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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1175화 (1,174/1,214)

1175화. 회의

손오공도 이미 원래 모습으로 돌아와 근두운을 타고 뒤쫓아오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치우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암계(暗界) 강림!”

그 순간, 심협은 갑자기 눈앞이 깜깜해지더니 주위의 경치가 한순간에 바뀌면서 어둠 속으로 빠져들었다.

처음에는 자신이 어떤 이상한 공간에 삼켜진 게 아닐까 싶었는데, 주위에서 바람 소리와 파도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그는 둔술을 시전하려다가 깜짝 놀랐는데, 방향 감각을 완전히 잃었다. 설령 축지척을 사용해도 자신이 예측한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었다.

그는 마치 머리 잃은 파리처럼 어둠 속에서 이리저리 헤맸다.

“이번에는 어디로 도망가려는 것이냐?”

치우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뒤이어 어둠이 물러가더니 검은 빛이 하늘에서 빠르게 내려왔고, 강력한 압박감을 뿜어내는 거대한 도끼가 차갑게 번쩍이면서 허공을 찢으며 심협에게로 날아왔다.

심협은 심장이 덜컥했고, 머릿속에서는 경종이 울렸다. 그러나 둔술이나 신통을 시전하여 방어하기에는 이미 너무 늦은 터였다.

절체절명의 순간, 그는 핏빛 조도로 거대한 도끼를 막았다.

치우는 자신의 원골 마기를 보자 도끼를 멈추려 했지만, 완전히 멈추지는 못해 강력한 압박감에 수십 리 바다에 백 장 깊이의 거대한 골짜기가 생겨났다.

심협은 치우가 이 원골 마기가 부서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듯하자 이 틈을 타 다시 도망가려 했다.

하지만 그가 떠나기도 전에 허공에서 갑자기 거대한 핏빛 손바닥이 나타나 손가락을 오므려 그를 움켜쥐었다.

강력한 압박감이 몰려오며 심협을 산 채로 뭉개버리려 했다.

그러나 심협의 몸은 보통의 천존 강자보다 강한 데다, 반고진공까지 운공하자 실제 같은 호신 보광이 뿜어져 나와 그 핏빛의 손을 밀어냈다.

강력한 힘에 핏빛 손이 조금씩 느슨해지자 심협은 바로 몸을 빼 도망치려 했지만, 또 다른 거대한 손이 나타나 앞선 손을 부수고 다시 심협을 잡았다.

이번에 나타난 것은 치우의 육신이었기에 심협의 호신 보광은 그 강력함을 버티지 못하고 산산조각이 났다.

콰지직!

뼈가 부러지는 듯한 소리가 울렸다.

심협은 실제로 온몸의 뼈가 곧 부서질 것만 같았고, 담즙이 올라오는 것처럼 쓴맛이 느껴졌다. 그는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여든한 자루의 비검을 소환했다. 검신에서 붉은 금빛이 강하게 뿜어져 나오더니 검광이 반짝이며 순양주선검진을 완성해갔다. 그러나 진이 막 완성되려는 순간, 도끼가 날아들었다.

챙!

여든한 자루의 순양비검은 뿔뿔이 흩어졌고, 제어를 잃고 사방으로 날아갔다.

심협이 정신을 집중하여 간신히 붙든 후에야 여든한 자루의 비검은 다시 빠르게 돌아왔으나, 진을 이루는 대신 치우의 손가락에 꽂혔다.

치우의 손에는 고슴도치처럼 비검이 가득 꽂혔다.

“염폭!”

심협의 외침에 여든한 자루의 비검이 동시에 염폭의 힘을 폭발시키며 법칙 기운을 뿜어냈다. 격렬한 불꽃이 날카로운 검기와 합쳐져 곧장 치우의 손으로 파고들었다.

격렬한 통증에 치우가 참지 못하고 손을 떨자 여든한 자루의 순양비검이 그 틈을 타 심협을 구해냈다.

그 순간, 손오공이 날아와 심협을 낚아채 멀리 도망갔고, 여든한 자루의 순양비검이 새 떼처럼 그들의 뒤를 따랐다.

심협은 간신히 숨을 돌렸는데, 그러고서야 방금 전까지 자기 손에 있던 핏빛 조도가 사라졌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가 돌아보니 그 조도는 치우의 손에 들려 있었다.

치우는 핏빛 조도를 든 채, 멀리 도망치는 심협 등을 바라보다가 몸을 폈다. 그러자 혈운이 몰려왔고, 이 혈운에 휩싸인 채 치우는 다시 그들을 쫓아가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그의 몸이 저절로 뒤틀어지고 몸의 기능이 흐트러졌다.

“시간이 다 된 건가. 운이 좋은 놈들이군.”

치우는 머리가 기울어진 채 경련하며 혀를 찼다.

