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몽주-1143화 (1,143/1,214)
  • 1143화. 막아서다

    피식 소리와 함께 갈고리 허상은 사라졌고, 두 개의 은색 갈고리도 나타나자마자 10여 조각으로 잘려서 완전히 소멸했다.

    “내 은호구(銀狐鉤)!”

    미소의 얼굴에 안타까움이 스쳐 지나갔다.

    서른두 자루의 붉은색 검사는 속도를 줄이지 않고 계속해서 질풍처럼 미소에게로 날아갔다.

    미소의 법칙 신통은 이런 공격에 적합하지 않았기에 몸에서 채색 빛을 반짝이며 운기가 감도는 화려한 경갑, 몽운환갑으로 몸을 감쌌다.

    그 순간, 원조가 미소 앞에 나타나 발을 휘둘렀다.

    산처럼 거대한 발의 허상이 허공에 나타나 강력한 힘의 법칙을 폭발시키자 심협보다 더 강력한 힘의 법칙이 서른두 자루의 홍사를 쓸어버렸다.

    발의 허상이 지나는 곳마다 공간이 흔들리면서 10여 개의 뒤틀린 공간 균열이 나타났다.

    표정이 변한 심협은 바로 염폭 법칙을 발동했다.

    검사에서 뿜어져 나온 붉은 빛들이 폭발의 기운이 가득한 작은 태양이 되어 검은색 발의 허상과 충돌했다.

    꽈르릉!

    경천동지할 굉음이 울려 퍼졌다. 붉은 검사는 부서졌고, 서른두 자루의 순양검은 되돌아왔으며, 검은색 발의 허상도 부서졌다.

    이 광경을 본 손오공 등은 눈빛을 교환한 뒤, 뒤에서 원조와 미소에게로 달려들어 두 사람을 사로잡으려 했다.

    원조와 미소가 강력하다고는 해도 둘이서는 역부족이었기에 바로 도망치려 했다.

    “도망가지 못한다!”

    심협은 바로 쫓아가려 했다.

    한데 그 순간, 하늘에서 갑자기 굉음이 들려오더니 공간이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수많은 균열이 나타났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는 몰랐으나, 심협 손오공 등은 우선 제자리에 멈춰 섰다.

    반면, 원조와 미소는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는 듯 내달렸다. 미소의 몽운환갑에서 뿜어져 나온 광망이 두 사람을 뒤덮더니 순식간에 거리를 벌렸다.

    심협이 쫓으려 했지만, 그가 움직이기도 전에 근처에서 다시 굉음이 울려 퍼지면서 공간 전체가 부서지기 시작했다.

    어지러운 공간 폭풍이 뿜어져 나와 모두를 휩쓸었고, 공간 폭풍 안에 있는 크고 작은 파편들이 그들을 베기 위해 날아왔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심협은 추격을 포기하고 혈백원번에서 두꺼운 핏빛 광망을 뿜어내 자신을 보호했다. 서른두 자루의 순양검도 몸 주위를 맴돌며 핏빛 광망 주위에 또 한 겹의 방어막을 쳤다.

    그가 이를 마치자마자 허공의 파편이 거센 바람과 함께 날아와 핏빛 광막을 두들겼다.

    찍!

    비단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핏빛 광망이 강렬하게 흔들렸다. 비교적 작은 공간 파편은 막을 수 있었지만, 10여 개의 커다란 공간 파편은 혈백원번 보호막을 쉽게 찢어버렸다.

    깜짝 놀란 심협은 서둘러 서른두 자루 순양검을 발동하여 붉은색 검기로 그 공간 파편들을 막았다.

    염폭 법칙이 담긴 검기들이 연달아 폭발하자 주위의 허공이 다시 흔들렸다. 모든 공간 파편이 부서졌지만, 10여 자루의 순양검도 검신이 절반이나 부서져 비명을 질러댔다. 영성이 상당히 손상된 듯했다.

    심협의 표정이 돌변했다. 이 순양검 안에는 주작석이 담기면서 매우 단단해졌는데 공간 파편의 일격을 막아내지 못한 것이었다.

    “심협, 이곳은 공간의 힘이 너무나 강한 데다가 일부에는 다른 힘까지 섞여 있다. 산하사직도로 방어해라!”

    화령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심협은 방금 확실히 방심하고 있었기에 서둘러 순양검들을 거둬서 단전 안에서 온양하는 동시에 소매를 휘둘렀다.

    산하사직도가 비단처럼 날아와 주위에 하얀색 광막을 만들었다.

    손오공 등이 공간 폭풍에 사방으로 흩어진 터라 그들을 도울 겨를이 없었지만, 그들의 신통이라면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을 터였다.

    천지를 뒤덮은 공간 파편이 휙휙 날아왔지만, 산하사직도에는 공간의 힘이 담겨 있어서 순양검보다 방어능력이 탁월했다. 여기에 혈백원번의 힘까지 더해지니 모든 공간 파편을 막아낼 수 있었다.

