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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1158화 (1,158/1,214)

1158화. 도천주(盜天珠)

융원고가 천천히 심협의 척추로 파고들어 녹아 들어갔다.

심협은 경련했다. 척추의 고통이 빠르게 몸 곳곳으로 퍼지자 빨갛게 달아오른 수많은 바늘로 온몸을 찌르는 것만 같았다.

그는 고통을 참아내며 묵묵히 황제내경을 운공하여 모든 것을 완화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고통이 점점 사라지자 심협은 천천히 심호흡했고, 이내 얼굴에도 화색이 돌았다.

이제 융원고는 그의 몸과 융합되어 본명고가 되었다.

심협이 황정경을 운공하자 피로는 금방 회복되었다. 그는 양손을 펼쳐 허공의 오행 영기와 땅속의 음기, 살기 등 각종 원기를 빨아들였다. 이어서 융원고를 발동하자 흡입력이 흘러나와 모든 원기를 다 흡수했다.

융원고의 몸이 좀 커지면서 빠르게 꿈틀거리더니, 순수한 원기가 꼬리에서 뿜어져 나와 척추를 타고 그의 몸으로 녹아들었다.

이 원기를 자세히 감지해보니 이미 속성의 구분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완전히 하나가 되어 있었다.

“좋았어!”

심협은 크게 기뻐하며 시도를 멈추었다. 융원고와 이제 막 융합했으니 적응할 시간이 더 필요했다.

대신 그는 보라색과 하얀색 두 개의 저물 법기를 꺼냈다. 자 선생과 북명곤의 것이었다.

우선 자 선생의 저물 법기를 들고 신식을 운공하여 그 안의 물건을 하나하나 자세히 살폈다. 확실히 많은 보물이 들어 있었지만, 그에게는 큰 쓸모가 없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한데 어느 순간,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저물 법기에서 검은색 돌을 꺼냈다.

이 돌은 둥글었고, 뿜어내는 기운은 매우 미약하여 눈에 잘 띄지 않았다. 그러나 이 돌에는 기이하고 은밀하지만 강력한 마기의 파동이 담겨 있었다. 심협의 신식이 천존 경지에 도달하지 못했다면 발견하지 못했을 터였다.

‘현기를 숨기고 있다니, 절대로 평범한 돌은 아니다!’

심협은 바로 체내의 마기를 주입하며 손에 힘을 주었다. 그러자 돌이 부서지면서 주먹만 한 검은색 구슬이 나타났다. 그 위에는 옛 마문(魔文)으로 세 글자가 적혀 있었다.

도천주(盜天珠).

“도천주? 요풍이 언급한 적이 있는데…… 중요한 보물인 모양이지?”

심협은 반짝이는 눈으로 구슬을 살펴보고는 계속해서 마기를 주입했다.

어느 순간, 도천주에서 검은 빛이 쏟아져 나오며 회백색 기운이 함께 튀어나오더니 곧장 펑 하며 폭발했다.

심협은 깜짝 놀라 곧장 뒤로 물러나는 동시에 몸 앞에 금빛 방패를 만들어 회백색 기운을 막아냈다.

회백색 기운에는 독이나 저주 같은 것은 없었다. 그저 방 안에서 흩날리다가 금방 사라졌다.

심협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다시 도천주를 들고 살폈다. 그 내부는 이미 텅 비었는데, 아무래도 아까 그 회백색 기운이 들어 있었던 듯했다.

도천주를 그렇게 은밀하게 숨겨 놓은 것을 보면 분명 그 회백색 기운에 무언가 있는 게 틀림없거늘, 이렇게 사라진 것이 아쉬웠다.

그는 아쉬움을 털어내며 도천주를 챙기고는 북명곤의 하얀 저물 법기를 살폈다.

신식을 저물 법기 안에 넣은 심협의 표정이 곧장 변했다. 북명곤의 저물 법기는 거의 텅 비었고, 광석과 영초 그리고 두세 개의 법보는 이리저리 흩어져 있었다.

조요경도 그 안에 있었는데, 이 거울을 제외하면 남은 광석과 영초, 법보는 매우 평범한 것들이었다. 심지어 그 안에 담긴 영력도 매우 희박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심협은 허탈한 듯 중얼거렸다. 북명곤은 삼계를 누볐고, 신마의 우물 입구를 백여 년이나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니 값진 보물이 차고 넘칠 줄 알았거늘, 이리 가난할 줄이야!

심협은 조요경을 꺼내 잠깐 살펴본 뒤 체내에 넣어 선천연보결로 연화하기 시작했다. 이 거울은 요족을 상대할 때 효과적이니 최대한 빨리 연화할 생각이었다.

