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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1137화 (1,137/1,214)
  • 1137화. 염폭(炎爆)

    심협은 10여 개의 보물을 차례로 살피다가 3척 길이의 붉은색 원목에 눈이 멈췄다. 붉은빛이 반짝이는 것이 마치 불꽃이 타오르고 있는 듯했다. 다만 그 나무에는 용도를 알 수 없는, 손바닥만 한 은색 부적이 붙어 있었다.

    그는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이 영목은 그가 그토록 애타게 찾던 만년화린목이었다!

    게다가 이 화린목은 그가 이전에 얻었던 것들보다 상태가 훨씬 좋았다. 적어도 3만 년 가까이 되어 보였다. 유일한 옥에 티라면, 그 무게가 많이 나가지 않으니 순양검 두세 자루 만들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현재 서른 자루의 순양검이 있으니 두 자루만 더 있으면 순양칠살검진을 펼칠 수 있었기에 아쉬운 대로 만족했다. 더욱이 일전에 육정신화를 조금 남겨두었으니 두 자루 더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심협의 경지가 올라감에 따라 순양금광검진은 더는 강력한 비장의 패가 되지 못했다. 하지만 순양칠살검진은 달랐다. 이 검진은 이름처럼 순수하게 살육이 목적이었기에 그 위력이 금광검진보다 몇 배는 강했다.

    그는 손을 들어 금빛으로 화린목을 감싸더니 천천히 꺼냈다.

    도산동이 본보기가 되어 그도 감히 허튼수작을 부리지 못했다.

    화린목이 금색 광막에서 벗어나자 만보루대에서 갑자기 금빛이 강하게 번득이더니 순식간에 사라졌고, 혼돈흑련의 뿌리도 어디로 갔는지 감지할 수 없게 됐다.

    “보물을 하나씩 꺼낼 때마다 만보루대의 위치가 바뀌는 모양이군. 그래서 다른 사람이 왔던 흔적이 없었던 거야.”

    심협은 곧장 다른 곳으로 날아갔고, 반 시진 뒤, 단풍이 가득한 산골짜기로 숨어들었다. 그리고는 산 벽에 동굴을 파서 몸을 숨긴 후, 이전처럼 산하사직도와 도천신살대진으로 동굴 안팎을 보호했다.

    “화령자, 전송 법진을 찾는 일은 아무래도 좀 더 미뤄야겠어.”

    그는 산하사직도에서 명화연노를 불러내며 말했다.

    “상관없다. 네가 강해질수록 더 유리해질 테니까. 그런데 네 운도 정말 대단하구나. 자려고 하니까 누가 베개를 갖다 주는 격이 아닌가.”

    화령자가 웃으며 말했다.

    심협은 그 말을 듣고 일순 멍해졌다. 그는 확실히 매우 운이 좋았다. 만년화린목은 진귀하고 또 자주 볼 수 없는 보물인데 어떻게 만보루대에 나타난 걸까? 설마 그 신비의 목소리가 일부러 넣어놓은 것이란 말인가?

    그는 고개를 저어 생각을 털어냈다. 일부러 뒀든 아니든 중요치 않았다.

    심협은 만년화린목을 꺼내 그 위의 은색 부적을 내려다봤다.

    부적에서 공간의 힘의 파동이 은은하게 느껴지는 것으로 보아 공간 법보인 듯했다.

    “엇, 개자부(芥子符)잖아? 상고 시기에 이미 사라졌을 텐데 여기서 보게 될 줄이야.”

    놀란 듯한 화령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개자부?”

    “그래, 공간 부적인데, 부피가 큰 물건을 작게 줄일 수 있지.”

    “부피가 큰 물건을 줄여준다니, 설마……?”

    심협은 멍하니 있다가 은색 부적을 잡고 잡아당겼다.

    그러자 3척에 불과하던 화린목이 갑자기 열 배 이상으로 커졌고, 길이가 10여 장의 아름드리 원목으로 변했다.

    “이렇게 많은 만년화린목이라니! 만년 화린수(火麟樹)의 줄기 같은데? 순양검을 많이 만들 수 있겠어! 하하하!”

    “이 정도의 만년화린목이면 쉰 자루는 만들고도 남겠군. 네 순양검진도 마침내 대성하겠구나. 다만 그렇게 많은 천화를 찾기가 쉽지는 않을 거다.”

    화령자도 이렇게 큰 만년화린목을 보고는 놀라워했다.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겠지. 우선은 이 화린목으로 순양검배를 만들고, 천화는 나중에 생각하자.”

    심협이 냉철한 목소리로 말하자 화령자도 더는 따지지 않고 명화연노를 발동하는 데 집중했다.

    심협은 커다란 화린목을 10여 조각으로 나누어 차례대로 명화연노 안으로 넣었다.

    순양검배의 제작은 두 사람 모두 익숙했기에 반나절도 걸리지 않아 쉰세 자루의 순양검배를 만들었다. 이 검배들은 명화연노 안에 조용히 떠 있었다.

