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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1149화 (1,149/1,214)
  • 1149화. 결탁

    심협은 바로 대답하지 않고 슬쩍 섭채주의 오른쪽 소매를 살폈다.

    ‘소요경은 저기에 있는 건가.’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그는 소요경 안에 몇 명이 있는지 알고 있다. 오홍의 실력은 태을 경지에 도달했고, 조비극과 거울 요괴 그리고 오랫동안 숨어 있던 벽해요어까지 있으니 전력은 만만치 않다. 이들을 이용해 기습한다면 북명곤도 당황하리라.

    한데 그때, 북명곤이 웃으며 말했다.

    “심 도우, 혹시라도 그 작은 거울 법보에 있는 사람들로 기습이라도 할 생각이라면 그만두는 게 좋을 게요. 공간의 법칙을 깨달은 나는 그런 종류의 법보에 민감하다오. 내 진즉 그 거울을 봉인해두었지.”

    자신의 생각을 읽힌 듯해 심협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고는 대진영상공간영부를 꺼내서 던졌다.

    북명곤은 소매에서 은빛을 뿜어내 영부를 감싸 이상이 없음을 확인한 후에야 거뒀다.

    “역시 심 도우는 자기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구려. 섭 도우는 아무 상처 없으니 걱정하지 마시오.”

    북명곤이 껄껄 웃고는 오른손을 앞으로 내밀어서 섭채주를 보냈다.

    심협을 향해 날아오는 동안 섭채주 몸에 있던 은빛이 전부 사라졌고, 멍했던 눈빛도 살짝 떨리더니 생기를 되찾았다.

    심협은 섭채주를 받고는 법력을 몸에 주입했다. 이 법력에는 황제내경의 생기도 섞여 있었다.

    섭채주의 창백한 얼굴이 빠르게 혈색을 되찾았고, 흐트러졌던 기운도 안정됐다.

    북명곤은 입을 벌려 대진영상공간영부를 빨아들이고는 몸에서 영광을 빛내며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다음 순간, 신마의 기둥 허공 옆에 파동이 일더니 거대한 무언가가 나타났다. 본체로 변한 북명곤이었다. 북명곤의 그 거대한 몸이 갑자기 기이할 정도로 부드러워지더니 뱀처럼 신마의 기둥을 휘감았다.

    북명곤은 입을 벌려 굵은 은빛을 뿜어냈는데, 안에 섞인 수많은 영문에는 대진영상공간영부의 영문도 포함되어 있었다.

    은빛이 신마의 기둥에 주입되자 거대한 돌기둥이 갑자기 떨리기 시작하더니 위에 새겨진 무늬가 은빛으로 반짝이며 연화될 기미를 보였다.

    탑 안의 상황이 급변하자 모두 깜짝 놀랐다. 영산의 네 사람은 원조, 미소와의 싸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제히 뒤로 물러났다.

    “흥! 마음대로 왔다가 마음대로 가려고? 쉽게 보내줄 것 같으냐!”

    원조가 힘의 법칙을 갑자기 폭발시키자 법칙 공간이 만들어져 영산의 네 사람을 뒤덮었다.

    네 사람이 주춤했고, 미처 술법으로 대응하기도 전에 검은색 곤봉 허상과 아홉 개의 거대한 여우 꼬리가 날아왔다. 이들은 응전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신마의 기둥에서 영광이 빛나더니 흑백진군이 나타나 분노한 듯 외쳤다.

    “북명곤! 저 마족과 두 요족을 더 많이 죽이는 자에게 이곳의 귀속권을 주겠노라 했을 텐데! 감히 내 분부를 어기는 것이냐!”

    그는 뒤이어 신마의 우물을 손으로 두들겼다. 그러자 신마의 우물에서 흑백의 광망이 뿜어져 나오면서 빙글빙글 돌았고, 흑백 태극 문양이 만들어졌다. 뒤이어 음양 법칙의 힘이 다시 솟아 나와 북명곤이 뿜어낸 은색 빛줄기를 막아냈다.

