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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1152화 (1,152/1,214)
  • 1152화. 협공

    심협이 절반 정도 날아갔을 때, 눈부신 은빛이 갑자기 번쩍이더니 광망이 비친 곳의 모든 공간의 힘이 굳어졌다. 마치 얼어붙은 것만 같았다.

    동시에 심협도 몸이 무거워지면서 허공에서 쫓겨났다.

    그의 뒤에서 은빛 허상이 반짝이더니 북명곤 분신이 날아왔다.

    북명곤 분신은 이제 공간 둔술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 같았지만, 여전히 속도는 빨랐다. 두 개의 거대한 발톱이 날아오는 동시에 수많은 은색 바람 칼날이 그 입에서 뿜어져 나와 심협의 머리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이 바람의 칼날은 신마의 기둥 옆과 마찬가지로 동시에 공간과 소용돌이 법칙의 파동을 뿜어냈다.

    심협은 오래 생각할 겨를도 없이 뇌광이 되어 날아가 거대한 발톱과 바람 칼날 공격을 피했고, 순식간에 북명곤 분신 머리 위에 나타났다.

    금흑색 빛이 반짝이더니 그의 몸이 순식간에 열 배로 커져서 금흑, 두 가지 색의 거인이 되었고, 양손은 용의 발톱처럼 변했다. 그는 그대로 북명곤 분신의 머리를 잡으려 했다.

    머리를 돌려 피한 북명곤 분신은 갈고리 같은 뾰족한 입과 두 개의 날카로운 발톱 그리고 거대한 몸집을 이용하여 심협과 육탄전을 벌이려 했다.

    “안 돼!”

    북명곤이 멀리서 이 광경을 보고는 서둘러 외쳤다.

    그의 분신은 보통의 분신과 달리 자유 의지를 가지고 있기에 본체가 완벽하게 제어할 수 없었다. 그 점이 이 신통의 놀라운 점이지만, 지금은 치명적인 약점이 되었다. 분신은 심협의 육신이 어떤 법보보다도 강하다는 것을 알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북명곤의 외침은 늦고 말았다.

    콰쾅!

    두 거대한 존재가 충돌했고, 다음 순간 북명곤 분신은 단숨에 반으로 찢어졌다. 사방으로 피가 튀며 은빛이 되어 흩날리자 주위의 얼어붙었던 허공도 원래대로 돌아왔다.

    심협도 가슴과 배를 발톱에 찔려 커다란 상처를 입었고, 피를 쏟았다. 그러나 그에게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상처에서 수많은 초록색 실이 나와 서로 엉키자 빠르게 치유됐다.

    “좋았어! 심협, 어서 날 도와 북명곤을 죽여라! 영산의 너희도 마찬가지다! 북명곤을 죽이는 자가 신마의 우물 입구를 장악하게 될 것이다!”

    흑백진군이 기쁜 목소리로 외치며 신마의 기둥을 두들겼다. 그러자 그 위의 흑백 태극문양이 단숨에 몇 배로 커져서 북명곤의 몸 절반을 뒤덮었고, 은색 소용돌이 바람기둥도 절반이 갇히게 되었다.

    북명곤이 굳은 안색으로 죽음힘을 다해 저항했지만, 음양 법칙의 위력이 매우 강력하여 쉽게 벗어날 수 없었다.

    한데 그때였다. 흑백진군이 음양 법칙의 위력을 높이자 핏빛 면구를 가두고 있던 사슬 대진이 일순 약해지고 말았다. 그 틈에 면구가 다시 혈광을 강하게 뿜어내며 거대한 입으로 사슬 대진을 강하게 물었다.

    콰직! 콰지직!

    무언가 깨지는 듯한 소리가 두 번 울렸고, 하얀 사슬이 두 개 끊어졌다. 이어서 사슬 대진이 흔들리기 시작했는데, 쉬이 안정되지 않았다.

    “서둘러!”

    흑백진군이 다급하게 외치고는 전력으로 신마의 기둥의 대음양현금을 발동하여 핏빛 면구와 북명곤을 제압했다.

    심협이 뇌광을 번쩍이더니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영산 4인방도 각자 법보의 위력을 끌어올려 원조와 미소 등을 멀찍이 밀어냈고, 그 틈에 문수와 보현이 바로 몸을 빼서 뒤로 물러나더니 두 줄기 금빛이 되어 곧장 신마의 기둥으로 향했다. 이들은 부도금발과 금강저의 위력을 극한으로 발동하여 북명곤의 머리를 내리쳤다.

    손오공과 소백룡은 한발 늦었지만, 맹렬하게 달려들며 금고봉과 전창으로 북명곤의 다른 급소를 찔렀다.

    네 사람은 전력을 다했지만, 본명원기를 태운 심협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심협은 이들보다도 한발 앞서 북명곤의 머리 위에 뇌광을 번쩍이며 나타나 소매를 휘둘렀다.

    서른두 자루의 순양비검이 쏟아져 나오더니 수많은 검기를 폭포처럼 뿜어냈다.

