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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1167화 (1,167/1,214)
  • 1167화. 몸풀기

    육화명의 가슴에서 보랏빛이 번득이더니 곧이어 금색 선이 가슴에서부터 몸 곳곳으로 퍼졌다.

    “으아아!”

    육화명은 엄청난 고통에 빠진 것처럼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고 포효했다.

    이와 동시에 그의 등에서 강력한 힘이 폭발하여 그를 붙잡고 있던 백소천이 튕겨 나갔다.

    백소천이 다시 달려가려다 보니, 이미 속박에서 벗어난 육화명은 이성을 잃지 않고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그의 얼굴에서는 실오라기 같은 마기가 밖으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허! 구령태심은 실로 물건이군! 육화명의 스승님은 정말 훌륭한 분이구나. 비법을 배우려면 머리를 밀어야만 한다는 어떤 스승님과는 전혀 딴판이지.”

    백소천은 이런 상황에서도 투덜거렸다.

    “백 도우! 육화명이 완전히 회복되려면 시간이 걸리니 그를 지켜야 합니다.”

    갑자기 들려온 고화령의 목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린 백소천의 눈에는 양쪽 성벽 위에서 마족들이 밀물처럼 몰려오는 것이 보였다.

    “육화명은 걱정해주는 여인도 있구나. 아, 열받네……. 아미타불!”

    불평을 끝낸 그는 불호를 읊으며 한 쌍의 철권을 휘둘러 달려오는 마족을 맞이했다.

    * * *

    하늘 위. 요풍의 옷이 쉬지 않고 바람에 펄럭이기 시작했다. 동시에 그의 허리춤에 걸린 타원형의 푸른 비취색 옥석도 빛을 발했다.

    이 옥패는 간단한 무늬가 새겨져 있어서 매우 볼품없어 보였고, 중앙에는 무량(無量)이라는 매우 고풍스러운 고전(古篆) 문자가 새겨져 있었다.

    소매 속의 건곤에서 마풍이 끊임없이 뿜어져 나와 뼈를 깎는 것처럼 심협의 몸을 스쳐 갔다. 만약 심협의 육체와 혼백이 평범한 태을 수사를 초월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온몸이 상처투성이였을 것이다.

    심협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명홍도를 들고 사방의 어둠을 베어갔다.

    쾅!

    폭음과 함께 초록색 도광이 날아가 먼 곳의 허공을 베었다.

    심협은 재빨리 움직여 마풍을 피하고는 도광이 떨어진 곳으로 날아갔다.

    하지만 앞에는 여전히 아무것도 없었다. 도광이 벤 곳도 보이지 않았다.

    “공간류 법보가 이렇게 짜증 나기는 처음이군.”

    심협은 작게 한탄하고는 힘으로 이 건곤을 부수겠다는 생각을 접었다.

    한편, 바깥에서는 요풍의 소매가 마침내 움직임을 멈추고 평온해졌다.

    “왜 안 움직이는 거지? 삭골마풍(削骨魔風)에 죽었나?”

    복토가 물었다.

    “그럴 리가 없습니다. 이렇게 쉽게 죽을 놈이 아니지요. 아마 지금쯤이면 이 건곤 법포(法袍)를 힘으로 부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는 다른 방법을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요풍은 심협에 대해 잘 알았다.

    “상관없네. 무량옥벽(無量玉璧)이 그의 공격력을 끊임없이 흡수할 것이니 무슨 수를 써도 헛수고야.”

    개의치 않는 듯 흑련 도장은 먼 곳의 전장을 보았는데, 이내 표정이 어두워졌다.

    “손오공은 후골(朽骨) 혼자서 상대할 수 있는 자가 아니니 나는 그를 도우러 가겠네.”

    그는 불진을 휘두르며 손오공이 있는 전장으로 몸을 날렸다.

    백소천과 고화령은 태을 경지에 도달하지도 못한 자들이라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여긴 요풍은 흑련 도장이 날아가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표정이 변하더니 서둘러 자신의 소매를 돌아봤다.

    소매에서 갑자기 눈부신 금빛이 번득이더니 요동치면서 팽창했고, 눈 깜짝할 사이에 10여 배로 커졌다. 윤곽만 보면 커다란 기둥이 뚫고 나오려는 게 분명했다.

    “이건……?”

    복토가 눈살을 찌푸리는 사이, 요풍의 표정은 더욱 어두워졌다.

    “건곤 법포의 약점을 발견하다니, 더는 묶어둘 수가 없다!”

    요풍이 소리치며 소매를 휘둘렀다.

    그 순간, 소매 입구에서 광망이 빛나더니 길이 10장에 굵기는 1장에 이르는 금색 기둥과 함께 누군가가 쏜살같이 빠져나와 순식간에 저 멀리 날아갔다.

    거리를 벌린 심협이 손을 휘두르자 줄어든 현황일기곤이 허공에 원을 그리며 그의 손으로 날아왔다.

    “어떻게 알아챈 것이냐?”