    신마의 기둥을 휘감은 북명곤의 몸도 흑백 태극도에 뒤덮였다. 그러나 워낙 거대해서 태극도는 절반도 뒤덮지 못했다.

    “흑백진군, 내 앞에서 고인인 척을 할 셈이냐! 저 애송이들과 달리 난 네가 신마의 기둥의 작은 기령에 불과함을 안다! 신마의 기둥의 핵심 금제를 연화하면 너도 얌전히 굴복할 수밖에 없다는 것도 잘 알겠지. 흐흐흐.”

    북명곤이 비릿하게 웃고는 입을 벌려 다시 은빛을 뿜어냈다. 이 은빛은 위로 솟구치면서 거대한 소용돌이가 되어 신마의 기둥을 뒤덮었다.

    수많은 은색 바람 칼날이 소용돌이 바람기둥 안에 나타나 춤추자 경천동지할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은색 바람기둥에서 공간과 소용돌이 법칙의 힘이 뿜어져 나와 흑백 태극도를 무참히 베었다.

    음양 법칙은 매우 현묘하여 은색 바람 칼날이 태극도 영역에 들어가자마자 얼어붙은 듯 허공에 굳어졌다.

    북명곤은 콧방귀를 뀌고는 계속해서 소용돌이 바람기둥을 발동했다. 그러자 더 많은 은색 바람 칼날이 쏟아져 나와 태극도를 베었다. 그 수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불과 서너 호흡 만에 은색 바람 칼날이 파도를 이루어 쉬지 않고 흑백 태극도를 공격했다.

    섬뜩할 정도의 영압이 사방에서 빠르게 압박해오자 신마의 기둥에 나타났던 흑백 태극도가 격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흑백진군이 긴장한 표정으로 양손을 연달아 결인하자 흑백 태극도가 번쩍이며 조금씩 안정을 찾아갔다.

    “흑백진군, 대음양현금(大陰陽玄禁)의 위력이 이 정도가 아닐 텐데? 신마의 기둥의 모든 위력을 발휘해 보거라! 크하하하!”

    북명곤이 크게 웃으며 입을 쩍 벌리더니 소용돌이 바람기둥에 다시 은빛을 주입했다. 그러자 바람기둥의 위력이 치솟으면서 흑백 태극도가 다시 위태로워졌다.

    흑백진군은 표정이 어두워졌지만 이를 악물고 버티는 수밖에 없었다.

    북명곤의 말대로 신마의 기둥에 담긴 음양 법칙의 힘은 이 정도가 아니다. 하지만 수라면구 때문에 이쪽에 너무 많은 금제의 힘을 동원할 수 없었다. 수라면구가 발작하면 다시 봉인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 사실을 잘 아는 북명곤은 앞발톱을 불쑥 내밀었고, 손끝에서 날카로운 기운을 뿜어내는 집채만 한 은빛 칼날이 태극도를 힘껏 움켜쥐었다.

    한데 이때, 무한한 힘이 느껴지는 거대한 금색 곤봉이 하늘에서 내려와 다섯 개의 은빛 칼날을 내리쳤다.

    콰쾅!

    굉음과 함께 다섯 개의 은빛 칼날이 전부 부서졌고, 금색 곤봉도 튕겨 나갔다.

    손오공이 거대한 곤봉 옆에 나타나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금고봉이 공중에서 빙글빙글 돌며 날아가는 기세를 멈추더니 신룡이 꼬리를 흔드는 것처럼 다시 북명곤을 공격해갔다.

    문수와 보현, 소백룡도 날아와 일제히 기합을 내질렀다. 그러자 거대한 창의 허상과 금색 발우, 금색 법장이 북명곤을 공격했다.

    세 법보 모두 경천동지할 위력을 가지고 있어, 닿기도 전에 북명곤 주위의 허공이 격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이를 본 북명곤이 남은 앞발로 다시 움켜쥐자 몇 줄기 거대한 은색 조망이 금고봉을 향해 날아갔다.

    이와 동시에 그의 앞 허공에 파동이 일어나더니 세 개의 공간 소용돌이가 나타났다.

