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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1178화 (1,177/1,214)

1178화. 진으로 들어가다

두 사람이 전음으로 대화하고 있을 때, 갑자기 물 흐르는 소리와 함께 액체 같은 원기가 대량으로 쏟아져 나왔고, 대전 안 천지영기의 농도를 순식간에 두 배로 끌어 올렸다. 이제 대기마저 끈적거리는 느낌이었다.

“됐습니다. 이 정도 영력이면 주광순화대진을 운공하기에 충분할 겁니다.”

원천강이 흥분을 가라앉히며 초록색 진도를 꺼내 호천상제와 여래불조, 진원자에게 대진의 배치법을 설명했다. 심협이 이런 일에 능숙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세 사람에게만 설명한 것이다.

심협은 호기심에 그 진도를 슬쩍 보고는 이 진도가 도천신살대진이나 주천성두대진만큼이나 복잡하다고 생각했다.

원천강이 부르지 않으니 그는 옆에 가부좌를 튼 채 반고진공의 깨닫음을 조금이라도 더 얻고자 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광풍이 부는 듯한 영력 파동이 휘몰아치자 심협이 수련에서 깨어났다.

주광순화대진의 설치가 완성되어 빠르게 돌아가고 있었는데,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다만 심협은 진의 안과 밖이 확연히 달라서 마치 두 개의 서로 다른 세계 같다고 느꼈다.

신마의 우물 소용돌이에서 뿜어져 나오는 영기와 마기는 법진에 절반 정도 흡수되어 법진 운공에 기여했고, 나머지는 대전 안에 끊임없이 쌓여갔다.

“주광순화대진은 역시 범상치 않군요. 우리 네 사람이 힘을 합쳐도 배치하는 데만 꼬박 하루가 걸리다니.”

진원자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말했다.

호천상제와 여래불조, 원천강도 기운이 조금 약해져 있었다.

“세 분의 도움 덕분에 대진의 배치가 성공적으로 끝났고 공간도 생각했던 것보다 더 넓어졌으니 두세 명은 더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원천강이 웃으며 답했다.

“모두 고생 많으셨습니다. 저는 진법의 도에 대해 잘 알지 못해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으니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심협이 다가오며 말했다.

“사소한 일은 개의치 마시오. 그나저나 심 도우는 잠깐의 정좌로 또 깨달음을 얻었구려. 훌륭하오.”

호천상제가 심협을 바라보더니 말했다.

“과찬이십니다.”

심협은 눈빛이 잠깐 흔들리더니 겸손하게 말했다. 방금 확실히 반고진공의 깨달음에 수확이 있긴 했어도 크게 티가 날 정도는 아니거늘, 이 얼마나 예리한 안목인가!

“이번 대겁은 도우와 같은 새로운 세대의 기운과 힘이 있어야만 무사히 넘길 수 있소. 심 도우는 수련 정진이 매우 빠르고 연마의 시간이 필요할 테니, 바로 주광순화대진에 들어가 수련하시오.”

호천상제가 말했다.

“이 법진은 모두가 고생하여 만든 것이고 저는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누가 들어갈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제가 어떻게 먼저 들어가겠습니까.”

심협은 고개를 저었다.

사실 그도 법진에 들어가 수련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고, 마침 원천강이 한자리 내주겠다고 약속하기도 했지만, 호천상제와 여래불조가 직접 왔으니 섣불리 들어갈 수 없었다.

문파의 연맹이 치우를 막을 유일한 희망인 지금 가장 위험한 것은 연맹 내에서 불만이 생기는 것이다. 심협이 비록 신마의 우물 입구를 제공하는 공을 세웠다고는 하나, 이는 마음대로 결정할 일은 아니었다.

“심 도우,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오. 우리 네 사람은 이미 도우도 들어갈 수 있게 하기로 논의를 끝냈소. 또한, 도우가 신마의 우물 입구를 가져와준 덕분에 대진이 순조롭게 설치된 것이니 다른 종파들도 결코 반대하지 않을 것이오.”

여래불조와 진원자도 웃으며 다시 권했다.

“이리 큰 은혜를 베풀어주시다니, 감사합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제게는 이 법진이 매우 필요했습니다.”

심협은 더는 사양하지 않고 네 사람에게 공수하며 감사 인사를 남기고는 바로 법진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심 도우, 잠시만. 단순히 고된 수련을 하는 것만으로는 큰 의미가 없소. 필요한 영재나 자원이 있다면 말하시오. 내 바로 인원을 선발하며 최대한 빨리 가져다주겠소.”

