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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1159화 (1,159/1,214)

1159화. 우물 내부

반나절 후 마침내 법진이 완성됐고, 심협은 두 눈을 떴다.

그의 복부 안에서 은은한 하얀 빛이 반짝였는데, 마치 등불이 천천히 흔들리는 것 같았다.

화령자가 이를 보고는 곡현성반을 꺼내 결인했다.

곡현성반이 광망을 강하게 뿜어내며 천천히 돌기 시작하자 눈부신 별빛이 그 안에서 뿜어져 나와 북명곤의 미간으로 쏜살같이 들어갔다.

북명곤은 죽음이 임박한 데다 혼원무극진에 갇혀 있던 터라 별빛이 신혼을 공격하자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신혼이 부서져 죽었다.

화령자가 전신편을 발동하자 서혼 대진이 나타나 북명곤의 신혼을 흡수했고, 빠르게 연화된 혼력을 흡수했다.

화령자는 기운이 갑자기 짙어지자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심협은 이를 신경 쓰지 않고 오른손을 내밀어 북명곤 머리가 있는 쪽을 향해 허공을 움켜쥐었다. 산하사직도에서 뿜어져 나온 은색 빛이 거대한 손이 되어 북명곤의 머리로 들어갔다.

잠시 후, 거대한 은색 손이 뱀 같은 은빛을 쥐었다. 이 은빛에서는 강렬한 공간 법칙 파동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심협이 기뻐하며 커다란 손을 조종하여 끌어당겼다. 곧이어 복부의 하얀 대진에서도 밝은 빛이 뿜어져 나와 공간 법칙을 뒤덮었다.

화령자도 결인하여 곡현성반을 발동했다. 그러자 가느다란 은빛이 공간 법칙을 휘감았고, 주위에 둥근 은색 고리를 만들어 공간 법칙을 꽁꽁 묶었다.

심협이 결인하자 커다란 은색 손이 천천히 복부를 눌러 북명곤의 공간 법칙을 체내로 넣었다.

단전 근처에 있던 봉인 법칙도 전력을 다해 운공하자 그 안에서 수백 줄기의 하얀 빛이 뿜어져 나왔다.

일각 뒤, 북명곤의 공간 법칙이 마침내 심협의 몸에 봉인되었다. 다만 반고진공을 수련하지 못한 터라 이 법칙을 아직 발동할 수는 없었다.

화령자는 연달아 신통을 시전하느라 피곤했는지 일이 끝나자마자 바로 쉬러 가려 했다.

“화령자 잠깐만. 한 가지 더 부탁할 게 있어.”

“또? 뭔데, 빨리 말해.”

심협은 곧장 원조의 검은색 곤봉을 꺼냈다.

“이건 원조의 무기가 아닌가?”

“맞아, 채주가 원조한테서 빼앗았어. 이 곤봉도 여의금고봉을 모방하여 만든 것이라 그 안에 대량의 현양신철과 구전빈철, 구천금정은 물론이고 힘의 법칙이 들어 있더군! 이 곤봉을 내 현황일기곤에 넣어줬으면 해.”

심협이 현황일기곤을 꺼내며 말했다.

그의 실력이 빠르게 향상되면서 현황일기곤이 점점 따라오지 못했는데, 원조의 이 곤봉을 융합하면 현황일기곤도 완전히 선기로 올라갈 터였다.

“알겠다.”

화령자는 군말 없이 두 법보를 거뒀다.

심협도 숙소로 돌아가 눈을 감고 정양했다.

다음 날, 숙소에서 나온 그는 잠시 오홍을 만났다가 혼자 용총으로 향했다.

심협이 다가오자 흑백진군이 신마의 기둥 위로 떠올라 가만히 기다렸다.

“결정했는가?”

흑백진군이 물었다.

“약속한 일은 이미 준비를 끝냈습니다.”

심협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 번 더 말하지만, 이 우물 안의 순수한 영기와 마기는 서로 균형을 이루고 있을 때는 문제가 없지만, 한번 음양을 휘저어서 그 균형을 흩트리면 신마의 우물 안은 영마가 뒤엉키고 음양이 서로 싸우는 험지로 전락할 것이네. 그때가 되면 나도 제때 자네를 구해줄 수가 없어.”

“알고 있습니다. 허나 들어가야만 할 이유가 있습니다. 신마의 우물을 열도록 도와주십시오.”

심협의 의연한 대답에 흑백진군도 더는 묻지 않고 흑백 돌기둥 위에 가부좌를 틀더니 양손으로 법결을 맺었다.

몸의 흑백 광망이 좌우로 흘러 아래에 놓인 신마의 기둥에 주입되자 돌기둥의 부문이 하나씩 밝아졌고, 몸통에서는 강렬한 파동이 뿜어져 나왔다.

다음 순간, 흑백 빛줄기가 신마의 기둥에서 퍼져 나갔다.

빛줄기가 뒤덮은 영역의 땅에는 반경 10장의 칠흑 같은 구멍이 나타났다.

