절교의 구곡황하진(九曲黃河陣)과 선교의 십절지열진(十絶地裂陣)의 흔적이 있는 것 같소만.”

“맞습니다. 이 후토만상진은 구곡황하진과 십절지열진을 융합하여 고심 끝에 창안한 것입니다. 제 자랑은 아니지만, 방어력만 보자면 이 법진과 비할 진은 삼계에 없을 겁니다. 게다가 원 국사께서 신마의 우물 영력을 주입해주었으니 치우의 공격에도 어느 정도 버티겠지요.”

진원자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두 분이 고생하셨군요. 제가 보리 비경에 수많은 금제를 설치했지만, 신마의 우물 입구와 비경을 완전히 융합하여 비경 전체를 부수는 게 전부일 뿐이었지요. 이곳으로 옮길 수 없게 만든 것이 참으로 애석합니다. 그 신마의 우물 입구도 장안성으로 옮겼왔다면 후토만상진이 더욱 굳건해졌을 텐데 말입니다.”

보리 노조가 한탄하자 진원자가 갑자기 눈살을 찌푸리며 생각에 잠겼다.

“진원 도우, 왜 그러십니까?”

진원자의 표정을 본 보리 노조가 의아한 듯 물었다.

“보리 도우의 말씀에 몇 년 전 방촌산이 공격당했을 때를 생각해봤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마족이 그때 방촌산을 공격한 것은 신마의 우물 입구를 빼앗기 위함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그때는 치우가 부활하기 전이라 신마의 우물을 빼앗는다고 해도 마족은 삼계 대문파와 천정의 연합에 당해낼 수가 없었지요. 그러니 오히려 마족이 산을 공격한 목적은 보리 도우가 그곳과 보리 비경을 완전히 융합시키고 그 신마의 우물을 방촌산에 단단히 묶어두게 하기 위함이 아니었나 싶군요.”

보리 노조는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기에 표정이 굳었다.

“아미타불. 진원 도우의 말에도 일리가 있군요. 허나 이미 지나간 일. 지금 말해봐야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지금은 눈앞의 일에 최선을 다하시지요.”

여래 불조가 불호를 읊었다.

“부조의 말씀이 옳습니다. 원 국사와 호천 상제 쪽의 상황은 어떻게 됐을까요?”

진원자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하늘을 바라봤다.

“천정은 이번 일에 미리 대비해놨으니 문제없을 겁니다.”

여래 불조의 말에 진원자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갑자기 먼 하늘을 올려다봤다.

검은 점 하나가 그곳에 나타나더니 빠르게 커지기 시작했고, 몇 호흡 사이에 끝없는 마운으로 변하여 몰려왔다. 수많은 마병과 마장이 선명하게 보였고, 천지를 뒤덮는 살기가 뒤덮어왔다.

“빨리도 왔군요. 허나 대진은 이미 배치가 끝났으니 계획대로 하시죠.”

진원자는 그 말을 남기고 사라지더니 아래의 후토만상진으로 들어갔다.

여래 불조와 보리 노조는 그 자리를 지켰다.

한편, 끝없는 마운이 장안성 10리 밖에 멈추자 치우가 눈을 떴다. 그는 장안성과 주위의 법진을 바라봤다

“그럴듯한 배치로군. 역시 실망시키지 않는구나.”

그가 가볍게 웃더니 뭔가를 하려는데 구명이 다가왔다.

“이런 법진에 직접 나서실 필요가 있겠습니까? 이 법진은 제가 파훼해보겠습니다.”

“좋다, 네가 이 법진의 깊이를 시험해 보거라.”

치우가 구명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치우 님!”

구명은 환하게 웃으며 포권하더니 휙 날아갔다.

열한 명이 그의 뒤를 따랐다. 열한 명의 마염위였다.

허공에 멈춘 구명이 마신의 문양이 그려진 커다란 검은색 깃발을 꺼냈다.

