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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1180화 (1,179/1,214)
  • 1180화. 전권 인계

    동해 용궁. 수십만의 수군이 용궁 근처에 정렬하여 거대한 진을 이루고 있었다. 북소리가 울려 퍼지고 깃발이 펄럭이며 엄숙하고 살벌한 기운이 흘렀다.

    용궁 진영 한가운데 거대한 지휘대가 떠 있었고, 그 위에는 여러 사람이 서 있었다. 선두에 선 여장수는 영웅의 기개가 가득한 홍의(紅衣)의 여장수였다.

    그녀의 이름은 오란(敖鸞). 서우하주의 큰 강 용연하(龍淵河)의 용녀로, 오홍과 혼약을 맺고 반년 전에 동해 용궁으로 시집온 여걸이었다.

    오란은 활달한 성정으로, 왕후의 자리에 올랐음에도 도와 창을 휘두르기를 좋아했고, 경지도 매우 높아 벌써 태을 경지였다.

    반년 동안 이 여인은 부하 하나 거느리지 않고 혼자서 동해 용궁을 누비며 용궁의 정예 병사부터 맹장까지 전부 굴복시킨 터였다. 이에 오홍은 신마의 기둥 일을 처리하러 가면서 동해 용궁의 병력을 그녀에게 맡겼다.

    오홍과 오중이 장안성으로 떠나자 그녀가 책임지고 동해 용궁을 지키는 중이었다.

    그녀 뒤에는 원구와 거울 요괴 그리고 몇 명의 동해 용궁 고수가 서 있었다.

    먼 하늘에서 검은 구름이 나타나더니 빠르게 커지면서 하늘 절반을 칠흑처럼 물들이자 마치 종말이 다가오는 것만 같았다.

    검은 구름에는 수많은 마병과 마장, 거대한 마수가 포함되어 있었다. 어떤 것은 산처럼 거대해서 보는 것만으로도 놀랄 정도였다.

    두 개의 거대한 검은색 깃발이 검은 구름 위에서 펄럭였는데, 그 위에는 ‘유계’, ‘인호’라고 쓰여 있었다.

    동해 용궁 진영의 위세가 아무리 대단해도 이 검은 구름과 마장의 기세 앞에서는 한참 모자랐다. 진영 안의 적지 않은 용궁 병사들은 겁에 질렸고, 진영이 조금씩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적을 눈앞에 두고 혼란에 빠지다니, 이 무슨 꼴이더냐! 모두 정신 차리지 못할까!”

    오란이 버럭 호통을 치자 커다란 음파가 천둥처럼 휘몰아쳤다.

    병사들이 움찔하더니 몸을 곧게 세웠다.

    마족 대군. 공선과 만성 공주가 검은색 깃발 아래 나란히 서 있었다.

    “저 여자가 오홍의 왕후 오란인가? 군사를 잘 통솔한다더니 제법이군.”

    만성 공주가 멀리서 오란을 보더니 차갑게 웃었다.

    벽파담은 서우하주에서 유명한 큰 호수로, 물자가 풍부하고 실력이 탄탄했다. 그러나 사해 용궁은 줄곧 정통 용족을 자처하여 다른 강의 용궁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이전에 만성 용왕은 서해 용궁과 혼인을 맺기 위해 수많은 선물과 예물을 보내 허락을 구해야만 할 정도였다.

    만성 공주는 자존심이 강하여 이 일을 엄청난 굴욕이라 여기고는 신혼 첫날밤 구두충과 사통하여 사해 용궁 같은 정통 용족에게 엄청난 모욕을 줬다.

    하지만 이 일로 벽파담도 사해 용궁과 천궁에게 완전히 버림받아 요족 부류로 전락하고야 말았다.

    이제 치우가 부활했고 만성 공주가 그 휘하로 들어가면서 사해 용궁과는 철천지원수가 되었으니, 이번에 동해 용궁을 급습할 때에도 세력이 가장 큰 용궁을 직접 궤멸시키기 위해 만성 공주가 자진해 나섰다.

    “그대는 이 전쟁에 관심이 많으니 전군을 지휘해보시오.”

    공선은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듯 동해 용궁 쪽을 쳐다보지도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

    “좋습니다. 그럼 주제넘지만, 제가 지휘하도록 하죠.”

    만성 공주가 기뻐하며 핏빛 영패를 꺼내 휘둘렀다.

    콰르릉!

    화려한 혈광이 하늘을 가르며 날아가자 천둥 같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다 죽여라!”

    만성 공주는 연설 같은 것에 관심이 없었기에 바로 개전(開戰)을 명했다.

    수많은 마병과 마장 그리고 거대한 마수가 성난 파도처럼 검은 구름에서 뛰어내렸다. 그들이 지나가는 모든 천지가 어두워지면서 크게 흔들려 천지가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만 같았다.

    오란은 이 광경에 조금 놀랐지만, 당황하지 않고 푸른 용기(龍旗)를 꺼내 들었다.

