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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1189화 (1,188/1,214)

1189화. 우물 탐사

“왜 받지 않는 게요? 필요 없소? 자, 어서 가져가시오.”

진원자는 심협이 부담스러워서 받지 못하는가 싶어 다시 가볍게 농을 걸며 정교한 금색 상자를 건넸다.

“감사합니다, 선배님.”

심협이 기뻐하며 정중하게 받았다.

“내게 보천석(補天石)이 있네. 과거 여와께서 오채석을 채취하여 정제하고 남은 것으로, 손오공과 근원이 같으나 너무나 작아서 큰 조화를 이루지 못하여 영지가 열리지 않았지. 대신 그 안에는 선천지기와 선천마기가 모두 온전하게 들어있으니 얼마든지 가져가게.”

원천강이 손을 뒤집자 주먹만 한 돌이 나타났는데, 불규칙한 외형에 오색 광채가 빛났다. 안에서는 두 줄기의 짙은 선천지기가 교차하며 흐르는 모습이 어렴풋이 보여서 매우 신기했다.

“감사합니다, 국사님.”

“천궁은 선도 성회 때마다 소모하는 선도의 양이 많다 보니 지금 남은 것이 많지 않소. 이 일곱 개의 선도에는 선천지기가 많지는 않아도 합치면 그럭저럭 쓸 만할 것이오.”

탁탑천왕 이정은 일곱 개의 분홍색 선도를 건넸다.

심협은 사양하지 않고 감사의 인사와 함께 모든 보물을 정중하게 받았다.

“심 도우, 세상에 남은 선천지기는 적지만, 인삼과나 선도 같은 천지 영물은 수천 년간 흡수해왔으니 안에 적지 않게 들어 있을 걸세. 지금 비록 마족이 서우하주에 멈춰 있다고는 하나 지금 우리로서는 자네에게 더 많은 선천지기를 찾아줄 여력이 없네.”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제가 어찌 감히 더 바라겠습니까?”

정교금의 말에 심협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사실 이 정도 도움만으로도 그는 매우 만족했다. 이들은 선천지기가 심협에게 어떤 의미인지도 모르면서 기꺼이 도왔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들에게 법보나 선기까지 달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심 도우, 신마의 우물 깊숙한 곳에는 가본 적이 있소?”

보리 노조가 갑자기 물었다.

“깊은 곳까지 들어가 본 적은 없습니다.”

“나는 방촌산에서 지키던 신마의 우물 깊은 곳에 들어가 본 적이 있소. 그 안에서 선천지기의 흔적을 발견했지.”

“정말입니까?”

“기뻐하기에는 이르오. 고작 흔적만 발견했을 뿐이니까. 그러니 선천지기가 있다 해도 아마 더 깊은 곳에나 있을 텐데, 그곳은 실로 위험한 곳이오. 그러니 심사숙고한 후에 움직이는 게 좋을 것이오.”

보리 노조가 설명을 이어갔다.

“알겠습니다, 명심하겠습니다.”

심협은 이들과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눈 후, 인사를 남기고 서둘러 돌아갔다. 시간이 없어서였다.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사해당 안의 모든 사람이 남몰래 한숨을 쉬었다. 그들 모두 다양한 단계에서 심협의 성장을 목격했지만, 그가 지금 삼계의 희망이 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다.

“원 국사님, 정말로 심협이 삼계를 구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하십니까?”

이정이 물었다. 그렇다고 의심이나 추궁하는 말투가 아니라 희망과 기대가 담긴 물음이었다.

“사실 예전에는 확신할 수 없었으나 최근 치우에게서 우리를 구한 사람이 그라는 것을 알게 되니 이제 확신이 서는 군요. 삼계의 구원은 그의 손에 달려 있소.”

원천강이 확신하듯 말했다.

사실, 심협이 오기 전까지 사해당에 모인 사람들 사이에서는 잠깐 논쟁이 벌어졌다. 원천강이 심협을 구세주로 여긴다는 생각에 의문을 제시한 사람들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진원 대선과 보리 노조까지 원천강의 편을 들자 의심은 조금씩 잦아들었다. 그리고 지금, 경악할 만큼 빠른 심협의 정진을 보고서야 모두가 그 말을 믿게 됐다. 이정이 선도를 기꺼이 내놓은 것도 그런 이유였다.

* * *

심협은 구룡전으로 돌아와 다시 주광순화대진 안에 가부좌하고 앉았다.

선도를 꺼내 한입 물자 진하고 달콤한 과즙과 향기가 순식간에 입안 가득 퍼졌고, 일말의 영기가 흡수되었다.

하지만 하나를 다 먹어도 선천지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남은 복숭아씨를 바라보며 잠시 망설이다가 부스러뜨렸다. 그러자 곧바로 안에서 매우 희박한 선천지기가 흘러나와 바로 혼돈흑련에 흡수되었다.

곧이어 심협은 두 번째 선도를 꺼내 먹었다.