    요풍이 소매를 털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어려울 거 있나? 도광이 비록 그 건곤을 부수지는 못해도 실제에 떨어졌으니 그곳이 경계임을 알았지. 허나 직접 살펴보면 또 몸이 허무 속에 있었고, 끝없는 공간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대신 너의 신통 공간은 살아 있는 것에 맞춰져 있고, 법보나 공격 법술에는 결코 끝이 없음을 알 수 있었지.”

    심협이 별것 아니라는 듯 말했다.

    “그랬군.”

    요풍은 인정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는데, 그 순간 손목의 염주가 갑자기 끊어지더니 열한 개의 구슬이 쏜살같이 심협을 향해 날아갔다.

    이 열한 개의 염주들에서는 아무런 빛도 나오지 않아서 특이한 점이 없어 보였지만, 심협은 방심하지 않고 손을 휘둘러 열한 자루의 순양비검으로 하나씩 겨냥했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온 순간, 염주는 갑자기 빛을 발하더니 날아가는 궤적을 바꿨다. 속도 역시 두 배로 빨라져 그대로 순양비검을 피하고 곧장 심협을 급습해왔다.

    염주가 가까이 다가오자 매우 날카로운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검환(劍丸)!”

    심협은 이 물건이 무엇인지 바로 알아챘다.

    그는 곧장 현황일기곤을 빠르게 휘둘러 빼곡한 곤봉 허상으로 열한 개의 검환을 뒤덮었다.

    챙! 챙! 챙!

    날카로운 소리가 연이어 울려 퍼졌다.

    모든 검환이 빛을 발하더니 각각이 날카로운 작은 검으로 변하여 빼곡한 곤봉의 허상을 가볍게 통과했다. 이는 곤봉 사이를 파고든 것이 아니라 현황일기곤 자체를 통과한 것으로, 조금도 막히지 않았던 것이다.

    심협이 반응하기도 전에 비검들이 그의 미간에 도달했다.

    다른 수단을 쓸 겨를이 없었던 심협은 어쩔 수 없이 호신 보광을 발동하여 태을 절정 강자의 육체와 혼백으로 이 일격을 맞이해야 했다.

    이를 본 요풍의 얼굴에 의기양양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리고 뒤이어 푹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열한 자루의 검은색 소검이 심협의 미간을 관통했다. 태을의 육체와 혼백도 검은색 소검 앞에서는 종잇장에 불과해 단번에 뚫리고 만 것이다.

    심협은 이 검환은 요풍이 다른 사람의 혼백을 모아서 만든 심검임을 알아챘지만, 반격하기에는 이미 늦은 뒤였다.

    그의 식해 속. 열한 자루 어두운 비검이 스쳐 지나가자 열한 개의 커다란 구멍이 생겨났다.

    이루 말할 수 없는 통증이 신혼 깊은 곳에서 퍼져오자 심협 눈빛이 흐려졌고, 신혼이 열두 조각으로 나눠진 것 같아서 정신을 집중할 수 없었다.

    “지금 저자를 죽여야 합니다!”

    요풍이 심검을 거두며 소리쳤다.

    이미 머리 위로 날아올랐던 복토가 포탄처럼 밑으로 떨어졌다. 그의 검은 도포가 휘날리자 감춰져 있던 근육질 몸이 드러났다.

    그의 한쪽 팔에서 근육이 솟아오르며 암홍색으로 빛나자 마족의 부문이 팔을 휘감았고, 짙은 마기를 뿜어내 검은색 주먹 허상으로 변했다.

    주먹 허상에서 더없이 무서운 위압감이 뭉쳐지자 지나가는 곳마다 움푹 파이면서 작고 가느다란 검은색 공간 균열이 생겨났다. 공간을 찢는 위력이었다.

    한편, 심협의 신혼은 중상을 입어 몸이 경직된 상태라 이 강력한 공격을 피할 수 없었다.

    “백중애(百重崖)!”

    백토가 소리치며 심협의 머리를 향해 주먹을 내리쳤다. 심협의 머리가 자신의 주먹에 산산조각이 나는 장면을 본 것처럼 그의 눈이 반짝거렸다.

    한데 그때, 심협이 갑자기 두 눈을 번쩍 뜨더니 온몸에서 기세를 갑자기 뿜어내며 현황일기곤을 거두고는 명홍도를 들어 하늘을 동강 낼 기세로 휘둘렀다.

    꽈르릉!

    우렁찬 도명과 함께 초록색 도광이 갑자기 백 장까지 늘어나 복토에게로 날아갔다.

    복토는 심협이 갑자기 곤경에서 벗어난 것에 놀랐지만, 주먹의 기세를 그대로 밀고 나가 내리쳤다.

    콰쾅!

    초록색 도광이 굉음과 함께 복토의 주먹을 제압하더니 겉에서 뜨거운 불꽃이 타올라 검은색 마기를 끊임없이 갉아 먹었다. 복토의 주먹이 명홍도의 칼날에 닿았을 때는 이미 검은색 마기가 완전히 사라진 뒤였다.