“음, 그렇다면 천화급 영화를 구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본명비검을 만드는 데 꼭 필요한 재료입니다.”

심협이 잠시 생각하더니 사양하지 않고 부탁했다.

동해지연의 비경에서 얻은 만년화린목으로 이미 여든한 자루의 순양검을 만들었지만, 비검 대부분은 아직 검배에 불과해 영화가 많이 부족했다. 만약 모든 순양검이 완벽하게 만들어진다면 순양검결에서 위력이 가장 강한 순양주살검진이 완벽해질 것이니 또 하나의 큰 무기가 생기는 셈이다.

“천화급 영화라……. 알겠네. 내 바로 모아보도록 하지.”

원천강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심협은 감사 인사를 하고는 법진 안으로 들어갔다.

* * *

법진 안으로 들어가자 진 밖의 모든 것이 영광에 차단되어 원천강 등은 보이지 않게 됐다.

심협은 개의치 않고 가부좌를 틀고는 곧장 반고진공을 운공하여 주위의 영기와 마기를 흡수하기 시작했다.

천존 경지로 돌파하면서 반고진공에 대한 깨달음도 평탄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시간을 들여 정진하는 것뿐이었다. 치우가 언제 공격해올지 모르니 찰나라도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었다.

대량의 영기와 마기가 몸에 주입되자 반고진공이 빠르게 정진하여 갈수록 더 방대한 기운이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주광순화대진 밖. 원천강 등은 심협의 수련 상황을 감지하고는 놀란 기색이었다.

“원 국사, 그대는 심 도우와 잘 아는 사이 같던데, 그가 수련한 게 어떤 공법인지 아시오?”

호천상제가 물었다.

“심 도우는 이전부터 선, 마 두 개의 힘을 사용하여 대력(大力) 변신 신통을 시전했고, 공법은 방촌산의 황정경을 운공했지요. 한데 저 공법은 저도 처음 봅니다. 아무래도 최근에 어떤 기연으로 얻은 것 같군요.”

원천강이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놀라운 공법이군요. 마치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종류의 원기를 수용할 수 있는 것 같소. 심 도우의 수련이 대성한다면 정말로 치우와 대등하게 싸울 수 있을지도 모르겠소.”

여래불조가 미간에서 금빛을 반짝이며 말했다.

“그게 사실입니까?”

원천강과 진원자 모두 깜짝 놀라 물었고, 여래불조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원천강과 진원자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여래불조는 아주 오래전에 득도한 진정한 상고 대능이니 이제 막 천존에 오른 두 사람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그런 그가 이렇게 말했다면 근거 없는 소리는 아닐 터였다.

“그의 신묘한 수련 공법에 여래불조께서 이렇게 중시하다니, 아무래도 심 도우가 이번 대겁의 중요한 인물인 것 같군요.”

원천강이 감탄한 듯 말했다.

“원 도우, 진원 도우. 두 사람도 천존 경지에 들어선 지 오래지 않았으니 법진으로 들어가 수련하면 다시 정진할 수 있지 않겠소?”

호천상제가 원천강과 진원자를 보며 말했다.

“호천상제님의 호의에 감사드리나, 전 자질이 우둔하여 상고 비법을 이용해 우연히 천존 경지에 들어선 것입니다. 천 년을 더 수련해도 더 이상의 정진은 없을 것 같으니 기회는 다른 사람에게 주는 게 옳다고 봅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원천강과 진원자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 말에 호천상제도 더는 권하지 않고 이곳에서 나가려 했다.

“호천상제님, 잠시만요. 제가 비록 큰 힘은 없지만 몇 년 전에 우연히 현묘한 진도를 얻었는데 이것으로 치우에 대항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한 번 보시겠습니까?”

원천강이 갑자기 호천상제를 불러세웠다.

“오, 어떤 진도요? 보여주시오.”

호천상제는 호기심이 들었다.

원천강이 손을 휘두르자 네모난 금색 그림이 나타났다. 이 그림에는 복잡한 진문이 새겨져 있어서 주광순화대진에 못지않았다.

진도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두 줄기 검은색 대하(大河)였다. 서쪽부터 동쪽으로 가로로 놓여 있고, 수많은 산천 허상이 있어서 남첨부주의 지도와 매우 비슷했다.

“이건 현황무극진(玄黃無極陣) 아니오! 상고 시기 황제와 염제도 이 진도로 치우를 가두고 마지막에는 다시 봉인했소. 헌원 황제가 등선한 이후 사라져서 실전했다고 들었는데 원 도우에게 있을 줄이야! 아미타불, 천하 만민에게 희망이 생긴 듯합니다.”

