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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1177화 (1,176/1,214)
  • 1177화. 한자리에 모이다

    전력을 다해 날아간 심협은 금방 동해 용궁에 도착했고, 오홍에게 전후 사정을 전했다. 그러자 오홍은 표정이 크게 흔들리더니 표정이 무거워졌다. 마족이 일을 꾸미고 있다는 것쯤이야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금방 재앙이 닥쳐올 거라고는 예상치 못한 탓이었다.

    “부활한 치우는 천하를 노릴 터. 모든 문파가 힘을 합쳐서 대적해야만 하오. 주광순화대진을 설치해야만 우리에게도 그나마 승산이 있다고 봅니다.”

    “심형, 내게 부탁할 것 없소. 내 비록 능력이 부족하나 일의 경중은 확실히 볼 수 있지. 신마의 기둥은 본래 심형 것이니 언제든 편하게 가져가시오.”

    “이해해 주니 고맙소. 이번에 무사히 마겁을 넘긴다면 반드시 신마의 기둥을 다시 동해 용궁으로 가져오겠소.”

    오홍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심협과 함께 용총으로 향했고, 백진군을 불러 상황을 설명한 후 두 사람은 바로 힘을 합쳐 신마의 기둥을 거뒀다.

    경지가 크게 정진한 덕분에 심협은 얼마 후 신마의 기둥을 산하사직도에 넣을 수 있었고, 곧바로 장안성으로 출발했다.

    오홍은 연맹의 계획을 알고 연맹에 가입하고 싶었기에 용궁을 지킬 병력을 배치한 뒤, 용궁의 정예와 함께 심협을 따라 장안성으로 향했다.

    심협이 동해에 다녀오는 데는 반나절도 걸리지 않았는데 그사이에 장안성에는 또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다. 성 밖에 주둔하는 수사가 두 배나 늘어났고, 허공에는 하얀색과 금색, 두 개의 상서로운 구름이 떠 있었다. 그 구름 위에 있는 사람들이 읊는 선음과 범음이 장안성 상공에 울려 퍼졌다.

    “천궁과 영산이 도착한 건가?”

    심협은 놀란 와중에도 오홍을 대당 관부의 주청으로 안내했다.

    주청에는 사람이 늘어나 있었는데, 그중에는 심협이 잘 알고 있는 영산의 문수와 보현 두 보살과 천궁의 이정, 강신천, 희요 등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영산과 천구의 수장이 아니었기에 문수, 보현 두 보살은 공손한 표정으로 덩치가 커다란 어떤 부처의 뒤에 서 있었다.

    그 부처는 커다란 몸에 매우 뚱뚱했지만, 군더더기가 없었고, 오히려 모든 걱정이 사라지게 만드는 원만한 느낌이 났다. 한 손은 하늘, 다른 손은 땅을 가리키고 있어서 유아독존의 기세가 느껴졌다.

    천궁 쪽의 수장은 구룡 금포(金袍)를 입은 중년 남자였는데, 머리에 면규관을 쓴 모습은 매우 위엄이 넘쳤다. 주청 안에 앉아 있는 그에게서 구름 위에 앉아서 모두를 내려다보는 느낌이 들었다.

    심협은 속으로 적잖이 놀랐다. 이 두 사람의 경지는 천존 경지였는데, 천존 초기인 자신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저 두 사람이 영산의 여래불조(如來佛祖)와 천궁의 호천상제인가?’

    심협은 속으로 생각했다.

    여래불조는 영산의 주인으로, 수만 년 전에 이미 득도하여 무변불법(無邊佛法)과 모든 부처 보살을 통솔하고 있다. 법력이 무한하고 신통에 끝이 없어, 과거 천궁에서 소란을 피우던 손오공을 제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호천상제는 천궁의 매우 오래된 천제로, 홍황 시기에 천궁을 다스리다가 봉신 대전 이후 뒤로 물러나 나서지 않았다. 연배로 보면 지금 천궁을 다스리는 옥황대제보다 위였고, 그 실력은 끝을 알 수 없는, 천궁의 숨은 강자였다.

    천궁과 영산 외에도 능소성, 음조 지부, 사타령, 방촌산, 오장관 등 다섯 문파도 이곳에 있었다. 그 문파의 수장은 대부분 심협이 잘 아는 자들로, 양전, 지장왕 보살, 청모사왕, 보리 노조, 진원자 등이었다.

    심협이 들어오는 것을 보자 보리 노조와 양전 등 친한 자들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이 두 명의 대능이 두려웠는지 말을 아꼈다. 오직 진원자와 원천강, 두 사람만이 여유 있는 표정이었다.

    이 광경에 심협은 자신의 추측을 더욱 확신했다.

    한편, 오홍은 동해 용궁의 주인이라고는 해도 이렇게 많은 삼계의 대능이 한곳에 모여 있는 것을 보자 놀랐고 다소 흥분했다.

    이렇게 많은 대능이 모여 있으니 치우의 부활에 대한 걱정이 다소 사라진 것 같았다.

