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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1151화 (1,151/1,214)
  • 1151화. 지연(遲延)

    “심 도우가 날 못 믿겠다면 내 기꺼이 그대의 신혼 각인을 받아들여 영수가 되겠네. 내 비록 신혼만 남았지만, 육체를 차지하기만 하면 모든 수련 경지가 회복될 것이니 도우에게 큰 도움이 될 걸세.”

    조룡은 심협이 아무 말이 없자 다시 애원했다.

    “네 신혼에 통령 각인을 남기라고? 심마 대법으로 내 신혼에 침입하려고?”

    심협이 씩 웃으며 말했다.

    “심마 대법이라니, 그게 무슨 말인가? 난 그런 신통을 알지 못하네.”

    “자 선생,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계속 숨길 속셈인가?”

    심협이 차갑게 웃으며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헌원 신뢰가 뿜어져 나가 조룡의 얼굴로 날아들었다.

    “크아악!”

    조룡이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얼굴이 붕괴하더니 다시 검은 그림자가 되었다.

    이 그림자를 묶고 있던 가느다란 실이 밖으로 팽팽하게 당겨지자 검은색 소인이 끌려 나왔다. 생김새를 보아하니 바로 자 선생이었다.

    섭채주와 화령자는 이를 보고는 깜짝 놀랐다. 방금 검진으로 죽인 것은 조룡이거늘, 어찌 자 선생의 신혼이 나타난단 말인가?

    “어떻게 알아챘지?”

    “빠져나가려던 조룡이 갑자기 원조, 미소와 연합하려는 것을 보고는 그의 몸에 뭔가 큰일이 생겼음을 알아챘다. 방금 나와 싸울 때도 5, 6할의 실력밖에 발휘하지 못했지. 더욱이 괴뢰 법칙을 시전하지 않더군. 이 모든 것을 종합했을 때, 그는 누군가에게 조종당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

    “그게 나라는 건 어떻게 안 것이냐?”

    자 선생이 침묵하더니 다시 물었다.

    “방금 조룡은 중상을 입자 마족의 치유 신통을 여러 번 썼다. 탑 안에서 마족 신통에 가장 정통한 자가 누구인지 말할 필요가 있을까? 또한, 섭혼에 능한 도우가 너의 머리들을 섭혼한 결과, 거기에 신혼의 힘이 희박하다는 것을 알아냈고 그 잔혼에서 네가 심마 대법에 정통하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런데도 네 소행을 알아채지 못하면 그게 멍청한 게지.”

    심협이 설명을 마무리하자 자 선생이 쓰게 웃었다.

    “허허, 심 도우는 생각이 기민(機敏)하군. 그런 사소한 단서들로 모든 것을 밝혀내다니 말일세. 도우의 손에 죽어도 억울하지 않겠어. 죽일 테면 죽여라. 허나 그전에, 섭혼 신통에 정통하다는 그 도우를 볼 수 있겠나? 누구 손에 죽었는지 알아야 죽어도 억울하지 않을 것 아닌가.”

    심협은 가타부타 말도 없이 소매를 휘둘렀다. 반투명한 하얀 광막, 산하사직도가 그의 앞에 나타나 그림 전체에서 상서로운 기운이 솟아올랐다.

    이 광막 위에 검은 빛이 반짝이더니 가느다란 수많은 검은 실이 나타나 살아 있는 것처럼 산하사직도를 뚫으려 했지만, 전부 막혀버렸다.

    “네놈이야말로 심계가 대단하군. 이게 심마의 힘인가? 네가 몰래 신통을 쓸 거라 생각했다. 진즉 대비해두지 않았더라면 알아채기 어려웠겠지.”

    심협의 차가운 미소를 보며 자 선생은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심장이 덜컥했다.

    그의 심마 대법은 이미 9성 경지에 도달하였고, 저 검은 실들은 심마의 씨앗으로 소리소문없이 상대의 몸에 침입할 수 있다. 그렇게 심마의 씨앗을 뿌리고, 그 뿌리가 자라면 상대의 심마를 조종할 수 있는 것이다.

    한데 무형무색에 소리와 기운도 없어 천존 경지라 해도 발견하지 못하는 이 실을 심협은 어떻게 발견했단 말인가!

    휙 하는 날카로운 소리가 울렸고, 자 선생이 동요하는 틈에 가느다란 광사가 서혼 대진에서 날아와 그의 미간을 찔렀다.

    자 선생은 비명을 내질렀고, 신혼 소인의 몸에서 검은색 혼광(魂光)이 반짝이더니 미간에서 빠르게 솟아올라 그 가느다란 실을 제거하려 했다.

    딸랑딸랑…….

    귀를 자극하는 방울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은광종이 갑자기 자 선생 머리 위에 나타나 빠르게 울려 퍼지자 혼을 쏙 빼놓는 음파가 자 선생을 뒤덮었다.