내심 실망하며 저물 법기에서 신식을 거두려던 순간, 그는 갑자기 흠칫하더니 손을 휘둘렀다.

검은 빛이 저물 법기 안에서 나와 그의 손에 떨어졌다. 그것은 2척 길이의 날이 넓고 평평한 도끼였다.

어떠한 영성 파동도 느껴지지 않는 평범한 물건 같았지만, 심협이 신식을 뻗자마자 도끼는 보이지 않는 힘으로 튕겨냈다.

“그래, 북명곤이 도끼 허상으로 오홍과 원구의 몸에 있던 괴뢰 법칙의 실을 끊어냈지. 그게 이 물건에서 나온 거였나?”

심협은 생각에 잠겨 중얼거렸다.

법력을 운공하여 주입하자 도끼 머리에서는 검은 빛이 반짝였다. 한데 그뿐, 법력을 더 높여도 다른 변화는 없었다.

“역시 평범한 물건이 아니었군.”

심협은 실망하지 않고 선천연보결로 연화하려 했다. 한데 도끼 머리 내부의 구조는 매우 긴밀하여 선천연보결로도 연화하기가 매우 힘들었다.

그는 속으로 의아해하며 소매를 휘둘러 이 도끼를 거두었고, 연화를 이어갔다.

심협은 두 개의 저물 법기를 챙긴 뒤 산하사직도를 꺼내 그 안으로 들어가 그림 내부의 어딘가로 향했다.

거대한 하얀 법진이 떠 있었는데, 바로 혼원무극진이었다. 뿜어져 나오는 강력한 금고의 힘이 원기 파동과 허공의 힘까지 가둬두고 있었다.

대진 안에는 커다란 짐승의 머리가 있었고, 그것은 북명곤의 머리였다.

이 머리는 아직 살아 있었기에 눈에도 생기가 돌았다.

화령자는 혼원무극진 상공에서 전신편을 들고 서혼 대진을 뿜어내 검은색 신혼을 뒤덮고 있었다. 그 혼백은 바로 자 선생의 것이었다.

심협은 방해하지 않고 옆에서 조용히 기다렸다.

자 선생은 심마대법을 수련하여 신혼이 매우 안정적이었기에 화령자가 긴 시간 섭혼을 진행했음에도 진전은 느렸으나, 오늘 마침내 완성됐다.

반나절을 기다리자 화령자가 마침내 전신편을 거두고 천천히 심호흡했다.

“완성했어?”

심협이 기대하는 목소리로 물었다.

“심마대법은 역시 대단하구나. 이리 많은 준비를 했는데도 하마터면 실패할 뻔했지 뭐냐.”

화령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지친 목소리로 답하고는 두 개의 옥간을 꺼내 이마에 붙였다. 그러자 옥간에서는 정광이 번쩍였고, 화령자는 그것들을 심협에게 던졌다.

“이게 뭐야?”

심협은 화령자가 던진 두 개의 옥간을 받았다.

“심마대법 전편(全篇)과 마족 봉인 법칙 비술.”

화령자의 담담한 대답은 이미 예상했던 바이지만, 심협은 기뻐하며 얼른 신식을 두 옥간에 넣었다.

첫 번째 옥간은 심마대법이었다. 화령자는 일전에 용아의 신혼을 섭혼하여 심마대법 구결 일부를 알아냈는데, 전편의 구결은 더욱 현묘했다. 거기에는 심마의 진의와 심마를 안정시키는 법, 심마를 제거하는 법, 심지어 심마를 조종하는 법 등 온갖 비법이 담겨 있었다.

심협은 여러 개의 절정급 신혼 비법에 정통했지만, 심마대법을 보니 흥분을 감추기 힘들었다.

온전한 심마대법이 생겼으니 그의 신혼 경지는 더욱 정진할 것이고, 천존 경지에 오를 견고한 기초를 쌓을 수 있을 터였다.

심협은 이어서 신식을 다른 옥간에 넣었다.

“도천비술(盜天祕術)?”

옥간의 시작은 이 네 글자였다.

심협은 설레는 마음으로 계속해서 살폈다.

도천 비술은 매우 현묘해서 심마대법에 뒤처지지 않았다. 심지어 기발함으로는 심마대법보다도 위였다.

이 비술은 전과 후,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는데, 앞부분은 법칙을 봉인하여 몸에 넣는 것이고, 후반부는 법칙을 조종하는 방법이었다.

