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몽주-1183화 (1,182/1,214)
  • 1183화. 진 복원

    콰쾅!

    굉음과 함께 백 장 깊이의 구덩이가 생겨났다. 동시에 연대 아래의 금색 광막이 미친 듯이 반짝였지만, 깨지지는 않았고, 조금씩 안정되었다.

    치우가 의외라는 듯 고개를 갸웃하더니 크게 걸음을 내딛었다. 이내 그의 몸이 사라졌다가 수백 장을 단숨에 뛰어넘어 연대 앞에 나타나더니 주먹을 뻗었다.

    이 주먹이 떨어지기도 전에 흑백 광망이 그의 팔에서 뿜어져 나왔는데, 심협이 보았다면 이 광망에 담긴 마기와 영력이 거의 완벽하게 어우러져 있음을 대번에 눈치챘을 것이다.

    거대한 주먹이 금색 보호막에 꽂히자 천지를 무너트릴 듯한 힘이 사방으로 퍼지며 반경 수십 장이 무너져 내렸고, 금색 보호막도 사분오열됐다.

    광막 안의 여래불조와 호천상제, 원천강은 이 강력한 힘에 휩쓸려 피를 토하며 운석처럼 날아갔다.

    치우의 눈이 살기로 번들거렸고, 다른 손에서는 검은 빛이 번쩍였다.

    세 개의 거대한 마조와 치우지박 신통이 순식간에 원천강의 머리 위로 뿜어져 나와 움켜쥐려했다.

    마조가 지나가는 허공마다 종잇장처럼 쉽게 갈라져 거대한 균열이 생겼다.

    영산은 법체 쌍수를 중시하여 육신이 매우 강력했고, 여래불조는 십이품 금련으로 보호했기에 가장 먼저 몸을 가누었다. 그는 서둘러 십이품금련을 발동했다.

    하지만 검은색 마조의 기세가 너무도 강하고 빨라서 그가 전력을 다해도 자신만 겨우 보호할 수 있을 뿐, 호천상제와 원천강을 보호할 틈이 없었다.

    호천상제는 십이품금련 같은 방어 지보를 갖지 못한 터라 치우의 강력한 주먹에 더 큰 영향을 받았고, 결국 여래불조보다 반응이 늦었다.

    그는 다급한 나머지 미처 법보를 꺼내지 못하고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거대한 금색 손바닥이 떠올랐는데, 그 손에는 수많은 금빛이 흐르고 있었고, 수많은 신비한 고문자가 떠올랐다. 강력한 기운이 반경 백 리의 기류를 들끓게 하며 검은색 마조를 향해 날아갔다.

    경지가 가장 낮은 원천강은 치우지박이 머리 위 몇 장까지 다가오고 나서야 겨우 정신을 차렸지만, 너무 늦어서 죽음을 피할 수 없을 듯했다.

    한데 그때, 그의 몸에서 갑자기 눈부신 하얀 빛이 번득이더니 갑자기 몇 배나 빨라져 쏜살같이 뒤로 빠져나갔다.

    이와 동시에 간장 막사, 무자경, 복마천서, 세 개의 법보가 그의 소매에서 나오더니 믿을 수 없는 속도로 날아가 검은색 마조 앞을 막았다.

    쾅! 쾅! 쾅!

    세 번의 공음이 울려 퍼졌고, 여래불조는 십이품금련과 함께 날아가 금색 피를 토했다.

    호천상제의 거대한 금색 손이 가볍게 찢겨 나가면서 그는 오른팔에 뼈가 보일 정도로 깊은 상처를 입었다. 잘리지 않은 것이 다행일 정도였다.

    반면 원천강은 제때 뒤로 피하여 다치지는 않았으나, 세 개의 법보는 곳곳이 파손되고 광망이 어두워졌다.

    그는 이 법보들을 아까워할 틈도 없이 손을 뒤집어 홍황천기반을 꺼내고는 빠르게 회전시켰다. 그러자 하얀 빛이 빠르게 퍼져 나갔는데, 이 빛에는 시간 법칙의 힘이 담겨 있었다.

    치우는 두 번의 공격으로 한 명도 죽이지 못하자 불만족스러운 듯 눈을 가늘게 뜨고는 다시 공격하려고 했다. 그때 하얀 빛이 빠르게 날아와 그를 뒤덮었다.

    미처 대비하지 못한 상태에서 빛이 비치자 치우의 움직임이 멎었다.

    “어서! 오래 버티지 못합니다!”

    하얀 빛무리를 유지하는 것이 매우 힘든지 새빨갛게 변한 원천강의 얼굴에는 핏줄까지 솟아올랐고, 결인한 양손이 덜덜 떨려왔다.

    여래불조는 운공하여 상처를 억누르며 바로 십이품금련을 발동했다. 그러자 금빛이 퍼져 나가 원천강과 호천상제 그리고 자신까지 뒤덮더니 바로 땅으로 떨어졌다.

