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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1172화 (1,171/1,214)

1172화. 유일한 기회

복토는 황동색 뇌고옹금추(擂鼓瓮金錐)를 꺼내 크게 휘둘렀고, 흑련 도장은 사법청운검(四法靑雲劍)을 휘둘러 다른 분신을 베었다.

노란 빛이 폭발하면서 그 안에서 토속성 법칙의 힘이 담긴 옹금추가 산을 부술 기세로 내려왔다.

손오공의 분신 하나가 곤봉을 들어서 옹금추를 막으려 했다. 그러나 분신이 사용하는 여의금고봉은 법술로 만든 것일 뿐 진짜가 아니었기에 금추의 강력한 힘과 충돌하는 순간 폭발했다.

뇌고옹금추가 기세를 몰아 손오공 분신의 어깨를 강하게 내리쳤다.

분신의 몸에 금색 균열이 생기더니 소리와 함께 터졌고, 원숭이 털로 변하여 땅에 떨어졌다.

다른 분신은 흑련 도장의 검은색 장검에서 허공을 가를 정도의 힘이 뿜어져 나오는 것을 보고는 정면충돌을 피했다. 그러나 흑련 도장은 이를 눈치채고는 검광을 비틀어 분신을 쫓아갔다.

손오공 분신은 어쩔 수 없이 곤봉을 들어 장검을 막으려 했으나, 쌍방이 충돌하는 순간, 검은색 장도에서 갑자기 거센 기운이 폭발했다. 법술로 만든 여의금고봉은 그대로 잘렸다.

손오공 분신은 그 기세를 이용하여 뒤로 물러나 멀찍이 피했다.

“속전속결!”

복토는 자신감이 생겨나 흑련 도장이 남은 손오공 분신을 공격하는 동안 핏빛 조도를 향해 달렸다.

뒤로 물러나던 손오공 분신은 잘린 곤봉을 크게 휘둘렀다. 그러자 곤봉에서 갑자기 파공음이 울렸고, 흑련 도장의 장검과 부딪히며 굉음을 울렸다.

곤봉은 강하게 흔들렸을 뿐, 부서지지는 않았다.

손오공의 분신은 당황한 흑련 도장을 보며 장난스레 키득거렸다. 사실 그가 들고 있는 곤봉은 바로 심협의 현황일기곤이었던 것이다.

그는 바로 곤봉을 들어 흑련 도장을 몰아붙였다.

반대쪽에서는 복토가 기세를 몰아 핏빛 조도를 잡으려 달려들었다. 한데 그가 손을 뻗는 순간, 어느새 육화명이 돌아와 다시 한번 막아섰다.

“정말로 죽은 싶은 모양이구나!”

복토가 노발대발했다. 그는 부상이 심했으나, 간신히 참아내며 두 발을 땅에 박고 몸에서 노란 빛을 뿜어냈다.

삽시간에 그의 발아래 땅이 빠르게 흔들리면서 먼지가 일어났다. 노란 광망이 땅속에서 모여들어 그의 몸으로 흘러 들어가더니 이윽고 팔을 타고 손에 들린 뇌고옹금추로 모여들었다.

옹금추에서 노란 빛이 폭증하며 법칙의 힘이 그 위를 감돌았고, 무서운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육 도우, 어서 피하세요!”

고화령이 멀리서 이 장면을 보고는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그러나 육화명은 뼈대만 남은 심협을 힐끗 내려다보더니 결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그는 장검을 꽉 쥐더니 몸의 기운을 거두고 모든 법력을 장검에 주입해 먼저 복토에게로 달려들었다.

복토가 한 걸음을 내딛자 옹금추에서 몇 개의 산이 담겨 있는 듯한 기세가 순식간에 뿜어져 나와 육화명을 강하게 내리쳤다.

육화명은 양손으로 검을 꽉 쥐더니 방어는 도외시한 채 오로지 공격만을 생각했다. 바다를 가르며 헤엄치는 교룡처럼 장검이 빠르고 강하게 찔러 들어가자 검신에서 우렁찬 용의 포효가 터져 나왔다.

날카롭기 그지없는 푸른색 검광이 뿜어져 나와 산과 충돌했다.

꽈르릉!

다음 순간, 굉음과 함께 푸른 빛이 산을 파고들었다. 그러나 미처 산을 쪼개지 못하고 절반 정도 파고든 후에는 힘을 다 소모하여 사라졌다.

노란색 산이 내려와 육화명을 안으로 파묻었다.

콰쾅!

굉음이 울려 퍼졌고, 육화명은 의식을 잃은 채 땅속에 처박혔다.

손오공은 요풍의 견제에 묶여 있고, 백소천은 저항할 힘조차 남지 않았으며, 고화령은 경지의 차이가 너무 커 세 명의 마족을 막을 자가 없었다.

