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몽주-1135화 (1,135/1,214)
  • 1135화. 단독행동

    “누가 이런 장난질을 하는 겁니까? 모습을 드러내시죠.”

    미소가 어두운 표정으로 소리쳤다.

    방금 도산동이 떨어질 때 그녀가 손을 뻗어 잡으려고 했는데 보이지 않는 힘이 그녀의 행동을 구속했다. 누군가 수작을 부리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낄낄, 내가 정한 규칙을 지키지 않은 결과다. 이번에는 가볍게 경고에 그쳤지만, 다음에는 절대 안 봐준다.”

    낄낄거리는 웃음소리가 갑자기 울려 퍼졌다.

    미소는 눈살을 찌푸렸고 다른 사람들도 모두 표정이 달라졌다.

    사람들은 도산동을 원망하는 눈빛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렸지만 결국 아무 말도 못 했다.

    이때, 그녀 몸이 하얗게 빛나면서 봉인된 요력이 모두 회복되자 그녀는 기뻐했다. 방금 사람들 앞에서 창피당한 것도 다 잊었다.

    한편, 심협은 생각에 잠겼다.

    ‘만불금탑 밖에 글씨를 남겼던 것도 방금 그 장니가? 누구지? 만불금탑의 모든 것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것 같은데…….’

    그는 갑자기 북명곤이 이전에 말해줬던 게 생각났다.

    ‘소서천에 들어올 때마다 누군가 감시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고 했지? 북명곤을 감시했던 것도 저 자인가?’

    그때, 다시 그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 번만 말할 테니 모두 잘 들어라. 너희들이 찾는 신마의 우물은 만불금탑 꼭대기층에 있다. 이 탑은 모두 9층으로 되어 있고, 층마다 내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시련이 설치되어 있다. 인간족, 요족, 마족 가릴 것 없이 이 아홉 번의 시련을 통과한 자만이 신마의 우물의 인정을 받을 자격이 생기고 그 우물의 수호자가 될 것이다.”

    그 목소리의 이어지는 말에 사람들은 기쁨 반, 걱정 반이 됐다.

    시련에서 배제되지 않았으니 기쁘고, 심혈을 기울여 만든 시련이라 하니 걱정이 된 것이다.

    “아미타불, 흑백진군(黑白眞君) 선배님입니까? 서방 영산의 불조 문수보살이 이렇게 인사드립니다.”

    문수보살이 앞으로 한 걸음 나와서 합장하며 말했다.

    “흑백진군?”

    심협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보살이든 나한이든 친한 척하지 마라. 너희 영산은 이곳의 신마의 우물 입구를 잃어버렸으니 다른 사람들과 다를 바 없다.”

    그 목소리가 거침없이 말하자 옆에서 듣고 있던 원조가 피식 비웃었다.

    “선배님의 보살핌을 어찌 함부로 바라겠습니까? 그나저나 1층의 시련은 무엇인지요?”

    문수보살은 민망해하지 않고 불호를 가볍게 읊고는 계속해서 물었다.

    “1층의 시련은 바로 운이다!”

    “운?”

    운이라는 말에 모두가 경악했다.

    “내가 1층에 아홉 개의 공간 전송 법진을 설치해놨다. 이 법진들은 위치가 수시로 변하는데, 어떤 법진은 너희 모두를 전송한 뒤에도 위치가 변하지 않는다. 반대로 너희가 방금 발견한 것처럼 순식간에 눈앞에서 사라질 수도 있지. 가서 찾아라. 찾으면 1층 시련은 통과로 인정되어 만불금탑 2층으로 갈 수 있다. 찾지 못하면, 영원히 여기 머물러야 한다.”

    목소리가 계속 이어졌다.

    “운도 시련이라고 할 수 있는 겁니까?”

    백영롱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

    “당연하다. 운도 실력의 일부다. 때로는 실력보다 더 중요하기도 하지.”

    목소리는 확신하듯 말했지만, 백영롱의 안색은 더욱 어두워졌다.

    “그리고 하나 더! 만불금탑으로 들어온 너희에게 상을 주기 위해 1층에 만보루대(萬寶樓臺)를 설치해놨다. 그 안에는 보물들이 있으니 그것을 차지하면 이어지는 시련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것을 찾고 못 찾고는 너희 운에 달렸지만 말이다. 하하하!”

    목소리는 크게 웃으며 점점 작아지다가 이내 사라졌다.

    한동안 누구도 말이 없었다.

    “운을 시험하는 것이라 하니 흩어지는 게 좋겠군요. 그럼 이만.”

    미소가 가장 먼저 말하고는 원조, 도산동과 멀리 날아갔다.

    “우리도 가지.”

    문수보살이 심협 등을 보더니 보현보살과 함께 날아갔다.

    “심협, 나도 가보마. 나중에 또 보자고!”

    손오공은 심협에게 인사하고는 문수, 보현을 따라갔다.

    산골짜기에는 이제 심협과 북명곤, 백영롱만이 남았다.