    이전의 금색 보호막이 다시 생겨나더니 연대 아래에서 수많은 금색 뿌리가 자라났고, 땅으로 파고들어 지하 영맥과 연결됐다.

    불문 지보이자 신묘함이 상상을 초월하는 십이품금련의 금련 뿌리가 신마의 우물 입구까지 파고 들어갔다. 그러자 순수하기 그지없는 천지영기가 전해지면서 금색 보호막은 크게 두꺼워졌다.

    그 순간, 원천강이 마침내 버티지 못하고 피를 토했다. 안색은 더없이 창백한 상태였다.

    홍황천기반의 하얀 빛이 부서지자 이 빛이 뒤덮은 영역도 원래대로 돌아왔다.

    “시간 정지 신통! 방금 네 속도가 빨라진 것은 시간 가속인가? 어디서 그런 신통을 익힌 것이냐?”

    치우도 움직임을 회복하고는 의아한 듯 원천강에게 물었다.

    시간 정지와 시간 가속은 시간 법칙에서도 절정의 신통이라 예부터 지금까지 시전할 수 있는 자가 몇 명 없었다. 한데 지금 갑자기 나타났으니 그 강력한 치우도 놀라움을 금치 못한 것이다.

    원천강은 물론 치우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고, 홍황천기반을 거두더니 가부좌를 틀었다. 몸에서 초록색 빛이 흘러나와 짙은 을목영기를 흡수하며 상처를 치료해갔다.

    여래불조가 앞을 막아선 채 치우를 노려보았다.

    호천상제도 가부좌를 틀었는데, 팔에서 금빛이 반짝이며 앞서 치우지박에 당한 상처가 절반이나 회복되었다. 그는 이어서 현청 영패를 꺼내 결인하여 발동했다.

    세 사람이 이곳에 온 목적은 치우와 승부를 가리기 위함이 아니라 신마의 우물 입구를 보호하기 위함이었다.

    현청 영패 안에는 청제목황대진의 진추가 들어 있으니 청제목황대진만 지키면 신마의 우물 입구를 지킬 수 있을 터였다.

    영패에서 초록색 빛이 번득이기 시작하자 수많은 부문이 조금씩 나타나 점점 밝아졌다.

    이를 본 치우는 표정이 싸늘하게 변하더니 손을 휘둘렀다.

    만 장의 혈광이 뿜어져 나와 회전하자 고졸한 마문이 가득한 거대한 핏빛 도끼가 나타나 십이품금련을 내려쳤다.

    횡포하기 짝이 없는 도끼의 날이 허공을 베자 거대한 균열이 생겨 천지가 둘로 갈라질 것 같았다. 무시무시한 그 기세는 치우지박보다도 강력했다.

    여래불조는 치우의 다음 일격이 보통이 아닐 것을 예상했지만, 막상 이 광경을 실제로 보자 안색이 변했다. 그는 서둘러 전력으로 금련 뿌리를 발동하여 신마의 우물 안의 영력을 흡수했다. 체내의 법력이 쏟아져 나와 십이품금련으로 주입되었다.

    금색 광막의 금빛이 강해지며 두 배로 두꺼워지자 외형에도 변화가 일어나 연꽃 모양으로 변했다.

    핏빛 도끼가 강하게 내려와 금색 연대를 찍자 하늘이 흔들릴 정도의 굉음이 울려 퍼졌다.

    짧은 시간에 비경 안에서는 세 번의 충돌이 연속으로 일어났는데, 그중에서도 이번이 가장 격렬하여 커다란 균열이 땅에 퍼졌고 허공에도 균열이 가득했다.

    금빛과 혈망이 교차하자 소용돌이가 하늘 높이 치솟았고 거센 기의 파도가 사방으로 몰아쳤다.

    금색 광막과 함께 여래불조의 몸도 흔들렸고, 입가에는 피가 흘렀다.

    하지만 결인한 그의 양손은 조금도 풀어지지 않았고, 법력도 여전히 십이품금련으로 주입되었다. 금색 광망은 빠르게 안정되어 핏빛 도끼의 일격을 막아냈다.

    “으윽!”

    여래불조는 피를 토하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 순간, 호천상제가 마침내 술법을 완성했고, 현청 영패가 초록색 빛이 되어 땅에 박혔다.

    초록색 빛이 영패에서 뿜어져 나오더니 청제목황대진으로 녹아 들어갔다.

    청제목황대진은 치우의 마염에 절반이나 불에 탔고, 대진 안의 영문도 마염의 침식 아래 곧 부서질 위기였으나, 현천 영패가 변한 초록색 빛이 주입되자 진문이 살아나 신마의 우물에 담긴 영력을 빠르게 흡수했다.

    대진 전체가 갑자기 초록색으로 번득이더니 빠르게 커지며 빛을 뿜어냈다.

    신마의 우물에 담긴 영력의 도움 아래 나무들은 이전보다 몇 배나 더 빠르게 자라나 치우 마염의 침입을 막아냈다.