    * * *

    소서천의 어느 곳. 허공에 파동이 일어나더니 금색 인영이 갑자기 나타났다. 바로 헌원 잔혼이었다.

    “대륜명왕진(大輪明王陣)이 부서지다지. 이런 신통을 가진 자가 있었나?”

    헌원 잔혼은 의아한 표정으로 만불금탑 쪽을 돌아봤다.

    모종의 탐색 신통을 시전했는지 헌원 잔혼이 바로 눈을 감자 눈썹에서 금빛이 반짝였다.

    “이 기운은 치우의 원골(源骨) 마기! 만불금탑 안에 어떻게 치우의 원골 마기가 나타난 거지?”

    안색이 변한 헌원 잔혼이 만불금탑을 향해 날아가려다가 갑자기 뒤를 돌아봤다.

    “천존기의 고수가 오다니, 원골 마기가 확실한 모양이군.”

    그는 눈살을 찌푸리더니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 * *

    신마의 우물 공간 입구, 검은 빛이 하늘 높이 솟구치더니 커다란 골짜기 옆으로 내려왔다.

    검은 빛이 사라지면서 두 사람이 나타났다. 한 명은 요풍이었고 다른 한 명은 중년 남자로, 골격이 큰 몸에 오래된 회색 옷을 입고 있었으며, 수염이 덥수룩했다. 얼굴에는 뭔가 쓸쓸함이 감돌았다.

    “유계존자(酉鷄尊者), 자서존자(子鼠尊者)의 정보에 의하면 여기가 바로 동해지연 입구라오.”

    요풍이 거대한 협곡 깊은 곳을 바라보며 중년 남자에게 말했다.

    “좋소, 서둘러 수라면구(修羅面具)와 성골조도(聖骨爪刀)를 회수합시다.”

    유계존자라 불린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자서의 말에 따르면 여기서부터 골짜기 아래의 소서천까지는 매우 멀고, 공간 금제가 뒤덮여 있어서 대진영상공간영부를 가진 자만이 뚫고 갈 수 있다 했소.”

    유계존자는 그 말을 듣고는 주위를 둘러보더니 눈동자에서 오색 광망을 뿜어냈다.

    “을목의 힘을 근간으로 둔 공간 금제였군. 별것 아니니 내가 데려다주겠소.”

    그가 요풍을 잡고 몸에서 금(金), 녹(綠), 남(藍), 홍(紅), 황(黃)의 오색 광망을 뿜어냈다. 이 광망이 두 사람을 뒤덮고 골짜기 아래로 내려갔는데, 금제의 영향을 조금도 받지 않았다.

    “유계존자의 신통에 감탄했소.”

    요풍이 칭찬했지만, 유계존자는 아무 말도 못 들은 것처럼 무덤덤하게 계속해서 밑으로 내려갔다.

    요풍도 이런 반응에 이미 익숙해졌는지 개의치 않고 검은색 부적을 꺼내서 발동했다.

    이때, 날아가던 유계존자의 표정이 갑자기 변하더니 멈춰 섰다.

    “유계존자, 무슨 일이오?”

    요풍이 당황하여 검은색 부적 발동을 멈추고 물어봤다.

    “누구이기에 몸을 숨기고 드러내지 않는 것인가.”

    유계존자가 앞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전방의 허공에서 금빛이 번득이더니 금색 광장이 허공에 나타났다. 그 광장에는 거대한 궁전이 있었는데, 바로 헌원전이었다.

    “헌원전!”

    요풍이 금색 대전을 보더니 놀라 말했다.

    “헌원 선배?”

    유계존자는 표정이 굳어지더니 앞을 향해 공수하며 예를 올렸다.

    요풍은 이를 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공선(孔宣), 요족의 대성이자 신수인 그대는 마족과 아무런 관계가 없을 텐데 어찌하여 마족의 개가 된 것인가?”

    헌원 잔혼의 목소리가 대전 안에서 들려왔다.

    중년 남자는 요족의 대성 공선이었다.

    “원하는 바가 있어서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공선이 담담하게 말했다.

    헌원 잔혼은 이 말이 의외였는지 한동안 침묵했다.

    “그대 아내와 관련된 일인가?”

    잔혼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오자 공선이 침울한 눈빛으로 답하려 했다.

    “유계존자, 성조께 한 약조를 잊으면 안 될 것이오.”

    옆에서 요풍이 끼어들었다.

    “걱정하지 마시오. 마족의 존자가 되기로 한 이상 다른 뜻은 품지 않을 것이오.”

    공선이 요풍을 보며 담담하게 답하자 요풍은 차가운 표정으로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헌원 선배께서 오시다니, 설마 저를 막으시려는 것입니까?”

    공손이 앞의 대전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렇다. 내 그대의 오색신광(五色神光)이 어디까지 진전을 이뤘는지 보고 싶군.”