    “여기 계속 있어 봐야 소용없으니 우리도 갑시다. 흑백진군의 말대로라면 이곳의 공간 법진은 아홉 개인 데다가 수시로 위치가 바뀌니 찾기가 쉽지 않을 터. 누군가 전송된 뒤에 부수기라도 하면 큰일이오.”

    북명곤의 말에 백영롱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녀는 흑백진군이 말한 보물도 다른 사람에게 빼앗기고 싶지 않았다.

    “두 분, 송구하지만 저는 할 일이 있으니 잠시 따로 움직여야 할 것 같습니다.”

    심협이 불쑥 말했다.

    “심 도우, 혼자서 보물을 찾을 생각이오? 심 도우가 강하긴 하나 강적이 즐비한 이곳에서 혼자는 승산이 없소. 같이 가는 게 더 좋지 않겠소?”

    “보물을 찾으려는 게 아니라 다른 할 일이 있습니다.”

    “다른 일? 다음 층으로 가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다는 거요?”

    북명곤이 물었지만, 심협은 웃기만 할 뿐 답하지 않았다.

    “다른 볼 일이 있다 하니 더는 강요하지 않겠소? 백 도우는 어찌 하겠소? 혼자 움직일 것이오?”

    북명곤은 더는 캐묻지 않고 이번에는 백영롱에게 물었다.

    “나는 다른 일이 없으니 북명 도우와 함께 움직이겠습니다.”

    백영롱이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북명곤은 기꺼워하며 심협에게 인사한 뒤 백영롱과 함께 산골짜기를 벗어났다.

    심협도 이내 날아서 떠나갔다.

    단풍이 물든 산골짜기 부근을 벗어나자 끝없이 이어진 산맥이 시야 끝까지 퍼져 있었다. 이 공간은 실로 매우 방대한 것이었다.

    심협은 주위를 잠시 맴돌더니 어느 방향으로 날아갔고, 잠시 후에는 협곡 어딘가로 내려갔다.

    그가 손을 휘두르자 순양검기가 날아가 순식간에 돌벽을 파 동굴을 만들었다. 그는 곧장 동굴로 들어갔다.

    하얀 빛이 소매에서 뿜어져 나와 주위에 하얀 광막을 만들어냈다. 바로 산하사직도였다.

    심협은 곧장 다른 손으로 허공을 찍었다. 그러자 열두 개의 검은 빛이 동굴 곳곳으로 날아가 광막을 펼쳤다. 열두 개의 검은 그림자가 그 위를 떠다녔다. 이는 바로 도천신살대진이었다.

    “심 협, 왜 이리로 온 거지? 신마의 우물에 관심이 사라진 건가?”

    화령자의 목소리가 산하사직도에서 들려왔다.

    소요경이 없으니 심협은 화령자와 명화연노를 산하사직도 안에 넣었다.

    “그럴 리가. 원 국사가 공간영부를 줬으니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 수는 없지. 그냥 그전에 할 일이 좀 있어.”

    심협은 담담하게 말하고는 섭혼번을 꺼냈다.

    이 섭혼번을 얻은 이후로 그는 그 안의 군혼을 연화하여 신혼의 힘을 높일 생각뿐이었는데, 지금까지 기회가 없었다.

    “그 안의 군혼을 연화할 생각이었나? 그렇지, 네 전신편이면 혼력을 빠르게 연화할 수 있으니 실력을 높이기에 딱 좋겠군.”

    심협은 바로 도천신살대진을 발동하여 주위 공간을 봉쇄했고, 뒤이어 선천연보결을 시전하여 섭혼번을 연화했다.

    지금 그의 경지에서는 금방 절반이나 연화할 수 있었고, 섭혼번 안에 있는 군혼의 상태도 동시에 알아볼 수 있었다.

    섭혼번에 담긴 수십만 군혼은 절반이나 줄어들어 있었다. 줄어든 군혼은 사라진 게 아니라 누군가의 비법에 의해 하나로 합쳐져서 다섯 마리의 강력한 귀왕으로 변한 상태였다. 이 다섯 마리의 귀왕의 음력(陰力)은 조비극보다도 훨씬 강했다.

    하지만 연혼을 시전했던 자의 수단이 그리 고명하지 않아 군혼의 혼력이 상당히 유실되고 말았다.

    심협은 속으로 그자를 한바탕 욕했다. 그래도 다행히 군혼은 아직 절반이나 남아 있으니 신혼의 힘을 크게 정진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는 전신편을 꺼내서 서혼 대진을 발동했다. 그러자 검은색 소용돌이가 섭혼번을 감쌌다.

    섭혼번은 전신편에 겁을 먹은 것처럼 강하게 흔들렸다.

    이를 본 심협은 매우 의아했다.

    ‘섭혼번 안에는 섭혼 법칙이 담겨 있어서 정식적인 선기(仙器)다. 한데 왜 전신편을 두려워하는 거지? 전신편 안에도 법칙의 힘이 담겨 있는 건가?’