이어 하늘에 가득한 혈운이 그에게 몰려와 체내로 들어갔고, 그의 몸도 한 줄기로 변하더니 나타났던 방향으로 빠르게 물러갔다. 그가 돌아간 곳은 동승신주가 아닌 북구노주였다.

* * *

치우가 더 이상 쫓아오지 않자 심협과 손오공은 안도했지만, 그럼에도 멈추지 않았고, 화과산으로 돌아온 후에야 긴장이 좀 풀렸다.

육화명과 백소천, 고화령도 화과산에 머물고 있었는데, 두 사람이 무사히 돌아오자 반색하며 달려왔다.

심협은 이들에게 치우와의 일을 간단하게 설명했고, 이야기를 들은 세 사람은 마음이 무거워졌다.

“치우는 정말로 무시무시하구나.”

백소천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핏빛 조도마저 차지했으니 다음에 나타날 때는 지금보다 더 강해져 있을 겁니다.”

심협이 한숨을 내쉬며 말하자 다시 침묵이 흘렀다.

“대성, 이번에 마족이 화과산까지 왔다면 아마 지켜내지 못했을 겁니다. 저희와 같이 장안성으로 가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육화명이 제안했다.

“이 많은 원숭이와 요족 부하들이 옮겨가기란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아무리 힘들더라도 가야 합니다. 동승신주는 대부분 마족에게 점령당했으니 화과산 혼자 힘으로는 역부족입니다. 모두가 전멸할 겁니다.”

“하지만…….”

손오공은 아쉬움을 떨쳐내지 못했다.

“하루빨리 옮겨가야 합니다. 제가 오기 전에 천궁과 대당 관부 등 각 종문이 천궁에 모여 대책을 세운다고 했으니 지금이야말로 모두가 힘을 모을 때입니다.”

“알겠다. 내 바로 화과산의 모두에게 알리겠다.”

손오공은 한참을 고민하더니 그렇게 말했고, 바로 명령을 내렸다.

그날, 화과산은 발칵 뒤집혔다. 그러나 그날 밤, 결국 모든 원숭이와 요족 부하들은 후퇴했고, 화과산은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하늘을 날 수 있는 자는 하늘로 가고 헤엄을 잘 치는 자는 바다로 건넜다.

동해 상공은 위험했지만, 지금의 심협과 손오공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손오공은 근두운을 넓게 펼쳐서 원숭이들을 태우고는 전속력으로 날았고, 하루도 되지 않아 장안성 근처에 도착했다.

장안성에는 큰 변화가 일어나 있었다. 성 밖에 새로 지은 수많은 건물이 저 멀리까지 이어져 있었다. 그 수와 큰 규모는 장안성 못지않았다.

이 건물들 주위에는 모두 금제가 설치되어 있었고, 수많은 수사의 둔광이 이리저리 날아다녔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심협은 적잖이 당황했다.

그때, 세 개의 둔광이 날아왔다. 가장 앞에 있는 것은 바로 대당 관부의 황목상인이었다.

그의 왼쪽에는 몸집이 크고 암금색 갑옷을 걸친, 보타산의 흑곰 요괴가 있었다.

오른쪽은 백의의 승려였는데, 호리호리한 몸에 표정은 엄숙했다.

심협이 모르는 사람이었는데, 복장을 보니 화생사의 수사 같았다.

“심 도우, 손 대성.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리 엉망이 된 겁니까?”

황목상인은 심협 일행의 상태에 놀란 듯 서둘러 물었다.

입이 가벼운 백소천이 입을 열려는데 심협이 얼른 가로챘다.

“말하자면 깁니다. 여기는 사람이 많으니 나중에 말하는 것이 좋겠군요. 황목 도우께서 우선 화과산 도우들의 거처를 마련해 주실 수 있습니까? 이들 모두 당분간 장안성에 머물러야 할 것 같습니다.”

치우의 부활은 예삿일이 아니니 함부로 말했다가 소문이라도 퍼졌다가 군심에 영향이라도 간다면 위험할 터였다. 심협은 우선 원천강과 상의한 후 신중하게 대처할 생각이었다.

한편, 황목상인은 심협의 말에 적잖이 놀랐다. 손오공이 방촌산의 신통을 익힌 뒤 산으로 돌아가 원숭이들을 가르친 데다가 동승신주의 성지 영맥을 차지한 화과산 일맥의 저력은 어떤 요족에게도 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과거, 당승이 서천에서 경전을 취한 뒤, 화과산 일맥은 다시 영산의 전승을 익혀 실력이 대폭 정진했다. 이제 중토의 어떤 대문파에도 뒤처지지 않는 저력을 갖추고 있었다. 한데 지금 이렇게 엉망이 되고 본거지를 버리고 왔으니 이는 절대 예사로운 일이 아니었다.

황목상인은 사람됨이 노련하고 신중하여 더는 캐묻지 않고 바로 대당 관부 제자들에게 안배하게 했다.