심협이 가장자리로 다가가 안쪽을 보았지만, 짙은 어둠뿐이었다. 심지어 영목 신통을 시전해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제가 들어간 뒤에 바로 입구를 닫아 주십시오. 제가 나오려 하면 바로 감지하실 수 있을 겁니다.”

“알겠네.”

심협은 심호흡한 뒤 몸을 날려서 칠흑 같은 구멍으로 뛰어들었다.

그의 몸이 추락하면서 금방 어둠에 집어 삼켜졌다.

얼마나 지났을까. 심협의 몸이 그제야 천천히 바닥에 내려섰다. 그가 손을 비비자 손바닥에 불꽃이 생겨나 주위가 조금이나마 밝아졌다.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보니 그곳은 실로 오래된 우물 같았고, 크기는 반경 10여 장이었다. 불빛에 보이는 주위의 벽은 청갈색 벽돌이었다.

공간 전체에는 흑백 두 가지 색의 안개가 자욱했는데, 서로 융합하여 공존하는 형태였다. 뚜렷한 흐름은 보이지 않았다.

벽을 따라 한 바퀴 걸으니 벽돌에는 온통 부문이 가득했다. 부문은 심지어 발아래의 땅에까지 연결되어 있었다.

한참을 살펴본 결과, 그는 바닥에 있는 것이 거대한 법진임을 알게 됐다.

그때, 어디선가 흑백진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신마의 우물 입구를 봉인한 금단(禁斷) 대진이니 신경 쓸 것 없네. 자네가 열려고만 하지 않으면 자네에게는 아무런 영향이 없을 걸세.”

“왜 이런 금단 대진이 있는 거죠?”

“심 도우, 지금 그게 신마의 우물 전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 이곳은 신마의 우물 입구일 뿐일세. 금단 대진을 통해야만 신마의 우물 깊숙한 곳까지 갈 수 있지. 다만, 그곳은 천지에 가득한 원기 폭풍이 허공을 파멸시키는 곳이라 천존의 존재라 해고 온전히 빠져나온다고 장담할 수가 없으니, 그곳에는 갈 생각조차 하지 말게.”

심협은 신마의 우물 깊숙한 곳이 더욱 궁금해졌지만, 지금은 다른 할 일이 있으니 모험은 할 수 없었다. 바로 고개를 끄덕이고 가부좌하고 앉았다.

손의 불꽃을 끄자 주위가 다시 어둠으로 뒤덮였다.

“한 가지 더. 자네가 이곳의 영기와 마기를 끌어오기 시작하면 균형이 깨질 것이고, 이곳 공간에 강렬한 영기와 마기가 충돌하면서 왜곡이 발생할 걸세. 정말로 못 버틸 것 같다 싶으면 바로 날 부르게. 그럼 내가 강제로 자네의 폐관을 끊고 끌어내 주겠네.”

흑백진군의 목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

“감사합니다.”

심협은 감사 인사를 하고는 더는 말하지 않았다.

주위는 고요했고, 한참이 지나도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심협은 눈을 감고 정양했다. 그는 급하게 법력을 운공하지 않고 정신을 집중하여 이곳의 영기와 마기의 흐름을 느꼈다. 서서히 자신의 기운을 조절하며, 그는 조금씩 하나가 되어 갔다.

한참 후, 심협이 갑자기 두 눈을 뜨고 체내의 황제내경 공법을 운공하기 시작하자 몸의 모든 혈에서 점점 빛이 밝아졌고, 식해의 신혼 소인도 하얀 빛으로 뒤덮였다.

지금의 심협은 평범한 사람의 한계를 완전히 뛰어넘은 태을 수사다운 풍모를 뿜어냈다.

허공에서 양손을 물 흐르듯 좌우로 나누어 움직이자, 몸 아래의 흑백 유광이 그 움직임을 따라 움직이며 음양조화도를 만들어냈다.

심협이 이곳에 온 것은 다름 아닌 반고진공을 수련하기 위함이었다. 이미 음양조화도를 수련했으니 반고진공을 수련할 수 있을 터였다. 원골 마기인 수라면구를 마족이 가져갔으니 치우의 부활에 한 걸음 더 다가간 셈이다. 서둘러 반고진공을 수련하여 대응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음양조화도가 떠오르는 순간, 주위의 영기와 마기가 바로 끌려왔다. 흑백의 안개가 요동치며 심협의 몸 아래로 흘러왔다.

그중 하얀 영기는 천천히 검은색 양어(陽魚)를 향해 흘러와 음어(陰魚)의 양의 점(點)에 도달했다가 안으로 흘러 들어가기 시작했다. 마기도 마찬가지로 음어의 음의 점으로 흘러 들어갔다.

그렇게 두 기운이 각기 양어와 음어로 들어가는 순간, 움직임이 없던 음양조화도가 갑자기 회전하며 주위의 양기와 마기를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동정을 계속 주시하던 흑백진군은 신마의 우물 안의 영기와 마기가 움직이자 표정이 굳어졌다. 심협이 수련을 시작했음을 알 수 있었으나, 한참을 기다려도 의외로 영기나 마기에서 이상한 낌새가 발견되지 않았다.

