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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1187화 (1,186/1,214)

1187화. 선마의 반동

곧이어 검은색 그물의 모든 공간 균열이 그 기이한 파문에 흔적도 없이 소멸했다.

심협의 모습이 겹겹의 허공에 나타나자마자 치우의 커다란 몸이 순식간에 다가와 거대한 도끼의 빛으로 내리쳤다.

방금 공간 균열을 소멸시켰던 힘과는 달리 이번에는 도끼의 빛에서 더 날카로운 힘이 폭발했고, 그 빛이 지나가는 곳마다 허공이 갈기갈기 찢어졌다.

이를 본 심협은 바로 현황일기곤을 꺼내 양손으로 휘둘러 막아냈다.

그의 몸에서는 이미 9성의 반고진공이 운공되어 단전에 담긴 선마의 힘이 뿜어져 나오더니 현황일기곤에 주입되었다.

삽시간에 현황일기곤이 강하게 번쩍이며 곤봉 양쪽 끝부터 검은 빛과 하얀 빛으로 물들었다. 마치 음양의 조화가 한곳에 모인 것 같았다.

“네놈이었느냐!”

치우도 마침내 심협을 알아보고는 짧게 외쳤다.

심협은 대답 대신 몸을 훌쩍 날리더니 허공에서 회전하며 양손의 곤봉에 힘을 축적하고는 날아오는 거대한 도끼의 빛을 향해 휘둘렀다.

꽈르릉!

천둥소리 같은 굉음이 울렸다!

현황일기곤과 도끼의 빛이 충돌하는 순간, 흑백의 빛이 동시에 폭발하여 날카로운 도끼의 빛을 부쉈고, 곤봉은 그대로 올라가 거대한 도끼와 충돌했다.

크기가 현저하게 다른 두 사람과 두 법보가 충돌하는 순간, 무서운 위압감이 폭발하며 천 장을 가르는 광포한 기의 파도가 반경 백 리의 구름을 전부 날려버렸다.

광포한 힘이 폭발하자 검은색 도끼는 튕겨 나갔고, 심협은 곤봉과 함께 운석처럼 땅으로 추락했다.

산 정상을 둘러싸고 있던 마족들은 심협이 떨어질 때 뿜어져 나온 강력한 힘을 미처 피하지 못하고 순식간에 휩쓸려 몸이 부서지고 혈무가 폭발하여 마치 산 정상에 화려한 장미가 활짝 핀 것 같았다.

우르릉거리는 굉음과 함께 먼지가 일며 방촌산 전체가 크게 흔들렸다.

산꼭대기의 암석이 무너지고 산에 거대한 균열이 생겨났다. 심협은 그 균열에 끼어 있었는데, 온몸이 먼지투성이라 매우 처참해 보였지만 실제로는 아무런 부상도 없었다.

그는 눈을 반짝이며 먼 곳의 허공에 있는 거대한 존재를 바라보고는 씩 웃었다. 저번에 치우와 싸웠을 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자신감이 넘쳤다.

그때, 골짜기 위에서 몇 명이 날아왔다. 그중 검은 옷을 입은 여자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는데, 바로 마수수였다.

그녀의 옆에서 공선과 원조 등이 태을경의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모두 열두 마존의 반열에 든 것이 분명했다.

이렇게 마족들에게 포위되었지만 심협은 당황하기는커녕 오히려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오늘은 잠깐 놀러 온 것뿐이니 너희와 싸우기는 귀찮다. 나중에 또 보자고.”

심협이 씩 웃으며 손을 휘두르자 옥침이 그의 손 위에 떠올랐다. 말을 마친 그는 공간 법칙의 힘으로 다시 옥침을 발동했다.

노란색 광망이 번득이더니 심협의 몸을 뒤덮었고, 마족들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그의 모습이 사라졌다.

마수수가 가장 먼저 골짜기로 들어가 한참을 찾아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없어졌어. 기운도 전혀 남기지 않고 사라졌군.”

“이건 무슨 술법이지?”

공선이 의아한 듯 물었다.

“언제 공간의 법칙을 익힌 거야?”

원조는 더욱 의문이 커져 중얼거렸다.

그때, 위에서 치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구천 현녀의 천몽침이니 신경 쓸 것 없다. 너희가 할 일은 따로 있다.”

공선 등이 그 말에 일제히 날아올랐고, 마수수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뒤따라 날아올랐다.

* * *

구룡전 법진 안. 허공에서 노란색 광망이 번득이더니 심협이 비틀거리며 걸어 나왔다. 품에는 노란색 옥침을 품은 상태였다. 본래의 시공간으로 돌아온 것이다.

방금의 전투는 매우 짧았지만, 심협은 큰 자신감을 얻었다. 이번의 폐관 수련은 그가 예상했던 것보다 성과가 더 컸던 것이다.

‘이번에 치우와 어떻게든 맞붙을 수는 있었어. 치우가 전력을 다하지는 않았겠지만,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전보다 실력 차가 많이 좁혀진 거야!’