    이뿐만 아니라 자 선생 뒤의 허공에서 파동이 일어나더니 백골의 커다란 깃발이 나타났는데 바로 섭혼번이었다.

    섭혼의 하얀 빛이 깃발에서 뿜어져 나와 자 선생의 신혼을 뒤덮었다.

    쏟아지는 공격에 자 선생의 신혼 소인에서는 마침내 빛이 사라졌고 눈빛도 흐려졌다.

    심협이 결인하여 전신편까지 발동하자 서혼 대진이 두 배로 커져 자 선생의 신혼을 흡수했다.

    “이러면 될까?”

    그가 전신편을 거두며 옆의 허공에 대고 말했다.

    “그래, 심마 대법을 수련한 자는 신혼이 매우 견고해서 서혼 대진이 있다 해도 섭혼을 진행할 수 있는 확률이 3할도 되지 않는다. 이렇게 심신이 흔들릴 때 제압해야 심문을 열 수 있지.”

    허공에서 붉은 빛이 반짝이더니 화령자가 나타났다.

    “그럼 부탁할게. 심마 대법과 법칙을 몸에 봉인하는 비술을 알아내 줘!”

    심협이 전신편을 화령자에게 건네며 말했다.

    “흥! 아직도 날 못 믿나? 걱정하지 말고 맡겨두라고.”

    화령자가 흥분한 눈빛으로 전신편을 받고는 발동하자 서혼 대진이 다시 회전하기 시작했다.

    심협은 산하사직도를 꺼내서 화령자와 전신편, 은광종을 넣었다. 오직 한 가지 물건만 밖에 남겨놨는데, 바로 자 선생의 대진영상공간영부였다.

    영부를 북명곤에게 빼앗겼는데 이렇게 빨리 새것을 얻게 될 줄은 몰랐다. 어쨌뜬 이 영부가 다시 생겼으니 신마의 우물을 차지할 수 있으리라.

    심협은 영부도 챙겨 넣고는 결인하여 순양칠살검진을 거뒀다. 주위의 공간이 갑자기 사라지면서 그와 섭채주가 밖에 나타났다.

    이 무렵, 신마의 기둥 근처에서는 영산 4인방과 원조, 미소, 도산동이 격전을 벌이고 있었다.

    신마의 기둥 절반이 은빛에 물든 것을 봐서는 북명곤이 대진영상공간영부를 사용하여 연화한 듯했다. 흑백 태극도에 뒤덮인 북명곤이 몸을 간신히 움직일 수 있는 것을 봐서는 신마의 기둥이 연화될수록 북명곤에게 미치는 음양의 법칙도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았다.

    흑백진군은 핏빛 면구를 제압하면서 북명곤의 연화까지 막아야 하니 힘이 부쳤다.

    반대편의 백영롱과 손 파파는 백천을 궁지로 몰아넣었지만, 백천이 만독호로로 간신히 버텨내고 있었다. 그의 주위에 있던 기이한 독충은 절반이나 줄었고 서원반잠도 세 마리밖에 남지 않았다.

    “채주야, 가서 저들을 도와줘. 대신 서원반잠은 내게 꼭 필요하니까 반드시 빼앗아줘.”

    심협이 진중한 얼굴로 섭채주에게 말했다.

    섭채주는 칠살검진 공간에서 계속 지켜보기만 하고 나서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있었던 것은 아니다. 끊임없이 술법으로 원기를 회복해 현재는 법력이 절반쯤 회복된 상태였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금빛이 되어 백천을 향해 날아갔다.

    심협은 온몸에서 뇌광을 뿜어내 곧장 신마의 기둥으로 향했다.

    한창 격전 중이던 사람들은 심협과 섭채주가 벌써 나타난 반면 조룡은 보이지 않으니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그중 흑백진군과 영산 4인방은 표정이 밝아졌다.

    ‘흥, 쓸모없는 놈! 심협을 잠시도 막지 못하다니!’

    북명곤은 속으로 조룡을 욕했다. 그는 어렵게 흑백진군과의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여 신마의 기둥을 절반이나 연화했는데 가장 중요한 순간에 방해를 받게 된것이다.

    그가 주문을 읊자 몸에서 은빛이 빠르게 번쩍이더니 조금 작은 북명곤이 분열되어 나왔다. 일전에 말한 분신 신통으로, 기운이 약하지 않은 것을 봐서는 이 분신에 상당한 원기를 소모한 듯했다.

    그의 미간에서 정광이 반짝이자 분신은 한 줄기 은색 번개처럼 곧장 심협에게로 날아갔다. 심협이 변한 금뢰보다 속도가 3할은 빨라서 금세 앞을 막아섰다.

    펑!

