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몽주-1179화 (1,178/1,214)
  • 1179화. 항마연맹(抗魔聯盟)

    조롱박을 받아 신식으로 안을 살펴본 심협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조롱박 안에는 세 종류의 천화가 들어 있었다. 바로 태음진화(太陰眞火), 삼매진화 그리고 자미진화(紫薇眞火)였다.

    태음진화는 태양진화와는 정반대로, 월궁(月宮)에서 탄생한, 월화한기(月華寒氣)가 담긴 극한(極寒)의 불꽃이었다.

    삼매진화는 말할 것도 없이 내련(內煉)의 신화로, 만물을 태울 수 있었다.

    자미진화는 천만 별의 힘이 뭉쳐 탄생한 별의 불꽃으로, 성질이 특수하여 오행의 범주에 들지 않기에 오행의 힘에도 억제되지 않았다.

    세 종류의 천화 모두 강력하고 또 양이 많아서 모든 순양검배를 순양검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잘됐군! 이 천화들은 지금 나한테 필요한 물건들이었거든! 한데 채주야, 언제 온 거야? 흑 도우에게 듣기로는 보타산 뒷산에서 폐관 중이라던데…….”

    심협이 조롱박을 거두며 물었다.

    “폐관하면서 무신결을 수련하고 있었는데, 스승님께서 좋은 기회이니 참가해보라고 하셨어요.”

    “그렇구나. 무신결 수련은 어때?”

    “이제 입문은 했어요. 제 체내의 무족 혈맥과 이 공법이 서로 좋은 작용을 해주고 있어요.”

    섭채주가 팔을 들자 열두 개의 영광이 뒤에서 솟아올랐다. 바로 열두 조무의 힘이었다. 다만, 금, 시간, 수의 무력을 제외한 나머지 아홉 가지 조무의 힘은 아직 약했다.

    그럼에도 심협은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무신결을 본 적이 있는데, 이 공법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열두 조무의 힘을 몸에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각 조무의 힘은 성질이 모두 다르고 또 하나같이 강력하기 그지없어 두세 가지를 받아들이는 것도 매우 드물다. 대부분은 열두 개의 무력을 동시에 받아들이면 몸이 터져 죽게 될 터이다. 무신결에 무력의 충돌을 완화하는 방법이 있다고는 해도 성공률은 3할에도 미치지 못할 텐데, 섭채주는 이를 단번에 해낸 것이었다.

    가장 어려운 관문을 돌파하고 나면 더는 큰 문제 될 게 없었다.

    “도천신살대진이 큰 도움이 됐어요. 그게 아니었으면 저도 이 난관을 돌파하지 못했을 거예요.”

    섭채주의 손바닥에서 검은 빛이 반짝이더니 열두 개의 검은색 작은 깃발이 나타나 천천히 회전했다. 이 열두 개의 도천신살진기는 이미 완전히 연화되어 섭채주의 수족 같았다. 심협한테 있을 때보다 더 원활해 보였다.

    “그래, 더 열심히 수련하자. 치우가 이미 부활했고 동승신주를 차지했으니 언제 몰려올지 몰라.”

    “네, 걱정하지 마세요. 헌원 선배께서 주신 것이니 당연히 실망시키지 않을 거예요.”

    섭채주의 진지한 목소리에 심협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녀 옆에 앉았다.

    한편, 진 밖의 원천강은 모두가 수련을 시작하자 초록색 깃발을 꺼내 휘둘렀다.

    주광순화대진 안에 갑자기 초록색 광막이 떠오르더니 열세 명을 서로 차단했다. 그럼에도 원기의 흐름은 막히지 않았다.

    심협은 주위를 살펴보고는 우선 붉은 조롱박을 꺼낸 후, 화령자를 불러 그 안에 담긴 천화를 순양검배에 넣어달라고 했다.

    검배를 단련하는 일에는 익숙했기에 하루 만에 완성되었다.

    여든한 자루의 순양검이 만들어지자 심협 체내에서 순양의 힘이 폭증하여 마치 뜨거운 태양이 오장육부를 태우는 것만 같았다.

    다행히 반고진공이 이미 작은 성취를 이룬 터라 음양조화도를 운공하자 금방 이 뜨거운 힘이 그의 것으로 바뀌었다.

    이 힘의 도움으로 염폭 법칙도 비약적으로 정진하여 대원만의 경지에 거의 이르렀다.

    심협은 기쁨을 억누르며 계속해서 반고진공을 수련했다.

    * * *

    심협 등이 주광순화대진에서 수련에 매진하고 있을 무렵, 대당 관부를 필두로 천궁과 영산, 오장관, 화생사, 천기성, 방촌산, 사타령, 여아촌, 신목림, 능파성, 화과산, 동해 용궁, 음조 지부 등 열네 개의 대문파가 항마연맹(抗魔聯盟)을 세우고 선포한 후, 삼계의 모든 문파를 초청했다.