다른 열한 명도 비슷하게 생긴 깃발을 꺼내 술법을 발동하자 끝없는 마기가 열두 개의 깃발에서 폭증하여 하늘을 뒤덮는 마운으로 변했다. 장안선 전체를 뒤덮은 마운의 기세는 후토만상진에 뒤처지지 않았다.

“저건 십이도천신살대진!”

여래 불조가 굳은 표정으로 외쳤다.

“이럴 수가! 태고 제일의 마진이 전해져 내려왔다니!”

보리 노조의 표정도 변했다.

“마족이 어디서 저 마진을 찾았는지 모르겠지만 기세만 봐서는 역시 태고 제일의 마진답군요.”

“후토만상진이 견뎌낼 수 있을까요?”

“진원 도우가 방금 그렇게 말했으니 괜찮을 겁니다.”

그사이 마진이 발동되어 마운을 둘러싼 도천신살대진이 빠르게 회전했고, 가운데에서 거대한 폭풍이 나타났다.

천둥 같은 굉음이 울리더니 수많은 검은색 마염이 폭풍의 중심에서 뿜어져 나와 거대한 검은색 불꽃 기둥이 되어 지나가는 곳마다 가볍게 불태우며 후토만상진을 강하게 공격했다.

이에 후토만상진이 크게 흔들렸다. 마염이 강하게 대진을 공격할 때마다 귀청이 찢어질 듯한 굉음과 함께 대량의 마염이 후토만상진 위에 달라붙었다.

도천신살대진은 영력을 흡수할 수 있는 대진이라 마염이 붙은 곳의 영력이 빠르게 사라지면서 빛도 점점 어두워졌다.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어서 도우러 가시죠!”

이 광경을 본 보리 노조가 몸에서 금빛을 뿜어내며 날아가려 했다.

“마음 놓으십시오. 후토만상진이 겨우 이 정도일 리가 없습니다.”

여래 불조는 여전히 침착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후토만상진에서 빛이 번쩍이더니 커다란 강 같은 81줄기 노란 빛이 뿜어져 나왔다. 빛줄기들은 굽이굽이 퍼져 나가 구불구불한 기이한 대진이 되어 검은색 마염을 뒤덮었다.

81개의 황하가 거세게 흐르며 물 흐르는 소리가 허공에 울려 퍼졌다. 검은색 마염이 대진에 이끌려 바로 갈라지더니 대진으로 주입되었고, 그 황하를 따라서 흘러갔다. 그러자 도천신살대진의 위력이 크게 줄어들었고, 검은색 마염도 대부분 꺼졌다.

“구곡황하진!”

구명이 깜짝 놀라 서둘러 도천신살대진을 다시 발동했다.

열두 개의 진기가 흔들리고 끝없는 마기가 주입되자 깃발에 있던 십이조무의 그림이 빛을 발하며 불쑥 튀어나왔다.

십이조무 법상이 허공에 나타나 천지에 우뚝 서더니 하나같이 주먹을 쥐고 후토만상진을 두들겼다.

그 순간, 구룡전 주광순화대진 안의 섭채주는 표정이 딱딱하게 굳은 채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

그사이 장안성의 허공이 떨리더니 수십 개의 주먹이 구곡황하진에 꽂혔다.

구곡황하진이 빠르게 운공되어 다시 그 힘을 흡수하고 완화시키려 했지만, 십이조무의 위력은 너무도 강력했다. 더욱이 그 힘이 집중된 터에 좀 전의 마염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였다. 구곡황하진은 완화하기도 전에 눈 깜짝할 사이에 산산조각이 났다.

구명이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손을 휘두르자 십이조무는 계속해서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차며 머리로 박는 등 온갖 공격을 쏟아부었다.

이윽고 후토만상진이 부서졌다. 그러나 그 안의 산이나 황하강 허상은 흔들리기만 했을 뿐, 부서지지는 않았다.

이를 본 구명은 표정이 굳더니 도천신살대진 운공에 더 힘을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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