심협은 그렇게 생각했으나, 잠시 후 웃음을 거두며 천천히 중얼거렸다.

“치우는 아직 실력이 전부 회복된 게 아니야. 본래의 실력을 되찾는다면 지금 내 경지로는 턱도 없다. 실력을 더 높여야 해!”

심협은 다시 가부좌하고 앉아서 눈을 감고 정양에 들어갔다.

한참 뒤, 양손을 단전 앞에 모으자 단전에서 흑백의 광망이 번득이기 시작했다. 다시 선마의 힘을 융합하여 완전히 합쳐보려는 것이었다.

이미 9할이 합쳐진 선마의 힘을 법력으로 억누르자 다시 압축되기 시작했고, 잠시 후, 단전 안의 흑백 광망의 흐름이 멈췄다. 그러나 거기서 더는 합쳐지려 하지 않았다.

심협이 심념을 움직여 전력으로 반고진공을 발동하자 온몸이 번쩍이더니 단전 안의 법력이 갑자기 더 강력해지면서 계속해서 선마의 힘을 압박하여 융합에 한 걸음 더 나아가려 했다. 다만 그 속도는 현저하게 느려졌다.

* * *

눈 깜짝할 사이 7일이 지났다.

밀실 안. 심협은 두 눈을 감고 있었다. 미간은 잔뜩 찌푸려졌고, 이마에서 흐른 식은땀에 옷이 다 젖은 것이 마치 방금 물속에서 나온 듯했다.

그는 온몸을 떨고 있었고, 양손은 여전히 단전 앞에서 있었지만, 반고진공의 운공은 이미 극한에 달해 무언가를 전력을 다해 누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때, 푹 하는 가벼운 소리가 심협의 단전에서 울렸다. 뒤이어 마치 무언가가 깨진 것처럼 혼란스러워진 흑백의 빛이 단전께에서 번쩍거렸다.

심협은 자신의 아랫배 쪽에 광망이 비쳐 투명해진 것을 눈치챘다. 단전 안에서는 주먹만 한 흑백의 공이 빠르게 회전하며 단전을 부수려 들었다.

“이런, 선마의 힘이 반동을 일으킨 것인가!”

그는 다급한 표정으로 두 눈을 번쩍 떴다.

다음 순간, 강력한 공간 법칙의 힘이 그의 체내에서 폭발했고, 가슴과 왼쪽 다리, 오른팔의 뼈가 동시에 바깥쪽으로 뒤틀리더니 공간의 힘에 부러졌다.

그의 가슴은 움푹 파였고, 오른팔과 왼쪽 다리는 일그러졌으며, 체내의 법맥 수백 군데가 끊어져 몸이 순식간에 마비되었다.

심협이 대개박술로 몸을 고치려는데, 단전 안의 혼란스러워진 선마의 힘이 회색 소용돌이가 되어 단전 안의 법력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이어서 법맥 안의 법력도 단전 안으로 역류하면서 대개박술이 곧장 끊겼다.

상황은 예상보다 훨씬 좋지 않았다.

심협은 심신을 진정시키고 고통을 참으며 온몸의 법맥을 봉쇄했고, 이 법력들로 반고진공을 발동하여 폭주하는 선마의 힘과 공간 법칙의 힘을 제압하려 했다.

하지만 온몸이 금빛으로 번쩍이더니 제어를 잃은 공간 법칙의 힘이 다시 폭주했다. 강력하기 그지없는 힘이 그의 몸에서 새어 나오는 순간, 온몸의 피부가 갈라지면서 섬뜩한 균열이 나타났다.

갈라진 피부 사이로 금색 피가 새어 나와 금세 온몸을 적셨다.

콰직!

괴이한 소리가 몸 곳곳에서 들려왔다. 그의 뼈가 조금씩 갈라지는 중이었는데, 이것은 몸에서 나오는 힘이었기에 경지로 막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소요경의 화령자도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는 다급하게 심협을 부르고 전음을 보냈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는 곡현성반을 꺼내 발동하고 법진을 배치하여 소요경에서 빠져나가려 했다.

한편, 심협은 이미 궁지에 몰려 단전이 산산조각 나기 직전이었다.

한데 그때였다. 그의 팔에 있던 혼돈흑련이 갑자기 살아난 것처럼 스스로 뿌리를 꿈틀거리더니 넝쿨처럼 팔을 타고 퍼져 나가 체내로 뻗어 들어갔다.

흑련의 잎도 덩달아 몸 밖으로 나오자 그의 팔이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그때 공간 법칙의 힘이 혼돈흑련의 뿌리와 닿았고, 그 순간, 기이한 현상이 일어났다.

혼돈흑련의 첫 잎이 빠르게 떨리며 검은 빛을 뿜어내자 늘어난 뿌리도 이 빛에 뒤덮였고, 곧장 공간 법칙의 힘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곧이어 혼돈흑련의 뿌리는 계속해서 자라났고, 손목에서 팔꿈치, 옆구리까지 퍼졌으며, 곧장 단전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혼돈흑련 뿌리는 길이가 충분히 길지 않아 뿌리 중 가장 긴 것만 단전 안으로 들어갔고, 나머지는 심협의 뼈 곳곳에 달라붙었다.