    푸른 안개가 뿜어져 나와 동해 용궁 병사들을 뒤덮었고, 안개 속에서 매우 거대한 법진이 떠오르자 주위의 천지영기가 성난 파도처럼 흘러들어왔다.

    법진에서 푸른 빛이 뿜어져 나와 하늘 높이 솟구치자 수십만의 동해 병사들이 전부 사라지더니 10여 리 밖에 나타났고, 마족 대군은 허탕을 쳤다.

    그 순간, 아래 용궁에서 갑자기 수백 개의 산처럼 거대한 푸른 빛줄기가 번득이더니 눈부신 푸른 번개가 감돌았다. 이어서 무시무시한 영력 파동이 뿜어져 나오는 푸른 빛줄기가 달려드는 마족을 뒤덮었다.

    “안 돼!”

    만성 공주가 경악하며 핏빛 영패에서 빛을 크게 번득이고는 뭔가를 하려 했지만, 이미 늦고 말았다.

    수백 개의 푸른 빛줄기가 거대한 촉수처럼 마족 대군을 강타했다.

    일격에 마족 대군의 최전방 부대 중 3할은 몸이 날아갔고, 피와 잘린 팔다리가 비 오듯 쏟아졌다.

    오란이 크게 기뻐하며 손을 뒤집어 눈부신 뇌전이 감도는 푸른 진반을 꺼내더니 대번에 부스러뜨렸다.

    푸른 촉수들이 강렬한 소리와 함께 폭발하자 거대한 푸른색 뇌전이 퍼져 나가 마족의 최전방 부대를 뒤덮었다.

    간신히 살아남았던 마병과 마장은 비명조차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잿더미가 되었다.

    불과 몇 호흡 만에 수만의 마족 병사가 완전히 전멸했다.

    분노로 안색이 새하얗게 질린 만성 공주는 서둘러 후속 부대에게 멈출 것을 명했다.

    그때, 용창을 든 오란이 은색 뇌전으로 변하여 마족 대군으로 돌진했다. 그녀의 은색 창이 종횡무진 날아다니며 신출귀몰하자 막아낼 마족이 없었다.

    그녀의 뒤에서는 원구와 거울 요괴 등이 일제히 법보를 꺼내 공격에 가담했다.

    동해 용궁 대군도 곧바로 뒤를 따라 마족 대군을 죽이기 시작했다.

    전방 부대가 전멸하면서 진형이 흐트러진 마족 대군은 속수무책이었고, 눈 깜짝할 사이에 만 명에 가까운 마병과 마족이 죽어 나갔다. 마족 대군 진형은 순식간에 혼란에 빠졌다.

    “본궁의 명령을 들으라! 모든 마염위(魔魘衛)는 출격한다! 감천전고(撼天戰鼓)를 울려라! 동해 용궁의 공세를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

    만성 공주가 놀란 목소리로 잇달아 명령을 내렸다.

    마염위는 마족이 비밀리에 키운 고수들로, 개개인이 진선기의 강자였다. 또한, 그들은 비법으로 육체를 단련하여 육신이든 신혼이든 매우 강력했고, 약점이 거의 없었다.

    수십 개의 검은색 그림자가 마운에서 내려와 오란과 거울 요괴를 비롯한 고수들에게 달려들었다.

    칠흑 같은 마운에서 기이한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붉은 광망이 솟구치면서 거대한 산 같은 붉은색 전고가 나타났다. 이 전고는 곧장 날아가 마염위보다 먼저 동해 용궁 대군에 도착했다.

    둥- 둥-!

    붉은색 전고가 천둥처럼 울려 퍼지자 빼곡한 붉은 음파가 매우 멀리까지 뿜어져 나가 동해 용궁 대군을 완전히 뒤덮었다.

    용궁 대군과 뒤엉켜 싸우던 마족 병사들도 음파에 뒤덮였지만, 이들은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았다.

    반면 용궁 병사들은 음파에 닿자마자 어지러움을 느끼고는 공세가 크게 약해졌다.

    그 순간, 마염위들이 전장에 나타나 전력으로 공격을 퍼붓자 순식간에 대량의 용궁 병사들이 목숨을 잃으면서 전세(戰勢)가 대등해졌다.

    이를 본 오란이 한 손을 휘두르자 은창에서 광망이 폭증하더니 수많은 은색 창의 허상이 나타났다. 이어서 반경 수십 장 안에 있던 마족의 미간에 구멍이 뚫리고 뒤로 쓰러져 전부 혼과 백이 소멸했다.

    그녀는 창을 들고 용의 형상으로 변해 은색 번개를 뿜어내며 붉은 전고를 향해 돌진했다.

    “어딜!”

    주위에 있던 다섯 명의 마염위가 곧장 오란의 앞을 막아섰다. 그들 모두 진선 후기 경지로, 마염위 내에서도 뛰어난 자들이었다.

    검은색 마도와 마창, 도끼에 비취색 여의와 노란색 갈고리까지 총 다섯 개의 법보가 각각 다른 방향에서 오란을 공격해왔다.

    오란은 막지 않고 더욱 빨리 돌진했다.