    음양 법칙에 갇혀서 거대한 표적이 되어버린 북명곤은 격노하며 포효했고, 아직 움직일 수 있는 머리를 휙 들며 커다란 입을 쩍 벌렸다.

    수많은 은색 바람 칼날이 입에서 쏟아져 나왔다. 바람 칼날마다 공간과 소용돌이, 두 가지 법칙의 힘의 파동을 뿜어내 문수와 보현, 심협을 공격했다.

    바람 칼날이 지나는 곳마다 수많은 검흔이 생겨났다.

    음양 법칙에 갇히지 않은 북명곤의 꼬리도 은색 잔상이 되어 손오공과 소백룡을 공격했다. 꼬리가 지나는 곳도 허공이 찢어졌다.

    문수와 보현, 두 보살은 북명곤이 뱉어낸 은색 바람 칼날에 화들짝 놀라 급히 뒤로 물러났다.

    반면 심협은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북명곤이 속박되지 않은 상태에서 법력까지 온전해진다면 그게 더 두려운 일이다. 하지만 북명곤은 현재 음양 법칙에 묶여 몸을 움직일 수 없고, 연이은 대전으로 요력이 크게 줄어든 상태였으니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심협이 왼손으로 검결을 맺자 서른두 자루의 순양검이 휙 하며 흩어져 허공으로 들어가 사라졌다.

    이어서 그가 오른손으로 결인하자 산하사직도가 몸을 감쌌고, 한 줄기 하얀 빛이 되어 앞으로 날아갔다. 하늘 가득한 은색 바람 칼날을 가볍게 통과한 산하사직도는 순식간에 북명곤 머리 위까지 날아갔다.

    깜짝 놀란 북명곤이 다시 입을 크게 벌려서 힘껏 빨아들였다.

    우르릉!

    반경 수십 장 안의 공간이 전부 무너졌다. 이전에 신마의 우물 비경 밖에서 심협 등과 싸웠을 때보다 그 위력이 더 강력했다.

    심협은 자기의 뜻과 상관없이 다시 한번 거대한 입으로 빨려 들어갔다.

    하지만 그의 실력 또한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가 양손을 결인하자 몸에서 흑금색 빛이 다시 번득이며 몸이 빠르게 커져 눈 깜짝할 사이에 현양화마 신통이 완성되었다. 그는 변신하자마자 두 발을 디뎌 몸을 안정시키고는 양손을 앞으로 밀었다.

    웅장하기 그지없는 법력이 주입되자 산하사직도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이 갑자기 백 배 이상 폭증하여 북명곤의 입을 뒤덮고는 그 무서운 흡입력을 간신히 막아냈다.

    북명곤의 곤흡(鯤吸) 신통은 언제나 거침이 없었는데 이런 식으로 파훼당하자 그는 술법으로 대응하려 했다. 한데 갑자기 온몸이 강하게 흔들리면서 복부에서 극심한 통증이 밀려왔고, 그는 절로 비명을 질렀다.

    그가 내려다보니 복부에 검게 그을린 구멍이 뚫려 있었다. 바로 손오공이 꼬리의 일격을 피해 오화신화인으로 중상을 입힌 것이다.

    이를 본 심협이 재빨리 오른손을 결인했다. 그러자 북명곤 근처의 허공에서 붉은 빛이 반짝이더니 조금 전에 사라졌던 서른두 자루 순양검이 나타났다. 이 들은 순식간에 하나로 합쳐져 10여 장 길이의 대검으로 변하여 북명곤의 목을 베어 갔다.

    동시에 심협은 왼손을 뒤로 돌려 허공을 내리찍었다. 그러자 하얀색과 초록색 그림자가 튀어나오더니 소리 없이 허공으로 들어가 사라졌다.

    북명곤은 몸에서 은빛을 번쩍이며 거대한 몸을 줄였고, 목을 옆으로 틀어 간신히 대검의 일격을 피했다.

    하지만 반대쪽 허공에서 파동이 일어나더니 섭혼번이 나타나 하얀 빛이 휘몰아치며 공격했다.

    북명곤의 신혼은 아직 천존 경지로 돌파하지 못한 터라 크게 흔들렸다.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초록색 도광이 번개처럼 나타나 목덜미를 스쳤다.

    북명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고, 다음 순간 커다란 머리가 날아가면서 피가 폭포처럼 쏟아졌다.

    하지만 그 머리는 떨어지기도 전에 은빛으로 번득이더니 곧장 도망쳤다.

    물론 그냥 지켜볼 심협이 아니었다. 그가 오른손을 움직이자 붉은색이 감도는 초록색 도, 명홍도가 나타났다. 방금 단숨에 북명곤의 머리를 벤 것도 이 도였다.

    명홍도는 북명곤의 피를 흡수하자 피에 대한 갈망이 커진 듯 포효했고, 북명곤을 완전히 죽이고 싶어 했다.