그 순간, 단전 안에서 혼란에 빠졌던 소용돌이가 바로 느릿해지더니 그 안에 담겨 있던 선마의 힘과 공간 법칙의 힘이 가느다란 소용돌이가 되어 뿌리에 이끌려 곧장 흡수되기 시작했다. 그러자 폭발 직전이었던 회색 소용돌이와 공간 법칙의 힘이 조금씩 안정을 되찾아갔다.

심협은 통증이 줄어들자 그제야 고개를 숙여 팔에 있는 가늘고 약해 보이는 흑련을 내려다봤다.

일전에 혼돈흑련은 삼재의 천겁을 겪으면서 사라졌다가 다시 살아났다. 그러나 심협은 반고진공을 수련하느라 바빠 혼돈흑련의 변화를 신경 쓸 겨를이 없었는데, 지금 보니 그 잎은 이전 그대로였다.

그는 법력을 조절하고 운공하여 혼돈흑련이 선마의 기의 반동과 공간 법칙 힘의 폭주를 최대한 빨리 제압하도록 도우려 했다. 그러나 몇 번을 시도해봐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심협은 망설이지 않고 대개박술로 몸을 치료한 뒤 손을 뒤집었다. 손바닥이 푸르게 반짝이더니 곧바로 강렬한 영기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바로 정해주였다.

심협이 손을 모아 힘을 주자 콰직 하는 소리와 함께 정해주가 갈라지더니 그 안에 담겨 있던 선천지기가 흘러나왔다. 그는 얼른 다른 손으로 허공을 움켜쥐어 선천지기를 흡수하고 뒤덮어 손바닥에 모았다.

뒤이어 그 손을 혼돈흑련 위에 펴자 혼돈흑련이 잎을 흔들어 선천지기를 곧장 흡수했다.

선천지기가 흡수되자 단전을 찔렀던 뿌리가 갑자기 길어져 더 깊이 파고들었고, 다른 뿌리들도 더욱 길어졌다. 동시에 공간 법칙의 힘과 선마의 기를 더욱 강력하게 압도해갔다.

심협은 기뻐하며 바로 몇 개의 정해주를 꺼냈다. 콰직 하는 소리가 연달아 울리면서 전부 부서지자 바로 대량의 선천지기가 뿜어져 나왔다. 혼돈흑련은 계속해서 이 선천지기를 흡수했고, 뿌리와 잎이 자라기 시작하더니 마침내 아홉 개의 잎이 완전히 펴졌다.

시커먼 잎사귀에서 엄지손가락만 한 연꽃 봉오리 두 개가 뾰족한 뿔처럼 삐죽 솟아 나왔다.

그때, 심협은 뭔가를 느끼고는 바로 손을 휘둘렀다. 허공에 빛의 문이 반짝이더니 화령자가 곡현성반을 든 채 다소 불안정한 공간 법칙을 발동하고 있었다.

“화령자, 뭐 하는 거야?”

“어어…… 너 무사했냐?”

화령자는 뭘 하려던 건지 허공에 휘젓던 팔을 멈춘 채로 어색하게 물었다.

“나를 도우려고 소요경을 부수려던 거야?”

“그, 그래! 이놈아! 네, 네놈이 죽으면 나는…… 소요경에 갇히는 것 아니더냐!”

화령자가 버럭 화를 냈지만, 심협은 그의 진심을 알았기에 피식 웃었다.

“꽃이 폈나?”

화령자는 심협이 대꾸하기도 전에 그의 팔에 있는 혼돈흑련을 감지하고는 깜짝 놀라며 말을 돌렸다.

“아직은 큰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심협은 웃으며 그렇게 말하고는 세 개의 정해주를 꺼내 곧장 깨뜨렸다.

“이…… 물건 아까운 줄도 모르는 놈…….”

영기나 법보를 끔찍이도 아끼는 화령자로서는 심협의 행동에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심협은 신경 쓰지 않고 영기를 이끌어 혼돈흑련에 주입했다. 그러자 두 꽃봉오리가 더 자라났고, 천천히 열리면서 두 사람 눈앞에 펼쳐졌다.

연꽃 안은 순수한 검은색이 아니었다. 잎사귀에 아름다운 금색 무늬가 새겨져 있었고, 가운데 꽃술마저 암금색이라 매우 신비롭고 우아해 보였다.

방금 전까지 심협을 타박하던 화령자마저 넋을 놓고 연꽃을 바라보았다.

심협이 애써 발동하지 않았는데도 연꽃이 가볍게 흔들리더니 꽃술에서 암금색 소용돌이가 나타나 기이한 흡입력을 뿜어냈다.

그 힘은 바깥에는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았고 오히려 심협 체내의 공간 법칙의 힘을 이끌었다. 공간 법칙의 힘은 주위에 있는 봉인 법진과 함께 혼돈흑련의 뿌리를 타고 흘러들어와 연꽃 가운데로 흡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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