관부는 장안성 근처에 적지 않은 임시 거처가 준비되어 있었고, 최근에는 많은 건물을 더 세웠기에 화과산 원숭이들의 수가 아무리 많아도 충분히 수용할 수 있었다.

황목상인이 서로를 소개한 후에야 심협은 백의의 승려가 화생사의 장로 공적선사(空寂禪師)로, 백소천의 사숙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한데 백소천과는 평소 인사만 주고받을 뿐, 교류도 없고 가깝지 않은 사이였다.

육화명이 태을 경지에 도달한 것을 안 황목상인은 크게 기뻐하며 옆으로 끌고 가 경위를 물었다.

그러는 동안 심협은 오랜 벗인 흑곰 요괴와 반갑게 대화를 나눴다.

흑곰 요괴는 눈이 은은하게 빛나는 것이 마침내 태을 경지에 도달한 상태였다.

“흑 도우, 태을 경지에 도달한 것을 감축드리오.”

“이게 다 심형 덕분 아니겠나. 하하하!”

흑곰 요괴가 껄껄 웃으며 말했다.

“채주는 어떻소?”

심협은 적당히 인사가 마무리되자 섭채주의 소식을 물었다.

“소종주는 1년 전에 보타산으로 돌아와 바로 뒷산에서 폐관수련 중이네. 뒷산 전체가 거대한 검은 안개에 뒤덮여 있어서 지금은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청련 장문이 아무 말도 안 해주는 걸 보면 아마 괜찮을 거요.”

심협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섭채주는 지금 무신결을 수련 중일 터였다.

그는 무신결의 내용을 본 적이 있는데, 정교함이 반고진공 못지않았다. 다만 선마, 두 힘을 융합하는 반고진공과는 달리 무신결은 열두 조무의 힘을 불러들여야 했다.

상고 무, 요 대전 뒤에 열두 조무는 모두 죽었지만, 그들은 반고의 정기가 변한 존재들이었기에 죽은 뒤에도 정기가 천지로 돌아가 완전히 소멸하지 않았다.

무신결을 최고 경지까지 수련하면 열두 조무의 힘을 소환하여 자신의 몸에 넣을 수 있다. 그러니 섭채주가 만약 무신결의 수련에 대성한다면 심협도 이긴다고 자신할 수 없는 정도가 되는 것이다.

흑곰 요괴가 말한 검은 안개는 심협의 도천신살대진이었다.

심협은 동해 용궁으로 돌아가는 길에 도천신살대진을 섭채주에게 주었다. 그녀는 몸에 무력(巫力)을 지니고 있고 또 무신결까지 있으니 도천신살대진을 발동하기가 심협보다 더 적합하기 때문이다.

“심형, 경지가…… 설마 천존 경지로 돌파한 것이오?”

흑곰 요괴는 심협을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황목상인 등도 그 말을 들었는지 이쪽을 돌아봤다.

“이번 화과산에서 깨달음을 얻어 운 좋게 돌파했소.”

심협이 담담하게 웃더니 숨기지 않고 말했다.

황목상인, 흑곰 요괴, 공적선사 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천존 경지에 오르는 게 얼마나 어렵던가! 삼계 전체에는 본래 천궁의 호천상제(昊天上帝)와 영산의 석가모니 불주(佛主)만이 이 경지에 도달했는데, 최근에 진원자와 원천강 두 사람이 추가되면서 오장관과 대당 관부의 세력이 불어나 천궁과 영산을 제외한 수선계의 양대 패주가 되었다.

그런데 또 한 명의 절정의 고수가, 그것도 이토록 젊은 고수가 탄생했으니 믿기 힘들 정도였다.

“황목 도우, 이 많은 건물은 다 뭡니까?”

심협은 주위의 새로 생겨난 많은 건물을 가리키며 말을 돌렸다.

“최근에 북구노주의 마물들이 더 기승을 부리고 다른 삼주를 공격하기 시작하자 천궁이 회의를 앞당겨 열기로 했습니다. 각 문파가 상의한 끝에 장안성에 모여서 마족을 방어하는 계획을 상의하기로 하였지요. 이 건물들은 곧 도착할 수사들을 위해 준비한 것입니다.”

웃으며 말하는 황목상인의 표정에는 자부심이 엿보였다.

모든 문파의 수사들이 장안성으로 모인다는 것은 대당 관부가 주최자가 된다는 것이니 이는 영광일 뿐만 아니라 세력이 더 불어나는 계기가 될 터였다.

“그랬군요. 그런데 대당은 수사들이 백성들 앞에 나타나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하지 않았습니까? 이렇게 대놓고 해도 괜찮은 겁니까?”

“우리가 패배하면 삼계가 무너질 상황이니 지금 그런 것까지 신경 쓸 겨를이 있겠습니까.”

백소천의 물음에 황목상인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백소천은 생각에 잠겼는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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