앞부분은 비교적 간단했다. 비술에 적힌 대로 봉인 법진을 체내에 새긴 뒤, 법칙의 힘을 그 안에 봉인하면 완성이었다. 이는 선기를 제련하는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어려운 것은 뒷부분이었다. 법칙을 체내에 봉인하는 것은 쉽지만, 자유롭게 조종하는 것은 어려웠다. 다른 사람이 깨달은 법칙에는 그 각인이 새겨져 있다. 그러니 그 봉인을 법보에 넣고 금제의 힘을 이용하면 법칙의 위능을 충분히 발동할 수 있었다.

다만 이런 법칙의 힘은 융통성과 법칙 신통의 유연함이 떨어지니 그 위력도 크게 약해진다.

하지만 이 도천 비술을 창시한 자는 뛰어난 인재였는지, 수많은 공법 서적들을 참고하여 ‘도천(盜天)의 힘’이라는 특수한 힘을 만들어냈다. 이 힘을 봉인 법칙에 주입하면 법칙과 봉인 법진을 일정 시간 동안 융합하여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도천의 힘의 창시 방법은 마족의 기밀이라 자 선생이 비록 십이존자의 일원이라 해도 알아낼 수 없었다. 이에 그는 도천주라는 법보를 사용하여 도천의 힘을 증폭시켜 체내에 봉인한 법칙을 마음껏 사용했다.

한편, 이 뒷부분을 살핀 심협은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도천비술을 익히면 봉인 법칙을 자유롭게 쓸 수 있을 것이라 여겼다. 그래서 북명곤의 머리도 남겨둔 것이다. 이 짐승의 공간의 법칙을 빼앗기 위함이었다.

한데 도천의 힘이 없으면 모든 것이 허사였다.

“화령자, 이 도천의 힘에 대해 아는 것 좀 있어?”

심협이 아직 포기하지 않고 화령자에게 물었다.

“나도 모른다. 도천의 힘이라는 건 들어본 적이 없어.”

화령자의 답을 듣고서야 심협은 완전히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너무 낙심하지 마라. 도천의 힘은 몰라도 헌원 잔혼이 네게 전수한 반고진공은 세상 모든 원기를 연화할 수 있으니, 이 공법을 수련하면 반고진공의 원기를 도천의 힘 대신 사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게 무슨 뜻이야?”

심협이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내 생각에 도천의 힘이란 여러 종류의 원기를 모은 뒤 마족의 비술로 융합하는 것일 게다. 원기를 융합하는 신통은 상고 시기에도 누군가 시도했지. 아마 융합하는 원기가 많을수록 용도가 다양해지니 다른 사람의 법칙을 자유롭게 발동하는 것도 가능할지 모른다는 뜻이다.”

“그렇구나.”

화령자의 말에 심협은 고개를 끄덕였다.

‘반고진공은 세상 모든 원기를 연화할 수 있으니 융합 신통과 방법은 다르나 효과는 같다. 어쩌면 정말로 다른 사람의 법칙을 발동할 수 있을지도 몰라!’

이런 생각이 들자 가슴이 뜨거워졌다.

“마족이 창안한 도천의 힘은 다른 사람의 법칙을 훔치는 용도잖아. 한데 방금 상고 시기에도 그런 일을 하려던 사람이 있었다고?”

“제월청풍(霽月淸風)이라는 선배다. 그런 비열한 짓을 할 분이 아니지. 그녀는 이 방법으로 혼돈(混沌)의 힘을 익히고 싶어 했다.”

“혼돈의 힘?”

“태고 시기, 혼돈이 열리지 않자 반고 대신이 신부(神斧)로 하늘을 열고 나서야 비로소 지금의 삼계가 생겨났다. 혼돈의 힘은 삼계가 열리기 전에 존재했던 일종의 본원의 힘으로, 지금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원기는 모두 이 혼돈의 힘에서 파생한 것이다. 혼돈의 힘은 그 묘용이 무궁무진하지.”

설명을 듣고서야 심협은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세상의 원기를 융합할 수 있는 신통의 이름을 헌원 잔혼은 반고라 이름 지었다. 헌원도 이 공법으로 혼돈의 힘을 익히려 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혼돈의 힘인지 뭔지는 나중에 얘기하고, 북명곤의 몸에서 공간의 법칙을 뽑아내서 내 몸에 봉인하고 싶은데, 도와줄 수 있어?”

심협이 생각을 털어내며 묻자 화령자는 고개를 끄덕인 뒤 혼원무극진을 발동했다.

심협은 가부좌를 틀고는 도천비술에 기록된 대로 단전 근처에 봉인 법진을 새기기 시작했다.

이 법진은 매우 복잡하여 그 안에는 많은 현묘한 변화가 담겨 있었다. 만약 이전이었다면 이렇게 빨리 깨닫지 못했겠지만, 지금 그는 그 복잡한 음양조화도를 수련한 상태였으니 이 정도는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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