심협의 뼈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간 복토가 손을 내밀어 바닥에 떨어진 핏빛 조도를 집어 들더니 자세히 살폈다. 그리고 이 도가 정말로 원골 마기 중 하나임을 확인한 그의 얼굴에는 화색이 돌았다.

뒤이어 다시 헌원신검과 명홍도 등으로 시선을 돌린 그는 입술을 핥으며 탐욕스런 미소를 지었다.

한데 그가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 있었다. 심협의 유리 뼈대 아래에 깔린, 천기를 어느 정도 막아줄 수 있는 영보인 홍황천기반이었다.

복토가 손을 내밀어 명홍도를 쥐는 순간, 심협의 뼈대에 가려진 천기반에서 갑자기 바다처럼 방대한 홍황의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거의 동시에 혈홍색의 짙은 혈기 속에서 옥처럼 투명한 신혼 소인이 날아올라 심협의 두개골로 쏙 들어갔다.

다음 순간, 복토는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는 생명의 정수가 앞에 있는 해골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을 느꼈다. 이와 동시에 한 겹의 피와 살이 빠른 속도로 해골을 감싸기 시작했다.

그 뼈를 중심으로 반경 백 장 안의 땅과 흙이 터져 나가더니 생기발랄한 풀과 작은 꽃들이 솟아오르고 피어나 주위를 순식간에 폐허 속의 정원처럼 바꿔 놓았다.

의식을 잃었던 육화명도 순수한 생명력이 몸속으로 빨려들어 오는 것을 느꼈고, 육신의 상처도 엄청난 속도로 회복되기 시작했다.

이를 본 복토는 깜짝 놀랐지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 바로 알아챘다.

그는 바로 명홍도를 꽉 쥐고 심협의 머리를 향해 그대로 내리쳤다.

하지만 막 심협의 머리에 닿으려는 순간, 도에서 강렬한 저항력이 생겨나 기세를 한층 늦췄다.

이와 동시에 땅에 있던 헌원신검이 신지가 있는 것처럼 스스로 날아오르더니 명홍도를 막았고, 모든 순양비검이 허공으로 날아올라 복토에게로 날아갔다.

복토는 서둘러 명홍도를 버리고 핏빛 조도만 들고 도망치려 했다.

하지만 그가 몸을 돌리는 순간, 아직 피와 살이 다 자라지 않은 심협의 몸이 벌떡 일어나더니 손을 내밀어 허공을 꽉 움켜쥐었다. 그러자 주위의 공간이 갑자기 일그러지면서 복토는 보이지 않은 공간의 힘이 자신을 압박해오는 것을 느꼈다. 그는 몇 줄기 굵은 밧줄이 몸을 묶는 듯한 느낌에 그대로 우뚝 멈춰 섰다.

그때, 사방에서 날카로운 소리가 강하게 울려 퍼지더니 허공에 떠 있던 순양비검이 연달아 날아왔다.

“헉!”

복토는 헛숨을 들이켜며 서둘러 법력을 운공하여 몸에서 노란 빛을 강하게 뿜어냈다. 그러자 몸에 돌 같은 무늬가 떠올라 몸이 석화된 것처럼 변했다.

하지만 기이한 하얀 빛으로 뒤덮인 순양비검에서는 공간마저 벨 수 있는 날카로운 힘이 뿜어져 나와 가볍게 복토의 몸을 파고들었다. 사방에서 날아든 순양비검에 그는 고슴도치처럼 변해버렸다.

“크아악!”

마지막까지 기다리고 있던 비검 한 자루가 비명을 내지르는 복토를 찌르더니 뜨거운 염폭의 힘이 안에서 뿜어져 나왔다.

퍼펑!

이어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복토의 입과 눈, 코, 귀에서 뜨거운 불꽃이 뿜어져 나왔고, 뒤이어 몸이 폭발하면서 뜨거운 불꽃에 휩싸였다. 그는 눈 깜짝할 사이에 잿더미가 되어 육신과 신혼이 전부 소멸했다.

갑작스러운 변고에 한창 싸우던 이들이 일순 멈췄다.

요풍은 온몸에서 광포한 소용돌이를 휘몰아쳐 손오공을 밀어내고는 바로 거리를 벌린 후 심협을 돌아봤다.

“그래, 그렇게 쉽게 죽을 리가 없지. 난 믿었다고! 하하하!”

백소천은 감격의 빛을 감추지 못하고 웃었다.

한편, 고화령은 여전히 깨어나지 못한 육화명을 막 땅속에서 구해냈다. 그리고 그녀의 눈은 살갗이 하나도 없는 새빨간 심협을 보고는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

콰쾅!

흑련 도장이 손오공의 분신을 뒤로 물리고는 불안한 표정으로 요풍을 돌아봤다.