    그는 이 점에 대해 화령자에게 물었다.

    “전신편은 제강 조무의 무기(巫器)다. 당연히 평범한 선기보다 훨씬 더 강하니 법칙을 담고 있는 것도 당연하지.”

    화령자가 피식 웃으며 설명했다.

    “무족은 주로 육체를 수련했는데도 법칙의 힘을 깨달을 수 있었던 거야?”

    “당연하지! 법칙의 힘은 반드시 법칙을 수련해야만 깨달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어떤 수련의 길이 극한에 도달하면 깨달을 수 있는 것이지. 결국, 법칙이란 본래 천지 만물이 돌아가는 규칙을 뜻한다.”

    “그럼 전신편에는 어떤 법칙이 담겨 있지? 서혼(噬魂) 법칙인가?”

    심협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물었다.

    “그렇다고 할 수 있으려나……? 사실 진법의 힘만으로는 신혼 안의 감정과 기억 등을 완전히 연화할 수 없다. 반드시 법칙의 힘이 있어야만 가능하지.”

    조금 망설이다가 말하는 것을 보니 화령자도 확신은 없는 듯했다.

    “서혼 법칙이라……. 그래서 섭혼번이 전신편에 그렇게 주눅이 든 건가? 법칙과 법칙 사이에도 우열이 있는 모양이지?”

    “이리 빨리 법칙 사이의 관계를 깨닫다니! 심협, 넌 역시 법칙의 도(道)에 재능이 있어. 세상의 도에는 우열이 없지만, 법칙 사이에는 상생과 상극이 있다. 계수(癸水)가 이화(離火)를 억제하고, 을목(乙木)이 무토(戊土)를 억제하듯, 섭혼번이 이렇게 두려워하는 것은 섭혼 법칙이 전신편의 법칙의 힘과 상극이기 때문이다.”

    “그렇군. 고마워. 많은 걸 배웠어.”

    심협은 생각에 잠긴 듯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감사를 전했다.

    “법칙의 힘은 위력이 막강하여 거의 무적이지만, 상극에 해당하는 법칙을 만나면 일방적인 패배를 당할 수 있다. 네 힘의 법칙도 마찬가지로 상대하기 어려운 법칙을 만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할 게다.”

    이어진 화령자의 설명에 심협은 신중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정신을 집중하여 서혼 대진을 발동했다.

    그의 경지는 크게 정진한 터라 서혼 대진은 검은색 소용돌이를 마음껏 뿜어내 동굴 전체를 뒤덮으며 귀를 찌르는 듯한 괴성을 울렸다. 대진의 섭혼의 힘도 이전보다 몇 배는 강해져서 산하사직도 안의 화령자도 혼과 몸이 흔들렸다.

    화령자는 당황하지 않고 명화연노 안으로 피했고, 동시에 황제내경 소문편을 발동하여 혼력을 조금 흘려보내 서혼 대진의 흡입력 안으로 넣었다.

    이 혼력이 갑자기 허공을 뚫고 흡수되어 서혼 대진 안에 떨어지자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만 같았다.

    혼력에서 갑자기 푸른 빛이 떠올라 서혼 법진의 흡수를 막아냈다.

    하지만 서혼 대진 안에서 검은 빛이 반짝이더니 기이한 법칙의 힘이 침입해왔고, 태산이 누르는 듯한 혼력이 푸른 빛을 부수더니 한입에 집어삼켰다.

    ‘역시 서혼 법칙이었군! 이 법칙의 위력은 막강하여 신혼 공격 면에서는 제일이라지? 절교(截敎)의 여화(余化)가 죽은 이후로는 누구도 깨닫지 못했는데 전신편 안에 있을 줄이야……. 한데 완전한지는 모르겠군. 심협의 귀장이 깨달은 형흉신광에도 서혼 법칙의 흔적이 있던데, 나중에 기회가 되면 심협에게 알려줘야겠어.’

    화령자는 눈을 반짝이며 생각했다.

    한편, 심협은 화령자가 속으로 어떤 생각하는지 모른 채 서혼 대진을 발동한 뒤 섭혼번을 향해 결인했다. 그러자 섭혼번 안의 공간에 구멍이 생겨났고, 서혼 대진의 힘이 갑자기 쏟아져 들어갔다.

    섭혼법 안의 검은 소용돌이 안으로 하나둘 빨려 들어가 쉽게 갈렸고, 순수한 혼력이 되어 그의 머릿속으로 흡수되었다.

    심협 머릿속에서 신혼의 힘이 빠르게 강해졌고, 잠시 후에는 두 배로 강해져 태을 절정에 근접했다.

    하지만 섭혼번 안의 평범한 군혼은 금세 다 연화되어 사라졌고, 이제 남은 것은 다섯 마리의 귀왕뿐이었다.

    이 귀왕들은 강력해서 섭혼번 안의 금제를 잡고 끝까지 버티며 서혼 대진의 흡수를 막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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