    검은색의 거대한 곤봉, 설백의 여우 꼬리 그리고 하얀색 서적이 이 공간 소용돌이에서 튀어나와 각각 세 보살의 공격에 맞섰다.

    쾅! 쾅! 쾅! 쾅!

    네 번의 경천동지할 굉음이 울려 퍼졌고 손오공 등 네 사람은 법보와 함께 뒤로 물러났다.

    그때, 원조와 미소, 도산동이 공간 소용돌이에서 튀어나왔다.

    멀리서 지켜보던 심협과 섭채주, 백영롱은 이 광경에 깜짝 놀랐다.

    “북명곤은 진즉부터 저들과 결탁했구나! 다 계산된 거였어!”

    심협이 눈을 가늘게 뜨고 중얼거렸다.

    “오라버니, 상황이 좋지 않아요. 저희도 대성을 도와야 하지 않을까요?”

    섭채주가 다급히 묻자 백영롱과 여아촌의 세 사람도 그를 돌아봤다. 심협의 뜻을 따르겠다는 의미였다.

    “북명곤이 저들과 손을 잡은 것을 보면 마족과도 연루되어 있을 겁니다. 절대로 저들이 신마의 우물을 차지하게 둬서는 안 됩니다.”

    심협이 단호하게 외치고는 곧바로 금빛이 되어 날아갔다. 섭채주와 백영롱 등이 그 뒤를 따랐다.

    이들이 움직이는 것을 본 북명곤은 초조해졌다. 영산의 네 사람과 흑백진군만 해도 벅찬데 저들까지 가세한다면 상황은 더욱 안 좋아질 게 뻔했다.

    무언가를 결심한 듯, 그의 눈에서 차가운 빛이 번뜩였다.

    그 순간, 하얀 빛이 번쩍이더니 공간이 접히면서 심협의 앞길을 막았다.

    접힌 공간 뒤에서 누군가 불쑥 나타났는데, 바로 조룡이었다.

    북명곤은 이를 보고 크게 당황했다.

    “북명 도우, 나와 손을 잡는 게 어떻겠소? 이들은 내가 막을 테니 신마의 우물에서 내 몫도 나눠주시오.”

    “좋소!”

    북명곤이 씩 웃으며 바로 대답했다.

    “좋소, 약속은 반드시 지키시오.”

    한편, 조룡의 이런 행동을 지켜보던 백천은 어안이 벙벙했다.

    ‘저자가 미쳤나? 왜 갑자기 싸움에 끼어드는 거야?’

    그와 조룡은 이미 동맹을 맺고 같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니 자신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조룡, 당신도 마족과 결탁할 셈인가?”

    심협이 싸늘한 눈으로 노려보며 외쳤으나, 조룡은 씩 웃을 뿐 대답하지 않았다.

    “이렇게 나오겠다 이건가? 그렇다면 옛정을 생각하지 않는다고 날 원망하지 마라!”

    심협도 더는 묻지 않고 소매에서 산하사직도를 꺼내 내던졌다.

    그림이 휘리릭 펼쳐지며 섭채주와 백영롱 등을 휘감고는 앞으로 날아갔고, 접힌 공간을 가뿐히 넘어 조룡의 머리 위에 나타났다. 뒤이어 심협이 오른손을 휘두르자 서른두 자루 순양검이 나타났다. 이 비검들은 잠깐 떨리더니 다시 수십 개의 검의 허상으로 나뉘어 순식간에 거대한 붉은 검진을 이루고는 조룡을 뒤덮었다.

    이 검진의 강력함을 잘 알고 있는 조룡은 온몸에서 검은 빛을 번득이며 순식간에 쌍두마룡 본체로 변해 두 개의 발톱을 휘둘렀다. 순식간에 열 배로 커진 날카로운 발톱이 붉은색 검진을 강하게 베었다.

    챙!

    굉음과 함께 검진의 절반이 흔들렸고, 날아오던 기세가 잠깐 멈췄다.

    이를 본 백영롱은 몸에서 보라색 안개를 번쩍이며 거들려 했다.