    굉음과 함께 금뢰가 부서졌고, 심협이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북명곤의 분신도 충격에 뒤로 날아갔지만, 두 날개를 펼쳐 몸을 가누더니 곧장 다시 달려들었다.

    어떻게든 시간을 끌려는 북명곤의 계획을 알아챈 심협은 손에서 금빛을 반짝였다. 그러자 현황일기곤이 나타났고, 웅 하는 소리와 함께 거대한 허상이 되어 북명곤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그때, 북명곤 분신의 두 날개가 은빛으로 번득이더니 거대한 몸집이 허공에서 사라졌고, 거대한 곤봉 허상은 허탕을 치고 말았다.

    잠깐 놀란 심협은 서둘러 현황일기곤을 거두고 다시 전진하려 했다.

    그 순간, 그의 뒤에서 은빛이 반짝이더니 북명곤 분신이 귀신처럼 나타나 두 개의 날카로운 발톱으로 바람 소리를 내며 돌진해왔다. 그 속도는 가히 놀라울 정도였다.

    가슴이 철렁한 심협은 서둘러 전력을 다해 추운축전화를 발동했고, 한 줄기 보라색 허상이 되어 옆으로 피해 심장을 뚫으려던 발톱을 간신히 피했다.

    북명곤의 분신은 은빛으로 번득이며 다음 순간 다시 심협의 뒤에 나타나 계속해서 날카로운 발톱을 휘둘렀다. 심협은 숨 돌릴 틈도 없었다.

    “하앗!”

    심협이 기합을 내지르자 현황일기곤이 금빛으로 번득였고, 발천난봉에 따라 여섯 개의 곤봉 허상이 등 뒤에 나타났다.

    힘의 법칙을 담은 여섯 개의 곤봉 허상은 위아래, 좌우, 앞뒤 총 여섯 방향에 나타나 북명곤 분신의 퇴로를 막고 강하게 내리쳤다.

    하지만 북명곤 분신의 몸은 살짝 흔들리더니 사라졌고, 곤봉 허상들은 그 그림자조차 건드리지 못했다.

    ‘공간 둔술!’

    심협은 상대의 신통을 알아챘다.

    그사이 위에서 파동이 일어나더니 날카로운 은색 발톱이 튀어나와 그의 머리를 낚아채려 했다.

    심협은 다급하게 물러섰지만, 완벽하게 피하지 못해 이마가 갈라지며 피가 쏟아졌다.

    그는 싸늘한 눈으로 추운축전화를 극한까지 발동했고, 보라색 뇌전이 되어 번쩍이며 주위의 허공을 빠르게 옮겨 다녔다.

    하지만 북명곤 분신이 시전하는 공간 둔술은 뇌둔보다 한 수 위인지 마치 순간이동처럼 허공을 마음대로 넘나들었다. 심협이 아무리 피해도 추격을 벗어날 수 없었고, 반격하려 하면 상대는 홀연히 사라졌다.

    10여 호흡 만에 심협은 심신이 피곤해졌다. 자 선생에 이어 조룡과 연속으로 싸웠던 것보다 지금이 더 힘들었다.

    ‘공간 법칙은 역시 대단하구나!’

    심협은 피곤했지만 눈빛만큼은 날카로웠다. 그는 머릿속의 방대한 신혼의 힘을 미친 듯이 운공하여 신념성도 신통을 극한으로 시전했다.

    그의 단전 깊은 곳에서 갑자기 금빛 불꽃이 활활 타오르자 온몸의 금빛이 확산돼 순식간에 금빛 영역이 펼쳐졌다. 바로 힘의 법칙 공간이었다.

    심협이 자신의 본명원기를 직접 태우자 법력 운공은 배로 빨라졌고, 신통이 크게 치솟았다. 하지만 그 대가 또한 매우 커서, 그는 수명이 줄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손상된 원기를 회복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터였다. 지금처럼 급박한 상황이 아니라면 결코 이런 선택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때, 북명곤 분신은 반짝이며 심협의 옆에 나타나 날카로운 발톱을 휘둘렀다. 그러나 힘의 공간이 갑자기 강림하자 태산이 몸을 짓누르는 것처럼 몸이 무거워지면서 두 개의 발톱은 현저히 느려졌다.

    “하앗!”

    심협이 기합을 내지르며 현황일기곤을 희미한 곤봉 허상으로 변화시켜 순식간에 내리치자, 북명곤 분신은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날아갔다.

    북명곤 분신의 가슴은 움푹 파였고, 입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상처가 얕지 않은 것이 분명해 보였다.

    심협은 분신을 쫓지 않고 추운축전화에 법력을 미친 듯이 주입했다. 그러자 그의 몸에서 보라색 뇌광이 번쩍거렸고, 다음 순간 허공을 뚫고 들어가 곧장 신마의 기둥으로 날아갔다.

    북명곤 분신에는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북명곤이 신마의 기둥을 연화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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