아무리 정밀하게 제어한다 해도 영기와 마기의 불균형을 피할 수 없으니 적어도 반복적인 움직임이 나타난 뒤에 조금씩 균형을 잡아가야 할 터였다. 그런데 지금 신마의 우물 안은 너무나 평온했다. 심협이 아직 수련을 시작하지 않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영기와 마기의 흐름은 확실하게 느껴졌다.

사실 심협이 반고진공을 수련하는 동안 음양조화도가 영기와 마기의 흐름 사이의 균형을 완벽하게 잡아주어 불균형이 일어나지 않은 것이었다.

그가 양손의 법결을 바꾸고 천천히 반고진공을 운공하자 체내의 모든 영맥과 혈이 활짝 열려 영기와 마기의 충격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다음 순간, 음양조화도 안의 영기와 마기가 둑이 무너진 것처럼 심협의 체내로 미친 듯이 몰려 들어오면서 영맥에서 크게 요동쳤다. 영맥에서는 파직 하는 소리가 울렸다.

심협의 단전 안에서 교룡이 안에서 날뛰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대량의 영기와 마기가 음양조화도를 통하여 그의 체내로 흘러들어왔다.

방대한 기운가 모공에서 뿜어져 나오자 심협의 몸이 저절로 떠올랐고, 머리카락이 솟아올라 곤두섰다. 마치 악마 같은 모습이었다.

심호흡하며 음양조화도를 극한으로 운공하자 몸 뒤의 태극도가 갑자기 두 배로 커졌다.

음양조화도의 천지를 빼앗고 조화를 이루는 공법이 이번에는 전력으로 체내로 갑자기 들어온 영기와 마기를 완전히 제압해 나갔다.

심협은 안도하며 두 눈을 질끈 감고 반고진공의 방식대로 선마, 두 힘을 운공하기 시작했다. 몸에서는 보이지 않는 빛이 뿜어져 나왔으나, 그는 알지 못한 채 계속해서 반고진공을 운공했다.

* * *

북구노주(北俱蘆洲) 중심에는 검은 산맥이 수천 리에 걸쳐 길게 늘어져 있었다. 구름 위로 솟은 산맥의 높은 봉우리들은 마치 하늘의 기둥 같았다.

검은 산맥 안에는 음산하고 기이한 기운이 가득해 곳곳에서 날카로운 바람이 불어댔다. 갑자기 그 소리의 높낮이가 바뀌니, 마치 악귀의 비명 같기도, 늑대의 울부짖음 같기도 하여 듣고 있으면 간담이 서늘해졌다.

이 산맥의 이름은 시조산(始祖山)으로, 땅속에는 극에 달한 음한의 음맥이 담겨 있다. 또한 내부에는 살기와 독장(毒瘴)이 가득해 북구노주는 절지가 되어 어떤 생명이든 들어왔다가는 바로 죽음을 맞을 터였다. 게다가 땅속의 음맥 때문에 생령 혼백들이 헤어나오지 못하고 갇혀서 천년만년 염라절역(閻邏絶域) 같은 모습을 이루었다.

검은 산맥 땅속 깊은 곳에서 마치 거대한 용이 길게 늘어진 듯한 동굴이 하나둘 나타났다. 이 굴들은 사방으로 뚫려 있어서 어디까지 이어져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물이 흐르는 소리가 동굴 안에서 울려 퍼지면서 지하의 수맥 같은 물이 흘러나왔는데, 이 물줄기는 피 같은 혈홍색이었다.

땅속 깊은 곳의 100리 정도 되는 크기의 거대한 동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듯한 이 동굴 속에 검은 궁전이 있었는데, 그 모습이 장안성의 성지(城池)와 흡사했다.

성안에는 등불이 환했고, 수많은 사람이 바삐 돌아다녔다. 수많은 마족이 이루고 있는 번성한 이 도시는 마치 전혀 다른 세계 같았다.

이 거대한 동굴 깊은 곳에 혈홍색 호수가 있었다. 땅속 동굴 안의 핏빛 수맥이 사방에서 몰려와 이 호수 안으로 유입되었다.

이 호수는 피비린내가 아닌 사람의 마음을 홀리는 달콤한 향을 풍겼다.

호수 위에 둥둥 떠 있는 핏빛 제단 앞에는 세 사람이 서 있었다. 그중 환갑은 되어 보이는 노인은 손에 검은색 불진을 들고 음양어(陰陽魚) 무늬가 새겨진 검은색 도포를 입고 있었다.

다른 두 사람은 금의(金衣)를 입은 소녀와 회색 원숭이였다.

금의의 소녀는 온몸에 용의 기운을 두르고 있는 여인, 마수수였다.

그녀의 경지는 크게 정진하여 태을 경지였는데, 초기가 아닌 중기였다. 후기까지는 이제 반걸음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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