줄곧 말이 없던 여래불조가 불호를 읊더니 밝은 얼굴로 말했다.

“이전에 삼계의 수선들이 치우를 봉인했던 대진도 현황무극진을 모방한 것이었소. 많은 결점이 있음에도 치우를 긴 세월 가두어두는 데 성공했으니 원 국사의 이 완전한 진도라면……. 원 국사, 대체 어디서 얻은 것이오?”

호천상제도 두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세 분께서는 저의 전승을 이미 짐작하셨겠지만, 어린 시절 우연히 상고 신농 일맥의 전승을 얻었습니다. 이 진도도 거기서 얻었지요. 다만, 이 진도 안에는 봉인이 있어서 제가 천존 경지에 들어서서야 봉인을 완전히 풀 수 있었습니다.”

“그렇군. 상고 신농은 헌원 황제와 관련이 깊으니 그의 전승에 현황무극진이 있는 것도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

호천상제가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이 현황무극진을 발동하려면 천존 경지의 깨달음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진도를 완전히 연화해야 합니다. 세 분 모두 최대한 빨리 제련하고 깨달음을 얻으시죠.”

원천강이 진도를 호천상제에게 건넸다.

호천상제는 사양하지 않고 진도를 몸 안에 넣고 연화하기 시작했다.

네 사람은 서둘러 밖으로 나가 법진에 들어갈 인원을 데려오기로 했다.

그리고 반나절 뒤, 원천강과 진원자, 호천상제가 다시 돌아왔다. 여래불조는 보이지 않았다.

세 사람 옆에는 10여 명이 서 있었는데, 모두 심협이 잘 아는 자들이었다. 바로 섭채주와 육화명, 고화령, 백소천, 무만아, 유비연, 강신천, 희요, 부동래, 오홍, 언무사 그리고 손오공이었다.

일행은 이곳에 대해 이미 들은 바가 있었기에 구룡전 안의 상황을 보고도 그리 놀라지 않았다.

섭채주는 주광순화대진 안을 들여다보며 뭔가를 찾았지만, 진 안은 초록색 영광에 뒤덮여 있는 데다가 그녀의 신식은 천존 경지에 이르지 못한 터라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이것이 주광순화대진이오. 이미 발동되었으니 서둘러 들어가 수련하시오. 진 안의 공간은 협소하니 서로 방해되지 않도록 조심하시오. 내 나중에 여러분 사이를 금제로 차단할 것이오.”

원천강이 주의를 준 뒤 결인하자 주광순화대진에서 기이한 소리가 울리더니 문 같은 입구가 떠올랐다.

섭채주 등이 줄줄이 대진 안으로 들어가 보니 심협이 법진 구석에 가부좌를 하고 있었는데, 온몸이 흑백 광망으로 뒤덮여서 매우 신비로워 보였다.

그의 기운은 반나절 전보다 훨씬 더 강해져 있었다. 바깥에서는 반나절에 불과했지만 대진 안은 이미 반년이 지났으니 심협의 반고진공은 빠르게 정진하여 이미 제5층 경지에 도달한 것이다.

모두가 들어오자 심협은 흑백 광망을 줄이더니 눈을 떴다.

“채주! 아, 여러분도 왔군요.”

심협은 환하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강신천와 희요, 부동래, 언무사는 심협을 보는 것이 오랜만이었기에 한동안 대화를 주고받았다.

무만아도 끼어들고 싶었지만, 심협 옆에 섭채주가 서 있는 것을 보고는 걸음을 멈춘 채 쓸쓸한 눈빛으로 두 사람을 바라봤다.

“심형, 수련이 또 정진한 건가? 정말 못 따라잡겠군.”

육화명이 심협을 보며 장난스레 투덜거렸다.

“내 반나절 먼저 들어왔으니 벌써 반년을 더 수련한 것 아니오? 이곳은 확실히 수련의 성지라 할 만하니 모두 이 기회를 낭비하지 맙시다.”

그곳에 모인 자들은 주광순화대진에 조금 의문을 품고 있었지만, 심협의 말을 듣고는 의심이 싹 사라졌기에 각자 자리를 잡고 수련을 시작했다.

“오라버니, 이건 원 국사께서 전해달라고 하신 거예요.”

모두가 흩어지고 나자 섭채주가 붉은 조롱박을 꺼내 심협에게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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