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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1147화 (1,147/1,214)
  • 1147화. 음모

    자 선생이 겁에 질려 비명을 지르자 온몸에서 수많은 흑홍색 마기가 뿜어져 나와 순식간에 몸을 뒤덮었다. 동시에 흑홍색 마기가 솟구치면서 그의 몸이 희미해지며 사라졌다.

    다음 순간, 탑 꼭대기의 다른 허공에서 대량의 마기가 솟구치더니 자 선생이 나타났다.

    그의 목에 달려 있던 두 개의 머리 중 하나는 이미 보이지 않았다. 잘린 목에서는 피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고, 남은 머리에서도 피가 흘렀다.

    심협이 헌원신검 뒤에 나타나더니 차가운 미소를 띠며 소매를 휘둘렀다.

    산하사직도가 날아가 순식간에 수백 배로 커지며 허공에서 자흑색 수급을 감쌌다. 방금 베인 자 선생의 머리였다.

    자흑색 마수(魔首)는 아직 죽지 않았기에 산하사직도의 속박에서 벗어나려고 기를 썼다.

    그러나 심협이 산하사직도를 발동하자 은빛이 마수를 파고들었다.

    “이 머리에도 신혼이 있겠지?”

    심협이 마수를 그림 안의 공간에 있는 화령자에게 던졌다.

    “좋았어, 어디 한번 섭혼을 해볼까!”

    화령자가 신이 나서 마수를 받더니 곡현성반의 대진을 발동하여 자흑색 마수를 단단히 가뒀다. 동시에 다른 손으로는 허공을 움켜쥐자 전신편이 산하사직도에서 나와 그의 손으로 떨어졌다.

    화령자가 전신편 안에 있는 서혼 대진을 발동하자 검은색 소용돌이가 나오더니 반대로 돌면서 자흑색 마수를 뒤덮었다.

    심협과 섭채주가 자 선생에게 돌진해 머리를 하나 베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몇 호흡에 불과했다. 이 광경을 본 북명곤과 백영롱, 조룡 등은 아연실색했다.

    심지어 격전 중이던 손오공 등도 놀란 얼굴로 돌아봤다.

    자 선생은 변신을 한 이후로 실력이 폭증했고, 수단도 더욱 기이해져 그곳에 있는 누구도 상대할 자신이 없었다. 한데 심협과 섭채주의 협공에 얼마 버티지도 못하고 머리가 잘렸다.

    ‘만약 저 두 사람과 싸운다면 이길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들자 북명곤과 조룡 등은 가슴이 철렁했다.

    멀지 않은 곳에서 금빛이 반짝이더니 심협 앞에 나타났다. 금빛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섭채주였다.

    금백의 나비 날개를 접으며, 그녀는 약간 창백해진 얼굴로 숨을 골랐다.

    “괜찮아? 방금 그 광사는 무슨 신통이야? 처음 보는 것 같은데…….”

    심협이 혈백원번과 은광종을 거두며 전음으로 물었다.

    “며칠 전에 깨달은 일구지선(日晷之線)이에요. 적의 체내로 흘러들어 시간의 흐름을 늦추죠. 아직은 시간 법칙을 완전히 깨달지 못해서 8할 정도밖에 늦추지 못해요. 이 신통은 시간의 힘과 원기 소모가 너무 커서 지금은 두 번밖에 시전할 수 없어요.”

    심협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편, 자 선생의 남은 머리는 어두운 얼굴로 심협 머리 위에 떠 있는 헌원신검을 보며 침음했다.

    “으음, 헌원신뢰를 장악하다니…… 저놈이 헌원전의 전승을 이었구나!”

    그의 몸 위로 기이한 혈색 마문이 살아 있는 것처럼 기어가 목의 상처로 모여들더니 그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솟구치던 피가 멈추었고, 상처가 순식간에 치료됐다. 다만 잘린 머리가 다시 자라나지는 않았다.

    그의 기운도 대폭 줄어들었는데, 방금 머리를 베이면서 원기가 크게 손상된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일구지선 파동은 완전히 사라진 것인지 움직임만큼은 다시 본래의 민첩함을 되찾았다.

    심협은 그의 말에 답하지 않고 곧장 금빛으로 변하여 돌진했다.

    그의 뒤를 따르는 훼멸명왕의 열일전부와 뇌신추에서 다시 한번 무서운 영력 파동이 뿜어져 나왔다.

    섭채주는 근접전으로는 자신이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생각에 그 자리에서 약목신궁을 당겼다.

    휙! 휙! 휙!

    매서운 파공음과 함께 백여 개의 금빛 화살이 빠르게 날아갔고, 빼곡한 금빛이 허공을 지나 심협보다 먼저 자 선생을 뒤덮었다.

    자 선생은 급히 물러나는 동시에 양손을 결인하며 입을 벌렸다.

    수많은 검은색 마염이 뿜어져 나와 몸 주위에 거대한 검은색 화막(火幕)을 만들어냈다.

