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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1185화 (1,184/1,214)

1185화. 퇴각

하얀 빛이 사라지자 주위에서 기다리던 금색 사슬이 번개처럼 날아가 치우 분신들을 모두 꿰뚫었다.

모든 분신이 사라지자 10여 개의 금색 사슬에 관통당한 치우 본체가 허공에 덩그러니 나타났다. 이 본체는 이미 실체로 돌아와 있었다.

여래불조의 미간에서 마치 작은 태양처럼 눈부신 금빛이 반짝였다. 이것은 불문의 오안(五眼) 중 불목(佛目) 신통으로, 삼계를 꿰뚫어볼 수 있다. 원만 경지까지 수련하면 과거와 미래까지 볼 수 있는데, 여래불조는 이 신통을 이용하여 치우 본체가 있음을 간파한 것이다.

그가 결인하자 다른 금색 사슬도 전부 날아와 치우의 몸을 휘감았다.

이전보다 몇 배나 강력한 금고의 힘이 몰려오자 치우는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한쪽 팔에서 마광을 뿜어내 금색 사슬의 속박에서 벗어났다. 그리고는 대진의 한쪽을 향해 남은 팔을 강하게 휘둘렀다.

커다란 검은색 손이 그곳에 나타나 강하게 떨어졌다.

꽈르릉!

산과 땅이 흔들릴 정도의 굉음과 함께 대진 아래에 있는 땅이 갑자기 무너지면서 반경 수 리에 달하는 깊은 구덩이가 생겨났다. 그러나 현황무극진에는 아무런 피해도 없었다.

네 명의 천존이 모이자 현황무극진은 진정한 위력을 발휘했기에 치우 홀로 감당하기는 쉽지 않았다.

여래불조와 호천상제, 진원자는 방심하지 않고 계속해서 전력을 다했고, 원천강도 간신히 버티며 법진을 유지했다.

그때, 하늘에서 우르릉거리는 소리가 크게 울려 퍼지더니 수많은 푸른색 거대한 나무와 거대한 금색 검, 붉은 태양이 다시 하늘에 나타났다. 이번에는 수많은 노란색 산까지 나타나 거대한 무토의 법칙을 뿜어냈다.

네 개의 법칙의 힘이 한곳에 합쳐지자 열 배나 강력한 금고의 힘이 하늘에서 떨어졌다.

대진 영역 안의 허공에서 굉음이 끊임없이 울렸고, 천지가 뒤집힐 것 같았다. 치우의 힘도 갑자기 봉인되어 움직일 수 없었다.

“봉(封)!”

네 사람이 일제히 외치며 현황무극진의 봉인 금제를 발동했다.

수많은 금빛이 허공에서 스며 나오더니 치우 주위에 모여들었고, 눈 깜짝할 사이에 크기가 10여 장에 이르는 금색 수정이 생겨나 치우를 봉인하기 시작했다.

금빛이 끊임없이 모여들자 금색 수정도 빠르게 커졌다.

“네놈들이 본좌를 봉인할 수 있을 줄 알았더냐!”

금색 수정 안의 치우가 눈을 번득이며 외치더니 양손을 결인했다. 그러자 그의 머리와 등, 양팔, 왼쪽 다리 등 다섯 곳에서 혈광이 강하게 뿜어져 나오더니 핏빛 빛줄기가 금색 수정의 봉인을 뚫고 땅속으로 들어갔다.

여래불조와 호천상제, 진원자는 이 광경에 깜짝 놀라 반사적으로 원천강을 돌아봤다. 그러나 원천강도 치우가 어떤 수단을 시전한 것인지 몰랐기에 당장 점을 쳐보려 했다.

그때, 대진 아래의 땅이 갑자기 갈라지더니 다섯 개의 거대한 핏빛 해골이 튀어나왔다. 수십 장에 이르는 거대함과 강력한 기운, 치우와 비슷한 생김새에 사나움까지 더해져 마치 지부 가장 깊숙한 곳에서 부활한 원혼(冤魂) 같았다.

네 사람으로서는 한 번도 보지 못한 것들이었지만, 수많은 전투를 겪은 자들답게 치우를 계속 제압하는 동시에 이 해골들에게 공격을 퍼부었다.

“지지위강(指地爲鋼)!”

진원자가 노랗게 번쩍이는 손으로 땅을 가리켰다.  그러자 반경 수십 리의 땅이 전부 노란빛을 띠더니 해골들의 두 다리가 완전히 밖으로 나오기도 전에 땅이 강철처럼 단단해져 이들을 붙들었다.

이어서 호천상제가 팔을 휘두르자 금빛 허상이 손에서 빠져나가 순식간에 다섯 해골의 상공에 나타났다. 금색 전추에는 쇄적(碎寂)이라는 두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이 추의 이름이었다.

용 머리 형상의 암홍색 자루에서 쇄적이 회전하자 금속끼리 충돌하는 소리가 울렸고, 지양지강의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추는 순식간에 궁전만 해지더니 다섯 구의 핏빛 해골 위에 떨어졌다.