    치우가 부활했고 마족이 권토중래했다는 소식이 퍼지자 인심이 술렁였고, 10여 일 만에 삼계 대부분의 문파가 찾아왔다.

    각 대문파는 산문을 지킬 소수 제자만 남기고는 우수한 제자 데부분을 데리고 장안성으로 모여들었다.

    장안성 밖의 주둔지도 이미 몇 배로 늘어나 본성보다 훨씬 넓었다.

    지금은 특수한 시기였기에 관할의 편의를 위해 원천강과 대문파의 장문들이 상의 끝에 모든 문파의 제자를 재편성하였다. 보타산, 화생사 등 대문파는 일군(一軍), 소문파는 한 대대로 하여 군대 형식으로 정돈하고 서로 협력하는 전투 방식을 훈련했다.

    대당 관부 주청 안에는 원천강, 진원자, 호천상제, 여래불조 네 명의 천존 대능을 필두로 각 문파 수장들까지 모두 모였다. 그러나 소부자와 공적선사는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동승신주는 이미 마족의 손에 넘어간 것인가?”

    원천강이 주청 안에 선 네 명의 제자에게 물었다. 음조 지부의 제자 둘과 신목림의 제자 두 명이었다. 음조 지부는 은신에 능하고 신목림의 도법은 만물과 어우러질 수 있으니 적을 정탐하기에 적합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맹의 정탐 임무는 기본적으로 음조 지부와 신목림 제자들이 수행했다.

    “그렇습니다. 저희가 살펴본 바에 의하면 마족은 동승신주 곳곳에 혈제의 술을 시전해두었고, 수많은 생령이 이미 무참히 희생되었습니다. 벌써 3할은 진행되었고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진선기의 음조 지부 제자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주청 안은 떠들썩해졌고, 모두 분노에 치를 떨었다.

    화과산은 두 명의 병마 원수가 회의에 참여하고 있었는데, 당장이라도 치우와 끝장을 보겠다고 난리를 쳤다. 보리 조사 등이 막지 않았다면 당장 뛰쳐나갔을 것이다.

    “파, 초 두 원수, 동승신주가 마족의 손에 넘어간 것은 이미 확실한 상황이오. 그렇지 않았다면 손오공도 그대들을 이곳까지 데려오지 않았을 게요. 지금 우리 모두 마족과의 충돌을 피하는 중인데, 우리가 패하기라도 하면 동승신주는 말할 것도 없고 삼계 모든 백성이 도탄에 빠지게 될 것이오.”

    호천상제가 천천히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위엄에 두 사람은 금세 진정되었다.

    “다른 상황은 어떠한가?”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소녀와 몇 명의 동문은 명을 받아 반사동과 마왕채, 무저동 등을 살펴봤는데, 세 종문 모두 텅 비어 있었습니다. 한데 싸운 흔적이 전혀 없었습니다. 본문의 비술로 인근 초목 정령과 소통해보니, 그들은 며칠 전에 그곳을 떠났다고 합니다. 그런데…… 동행한 사람 중에 마족 수사가 있었다고 합니다.”

    신목림의 한 여제자가 말했다.

    그 말이 나오기가 무섭게 주청에 모인 사람들의 표정이 다시 어두워졌다.

    마족과 함께 떠나서 연맹에 합류하지 않았다면, 반사동과 마왕채, 무저동은 치우 쪽에 가담한 것이리라.

    “그럼 치우에 관한 정보도 알아냈는가?”

    “마족의 방비가 삼엄하여 마족 대군 내부의 상황과 치우의 정보는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신목림 여제자가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알겠네. 수고했군. 물러가 쉬도록 하게.”

    원천강의 말에 네 사람은 예를 올리고 물러갔다.

    “모두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원천강이 다른 사람들을 돌아보며 물었다.

    “마왕채는 본래 마족 일맥 아닙니까? 이전에 인, 선 두 종족에 고개를 숙였던 것도 우리를 기만하기 위한 계략이었을 겁니다. 치우가 이미 부활했으니 저들이 투항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지요. 다만, 반사동과 무저동, 두 종문은 치우와 관련이 없을 텐데 그쪽에 가담했다니, 의외군요.”

    진원자가 무거운 목소리로 답했다.

    “애당초 방촌산 사건 이후 마왕채와 반사동, 무저동의 처리가 부실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허나 지금 후회해봐야 늦었지요.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치우의 동향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호천상제가 말을 받았다.

    “대제의 말씀이 맞습니다. 무 도우, 지장왕 보살, 이 일은 두 분께서 수고해주십시오.”

    그때 무규호가 손을 들어 무슨 말인가를 하려는데 대당 관부 제자 한 명이 다급하게 뛰어 들어왔다.

    “국사님, 선배님들! 방금 들어온 정보에 의하면 마족 대군이 갑자기 북구노주와 동승신주에서 출발해 이미 동해와 남해에 들어섰다고 합니다. 동해 용궁과 보타산을 향해 가는 중이라고 합니다!”

    “뭐라!”