    유성처럼 날아온 금빛 화살이 화막을 공격했지만, 빛의 화살에는 헌원신뢰가 담겨 있지 않았기에 연기가 되어 사라졌다.

    심협이 번개처럼 달려와 검은색 화막 앞에 멈추더니 빠르게 양손을 결인했다.

    한 줄기 금뢰가 머리 위의 헌원신검에서 뿜어져 나와 금색 뇌룡이 되어 검은색 화막을 공격했다.

    우르릉!

    천둥소리와 함께 검은색 화막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심협의 양발에서 뇌광이 번쩍였고, 다음 순간 그는 두꺼운 보라색 뇌전이 되어 구멍으로 파고들었다.

    이를 보고도 자 선생은 당황하기는커녕 음흉한 미소를 짓더니 입을 벌려 크게 포효했다.

    실제와 같은 검은 빛의 파장이 뿜어져 나와 순식간에 반경 10여 장을 휩쓸었다. 어두운 법칙 공간이 허공에서 강림하여 흉악하고 거대한 입으로 단숨에 삼킬 듯 심협을 뒤덮었다.

    훼멸명왕은 간발의 차이로 법칙 공간에 차단되었고, 거대한 몸이 그 위에 거세게 부딪쳤다.

    꽝!

    굉음과 함께 어두운 법칙 공간은 강하게 흔들렸지만, 부서지지 않았다. 오히려 훼멸명왕이 튕겨 날아갔다.

    “오라버니!”

    섭채주도 깜짝 놀라 서둘러 달려왔다. 그녀가 등 뒤 금백의 두 날개에서 강한 빛을 뿜어내며 약목신궁을 당기자 후예의 힘과 시간의 힘이 전부 화살에 주입됐다.

    약목신궁에서 금빛이 뿜어져 나오자 눈부시게 빛나는 태양 같았다.

    쉭!

    거대한 금빛 화살이 허공을 가르며 날아가자 천지를 찢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가 터져 나왔다.

    수십 장을 단숨에 날아 어두운 법칙 공간을 공격했다.

    콰직!

    무언가 부서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거대한 화살이 법칙 공간을 뚫고 반쯤 들어갔고, 주위의 공간에는 몇 줄기 커다란 균열이 나타났다.

    그러나 검은 빛이 법칙 공간 안에서 뿜어져 나와 금백의 거대한 화살을 휘감았고, 이내 불꽃이 타올랐다.

    내부의 원기가 검은 불꽃에 타버리면서 금백의 거대한 화살이 빠르게 어두워지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폭발했다. 이어서 공간의 균열들은 빠르게 회복되어 사라졌다.

    “저자가 법칙의 힘을 저 정도까지 장악했을 줄이야! 심협은 저 단단한 공간에 갇혔고 섭채주의 신통으로도 도울 수 없으니 이제 끝났구나!”

    조룡과 백천의 얼굴에 기쁨과 걱정이 절반씩 떠올랐다. 심협이 이렇게 죽는다면 강적이 줄어드는 셈이니 기뻤지만, 그만큼 자 선생이 강적이라는 방증이니 걱정이었다. 자신들에게 최선은 저들이 동귀어진하는 것이다.

    그 무렵, 탑 꼭대기 반대쪽. 북명곤이 검은색 법친 공간에서 시선을 거두고는 씩 웃더니 몸에서 갑자기 은빛을 뿜어내며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북명 도우!”

    멀지 않은 곳의 백영롱이 불렀지만, 북명곤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

    한편, 섭채주는 일격을 가한 뒤로 체내의 시간 법칙의 힘이 얼마 남지 않았고 원기의 소모도 극심하여 두 장의 양류감로부(楊柳甘露符)를 꺼내 바스러트려 법력을 회복하려 했다.

    그때, 그녀 머리 위에 은빛이 반짝이더니 북명곤이 나타나 양손을 눌렀다.

    두 개의 집채만 한 은색 손톱이 빠르게 내려와 공간 법칙을 뿜어내자 반경 수십 장의 공간이 강철처럼 굳어갔다.

    “북명곤!”

    표정이 돌변한 섭채주가 나비 날개에서 금빛을 뿜어내며 커다란 빛의 화살을 거대한 은색 손톱에 쏘아 보냈다.

    백영롱, 여아촌 세 사람, 조룡, 백천 등도 이 광경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 * *

    어두운 법칙 공간 안. 심협은 눈앞이 어두워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세 개의 법칙의 힘이 이 공간을 맴돌면서 머릿속에서는 귀신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고, 피가 솟구치는 용암처럼 끓어오르며 이 공간에 빠르게 흡수되어갔다.

    자색 뇌전이 쾅 하고 부서지면서 심협의 몸이 드러났다.

    검은색 법칙 공간 깊숙한 곳. 자 선생이 네 개의 팔로 동시에 결인하자 세 개의 강력한 속박의 힘이 사방에서 밀려왔다. 그러자 심협의 몸이 순식간에 굳어지면서 손가락 하나 움직이기 힘들었다.