    “그대가 심 도우인가. 인간 세계의 수선계에 귀하 같은 현명한 인재가 배출되다니, 후생가외(後生可畏)로다. 불조,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금포 남자가 심협을 살펴보더니 옆에 있는 불조에게 물었다.

    “아미타불, 남부첨주의 기운은 짙고 강하며 대당은 걸출한 인물이 나기에 적합한 곳이니 치우의 겁을 타파할 자가 과연 이곳에서 나온 듯합니다.”

    여래불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에 주청에 모인 사람들은 다소 놀랐고, 의견이 분분했다. 삼계의 대능이라 불리는 여래불조의 말이었기에 심협을 바라보는 시선이 크게 달라졌다.

    “과찬이십니다.”

    심협은 담담하게 포권했다.

    “이분들은 천궁의 호천상제와 영산의 여래불조 되시오.”

    원천강이 소개했다.

    “천제님과 불조님이시군요. 두 분의 명성은 오래전부터 익히 들어왔습니다. 이렇게 뵙게 되니 영광입니다.”

    심협은 예상했던 바이기에 놀라지 않고 두 사람에게 공수하며 예를 올렸다. 자신도 천존 경지에 들어섰지만 두 사람 앞에서는 겸손해질 수밖에 없었다.

    “심 도우, 물건은 가지고 왔소? 불조와 천제 그리고 이곳에 있는 모든 장문인이 원모의 제안에 동의하셨소.”

    원천강은 세 사람의 인사가 끝나자 기다렸다는 듯이 물었다.

    “가져왔습니다.”

    “다행입니다. 심 도우는 역시 믿을 수 있는 분이오. 그럼 지체하지 말고 바로 시작하시죠.”

    원천강이 웃으며 말했다.

    “시간 법진을 설치하는 것은 막대한 원기가 소모되니 저와 여래불조 그리고 진원자 도우가 돕겠습니다.”

    “아미타불.”

    호천상제의 말에 여래불조는 고개를 끄덕였고, 진원자도 동의했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원천강도 거절하지 않았다.

    이어서 원천강은 주청 안에 있는 사람들을 거처로 돌아가 쉬게 한 뒤, 심협과 호천상제, 여래불조, 진원자를 황궁 깊숙한 대전으로 안내했다.

    원천강이 불진을 휘두르자 네 줄기의 하얀 빛이 주위의 벽에서 뿜어져 나왔다. 동시에 바닥에서 하얀 빛이 솟아오르더니 천천히 움직이며 하얀색 법진으로 변했다.

    눈부신 하얀 빛이 법진에서 뿜어져 나오자 심협 등은 눈이 부셔 아무것도 볼 수 없었고, 시야가 돌아왔을 때는 이미 황금색 공간에 들어와 있었다.

    이곳은 허공이 금빛으로 반짝였고, 그 아래는 산맥이 끝없이 이어져 있어서 곳곳에 매우 짙은 천지영기와 마기가 충만했다. 동해지연 안에 있던 신마의 우물 비경과 매우 비슷했지만, 이 비경의 허공은 빼곡한 금제 광망이 밝아졌다가 어두워지기를 반복했고, 그 수가 엄청났다.

    “대당 관부가 세워진 지 수백 년밖에 되지 않아 힘이 미약하여 부득이하게 비경 안에 몇 개의 금제를 설치하게 되었습니다. 이거 웃음거리를 보여드린 게 아닌가 싶군요. 하하하!”

    원천강이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원 국사, 겸손이 지나칩니다. 이곳 금제는 다 범상치 않아 우리가 건드려도 아주 곤란할 겁니다.”

    진원자가 웃으며 말했다.

    심협이 신식을 펼쳐보니 이 금제들의 강력함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이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어서 이 중 하나만 건드려도 다른 금제가 산과 바다를 뒤집듯이 공격해올 것이 분명했다.

    “변변치 않은 재주에 불과한데 이리 칭찬해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군요. 모두 저를 잘 따라오십시오.”

    원천강은 비경 깊숙한 곳으로 날아갔다.

    그는 빼곡한 금제 광망을 이리저리 피하며 날아가느라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았고, 매우 조심스러웠다.

    일행은 바로 뒤를 쫓아갔고, 감히 한 치의 오차도 둘 수 없었다.

    반 시진 정도 날아가자 산 정상의 금색 대전에 도착했는데, 대전의 금문(金門)에는 구룡전(九龍殿)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었다.

    심협은 신마의 기둥을 품고 있었기에 이 대전 안에 있는 다른 기둥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이제 안전합니다. 안으로 드시죠.”

    원천강이 구룡전 대문을 향해 결인하자 대문에서 빼곡한 금빛이 솟아올라 연달아 반짝이더니 잠시 후에 천천히 열렸다.

    대전 안에는 심협의 것과 똑같이 생긴 신마의 기둥이 우뚝 솟아 있었고, 반경 수십 장의 흑백 소용돌이가 그 뒤에서 천천히 돌아가며 놀라운 영기와 마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신마의 기둥 앞쪽 바닥에 설치된 초록색 법진이 대전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었다. 대진은 매우 복잡하여 빼곡한 진문을 보고 있자니 눈이 어지러웠다.