    방대한 순양검기가 뿜어져 나와 동굴 전체를 뒤덮자 허공이 이 기운을 버티지 못하는지 선명한 파문이 일어났다.

    심협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결인하자 두 덩어리의 육정신화가 명화연노로 들어갔다.

    그는 두 방울의 정혈을 튕기고는 융영(融靈) 비술을 시전했다. 그러자 두 덩어리의 육정신화가 천천히 두 자루의 순양검 안으로 녹아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후, 완전한 두 자루의 순양검이 탄생했다.

    심협은 크게 기뻐하며 모든 순양검을 체내로 넣으려 했다.

    “잠깐! 창궁 비경에서 순양검을 만든 뒤에 있었던 일 기억하나?”

    화령자가 갑자기 물었다.

    심협이 어떻게 잊겠는가. 당시 세 마리의 금오지혼을 한꺼번에 순양검에 넣었다가 체내에서 순양의 힘이 폭증하여 화독이 일어나 하마터면 그는 잿더미가 될 뻔했다. 섭재주의 원음의 힘으로 중화하고 또 보타산의 쌍수비술로 간신히 회복할 수 있었다.

    “지금 이 많은 순양검을 몸에 넣었다가는 순양의 힘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폭증할 것이다. 비록 네 경지가 그때보다는 많이 정진했다지만 그걸 견딜 수 있다고는 장담할 수 없지.”

    “괜찮아, 다 생각이 있어.”

    심협은 잠깐 침묵하더니 입을 벌려서 모든 순양검을 단전에 넣었다.

    콰쾅!

    눈부신 붉은 빛이 몸에서 폭발하면서 마치 작은 태양처럼 변했다. 크고 뜨거운 순양의 힘이 솟아올라 마치 실제 불꽃처럼 몸 곳곳을 휘젓고 다녔다. 강렬하기로는 창궁 비경 때의 열 배에 달했다.

    순양의 힘이 나타나자 뜨거운 화독도 올라와 경맥 안의 장기가 모두 손상되고 타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온몸의 피부가 빨갛게 익고 눈동자는 암홍색으로 변하여 끔찍해 보였다.

    뿐만 아니라, 신혼이 천존 경지로 돌파하면서 신혼에 나타났던 그 뜨거운 느낌이 다시 솟구치며 더욱 빠르게 고조되었다.

    심협은 머릿속에서 불꽃이 타오르는 것 같았고, 현기증이 일었다.

    허나 창궁 비경 때처럼 진선기 수사였다면 이미 잿더미가 됐겠지만, 크게 정진한 지금은 육체와 신혼 모두 매우 강해졌기에 충분히 견딜 수 있었다.

    심협은 심호흡하고는 가부좌를 튼 후 체내의 법력과 폭증하는 순양의 힘을 음양조화도의 그림대로 운공했다.

    그는 음양조화도의 선과 마, 두 힘을 합치는 효과를 이미 시도해본 적이 있었다. 헌원 잔혼은 이 음양도가 세상 모든 원기를 연화할 수 있다고 했다. 심협은 그 위력을 확인해보고 싶었다.

    그는 이미 음양조화도를 운공하는 데 익숙해졌기에 순양의 힘을 일주천하는 시간은 이전보다 절반도 걸리지 않았다.

    폭증하던 순양의 힘이 갑자기 얌전해졌고, 피부의 붉은색도 절반쯤 사라졌다.

    “효과가 있구나!”

    그는 크게 기뻐하며 음양조화도의 현묘함을 더는 의심하지 않았고, 계속해서 이 그림에 따라 운공했다.

    몸에 나타난 붉은색은 빠르게 사라졌고, 화독도 음양조화도에 연화되면서 기운은 순식간에 진정되어 갔다.

    옆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화령자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명화연노의 기령인 그는 순양의 힘과 화독 등을 감지하는 데 매우 예민했는데, 심협이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체내에서 날뛰는 양화화독(陽和火毒)을 억눌렀으니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심협이 연화 신통을 익혔던가?’

    화령자는 속으로 생각했다.

    심협이 쉬지 않고 음양조화도를 운공하자 체내에서 날뛰던 뜨거운 태양이 금방 완전히 가라앉았고, 여든한 자루의 순양검이 조용히 단전에서 떠올랐다. 법력 운공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머릿속의 뜨거운 느낌은 여전히 사라질 줄을 몰랐다.

    “어떻게 된 거지?”

    심협은 눈살을 찌푸리고는 황제내경을 운공하여 신혼의 이변을 잠재우려 했지만,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것처럼 이 뜨거운 기운은 오히려 점점 더 강해졌다.

    그는 바짝 긴장하며 다른 신통을 시전해보려 했다.

    한데 그때, 머릿속의 신혼에 다시 이변이 일어났다. 갑자기 격렬하게 요동치더니 술법을 시전하지도 않았는데 붉은 불꽃이 타오르는 한 자루 적색 검체(劍體)가 된 것이다.

