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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1192화 (1,191/1,214)

1192화. 창세의 신기(神器)

혈광이 서로 다른 방향에서 심협을 포위해 왔는데, 가까이 다가오자 공격마다 담긴 서로 다른 법칙의 힘이 하나로 합쳐지려는 것이 느껴졌다.

‘이건 화령자가 말한 수행 방향과 똑같잖아?’

심협은 충격을 받았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기에, 그는 체내 공간 법칙의 힘을 뿜어내 이 법칙 혈광의 협공에서 벗어나려 했다.

하지만 그가 움직이기도 전에 사방에서 강력한 힘이 이미 몰려왔고, 그는 천지에 배척당한 것처럼 반항조차 못 하고 그 힘을 맞이해야 했다.

그의 공간 법칙이 순식간에 부서지면서 체내의 법력과 마기에도 기이한 현상이 일어났다. 몸의 모든 모공에서 영기와 마기가 밖으로 새어 나와 주위의 법칙 공간에 흡수되었다.

이 과정은 보기에는 빠르지 않았지만, 심협은 공간의 압박에 대항할 여력밖에 없었다. 육신이 파괴되지 않을 자신은 있었지만, 몸을 전혀 움직일 수 없었기에 체내의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지 못했다.

시간이 조금씩 흘러가면서 체내의 힘도 많이 빠져나갔다. 아무리 발동해도 체내의 모든 법칙의 힘이 운공하지 않았고, 조금이라도 낌새가 보이면 이 법칙의 공간에 의해 완전히 분해되어버렸다.

체내에 숨겨둔 여든한 자루의 순양비검도 마찬가지라 염폭 법칙도 사용할 수 없었다.

순양비검의 주작 검령, 금오 검령은 심협과 연결되어 있었기에 지금의 곤경을 잘 알고 있었다. 하나같이 끊임없이 심념을 보내 자기를 내보내 싸우게 해달라고 아우성쳤다.

검령이 담긴 비검은 분명 심협이 제어하지 않아도 스스로 공격할 수 있지만, 그 힘에는 한계가 있으니 지금 상황에서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터였다. 그럼에도 비검의 검령들은 자폭을 해서라도 심협을 도우려 했다.

‘버티는 것만으로도 힘드니까 너희까지 신경 쓰게 하지 말아줘.’

심협은 심념을 울려 자신이 고생하며 온양한 검령들을 다독였다.

하지만 남은 수단이 없었기에 산하사직도로 이 공간 법칙을 깰 수 있는지 시도해볼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내 예상보다 훨씬 강하구나. 허나 더는 너와 낭비할 시간이 없다.”

말이 끝나자마자 치우가 손을 세우더니 강하게 움켜쥐었다. 그러자 주위를 맴돌던 혈광이 갑자기 바짝 조여와 압박의 힘이 강해졌고, 심협 체내의 힘도 빠르게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으윽!”

심협은 신음했고, 입에서는 금색 피를 흘렸다.

한데 그때, 그의 몸속에서 잠들어 있던 무언가가 치우의 힘에 자극을 받은 듯 갑자기 깨어났다.

심협도 갑자기 고개를 들어 두 눈에서 정광을 뿜어내더니 손으로 허공을 움켜쥐었다.

검은 빛이 그의 가슴을 뚫고 밖으로 나가더니 허공을 한 바퀴 돌고는 다시 손으로 내려왔다.

검은 빛이 회전하면서 휩쓸고 다니자 사방의 허공이 웅웅 울어대는 듯한 소리를 내며 강하게 떨려왔다.

심협이 손을 꽉 쥐자 검은 빛이 순식간에 굳어지면서 2척 길이의 날이 넓고 평평한 검은색 도끼가 되었다. 화려한 무늬 대신 오래된 무늬에 고목의 등나무 같은 자루, 도끼의 날까지 혼연일체인 그 도끼는 바로 북명곤에게서 얻은 것이었다.

도끼를 쥔 순간, 심협 체내의 반고진공이 저절로 운공하기 시작했다. 도끼의 날에서는 갑자기 검은 빛의 파문이 일어나더니 소름 끼치는 파멸의 기운이 마구 뿜어져 나왔다.

삽시간에 주위의 압박이 느슨해지고 심협은 몸의 제어권을 되찾았다.

“죽어라!”

심협이 포호하듯 외치며 허공에서 몸을 반대로 회전하자 손에 들고 있던 도끼가 둥근 곡선을 그렸다. 동시에 체내의 반고진공의 운공이 정점에 이르렀고, 심협은 도끼로 치우를 내리쳤다.

콰콰쾅!

검은색 도끼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자 허공이 크게 흔들렸고, 검은색 초승달 같은 호가 빠르게 날아가 허공에 거대한 공간 균열을 그었다.

부광(斧光)과 여섯 줄기 혈광이 충돌하자 힘과 융합한 법칙 혈광이 순식간에 폭발했다.