    “죽어라!”

    다섯 명의 마염위는 진선 후기에 불과했지만, 마족 비술을 수련한 데다 특수한 수단으로 육신을 개조하여 보통의 진선 후기를 훌쩍 뛰어넘었다. 그런 자 다섯 명의 연합이면 어지간한 태을 존재보다 약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오란은 멈추지도 피하지도 않았다.

    다섯 마염위가 동시에 힘을 뿜어내자 법보의 광망이 강해져 은색 뇌전을 찢고 오란의 몸을 베려 했다.

    그 순간, 오란의 가슴 앞에서 갑자기 푸른 빛이 나오더니 빙글빙글 돌면서 거울 허상으로 변했다. 바로 거울 요괴의 그 오래된 거울이었다.

    마염위의 다섯 법보는 거울과 충돌하자마자 튕겨 나갔고, 거울 허상은 일회성 신통이었는지 부서져 사라졌다.

    오란이 단숨에 다섯 마염위 사이를 지나 곧장 암홍색 전고 앞까지 다가가더니 은색 창에서 만 줄기의 뇌전을 뿜어내 붉은 북을 찌르려 했다.

    한편, 만성 공주는 진즉부터 오란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었지만, 다섯 마염위가 그녀를 막아낼 것이라 생각해 나서지 않았다. 한데 오란이 기이한 신통으로 단번에 다섯 마염위를 따돌리고 감천전고 앞까지 다가가니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나서서 막으려고 해도 이미 늦은 터였다.

    한데 그때, 오색 광망이 순식간에 10여 리를 지나 곧장 오란의 은색 창에 명중했다.

    믿기 어려운 강력한 힘이 전해오자 오란은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창과 함께 뒤로 날아갔다.

    “왕후님!”

    벽수야차가 서둘러 다가가 수차를 위로 들자 푸른 수막이 오란 뒤에 나타나 그녀의 몸을 받아냈다.

    오란의 손에 들린 은창은 웅웅 떨렸다. 이 떨림은 한참이 지나도 멈추지 않았다.

    그때, 누군가 기척도 없이 감천전고 옆에 나타났다. 바로 공선이었다. 만성 공주는 유계존자를 보며 속으로 안도하면서도 분노로 표정이 일그러졌다.

    “오란 님, 조심하세요. 저자는 공선이라는 자인데, 천존 경지입니다. 주인님도 신마의 우물 비경에서 저자를 상대로 꽤 애를 먹으셨어요!”

    거울 요괴가 뒤에서 다가오며 주의를 일깨우자 오란의 표정이 굳어지더니 벽수야차와 거울 요괴를 데리고 뒤로 물러섰다. 그녀는 자신감이 넘쳤지만, 그렇다고 천존 존재를 상대할 수 있다고 자만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녀도 의지할 곳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이렇게 버티다 보면 원군이 올 터. 원군에 천존 강자가 있다면 동해는 무사할 것이다.

    “흥! 올 때는 마음대로 왔겠지만 가는 것도 마음대로 될 줄 아느냐!”

    금빛이 번쩍이며 오란의 머리 위에 나타난 사람은 바로 만성 공주였다.

    그녀는 도(刀) 같기도 하고 검(劍) 같기도 한 기이한 금색 칼을 양손에 하나씩 쥐고 강하게 내리쳤다.

    허공을 가르는 바람 소리와 함께 빼곡한 금색 검기가 뒤덮으며 다가왔는데, 이 검기가 지나가는 곳마다 허공이 떨렸다.

    오란은 서둘러 거울 요괴와 벽수야차를 내려놓고는 양손을 결인했다. 그러자 온몸에서 눈부신 뇌광이 뿜어져 나왔다.

    콰쾅!

    뇌명이 크게 울려 퍼지더니 용 머리에 사람의 몸을 한 은색 허상이 나타났다. 커다란 입과 날카로운 은색 뇌전으로 온몸을 둘러싼 그 모습은 상고의 뇌전 용신 같았고, 보기만 해도 소름이 끼쳤다.

    뇌전 용신이 입을 쩍 벌리자 수많은 은색 뇌전이 뿜어져 나와 금색 검기와 충돌했다.

    찰나의 순간에 검기와 뇌전이 종횡무진 뿜어져 나갔고, 한동안 승부가 나지 않았다.

    오란이 다시 양손을 결인하자 은색 뇌광이 몸을 감싸더니 거울 요괴와 벽수야차를 데리고 동해 용군 대군 쪽으로 날아가 후퇴했다.

    만성 공주는 화가 났지만 그렇다고 함부로 적진으로 뛰어들 수는 없었기에 감천전고 뒤로 피하여 양손을 뻗어 원기를 주입하였다.

    그러자 감천전고 소리가 더 강해지면서 이전보다 두 배나 많은 암홍색 음파가 동해 용궁 대군을 덮쳤다.

    마족 대군은 이 틈에 전세를 가다듬고는 수적 우세를 이용하여 산과 바다를 뒤집을 기세로 돌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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