    말이 끝나자마자 광장에서 갑자기 금색 대진이 솟아올랐다. 일전에 심협 등을 가뒀던 이혼(離魂) 대진이 공선과 요풍의 머리 위에서 떨어졌다.

    주위의 허공에서 수많은 초록색 광사가 나타나 홍수처럼 두 사람을 향해 날아왔다.

    표정이 굳어진 공선이 손을 내밀자 손끝에서 오색 영광이 무지개처럼 뿜어져 나가 허공을 휩쓸었다.

    초록색 광사와 금색 광진은 오색신광의 공격에 환상처럼 사라졌다.

    헌원 잔혼은 예상했다는 듯 전혀 놀라지 않았다.

    그때, 헌원전이 우르릉 소리를 내며 하늘 위로 솟구치더니 무한한 힘이 담긴 흑백의 두 줄기 광망이 공선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공선이 눈살을 찌푸리더니 고개를 들고 허공을 뚫을 듯한 날카로운 소리를 내질렀다. 어떤 술법인지 모르겠지만 주위의 천지영기가 들끓듯 솟구치더니 형형색색의 수많은 영기가 그에게로 몰려와 눈 깜짝할 사이에 오색 빛줄기로 변했다.

    두 줄기의 거대한 빛줄기가 충돌하자 천지가 흔들리고 주위의 허공이 부서졌다.

    * * *

    만불금탑 3층, 부서진 허공.

    “심협, 산하사직도는 천도의 지보지만, 네가 공간의 법칙을 깨닫지 못해서 이 그림에 담겨 있는 방대한 공간의 힘을 사용할 수가 없는 것이 안타깝구나. 이 보물의 위력은 이 정도가 아닌데 말이다.”

    화령자가 주위의 하얀색 보호막을 둘러보며 말했다.

    심협도 산하사직도를 둘러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게 있는 천몽침도 공간 법칙이 필요한데 공간의 힘을 쓸 수 있는 사람은 매우 드물었고, 공간의 법칙을 깨닫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화령자, 법칙을 장악하려면 스스로 깨닫는 것밖에 방법이 없는 거야? 예를 들어 공간 법칙이 담긴 선기를 이용해 산하사직도를 발동하는 게 가능할까?”

    “어디서 그런 생각이 튀어나온 것이냐? 당연히 안 되지! 선기 안의 법칙은 대부분 불완전하고 또 매우 경직되어 있어서 법보의 금제로만 그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다른 선기를 이용해서는 발동할 수가 없어! 법칙의 힘은 반드시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 다른 요령은 없어!”

    화령자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사실 심협도 그냥 생각나서 물어본 것뿐이라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화령자가 갑자기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에 잠긴 듯했다.

    “왜? 뭔가 발견했어?”

    심협이 긴장하며 주위를 둘러봤다.

    “방금 그 질문 때문에 생각났는데…… 상고 봉신 대전 때 모종의 비법으로 다른 곳의 법칙을 자기 몸에 봉인하여 그 법칙을 깨달았던 존재가 있었다.”

    “법칙의 힘을 몸에 넣어서 봉인했다고? 그게 가능해? 누군데?”

    심협이 놀라 급하게 물어봤다.

    “요족의 대성 공선! 그의 주요 신통은 오색신광이지. 무물불쇄(無物不刷)라는 호칭을 너도 들어봤을 게다.”

    심협도 들어본 이름이었기에 고개를 끄덕였고, 화령자는 말을 이었다.

    “사실 오색신광은 다섯 개의 오행법칙을 근간으로 하여 서로 결합하고 부족함을 채우면서 수련할 수 있는 신통이다. 공선은 꼬리에 자란 다섯 개의 선천영우(先天靈羽)를 통해 오행의 법칙을 깨닫고 오색신통을 수련했다고 알려졌지. 허나 내가 알기는 그게 다가 아니다. 그의 본체인 오색공작(五色孔雀)에는 확실히 금, 목, 수, 화, 토, 다섯 개의 선천영우가 자라 있지만, 그가 이 영우를 통해 깨달은 것은 금, 목, 화, 토 네 종류의 법칙뿐이야.”

    “그렇다면……?”

    “수의 법칙은 어디서 얻었는지 모르지만, 마지막 영우에 봉인하여 다섯 종류의 법칙이 서로 보완하면서 마침내 오색신광 신통을 익힌 것이다.”

    “공선이…….”

    심협은 꿈속 세계에서 공선과 얽혔던 적이 있었다. 이 요물의 오색신광은 실로 대단했는데, 이런 내력이 있는 줄은 몰랐다.

    심협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지금 그는 힘과 염폭, 두 종류의 법칙을 깨달았다. 평범한 수사라면 이것만으로도 기적에 가까웠지만, 훗날 치우를 상대해야 하는 그에게는 턱없이 부족했다. 공선은 어딘가에 살아 있을 터. 기회가 된다면 그를 찾아가 그 신통을 얻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다만, 천년 뒤의 꿈속 세계에서 공선은 십이마존 중 유계존자가 되어 있었다.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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