    주청 안에는 경악성이 울렸고, 그중 청련선자와 오중은 벌떡 일어났다.

    진원자와 호천상제, 여래불조는 예상이라도 했는지 담담한 표정이었다.

    “마족을 이끄는 자가 누구라던가? 치우의 흔적은?”

    “동해로 향하는 마족은 유계, 인호 두 마존이 이끌고 있고, 남해 쪽은 술구, 진룡 두 마존이며, 치우의 흔적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원천강은 그를 물러가게 한 뒤, 깊은 생각에 잠겼다.

    “마족이 역시나 자신의 이빨을 드러냈군요. 동승신주를 차지하자마자 바로 남첨부주로 손을 뻗다니…….”

    진원자가 차갑게 웃었다.

    동해 용궁과 보타산은 남첨부주 동쪽과 남쪽에 있으니 이 두 곳을 빼앗긴다면 남첨부주는 포위당하는 셈이다.

    “원 국사님, 제 아우가 이번 회맹에 용궁의 정예 대부분을 이끌고 왔으니 지금 동해 용궁은 마족 대군을 당해내지 못할 것입니다. 부디 연맹에서 사람을 보내 주십시오.”

    오중이 공수하며 청했다. 오홍은 주광순화대진에 들어가 수련하는 중이니 동해 용궁의 일은 오중이 맡았다.

    “보타산도 마찬가지입니다. 원군이 없으면 분명 버틸 수 없습니다. 동해와 남해는 남첨부주의 장벽과 같으니 절대로 빼앗겨서는 안 됩니다.”

    청련선자는 침착하려 애썼지만, 표정에서는 다급함이 엿보였다.

    “대제님, 불조님, 진원 도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원천강이 생각하더니 세 사람을 둘러보며 물었다.

    “청련 도우의 말대로 동해와 남해를 빼앗겨서는 안 됩니다. 이미 소부자와 공적선사에게 각각 군대를 보내 동해안과 건업성을 지키게 했으니 바로 그들을 출격시키지요.”

    진원자의 말이 나오고서야 모두 조금은 안도했다. 소부자와 공적선사가 왜 안 보이나 했더니 원천강 등이 이미 파견을 보냈던 것이다.

    오중과 청련선자 역시 조금은 긴장이 풀렸다. 건업성과 천기성은 동해 용궁, 보타산과 멀지 않으니 서둘러 지원하러 가면 늦지 않을 터였다.

    호천상제도 고개를 끄덕여서 동의했다.

    “아미타불. 원 도우, 다른 근심이라도 있는 겁니까?”

    여래불조는 원천강의 표정이 여전히 좋지 않아 보이자 바로 물었다.

    “마족 대군이 동해와 남해를 공격하는 것은 모두가 예상했던 바이나 네 명의 마존이 나선 것은 예상 밖입니다. 잠시 기다려주십시오. 점을 쳐보겠습니다.”

    원천강은 그렇게 말하고는 몇 개의 산가지를 꺼냈다. 주청에 모인 사람 누구도 그를 방해하지 않았다.

    최근 들어 세 사람은 원천강의 신통 수단에 대해 잘 알게 되었는데, 네 사람 중 가장 늦게 천존 경지에 들어섰음에도 몸의 경지가 지순지화(至純至化)하니 보통이 아니었다. 특히 원천강의 점괘 신통은 대단해서 호천상제와 여래불조도 감탄할 정도였다.

    콰직!

    가벼운 소리와 함께 산가지가 갑자기 갈라져 땅에 떨어졌다. 이를 보는 원천강의 표정은 매우 어두웠다.

    “어떻습니까?”

    “치우가 천기를 흩트려놔서 점괘로는 아무것도 알아낼 수가 없군요.”

    진원자의 물음에 원천강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럼 앞으로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점괘가 나오지 않았으니 진원 도우의 제안대로 소부자와 공적선사를 보내 지원하는 게 좋겠습니다.”

    원천강의 말에 대당 관부 장로가 전신 영패를 꺼내 결인하고 발동했다.

    “국사님, 저희는 종문으로 돌아가 적을 막고자 하니 허락해 주십시오.”

    오중과 청련선자가 앞으로 나오며 말하자 원천강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서 가보십시오.”

    두 사람은 바로 인사한 후 서둘러 장안성을 떠났다.

    “보타산을 공격하는 마족이야 그렇다 쳐도 동해 쪽의 유계존자인 공선은 천존 경지이니 소부자와 오중 두 사람만으로는 막아내기 역부족일 겁니다. 아무래도 제가 가봐야겠습니다.”

    “그게 좋겠습니다. 그럼 진원 도우께서 고생해 주십시오.”

    원천강이 고개를 끄덕이며 진원자의 어깨를 툭 두드렸다.

    진원자는 원천강의 손을 힐끔 보더니 그 자리에서 바로 사라졌다.

    “무 도우, 지장왕 보살, 두 분은 계속해서 치우의 흔적을 조사해 주십시오.”

    원천강의 말에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청을 나섰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