    머릿속의 어지러운 기운은 이미 사라졌고, 대신 뜨거운 생기가 나타났다. 그 생기는 무척 상쾌했다.

    신혼에 나타났던 이변이 흉보다는 길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잠겼던 그는 이내 황제내경을 운공했다. 이번에는 신혼이 변한 붉은 검체를 억누르는 게 아니라 오히려 재촉했다.

    붉은 검체가 조금씩 커지자 불꽃도 더욱 강렬하게 타올랐다.

    기이한 파동이 붉은 검체에서 뿜어져 나오더니 폭발하는 듯한 소리가 가볍게 울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뜨거운 법칙의 힘이었다.

    심협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는 이미 힘의 법칙을 깨달았기에 이런 상황이 낯설지 않았다. 또다시 새로운 법칙의 힘을 깨달은 것이다!

    한참을 앉아 있자 머릿속의 이변은 천천히 사라졌고, 신혼도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심협은 눈을 뜨더니 결인했다.

    3척 크기의 붉은 불덩이가 반대편의 도천신살대진으로 날아가 꽂혔다.

    불덩이가 빙글빙글 돌면서 빠르게 절반 정도로 줄어들자 주위의 허공에 있던 천지영기가 미친 듯이 녹아들더니 빠르게 팽창했다.

    쾅!

    요란한 소리와 함께 불덩이가 폭발하자 연기가 피어올랐고, 가장 깊숙한 공간이 일그러지면서 도천신살대진이 강렬하게 흔들렸다.

    심협은 눈을 반짝이더니 벌떡 일어나 연달아 손을 휘둘렀다.

    붉은 불덩이들이 도천신살대진에 날아가 연이어 폭발하자 동굴 전체가 일그러졌다. 도천신살대진도 강하게 흔들리면서 부서질 조짐을 보였다.

    심협이 손을 멈추자 도천시살대진은 그제야 잠잠해졌다.

    그의 눈에는 놀란 빛이 스쳐 갔다. 도천신살대진이 비록 진정한 위력을 발휘하지 않고 있다지만 그래도 매우 견고한 편인데, 방금 깨달은 법칙에 이 정도로 위태로워졌으니 이 법칙의 위력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두 개의 법칙을 깨달은 모양이구나. 축하한다. 화속성 염폭(炎爆) 법칙이라고 부르는 게 어때?”

    화령자가 웃으며 말했다.

    “염폭 법칙? 딱 맞는 이름이군.”

    심협이 중얼거렸다.

    법칙의 이름은 정해진 것이 아니라 깨달은 자가 붙였다.

    “순양금광검진과 순양칠살검진의 위력이 범상치 않지만, 법칙 신통과 비교하면 조금 부족한 감이 있었지. 한데 이제 이 염폭 법칙이 있으니 드디어 혼자 힘으로 막아낼 수 있겠어.”

    심협은 크게 기뻐했다.

    순양검 제작이 끝났으니 더는 이곳에 머물 필요가 없었기에 도천신살대진과 산하사직도를 거두고는 바로 다음 층으로 갈 전송 법칙을 찾아 떠났다.

    * * *

    1층 공간의 어느 이름 없는 산골짜기.

    깊은 산골짜기에는 푸른 나무가 가득했고, 초목이 무성하여 생기가 넘쳐 보였다. 그러나 그 흔한 날짐승 하나 없어서 매우 고요했다.

    세 개의 그림자가 이 산골짜기를 지났는데, 눈에는 경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선두에서는 키가 크지 않은 아리따운 여자, 미소가 잔뜩 화가 난 기색으로 투덜거렸다.

    “벌써 며칠 째야! 서둘러 찾지 못하면 완전히 뒤처질 겁니다.”

    “전송 법진이 어디 그리 쉽게 찾을 수 있게 되어 있겠소? 그래도 이 법보의 감지가 있으니 마냥 쏘다닐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낫지 않소?”

    원조가 개의치 않는 듯 가벼운 목소리로 답했다.

    그가 들고 있는 자홍색 나침반은 오래된 나무로 만든 듯했는데, 바늘이 좌우로 흔들리며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 망할 물건이 벌써 세 번이나 잘못 가리킨 걸 잊은 겁니까? 이번에도 맞지 않으면 부숴서 장작으로 써버릴 겁니다.”

    미소는 오히려 더욱 짜증을 냈다.

    도산동은 긴장한 표정으로 말없이 뒤를 따랐다.

    한데 그때, 세 사람이 골짜기의 굽은 길을 돌아 길 한가운데를 막고 있는 거대한 푸른 돌을 피하자마자 콸콸 물살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다시 백여 보를 걷자 원조가 들고 있던 목제 나침반이 갑자기 격렬하게 떨렸다. 바늘이 좌우로 일고여덟 번 흔들리더니 갑자기 똑바로 앞을 가리켰고, 더는 움직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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