그는 전음으로 요풍에게 어찌 된 일인지 물었지만, 요풍도 망연자실한 상태였다. 삼재의 천겁으로 이미 죽었던 사람이 어떻게 다시 살아난 것인지 그도 이해할 수 없었다.

한편, 손오공은 그 틈에 분신을 거두었다. 그는 바닥에 있는 홍황천기반을 힐끗 보았는데, 그러자마자 바로 진상을 알아챘다.

심협이 사용한 방법은 바로 장안에서 원천강이 알려준, 사지에서 다시 살아 돌아오는 방법이었다.

삼재 천겁이 동시에 강림할 때, 심협은 더는 도망칠 수 없음을 알아챘고, 이번의 천겁에 죽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생사가 뒤바뀌는 찰나의 순간이 천명을 바꿀 유일한 기회였다. 더욱이 원천강이 준 영보인 홍황천기반까지 있으니 그는 이 기회에 천명을 속이기 위해 자신의 신혼과 기혈의 힘 일부를 천기반에 담았다. 삼재가 끝나자 그의 기혈의 힘에 숨어 있던 신혼이 다시 몸으로 돌아와 회복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결과는 사실 심협 본인으로서도 의외였다. 그는 본래 자신의 육신이 삼재를 견디지 못할 것이라 여겼는데, 놀랍게도 피와 살이 녹았음에도 골격은 완벽하게 보존되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는 육신을 회복하는 것이 그에게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신혼이 돌아오고 육신이 새롭게 자라나자 심협의 모든 혈이 온 하늘 가득한 별처럼 하나둘씩 번쩍이면서 소용돌이치더니 주위의 천지영기를 빠르게 흡수하기 시작했다.

휘잉!

산이 무너지고 파도가 몰아치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사방의 천지영기가 하늘을 뒤덮으며 세차게 밀려와 심협의 혈로 주입되기 시작했다.

몸의 기운이 곧바로 빠르게 폭증하자 피부도 생겨나기 시작해 금방 온몸을 뒤덮었다.

그때, 오래국 상공에서는 갑자기 기이한 현상이 일어났다. 거대하기 그지없는 소용돌이가 나타나더니 육지가 거대한 폭풍을 만들어낸 것처럼 엄청난 양의 천지영기를 미친 듯이 빨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수백 리 너머 동해에까지 거센 파도가 몰아치기 시작했다. 바닷물은 뜨거워지지는 않았지만 마치 타오르는 것처럼 반경 천 리 안의 바닷물에서 물보라가 일렁였다. 물속의 영기가 높은 하늘까지 솟아올라 오색찬란한 구름으로 변했다.

이 구름은 거대한 소용돌이에 이끌려 오래국 상공으로 날아갔고, 심협 머리 위에 도착하더니 영기의 폭우를 쏟아냈다.

소용돌이 한가운데 선 심협은 빠른 속도로 이 짙은 천지영기를 흡수하고 연화하여 몸의 기운을 높였고, 동시에 질적 변화를 일으켰다.

그의 오른팔에서 검은 점이 천천히 나타나더니 순식간에 아홉 개의 뿌리가 자라났고, 이어서 아홉 개의 검은색 이파리가 돋아났다. 바로 혼돈흑련이었다.

심협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위압감이 갈수록 강해지더니 점점 태을 경지를 넘어 천존 경지에 다다르는 것이 주위 사람들에게까지 느껴졌다.

“이 녀석의 정진 속도는 정말로 놀랍다니까.”

손오공이 눈을 반짝이며 감탄했다.

한편, 요풍은 대세가 기울자 흑련에게 전음을 보냈다.

“즉시 원골 마기를 빼앗아 도망쳐야 합니다!”

“이 상황에서 아직도 마기를 포기하지 못했나? 정말로 죽고 싶은 건가?”

흑련 도장이 황당하다는 듯 대꾸했다.

“우리는 동승신주를 공격했지만 화과산을 공략하기는커녕 두 명의 태을 수사만 잃었습니다. 빈손으로 돌아가면 우리가 무사할 것 같습니까?”

흑련 도장은 요풍의 말에 잠시 생각에 잠겼으나, 결국 틀린 것이 하나도 없음을 깨닫고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순간, 갑자기 노란 빛이 치솟아 요풍의 몸을 휘감더니 질풍으로 변하여 심협을 향해 날아갔다.

날카로운 칼날처럼 변한 그는 곧장 그 방대한 영기 소용돌이로 파고들더니 두 눈을 이리저리 움직여 곧바로 복토가 죽은 곳을 찾아 날아갔다. 핏빛 조도는 그의 시체 잔해에 파묻혀 있었다.

핏빛 조도를 집어 든 요풍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는 발끝으로 땅을 박차고 곧장 도망치려 했다.

한데 그때였다.

“어딜 가려고!”

갑자기 허공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천지에 울려 퍼졌다. 뒤이어 구름이 뭉쳐 만들어진 거대한 손이 갑자기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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