여덟 시진에 걸쳐 모든 선도와 인삼과를 먹고 안에 담긴 선지지기를 전부 흡수하니 혼돈흑련에 또 하나의 작은 꽃봉오리가 돋아났다.

심협이 보천석을 손에 쥐자 팔의 혼돈흑련 뿌리가 바로 뻗어와 이 돌을 휘감았고, 검은 빛으로 뒤덮었다. 뒤이어 보천석의 오채 광망이 점점 어두워지고 안의 선천지기와 선천마기가 전부 뽑혀 나와 혼돈흑련에 흡수되었다.

혼돈흑련의 꽃잎이 흔들리더니 새로 자란 꽃봉오리가 활짝 폈고, 더 작은 꽃봉오리 하나가 돋아났다.

“겨우 한 개 반…….”

심협은 가루가 된 보천석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선도와 인삼과 그리고 보천석을 전부 사용했지만, 고작 한 개 반의 혼돈흑련이 자라났을 뿐이다. 열두 개의 연꽃을 온전히 피우려면 더 많은 선천지기가 필요했다.

“신마의 우물로 들어가는 수밖에 없는가.”

결심을 굳힌 심협은 일어나서 대진을 나섰다.

그리고 잠시 후 흑백진군을 마주하게 됐다.

“정말로 더 깊은 곳까지 들어갈 생각인가?”

흑백진군이 물었다.

“네, 꼭 가야만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도와주십시오.”

“그곳은 나도 건드리지 못하네. 보내 줄 수야 있지만, 무사히 건져낼 수 있다는 보장이 없어. 신마의 기둥 힘을 사용해도 아마 소용이 없을 걸세.”

“알고 있습니다. 안으로 들여보내 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생사의 존망은 모두 제게 달린 일이지요.”

심협이 웃으며 답했다.

흑백진군은 여전히 엄숙한 표정으로 그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뒤이어 그가 양손을 몸 앞에서 결인하자 등 뒤에 신마의 우물 본체가 나타났고, 신마의 기둥에서 흘러나온 힘이 심협 발아래에서 흑백이 교차하는 빛으로 변했다.

그 빛이 돌기 시작하자 바람이 일어났고, 이내 칠흑 같은 입구가 나타났다.

“감사합니다.”

심협은 포권한 후 훌쩍 뛰어 그 구멍으로 들어갔고, 이내 그 모습이 사라졌다.

입구 또한 이내 사라졌고, 흑백진군은 곧 시선을 거두고 신마의 기둥으로 돌아갔다.

* * *

심협은 계속해서 추락하자 몸을 제어하여 허공에 멈추려 했지만, 주위는 그야말로 허무 그 자체였고 법력도 보이지 않은 힘에 막혔다.

백여 장을 떨어진 후에야 심협은 갑자기 체내의 법력이 다시 흐르는 것을 느끼고는 서둘러 둔술을 시전하여 몸을 제어했다. 이와 동시에 그는 신식을 펼쳐서 주위를 살폈다.

하지만 그의 신식은 고작 1장 정도밖에 펼쳐지지 못했다. 어떤 무형의 장벽에 가로막혀서 더 먼 곳을 살펴볼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그는 신식을 거두고 육안으로 주위를 살폈다.

주위의 허공에는 아무런 빛도 없었지만, 심협의 눈은 백 장 떨어진 곳까지 볼 수 있었다.

잠시 후, 심협은 자신이 적갈색의 황량한 사막 상공에 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주위의 천지에는 영기가 매우 희박하여 선천지기가 있을 만한 곳이 아니었다.

심협은 보리 노조가 자신을 속였을 리 만무하다고 생각해 바로 땅에 내려서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황량한 사막에는 적갈색 바위와 모래뿐이었고, 한참을 걸어도 선천지기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그가내심 실망하고 있을 때, 전방의 허공에서 갑자기 ‘우우’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심협이 바로 소리가 나는 곳을 바라보자 100여 장 밖에서 폭풍이 기승을 부리는지 모래와 돌멩이가 휘날리는 것이 보였다.

심협은 곧장 그 날아다니는 돌멩이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가 가까이 다가가자 전방에 나타난 거대한 폭풍 안에 강렬한 천지영기가 흩어져 있는 것이 뚜렷하게 보였다.

“이토록 황량한데 이곳에만 짙은 천지영기가 있다니. 정말로 선천지기가 있다면 이 폭풍 안이겠군.”

심협은 생각을 마치자마자 바로 몸을 날려 강철의 칼날처럼 원기의 폭풍을 뚫고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선 순간, 모래와 돌이 뒤섞인 혼란스러운 원기 폭풍이 휩쓸더니 강한 충격과 함께 그의 몸이 공중으로 던져졌다. 그리고 그의 몸이 높이 떠올랐을 때, 원기 폭풍 가운데 구멍에서 갑자기 강렬한 흡입력이 그의 몸을 잡아당겼다. 이어 심협의 몸은 매우 빠르게 땅으로 떨어졌다.