    챙!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심협의 도가 격렬하게 흔들리고 도신이 쉬지 않고 떨려왔다. 강력하기 그지없는 힘이 몸을 뚫고 들어오자 그의 뼈에서 콰직 하는 소리가 울렸다.

    두 발이 디딘 땅에서 두 개의 광포한 기운의 파도가 몰아쳤고, 반경 10여 장의 바닥에 깔린 벽돌이 부서지며 날아갔다.

    이 무렵, 복토의 힘도 모두 소모되었고, 그는 얼른 뒤로 몸을 빼 거리를 벌렸다.

    심협의 두 발은 땅에 박혔다. 땅은 종횡무진으로 갈라졌다.

    저 검은색 두건을 쓴 마족은 놀랍게도 신체와 힘이 심협 못지않게 강했다.

    심협은 한 손으로 명홍도를 쥐고 열한 자루의 순양비검을 옆에 띄웠다.

    “몸풀기가 끝났으니 이제 제대로 상대해주마.”

    심협이 차갑게 웃더니 손을 휘두르자 열한 자루의 순양비검이 요풍을 향해 날아갔다. 그리고 그는 바로 뒤를 쫓아 돌진했다.

    요풍은 심협의 공격에도 놀라지 않고 손목을 휘둘러 검은색 수정 마봉(魔棒)을 꺼냈다.

    이 마봉은 길이가 2척 불과했으나, 끝에 조각된 정교한 두개골에서는 짙은 죽음의 기운이 뿜어져 나와 주위의 온도를 뚝 떨어트렸다.

    “마침 잘됐구나! 네놈을 상대로 치우 대인이 하사하신 묵옥해골(墨玉骸骨)을 시험해봐야겠다.”

    요풍이 차갑게 웃더니 온몸의 기운을 폭증하여 마력을 검은색 마봉에 미친 듯이 주입했다.

    삽시간에 요풍이 들고 있던 검은색 마봉 끝의 해골은 두 눈이 혈광으로 물들었다. 그리고 그 입에서는 끼기긱 하는, 소름 끼치는 소리와 함께 강력한 흡입력이 뿜어져 나왔다.

    사방 천지에서 음풍이 일어났고, 성안의 죽은 백성과 전사한 요족, 마족의 시체가 쌓인 곳에서 짙은 사기가 뿜어져 나와 희미한 하얀 기운이 되어 해골의 입으로 미친 듯이 흘러 들어갔다.

    해골의 입은 마치 끝없는 심연처럼 빠르게 사기(死氣)를 흡입했고, 마봉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은 점점 강력해져 갔다.

    허공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열한 자루의 순양비검이 검신에서 붉은 불꽃을 뿜어내며 빠르게 날아오자 요풍은 뒤로 한 걸음 물러나 거리를 벌렸다. 그때, 묵옥해골 마봉에서 짙은 사기가 뿜어져 나와 순양비검들을 뒤덮었다.

    한순간에 심협은 순양비검을 감지할 수 없게 됐고, 바짝 긴장하며 돌진을 멈췄다. 이 열한 자루의 순양비검은 비록 기령이 생기지 않았지만, 그가 쭉 몸에서 온양한 비검들이었는데 이렇게 쉽게 연결이 끊어진 것을 보면 저 사기 속에 뭔가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요풍이 묵옥해골을 휘두르자 온 하늘에 실제 같은 사기가 파도처럼 솟구쳐 심협에게로 향해 다가왔다.

    사기 속에서 거대한 검의 허상이 만들어져 심협을 베기 위해 날아왔다.

    심협은 곧바로 그 검의 허상에서 익숙한 검기를 느꼈다. 바로 자신의 순양비검이었다.

    ‘법보의 연결을 끊고 그 위능을 역으로 이용하다니!’

    심협은 내심 놀라면서도 다시 돌진하며 명홍도를 크게 휘둘렀다.

    초록빛 도의 날과 사기로 가득한 검의 허상이 충돌하자 큰 폭발이 일어났고, 쉽게 승부가 나지 않았다.

    그때, 복토가 기합을 내지르며 다시 심협에게로 날아왔다.

    겹겹이 쌓이는 두 주먹의 허상이 끊임없이 압박해오자 심협은 연달아 뒤로 물러났다.

    “꺼져!”

    심협이 짧게 외치며 명홍도를 휘둘렀지만, 몰려오는 사기가 바로 빈자리를 메우며 계속해서 그를 공격해왔다.

    두 사람의 협공은 매우 절묘하여 조금씩 심협을 몰아붙였다.

    ‘계속 억제하고 있을 수는 없어.’

    위기의 순간, 심협은 반고진공을 운공하는 동시에 억제해 왔던 법력을 개방했다. 기운은 눈에 띄지 않게 조금씩 치솟았다.

    그때, 복토가 갑자기 그의 뒤에 나타나 외쳤다.

    “법칙 경계, 토류역(土流域)!”

    황토색 광망이 몸에서 폭발하더니 짙은 토속성 법칙의 힘이 뿜어져 나와 반경 천 장을 뒤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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