    다만 초록색 법진의 많은 부분에 결함이 있어서 절반만 설치된 것 같았고, 운공하지 않아도 진 안의 공기 흐름은 뭔가 이상하여 상당히 빨라 보였다.

    “이것이 주광순화대진입니까? 아무래도 원 도우는 진작에 이 법진을 설치해두셨나 봅니다. 이곳은 신마의 우물 비경 깊숙한 곳이니 주위에 수많은 금제가 보호하고 있고 또 영기가 매우 짙으니 확실히 주광순화대진을 설치하기에 좋군요.”

    진원자가 바닥의 초록색 법진을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

    “진원 도우의 안목에 감탄했습니다. 다만, 안타깝게도 주광순화대진을 설치하는 것은 너무 어려워 몇 년을 고생하고도 아직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여러분이 도와주신다 하니 이제 희망이 보입니다.”

    “주광순화대진은 시간 법칙과 관련이 있으니 우리가 돕는다 해도 성공할 수 있을지는 아직 모릅니다. 대겁이 다가오고 있으니 최선을 다해 하늘의 뜻을 기다리는 수밖에요. 어서 시작합니다.”

    호천상제가 재촉했다.

    원천강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대전에 있는 신마의 기둥 옆을 향해 하얀 빛을 쏘아 보냈다. 그러자 웅 하는 소리와 함께 하얀색 빛무리로 변했다.

    “심 도우, 가져온 신마의 기둥을 이곳에 놔주게.”

    심협도 고개를 끄덕이고는 산하사직도를 꺼내 흑백진군과 함께 능숙하고 빠르게 신마의 기둥을 그곳에 놨다.

    신마의 기둥에서 대량의 빼곡한 진문이 뿜어져 나와 주위의 공간과 하나가 되었다. 동시에 기둥에서 갑자기 눈부신 흑백 광망이 뿜어져 나오더니 또 하나의 흑백 소용돌이가 신마의 기둥 뒤에 나타났다.

    원천강이 불진을 휘두르자 아홉 개의 푸른 말뚝이 두 개의 신마 기둥 주위에 떨어져 타원형의 고리를 이루었다.

    말뚝에 진문이 가득한 것으로 봐서는 어떤 대진 같았다.

    원천강이 다시 양손을 빠르게 결인하자 말뚝에서 푸른 빛고리가 위로 솟아올라 두 개의 신마 기둥을 연결했다. 이 고리가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하자 귀청이 찢어질 듯한 바람 소리가 울렸다.

    대전 안의 천지영기가 전부 끌려와 푸른 빛고리와 함께 돌기 시작했다.

    신마의 기둥 뒤에 있던 두 개의 흑백 소용돌이도 한곳에 모이려는 듯 천천히 끌려왔다.

    심협은 신마의 기둥 안에 있는 금제를 발동하여 원천강의 술법을 도왔다.

    두 개의 흑백 소용돌이가 모이는 속도가 더 빨라졌고, 곧 완전하게 하나로 합쳐져 백 장에 이르렀다. 이 소용돌이가 돌자 천둥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때, 심협이 갑자기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이미 자신의 신마의 기둥을 연화했기에 신마의 기둥 안의 감지가 호천상제나 여래불조, 진원자 같은 강자보다도 더 뚜렷했다. 한데 두 신마의 우물 입구가 합쳐지자 그의 신마의 기둥 안에 있는 봉금 대진에 틈이 생긴 것이다.

    “흑백진군, 신마의 기둥 안에 있는 봉금 대진에 균열이 생겼는데 괜찮은 겁니까?”

    심협이 다급하게 전음으로 물었다. 지금 그의 경지는 흑백진군을 뛰어넘었지만, 신마의 기둥에 대한 이해는 흑백진군이 위였다.

    “상관없소. 봉금이 깨진 것이 아니라 틈만 생긴 것뿐이니까. 그리고 저렇게 해야만 신마의 기둥 깊숙한 곳에 있는 영기와 마기가 흘러나올 테니 지극히 정상적인 현상이오.”

    심협은 그 말을 듣고서야 안심했다.

    “사실, 상고 시기에는 세 개의 신마의 기둥은 한곳에 있었고, 세 개의 기둥을 하나로 합치면 봉금 대진이 완전히 열렸소. 허나 훗날 누군가 이렇게 많은 영기와 마기를 얻게 된다면 위험할 것 같다는 판단에 세 개의 기둥을 나누어 놓은 것이오.”

    “위험하다니, 어째서 그렇소?”

    “신마의 우물은 삼계에서 가장 신비로운 곳이자 안에 가장 순수한 영기와 마기가 있는 곳. 그 자체로도 위험한 곳이오. 그러니 봉금 대진을 설치한 것 아니겠소?”

    흑백진군의 대답은 다소 모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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