그가 법력을 운공하자 무형의 기운이 흘러나와 그 흡입력을 흩어버렸다.

다시 안정을 되찾은 그는 아래를 내려다봤다.

원기 폭풍 아래는 어둡기 그지없는 지하 동굴 같았다.

심협은 잠시 생각한 끝에 다시 아래로 내려갔다.

지하 동굴에 들어가보니 주위에는 빛이라곤 전혀 없었고, 심협의 시력으로도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그가 손을 휘두르자 열 자루의 순양비검이 날아오르더니 몇 장 앞에서 커다란 원을 그리며 그를 에워쌌다.

열 자루의 순양비검이 붉은 빛을 발하자 횃불처럼 사방을 비춰주는 동시에 심협을 안전하게 보호했다.

그렇게 어둠 속을 반 각 정도 내려갔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머리 위에서 들려오던 폭풍 소리마저 더는 들리지 않았다.

심협이 비검의 빛으로 주위를 둘러보고 있을 때, 가장 오른쪽에 있는 비검에서 갑자기 날카로운 검명이 들려왔다.

곧이어 비검이 강력한 힘에 부딪혀 제어를 잃고 심협 쪽으로 날아왔다.

심협은 즉시 이 비검을 잡는 동시에 비검이 습격당한 곳을 향해 세 자루의 비검을 쏘아 보냈다. 비검들은 품(品)자 대형을 이루어 서로를 보호하며 날아갔다.

붉은 빛으로 번득이는 비검이 날아가자 어둠 속에 빛줄기가 생겨났다.

자세히 보니 비검은 전부 동굴 석벽에 부딪혔고, 붉은 불똥이 사방으로 튀었다.

불꽃 너머로 희미한 회백색 그림자가 스쳐 지나갔다.

심협이 쫓아가려는데, 뒤에서 갑자기 허공을 가로지르는 소리가 들려오면서 한 자루 순양비검이 날아가 기습을 막았다.

검신이 충격으로 떨리는 사이, 심협은 자신을 기습한 존재를 뚜렷하게 볼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마름모꼴 검은색 돌로, 끝은 뾰족했다.

“모습을 드러내라!”

심협이 버럭 외쳤다.

그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동시에 열 자루의 순양비검이 뒤에서 빠르게 진을 이루자 금색 태양이 동굴에 떠올라 눈부신 빛을 뿜어냈다.

금광 검진이 떠오르자 실제 같은 눈부신 빛이 어둠을 뚫고 반경 백 장을 대낮처럼 비췄다.

눈부신 빛을 통해 동굴 석벽을 훑어보던 심협은 갑자기 소름이 돋았다. 사람 모습을 한 청백색 괴물이 벽을 빼곡하게 기어오르고 있었는데, 그 수가 천은 넘어 보였다.

사실 ‘사람 모습’이라고는 해도 팔다리가 두 개씩 있다는 의미일 뿐, 보통 사람보다 더 작고 팔은 더 길었으며 손바닥과 발바닥은 더 커서 유인원에 가까웠다. 게다가 타원형의 머리에 창백한 얼굴에는 눈은 없었고, 코가 있어야 할 곳에는 구멍 두 개만 있었으며, 그 아래로 호 모양의 커다란 입이 있었다. 양쪽 귀도 유별나게 커서 매우 기이해 보였다.

이 괴물들은 빛이 비쳐도 피하지 않고 벽에 매달린 채 머리를 이상한 각도로 틀어 심협을 바라봤다. 커다란 귀가 전부 규칙적으로 떨리며 찌르르 찌르르 하는 소리를 냈다.

곧이어 모든 괴물이 명령을 받은 것처럼 동시에 팔을 돌려 심협에게 휘둘렀다.

휙!휙!

파공음이 크게 울려 퍼졌다.

천 개에 가까운 돌이 비검처럼 허공을 가르며 심협에게로 날아왔다.

심협이 검결을 맺고 휘두르자 등 뒤의 커다란 태양에서 갑자기 금빛이 폭증하더니 수많은 금색 검광이 폭우처럼 사방으로 날아가 순식간에 모든 돌을 부쉈다. 뒤이어 곧장 그 괴물들을 향해 날아갔다.

수많은 괴물이 미처 피하지 못하고 검광에 맞아 펑펑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지만 검광이 날아오자 몸에서 옅은 초록색의 형광이 흘러나와 괴물들은 작은 상처도 입지 않았다.

‘몸이 예상외로 단단하군. 재밌는데?’

심협은 금광 검진으로는 그것들을 죽일 수 없음을 알게 되자 바로 손을 휘둘러 더 많은 순양비검으로 허공에 진을 이루었다.

괴물들은 검진의 변화를 눈치챘는지 갑자기 벽에서 뛰어오르더니 양팔을 옆으로 뻗었다. 그러자 겨드랑이 밑에서 회백색 막(膜)이 펼쳐지더니 날개가 되었고, 괴물들은 허공을 날아 곧장 순양비검을 향해 돌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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