콰쾅!

굉음과 함께 다섯 해골은 폭발했고, 수많은 뼛조각이 되어 땅에 흩어졌다.

한데 치우는 개의치 않는 듯 차갑게 웃더니 여전히 체내의 혈광을 발동하여 계속해서 땅에 주입했다.

천둥 같은 굉음이 땅속에서 연달아 울려 퍼지더니 무언가 계속해서 땅을 뚫고 튀어나오려 했다.

진원자가 빠르게 주문을 읊으며 손끝에서 커다란 노란 빛을 뿜어내 지지위강 신통의 위력을 더 높이려 했다.

한데 그때, 다섯 해골의 뼛조각들이 갑자기 녹아내려 혈광이 되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땅의 노란 빛에 수많은 구멍을 뚫었다. 이에 지지위강 신통은 순식간에 무너지고 말았다.

꽈르릉!

땅속에서 굉음이 들려오더니 대진 아래의 땅이 완전히 무너졌고, 핏빛 해골이 하나둘 튀어나왔는데, 그 수가 무려 76구였다.

76구의 해골은 나타나자마자 현황무극진으로 달려들었다.

이뿐만 아니라 땅의 혈광이 모여들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다섯 개의 핏빛 허상이 되었고, 곧바로 핏빛 해골로 변하더니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현황무극진으로 날아들었다.

원천강 등은 깜짝 놀라 서둘러 다시 공격하려 했다.

이 핏빛 해골들은 하나하나의 위력만 보면 네 사라에게 크게 미치지 못했지만, 81구의 해골이 한꺼번에 달려들자 전부 막아낼 수는 없었다. 이 수많은 해골은 현황무극진으로 다가와 핏빛 손으로 대진 곳곳을 쥐었다.

현황무극진은 절세의 법진이라 대진이 한번 펼쳐지면 법진 안은 하나의 세계가 되어 내부에서 부수기는 매우 어려웠다. 그러나 바깥에서 부수는 것은 훨씬 쉬웠다.

수십 개의 핏빛 뼈 손이 일제히 현황무극진을 움켜쥐자 눈 깜짝할 사이에 대진의 진문이 적잖게 찢어졌다.

가장 큰 핏빛 해골은 기회를 노리고 있다가 핏빛 그림자로 변하여 대진의 갈라진 틈으로 파고들었다. 이어서 재빨리 치우에게 다가가더니 혈광이 뿜어져 나오는 손으로 금색 수정 봉인을 콱 쥐었다.

콰지직!

무언가 깨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금색 수정 봉인에 다섯 개의 커다란 균열이 생겼고, 균열이 생긴 현황무극진은 다시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치우가 이런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 그가 온몸에서 뿜어낸 흑홍색 마광이 수정 봉인의 균열 사이를 파고들어 순식간에 현황무극진 절반을 침투했다.

이 전광석화 같은 빠른 변화에 원천강 등은 전혀 반응하지 못했다.

“이런!”

원천강이 기겁하며 홍황천기반의 시간 정지 신통을 다시 시전하자 우르릉거리는 굉음이 현황무극진 안에서 들려왔다.

그러나 커다란 흑백 빛줄기가 대진에서 뿜어져 나와 하늘 높이 솟구치자 현황무극진은 조금도 막아낼 수 없었다. 심지어 금색 사슬과 거대한 나무, 거대한 산 등 법칙의 힘들 역시 흑백 빛줄기에 닿자 썩은 나무처럼 쉽게 흩어졌다.

천지를 파멸할 정도로 강력한 치우의 기운이 흑백 빛줄기 안에서 폭발했다. 이전보다 몇 배는 강력한 기운이었다.

원천강 등은 몸을 덜덜 떨었고, 표정은 점점 어둡게 변해갔다.

이것이 치우의 진정한 실력이란 말인가! 그들 네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다. 양쪽 사이에는 절대로 넘을 수 없는 간격이 있어서 현황무극진이 있음에도 막아내기란 불가능했다.

“치우가 저 정도로 강했다니! 우리로서는 도저히 상대가 안 됩니다. 이곳의 신마의 우물은 포기하고 어서 후퇴하는 게 좋겠습니다.”

원천강이 현황무극진의 진도를 회수하며 단호하게 말했다.

다른 세 사람은 일순 머뭇거렸지만, 결국 법보를 거두고는 네 개의 둔광으로 변하여 멀리 날아갔다.

“흥! 도망치도록 내버려둘 줄 아느냐!”

치우가 차갑게 외치자 거대한 검은색 도끼가 흑백의 빛줄기에서 날아와 네 사람을 쫓았다.

거대한 도끼 표면에서 뿜어져 나온 검은 빛이 하늘을 물들이더니 네 사람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하늘마저 무너뜨릴 듯한 압박감이 폭발하자 네 사람의 비둔은 곧장 굳어지더니 그 자리에 멈춰 더는 움직이지 못했다.