    “심협, 그 정도 실력에 헌원신검까지 있다지만 이곳은 내 법칙 공간 안이니 소용없다. 얌전히 목숨을 내놓아라!”

    자 선생이 차갑게 외치고는 양손을 빠르게 결인하자 주위의 금고의 힘이 더욱 강해졌다.

    “동시에 세 개의 법칙의 힘을 발동해놓고도 겨우 이 정도라니, 아무래도 헌원신검의 일격에 본원을 다친 모양이지?”

    심협은 침착한 표정으로 담담하게 말했다.

    “건방진!”

    자 선생은 안색이 어두워지며 주위 공간을 향해 입에서 자흑색 피를 뱉어냈다. 그러자 세 개의 법칙의 힘이 갑자기 급격히 치솟았고, 심협 주위의 금고의 힘도 3할이나 강력해졌다.

    그러나 심협은 여전히 태연했다. 그는 침착하게 양손으로 기이한 인을 맺고는 현양화마 신통을 시전했다.

    묵직한 굉음과 함께 그의 몸은 금흑의 광망을 뿜어내며 빠르게 커졌고, 이내 수많은 부문이 맴도는 백 장 크기의 금흑 거인이 되었다.

    주위의 영기와 마기가 끓어오르듯 떨리더니 검은색 법칙 공간의 속박에서 벗어나 심협의 체내로 들어왔다. 그러자 그의 몸 위에서 맴돌던 무수한 금흑 영문이 서로 얽히다가 멈췄고, 정교한 무늬가 빽빽하게 새겨진 금흑 갑옷으로 변했다. 이 갑옷이 온몸을 뒤덮자 혼백을 뒤흔들 만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심협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는 지금까지와 달리 체내의 법력 마기를 음양조화도의 선을 따라 현양화마 신통을 운공했다. 그는 음양조화도를 약간이나마 장악했는데, 이를 따라 현양화마를 조합하여 시전한 것만으로 이런 기이한 변화가 일어날 줄은 자신도 몰랐다.

    굵은 두 팔을 뻗으며 힘의 법칙을 운공하자 허공을 짓누르는 거대한 힘이 폭발하여 주위에서 뿜어져 나오는 금고의 힘을 갈기갈기 찢었다. 몸에 침투한 세 개의 법칙의 힘도 성난 파도와 같은 힘의 법칙에 밀려났다.

    심협이 양손으로 허공을 움켜쥐자 헌원신검과 현황일기곤이 각각 양손에 나타났다.

    하늘을 찌르는 금빛이 두 개의 법보에서 폭발하자 금색 법칙 공간이 갑자기 생겨나 검은색 공간과 겹쳐지더니 자 선생의 몸을 뒤덮었다. 심협의 힘의 법칙 공간이었다.

    자 선생은 갑자기 몸이 무거워져 억만 장 높이의 산에 몸이 짓눌리는 것 같았다. 마신으로 변신한 상태로도 버티지 못해 몸의 마광이 흔들렸다.

    그는 기겁하여 반격하려 했는데, 심협의 몸에서 뇌광이 번쩍이더니 거대한 몸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다음 순간, 그는 귀신처럼 자 선생 앞에 나타나 헌원신검과 현황일기곤을 내리쳤다.

    검은색 공간이 폭발하면서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졌고, 단숨에 두 줄기 커다란 균열이 생겨났다. 더욱이 두 법보가 닿기도 전에 하늘을 가르는 강력한 힘이 다시 몸을 짓눌러 자 선생은 꿈쩍도 할 수 없었다.

    그가 눈을 홉뜨며 포효하자 몸에서 다시 이전의 그 기이한 혈문이 나타났고, 강력하기 그지없는 마기가 폭발하여 단숨에 압박을 흩어버렸다.

    네 개의 마조(魔爪)에서 흑홍의 광망이 강하게 빛나며 네 자루의 흑홍색 마도가 나타나 검은색 마염을 뿜어내며 헌원신검과 현황일기곤을 막아냈다.

    콰쾅!

    이어 굉음이 울려 퍼졌다.

    금, 흑, 홍 세 가지 색의 광망이 폭발하자 주위의 두 법칙 공간이 갈라지고 소용돌이가 하늘 높이 솟구쳤다.

    자 선생은 이미 자흑 마신으로 변신한 상태였지만, 힘으로는 심협에게 한참 못 미쳤다. 흑홍 마도 역시 마기가 뭉쳐진 것에 불과해 헌원신검과 현황일기곤처럼 실체가 있는 법보만큼 단단하지는 못했다.

    네 자루 마도(魔刀)가 부서졌고, 자 선생은 피를 뿜으며 튕겨 나갔다.

    현황일기곤은 대량의 검은색 마염이 휘감자 금색 영광이 빠르게 어두워졌고 위력도 크게 줄어들었다. 반면 헌원신뢰가 감싸고 있는 헌원신검은 이 검은색 마염이 전혀 두렵지 않았다. 검 위에서 금색의 뇌전이 번쩍이자 마염이 사라졌고, 헌원신검은 희미한 금색 허상이 되어 자 선생의 목을 베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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