    이 연이은 변화는 전광석화와 같았고, 땅 아래에서 일어난 일이라 치우도 막을 수가 없었다. 그는 금색 보호막을 부수려다가 이 광경을 보고는 공격을 멈췄다. 원천강 등이 저 강력한 청제목황진을 장악하게 된다면 상황은 좋지 않게 흘러갈 터였다.

    치우가 한 손을 결인하고 다른 손을 들어 올리자 거대한 혈광이 손에서 뿜어져 나가 순식간에 치우지염으로 녹아들었다.

    치우지염이 갑자기 커지고 끈적끈적해지면서 피처럼 솟구치자 구역질이 날 정도로 짙은 피비린내가 퍼져 나와 청제목황진을 제압하려 했다.

    그러나 청제목황진의 위력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상쾌한 바람 소리가 들려오더니 산처럼 거대한 초록색 빛줄기가 숲 중심에서 뿜어져 나와 천 장 높이까지 솟구쳤다.

    빛줄기에는 거대한 나무 허상이 어렴풋이 보였다. 바로 보리성수(菩提聖樹)로, 마른 대지가 빗물을 빨아들이는 것처럼 나무에 가득한 생기가 이곳의 피비린내를 제거해 나갔다.

    치우지염도 초록색 빛에 관통되자 거센 마염이 사방에서 몰려와 초록색 빛줄기를 삼키려 했다. 그러나 초록색 빛이 끊임없이 뿜어져 나와 마염의 불길을 완강히 막아냈다.

    청제목황대진의 진문이 완전히 회복되어 빠르게 운공하기 시작했다.

    보리 비경으로 짙은 천지영기가 몰려오자 대진 안의 나무가 자라나는 속도는 또다시 열 배나 빨라졌고, 치우지염으로도 더는 막지 못했다. 결국 숲은 순식간에 본래 모습을 되찾았다.

    치우는 표정이 조금 어두워지더니 손에서 만 장의 혈광을 쏘아서 다시 핏빛 도끼를 만들고는 청제목황진을 내리쳤다.

    호천상제가 소매를 휘두르자 금색 서책이 날아갔는데, 바로 천정의 지보인 천책이었다. 천책은 유성처럼 단숨에 천 장을 날아갔다.

    책은 휘익 하며 백 배로 커지더니 순식간에 매우 크고 두꺼운 금색 책이 되어 방패처럼 핏빛 도끼를 막았다.

    예상했던 경천동지할 굉음은 들려오지 않았지만 거대한 천책이 움푹 파였다. 그러나 찢어지지 않고 수십 장을 뒤로 날아갔다가 천천히 멈춰 섰다.

    천책의 금빛은 조금도 약해지지 않았고, 오히려 수많은 천병과 천장의 허상을 떠올렸다. 이들은 손을 내밀어 책을 지탱했고, 핏빛 도끼는 더 나아가지 못하고 막혔다.

    천책에는 천정의 수많은 천병과 천장의 심신 각인이 새겨져 있어 이 책을 장악한 호천상제는 공간을 뛰어넘어 수많은 천병의 힘을 불러올 수 있었다. 그래서 치우의 이 강력한 공격도 천책으로 거뜬히 막아낸 것이다.

    “천도 금책!”

    치우가 조금 놀란 듯 외치더니 오히려 화색이 돌며 손을 들었다. 그러자 핏빛 마영(魔影)이 날아가 천책을 휘감았다. 이는 화천마영(化天魔影)으로, 어떤 법보든 걸려들면 바로 영성을 잃고 그에게 연화되게 하는 신통이다.

    천책은 천도의 지보이지만, 휘황찬란한 금빛으로도 화천마영을 막아내지 못한 듯 눈 깜짝할 사이에 몇 장이나 핏빛에 물들었다.

    그러나 호천상제는 당황하지 않고 주문을 읊조려 천책의 흡수 신통을 발동했다.

    금색 천책이 촤르륵 펼쳐지며 금빛으로 반짝이자 화천마영과 핏빛 도끼는 모두 허공에서 사라졌다.

    치우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호천상제는 다시 결인했다. 천책에서 금빛이 번쩍이더니 거대한 핏빛 도끼가 나타나 치우의 머리를 향해 날아갔다. 그 속도나 위세 모두 치우가 휘둘렀을 때 그대로였다. 천책에는 다른 물건을 흡수하는 신통이 있고, 흡수한 것과 주인의 심신 연결을 끊을 수도 있어서 이 핏빛 도끼처럼 원기로 뭉쳐진 공격을 대적하기에 적합했던 것이다.

    꿈속 세상에서 심협은 천책 허상으로도 수많은 공을 세웠는데, 그보다 경지가 훨씬 높은 호천상제가, 그것도 천책 본체를 사용하고 있으니 그 위력은 이루 말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건방 떨지 마라!”

    치우가 포호하며 오른손을 내밀자 다섯 개의 핏빛 손가락 허상이 허공에 나타나 핏빛 도끼를 잡았다.

    챙!

    굉음과 함께 핏빛 도끼는 허공에 낀 듯 더는 움직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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