그때였다. 그들의 머리 위에서 갑자기 눈부신 은백의 광망이 번쩍이더니 강렬한 공간 법칙 파동이 하늘 가득 퍼지자 주위가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뒤이어 희미한 그림자가 허공에 나타났는데, 누군지는 알 수가 없었다.

검은 도끼가 일그러진 허공을 베며 연달아 몇 겹의 공간을 깨트렸지만, 여전히 그곳에 막혀 있었다.

“어서들 가십시오!”

희미한 그림자가 큰소리로 외쳤다.

“갑시다.”

“아미타불!”

원천강 등은 꿈에서 막 깨어난 듯 상대에게 감사의 인사조차 하지 못하고 멀리 달아났다.

치우의 성난 포효와 함께 방대하기 그지없는 마기가 폭발했지만, 신비한 존재의 힘에 막혀버렸다.

네 사람은 전력으로 도망쳤고, 금방 비경을 벗어나 비경의 공간을 찢고는 방촌산 상공으로 돌아왔다.

연맹 대군과 방촌산 제자들은 여전히 마족 대군과 싸우는 중이었는데, 어찌나 치열한지 아직도 승부가 나지 않았다.

네 사람이 나타나자 육이미후와 구명 등은 표정이 돌변하더니 서둘러 마족 대군을 이끌고 철수했다.

“비경 안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아, 진원 도우도 오셨구려!”

보리 노조가 바로 다가오며 물었다.

“치우의 실력이 상상 이상이라 우리 넷으로는 적수가 되지 않았습니다. 누군지 모르겠으나 어떤 신비한 존재가 치우를 붙들고 있으니 지금 빨리 장안으로 돌아가 다음 계책을 세워야 합니다! 아무래도 이곳은 포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호천상제가 비취색 영선을 꺼내 휘두르자 영풍이 연맹과 방촌산 제자들을 모두 감쌌고, 다음 순간 모두가 사라졌다.

* * *

바깥세상의 며칠이 진법 안은 몇 년과 같았기에 주광순화대진 안에서는 이미 10여 년이 지나 있었다.

구룡전 안의 대진. 누군가가 가부좌를 한 채 양손을 몸 앞에 모으고 있었다. 온몸은 금빛으로 뒤덮여서 금칠한 조각상 같았는데, 바로 심협이었다.

굳게 감은 두 눈과 차분한 표정, 몸 주위는 흑백의 광망에 뒤덮였는데, 흑백의 광망은 하나로 합쳐졌다가 서로를 쫓아다니기도 했다. 마치 흑백의 두 마리 물고기가 쉬지 않고 헤엄치는 것 같았다.

대진 안에서 하루도 게으름을 피우지 않은 결과, 그는 마침내 반고진공 9성을 이루었고, 수련 경지도 한계를 돌파하여 천존 후기에 도달했다.

심협이 두 눈을 번쩍 뜨자 두 눈이 별처럼 번득였다. 그가 입을 열고 가볍게 숨을 들이마시자 흑백의 광망이 좌우에서 휘감기며 그의 입으로 들어가 가슴과 배를 타고 내려가 단전으로 들어갔다.

두 줄기 광망이 체내로 들어가자 심협의 단전이 흑백으로 빛나며 몸의 기운이 갑자기 폭증했고, 무형의 질풍이 몸을 휘감아 공기 중의 미세한 먼지까지 소멸시켰다.

심협이 양손을 가볍게 비비자 손바닥 안에 흑백의 광망이 떠올랐고, 이내 두 빛이 합쳐져 주먹만 한 반흑반백의 작은 공이 되었다. 이 공이 조금씩 떨려오면서 파지직 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는 신중한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힘을 제어하며 끊임없이 흑백의 작은 공을 억눌렀다. 공은 점차 줄어들었고, 용의 눈알 정도 되는 흑백의 구슬이 되었다. 이 흑백의 구슬은 더 이상 떨리지도, 줄어들지도, 파지직 하는 소리를 내지도 않았다. 심협은 그제야 천천히 한손을 내려놨고, 두 손가락으로 구슬을 가볍게 쥔 후 이리저리 살폈다.

한참을 보고 있는데, 화령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심협, 선마의 힘을 마침내 합칠 수 있게 되었구나!”

두 손가락으로 가볍게 흑백의 구슬을 누르자 두 개의 힘이 갈라지면서 두 줄기 빛이 되어 그의 손끝을 타고 다시 체내로 들어갔다.

“아직은 체외에서 합칠 수 있을 뿐이야. 단전 안에서는 아직 완전히 합칠 자신이 없어.”

심협은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네 녀석은 가끔 보면 너무 신중하단 말이야. 네 반고진공은 이미 9성에 도달했고 체외에서 선마의 힘을 합치는 것도 열에 아홉은 성공인데 아직도 자신이 없다는 것이냐?”

화령자는 끌끌 혀를 찼다.

“선마의 힘을 완전히 합치면 이변이 일어날 거야. 체외에서 융합하는 것도 아직 성공률이 8할 정도에 불과하니 단숨에 마지막 관문을 뚫을 엄두는 나지 않아.”

심협은 신중한 표정으로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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