초승달 모양의 부광이 몇 배로 폭증하며 계속해서 치우를 향해 날아갔다.

이를 본 치우가 반격하려는데 몇 배로 커진 부광이 하늘을 찢고 산을 뒤덮었던 법칙 공간 광막마저 쪼개면서 커다란 구멍을 만들었다.

그 안에 담긴 파멸의 기운을 감지한 치우는 두 눈이 휘둥그레지며 외쳤다.

“신기(神器) 개천부(開天斧)!”

그의 외침에 81명의 마족도 놀란 듯 일제히 두 눈을 떴다.

심협도 당황하긴 마찬가지였다. 그의 얼굴에 믿을 수 없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나 곧장 평정심을 되찾고는 공간 법칙의 힘을 운공하여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치우가 재빨리 법칙 공간으로 봉인하려 했을 때, 심협은 이미 먼 곳에 나타난 뒤였다.

그는 곧장 둔술을 시전하는 동시에 끊임없이 공간 법칙의 힘을 발동하여 허공에서 쉬지 않고 사라지며 도망쳤다.

흑백산과 충분히 멀리 떨어지고 치우가 쫓아오지 않고 있음을 확인했으나, 다시 방향을 바꿔 한참을 도망친 후에야 마침내 멈췄다.

그는 곧바로 땅으로 내려간 뒤 바로 토둔술을 시전하여 땅속으로 들어갔고, 곧바로 모든 기운 파동을 거두어 땅의 갈라진 틈에 몸을 숨겼다.

한참이 지나서야 정신이 돌아온 심협은 검은색 도끼를 내려다봤다.

이 도끼는 다시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 매우 평범해 보였다. 심지어 기운은 이전보다도 못했다. 다만 은연중에 신식의 힘을 배척하는 그 느낌은 아직 남아 있었다.

잠시 후, 그는 소요경 공간을 열어서 화령자를 불렀다.

“화령자, 이게 정말로 반고 대신이 사용했던 개천부야?”

심협의 질문에 잠시 살펴보던 화령자는 조금씩 흥분하기 시작하더니 나중에는 거의 광기에 가깝게 눈빛이 번득였다.

“이, 이, 이게…… 이게 어떻게……?”

“왜 그러는데?”

심협이 그의 어깨를 툭 치며 물었다.

“이, 이건 진짜 개천부다. 반고 대신이 사용했던 그 창세의 신기!”

화령자가 검은 도끼를 쓰다듬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심협, 넌 정말로 하늘이 선택한 사람인 모양이다. 우연히 얻은 게 이런 보물이라니, 정말로 믿을 수가 없군.”

화령자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말을 이었고, 심협은 그 말을 부정할 수 없었다.

“다만…… 보아하니 개천부의 힘이 많이 약해진 것 같군.”

화령자가 다시 살펴보더니 혀를 찼다.

“연화해보려고 했는데 진전이 느려서 나도 이 도끼를 잘 알지는 못해. 지금 다시 시도해서 완전히 연화하면 어떻게 된 일인지 알게 되겠지.”

심협은 웃으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하고는 바로 개천부를 쥐고 선천연보결을 운공하여 연화하려 했다.

“네 녀석은 목숨이 아까운 줄 모르는 거냐? 여기서 개천부를 연화했다가 치우가 쫓아오면 어쩌려고!”

화령자가 두 눈을 부릅뜨고 꾸짖었다.

“하긴, 치우가 선천지기를 다 연화하면 경지가 또 정진할 테니 여기에 숨어 있는 것도 발각되겠군.”

심협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걸 알면 어서 안 가고 뭐 하는 거냐?”

“그럴 것 없어. 다 방법이 있으니까 넌 우선 소요경으로 돌아가 있어.”

심협은 뭔가 좋은 생각이 났는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화령자는 반신반의했지만, 그의 말에 따라 소요경으로 돌아갔다.

곧 심협은 땅속에서 벗어났고, 재빨리 도망쳐 공간이 혼란스러운 그 높은 성문 아래로 돌아왔다.

그는 손을 뒤집어 천몽침을 꺼냈다.

팔에 검은색 연꽃이 나타나 공간 법칙의 힘을 뿜어냈고, 이 힘은 심협의 손을 타고 빠르게 천몽침으로 흘러 들어갔다.

이번에는 치우가 방해하지 않았기에 천몽침이 금방 노란색으로 번득이더니 회오리가 나타나 심협을 집어삼켰고, 그는 곧 사라졌다.

심협은 시공간 회오리에서 내려온 뒤 잠시 비틀거리다가 간신히 몸을 가누었다. 저 멀리 흑백산을 보니 그 위에서는 흑백 소용돌이가 창궁의 눈처럼 여전히 돌고 있었다.

한참이나 이를 바라보던 심협은 천몽침을 손에 쥐고 흑백의 산을 향해 날아갔다.