    “조룡은 제가 맡을 테니 백 도우는 백천을 맡아주시오. 저자가 가진 호로는 상당히 위협적이니 조심하십시오.”

    심협의 전음에 백영롱은 내심 기뻤다. 백천의 만독호로는 본래 그녀의 본명법보로, 당시 진요탑에 갇히기 전에 술법을 써서 밖에 남겨놓았었다. 후대가 계승하길 바란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백천에게 빼앗기고 말았다.

    그녀는 당연히 이 법보를 다시 뺏어오고 싶었지만, 마침내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심 도우, 걱정 마시게. 내 실망시키지 않겠네!”

    백영롱은 짧게 답하고는 하얀 빛으로 변해 백천에게로 날아갔다. 손 파파 등 세 명도 서둘러 뒤를 따랐다.

    백천은 속으로 조룡에게 욕을 퍼부었지만, 당장은 별다른 방법이 없었기에 만독호로를 꺼내 독운을 몸 주위에 둘렀다.

    그 순간, 백영롱이 번개처럼 날아와 백천과 멀지 않은 곳에서 손을 휘둘렀다.

    갑자기 독기가 충만해지더니 보라색 독룡 몇 마리가 생겨나 백천에게로 날아갔다. 독룡이 지나가는 곳마다 공간이 녹는 듯했다.

    백천은 서둘러 만독호로를 발동하여 더 많은 보라색 독운을 뿜어냈다. 두껍게 쌓인 독운은 액체처럼 변해 날아오는 독룡과 충돌했다.

    꽈르릉!

    독운은 충돌로 인해 격렬하게 흔들렸지만, 결국에는 독룡들을 막아냈다.

    그때, 반대편 허공에서 파공음과 함께 나타난 손 파파와 유비연, 유비서가 백천을 에워싸며 법보로 공격해왔다.

    “망할!”

    백천은 기겁하며 만독호로의 아랫부분을 쳤다. 그러자 형형색색의 비충 수십 마리가 호로에서 나왔다. 서원반잠을 비롯해 손바닥만 한 핏빛 모기, 사람 얼굴의 독 전갈과 등에 날개가 두 개 달린 암홍색 뱀도 있었다.

    “서원반잠!”

    멀리서 백천이 풀어놓은 괴상한 곤충들을 본 심협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일전에 헌원 잔혼은 신마의 우물에 상고 이충이 산다고 했다. 한데 그게 백천의 손에 있었을 줄이야!

    그러나 지금은 서원잠반을 손에 넣기에 좋은 때가 아니었기에 시선을 거두고 검결을 맺었다. 그러자 붉은 검진이 미약한 파동을 일으키며 다시 안정되어갔다.

    조룡이 거대한 몸집으로 날아오르더니 엄청난 속도로 날아와 검진을 부술 기세로 날카로운 발톱을 교차하며 베었다.

    이를 본 섭채주가 약목신궁을 꺼내 활을 쏘려 했으나, 심협은 가볍게 손을 들어 만류한 후 검결을 맺었다. 그러자 거대한 붉은 검진이 갑자기 사방으로 흩어지더니 검의 허상이 전부 허공으로 녹아들어 순식간에 사라졌다.

    전력을 다한 일격이 허탕을 치자 조룡은 순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다음 순간, 귀를 찌르는 검명(劍鳴)이 울려 퍼지며 주위의 허공에서 파동이 일었고, 수많은 검은색 검기가 폭우처럼 사방에서 쏟아져 나와 끝없는 바다처럼 휩쓸었다.

    당황한 조룡은 거대한 몸집으로 잔상을 남기며 멀리 날아가려 했다.

    하지만 눈앞에서 갑자기 붉은 빛이 크게 반짝였고, 시야에 끝없는 붉은 빛이 충만해졌다. 이 빛이 사라지자 조룡은 붉은색 공간 안에 나타났다. 끝도, 한계도 없는 듯한 공간은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것 같았다.

    그 순간, 허공에서 북두칠성 같은 일곱 개의 적색 별이 반짝이더니 끝없는 살기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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