    하지만 심협은 무언가 생각난 듯 명홍도를 거두고 산하사직도를 발동했다. 그러자 이 그림이 순식간에 백 배는 커지더니 바로 북명곤의 머리를 쫓아가 휘감았다.

    북명곤의 머리는 미친 듯 은빛을 번쩍이며 벗어나려 했지만, 머리만 남은 상태에서 산하사직도라는 천도의 법보를 감당할 수는 없었다.

    눈부신 은빛이 그림에서 빠져나와 뒤덮더니 단숨에 끌고 들어가 완전히 제압했다.

    이 일련의 과정은 복잡해 보여도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북명곤의 공격을 피하고자 뒤로 물러났던 문수와 보현이 겨우 몸을 가누고 다시 공격하려 했을 때, 북명곤은 이미 죽은 상태였다.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봤지만, 모두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손오공과 소백룡도 공격을 멈췄다.

    그때, 처절한 비명이 멀리서 들려오다가 이내 사라졌다. 백영롱과 섭채주 등이 힘을 합쳐 백천을 죽인 것이다.

    백영롱은 만독호로를, 섭채주는 백천의 시체와 저물 법기를 챙겼다.

    이를 본 심협은 속으로 크게 안도했다.

    북명곤은 사로잡았고 백천도 죽였으니 이제 남은 것은 원조와 미소, 도산동뿐이었다. 세 사람의 실력이 범상치 않다고는 해도 이쪽에 고수가 더 많으니 결과는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원조와 미소의 눈이 마주쳤다. 모두 잔뜩 긴장한 상태였다.

    “우리가 마족 편이라는 게 드러났으니 저들이 곧 우리를 공격해 올 것이오. 유계 존자는 아직 오지 않았소?”

    원조가 전음으로 미소에게 물었다.

    두 사람이 태도를 바꿔 북명곤을 도왔던 것은 마족이 또 두 명의 존자를 이곳에 보냈다는 것, 특히 그중 한 명이 유계 존자라는 정보를 미소가 입수했기 때문이다.

    유계 존재는 마족에서도 명성이 자자하여 치우 휘하의 일인자였다. 천존 경지에 도달한 유계 존자에게는 흑백진군이든 심협이든 적수가 아니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방금 유계 존자의 연락을 받았는데 금방 여기로 온답니다.”

    미소가 전음을 보내자 원조는 안도했다.

    그 무렵, 흑백진군이 고개를 들며 크게 웃었다.

    “좋았어! 심협, 넌 역시 날 실망시키지 않는구나.”

    북명곤이 죽으면서 신마의 기둥은 금제의 힘이 하얀 사슬 대진으로 집중되면서 그 위력이 크게 치솟아 핏빛 면구를 다시 한번 제압할 수 있었다.

    “과찬이십니다. 모두가 힘을 합친 덕분이지요.”

    심협이 붉은색 대검을 거두며 말했다.

    “훌륭하다. 승리에도 자만하지 않고 차분하니 젊은 세대 중 너만큼 뛰어난 인재는 없을 것이다.”

    이 말을 들은 문수와 보현은 흑백진군이 심협에게 신마의 우물 입구를 넘길 생각임을 알 수 있었다. 심협은 북명곤만이 아니라 자 선생과 조룡도 죽였다. 그리고 섭채주가 백천의 수급을 가졌으니, 누구도 그가 이 신마의 우물을 계승하는 것을 반박할 수 없었다.

    “아미타불, 선재(善哉), 선재.”

    문수 보살이 불호를 읊고는 뒤로 물러섰다.

    북명곤의 머리가 잘리면서 거대한 몸에 남아 있던 기운이 빠르게 사라지니 신마의 기둥 주위에 있던 소용돌이 바람기둥도 사라졌다. 신마의 기둥에 침투했던 은빛 역시 빠르게 사라지면서 기둥의 음양 태극 문양이 흐트러졌고, 이내 펑 하며 사라져 흑백 두 가지 색의 영광으로 돌아갔다.

    주위의 벽에 있던 흑백 금제도 함께 사라졌다.

    이를 본 미소가 눈을 반짝이더니 원조와 도산동에 전음을 보내고는 갑자기 하얀 빛으로 변하여 곧장 핏빛 면구로 달려들었다.

    “죽으려고 작정했구나!”

    흑백진군이 노발대발하며 신마의 기둥을 손으로 내리쳤다.

    탁!

    기둥에서 흑백의 빛이 번득이며 뭉쳐지더니 다시 태극 문양이 되었다.

    휙!

    하얀 빛이 멀리서 날아와 순식간에 신마의 기둥 상공에 나타나더니 도산동의 하얀색 서적이 유성처럼 흑백진군을 휘감기 위해 날아갔다.

    문수, 보현 두 보살은 곧바로 부도 금발과 금강저를 들고 대응했다.

    흑백진군이 비록 심협에게 신마의 우물 입구를 계승할 뜻을 보였지만, 지금 체면을 세우면 상황이 바뀔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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