그는 팔의 연꽃에 공간 법칙의 힘을 모아서 대기시켰다. 흑백산에 도착했다가 치우의 모습이 보이기라도 하면 망설이지 않고 천몽침을 발동하여 다시 돌아갈 계획이었다.

곧 흑백산의 광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산 정상에는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평대마저도 보이지 않았다. 이 시공간에는 치우가 아직 도착하지 않은 게 분명했다.

심협은 내심 기뻐하며 곧바로 흑백산 정상으로 내려갔다.

아직 개척되지 않은 산꼭대기는 불룩 솟아 있어서 샘의 흔적이 없었지만, 심협은 팔의 혼돈흑련을 통해 선천기운이 이곳에 있음을 알게 됐다.

심협은 망설이지 않고 헌원신검을 꺼내 산을 가로로 베었다.

금색 검광이 스쳐 지나가자 산 정상이 강하게 흔들리더니 산꼭대기가 가지런히 잘려나갔고, 순식간에 수많은 돌멩이가 되어 반대쪽으로 쏟아졌다.

잠시 후, 연기가 피어오르는 산 정상은 둥근 형태의 평대로 바뀌었다.

평대의 가운데에는 1장 크기의 안으로 파인 구덩이가 있었는데, 그 안에는 샘물이 가득했고, 작은 산 정상에 연못이 만들어졌다. 연못에는 반흑반백의 영기가 자욱했다.

심협이 영목 신통을 운공하여 샘물을 통과해 연못의 밑바닥을 살펴보니 그곳에는 좌우 양쪽에 주먹만 한 원형 조약돌이 각각 박혀 있었다.

그중 검은색 반쪽은 하얀 조약돌에 박혀 있었고, 하얀색 반쪽은 검은색 조약돌에 박혀 있었으며, 양쪽에서 각각 짙은 선천지기와 선천마기의 기운을 뿜어냈다.

두 종류의 기운이 교차하는 곳에는 아무것도 없었지만 샘물이 솟아났다.

사실, 선천지기를 담고 있는 것은 이 샘물이 아니라 바로 두 개의 조약돌이었다.

심협은 입꼬리를 슬쩍 올리더니 헌원신검으로 검은색 돌의 아래 가장자리를 찔러 살짝 위로 들어 올렸다. 돌은 연못 바닥에서 떨어져 나갔다.

그가 검은색 조약돌을 쥐자 샘 가운데에서는 더 이상 샘물이 솟아나지 않았다.

심협은 하얀색 조약돌도 빼냈다.

두 개의 돌을 손에 쥔 심협은 매우 기이한 느낌이 들었다. 속성이 다른 두 개의 돌은 서로를 배척하면서도 또 서로를 잡아당기는 기이한 느낌이었다.

이와 동시에, 심협의 팔에서는 혼돈흑련이 더는 못 기다리겠다는 듯 팔을 타고 끊임없이 뿌리가 뻗어 나왔다. 두 개의 선천지석(先天之石)을 향한 갈망을 더는 억누르지 못하는 듯했다.

심협은 언제 치우가 들이닥칠지 몰랐기에 오래 머물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바로 돌을 집어넣고 다시 천몽침을 발동했다.

천지가 빙글빙글 돌더니 다시 혼란스러운 공간의 성벽 아래로 돌아왔다.

그는 머뭇거리지 않고 바로 산하사직도를 꺼내 공간 법칙의 힘을 발동하여 그 공간을 지났고, 쉬지 않고 달려 신마의 우물 위로 올라갔다.

한편, 다시 산 정상으로 돌아온 치우는 허공에서 계속 수련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중앙의 샘물에서 기이한 은빛이 번쩍이더니 곧이어 선천지기가 빠르게 줄어들었고, 몇 호흡 사이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텅 비고 메말라버린 둥근 샘을 본 치우는 술법을 펼쳐 살폈고, 이내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의 81명 마족 형제가 가까이 다가왔으나, 분노한 치우를 보고는 감히 눈을 마주치지도 못하고 피했다.

* * *

신마의 우물에서 돌아온 심협은 곧바로 주광순화대진으로 돌아갔고, 흑과 백의 둥근 조약돌을 꺼내 양손에 하나씩 쥔 채 천천히 눈을 감았다.

곧이어 혼돈흑련이 꿈틀거리더니 허공에 나타나자마자 뿌리를 빠르게 늘렸고, 그의 양팔을 타고 각각 흑백의 조약돌을 휘감았다.

뿌리가 두 조약돌을 감싸는 순간, 심협 팔의 혼돈흑련은 갑자기 꽃과 꽃잎 모두 뻣뻣해졌다.

눈을 질끈 감은 심협의 몸이 떨려왔다.

흑백의 돌에 담긴 선천지기는 그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짙었다. 이 선천지기가 혼돈흑련 안으로 흘러 들어가자 여섯 번째 꽃이 빠른 속도로 자라났고, 안쪽의 금색 무늬가 점점 퍼지면서 빠르게 활짝 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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