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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1130화 (1,130/1,214)
  • 1130화. 만선대진(萬仙大陣)

    심협이 머뭇거리던 사이, 이미 요신(妖身)으로 돌아간 원조가 훌쩍 뛰어올라 기다란 팔로 허공에 있는 조요경을 잡으려 했다.

    그 순간, 조요경에서 광망이 번득이더니 노란색 전광이 뿜어져 나와 원조의 손바닥을 공격했다.

    전광이 번쩍이고 천둥이 몰아쳤다. 이 뇌광은 초록색 해골을 공격했던 것보다 몇 배는 강력했다.

    잔뜩 화가 난 원조는 포효하더니 물러서기는커녕 오히려 손바닥이 새까맣게 타는 것도 신경 쓰지 않고 전광을 잡으려 했다. 이 보물을 반드시 차지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이때, 가운데 있던 백옥 우리에서 줄곧 화난 눈빛으로 모두를 째려보던 쌍두흑룡의 눈동자에 갑자기 살의가 감돌더니 머리로 우리의 문을 들이받았다.

    퍼펑!

    심협이 재빨리 돌아보니 옥문 밖으로 나온 흑룡의 머리가 입을 크게 벌려 원조의 왼팔을 물었다.

    새하얀 이빨은 강력한 힘으로 원조의 호체 보광을 그대로 뚫어버렸다.

    푹!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크아아아!”

    원조가 포효를 내지르자 몸에서 갑자기 검은 빛이 폭증하면서 보이지 않는 갑옷이 몸 안에서 나오더니 흑룡의 이빨을 뽑아내고 몸을 보호했다.

    챙! 챙! 챙!

    흑룡의 머리가 원조의 몸을 잡아당기자 금속끼리 맞부딪히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때, 오른쪽에서 보광으로 몸을 뒤덮은 문수보살이 하늘을 날아와 조요경을 차지하려 했다.

    거의 동시에 쌍두흑룡이 다른 머리를 길게 뻗어 입을 쩍 벌려 문수보살의 오른팔을 물었다. 그러나 미리 대비하고 있던 문수보살의 방어를 뚫지는 못했다.

    “심 도우, 조요경이 저들의 손에 넘어가서는 안 되네! 어서 빼앗아 오게.”

    북명곤이 다급하게 외쳤다.

    삼자가 대치한 것을 지켜보던 심협도 곧장 몸에서 전광을 번쩍이며 뇌둔술을 시전했다. 다른 사람들이 반응하기 전에 조요경을 먼저 차지할 생각이었다.

    그의 몸이 허공에 번쩍이는 순간, 검은색 그림자가 마침 그의 앞에 나타났다. 흑룡이 원조의 커다란 몸을 물어뜯어 내던진 것이었다.

    쾅!

    심협은 원조와 충돌했고, 두 사람 모두 튕겨 나갔다.

    “죽고 싶은 것이냐!”

    분노를 억누르지 못한 원조는 아래로 추락하더니 두 주먹으로 땅을 박차고 다시 높이 뛰어올라 흑룡에게로 맹렬히 돌진했다.

    흑룡의 커다란 입에서 초록색 독무가 뿜어져 나와 원조에게로 몰려갔다.

    원조는 몸을 검은 빛으로 뒤덮은 상태라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곧장 독무로 파고 들어갔다.

    심협도 몸을 가누고는 다시 조요경을 향해 날아갔고, 반대편의 섭채주도 조요경 쟁탈전에 끼어들었다.

    한데 그때, 문수와 원조가 각각 심협과 섭채주를 향해 날아갔고, 긴박한 상황에 그들은 어쩔 수 없이 다시 물러서야 했다.

    심협은 원조를 힐끗 보고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의 몸 주위를 감싼 검은 빛은 초록색 독기에 만신창이가 되었고, 광망도 한없이 어두워져 있었다.

    그들이 다시 달려오기도 전에 쌍두흑룡이 우리 밖으로 나와 입을 벌리더니 모두를 향해 쌀자루 같은 하얀색 주머니를 뿜어냈다.

    주머니는 허공에서 몇 배로 커지더니 입구가 갑자기 활짝 열렸다. 그러자 안에서 짙은 노란색 안개가 흐르는 광풍이 뿜어져 나와 심협과 문수보살 등의 주위를 맴돌며 포위했다.

    손 파파와 유비서 등 여아촌 사람들은 진즉 먼 곳으로 피했다. 사실 이들은 실력이 부족하여 흑룡이 신경도 쓰지 않았기에 바깥으로 밀려난 것이었다.

    심협 등은 노란색 안개에 휩싸인 채 바짝 긴장하며 경거망동하지 않았다.

    노란색 안개가 사라지면서 사람들의 모습이 나타났는데, 모두 검은색 깃발과 외형이 같은 제식법검(制式法劍)을 든 채 완전히 똑같은 동작으로 그들을 포위했다.

    이들을 쭉 둘러본 심협은 기겁했다. 주위를 에워싸고 있는 것은 아흔아홉 명이었는데, 그중 90명은 진선 경지였고, 나머지 아홉은 태을 초기였다.

    이들 대부분은 요족 수사였는데, 그중에는 진요탑에 갇혀 있었던 요물이었는지 매우 초췌한 자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심협을 더욱 놀라게 한 것은 오홍과 원구도 그들 사이에 있다는 사실이었다.

    “오형, 원구!”

    심협이 낮게 소리쳤다.

    두 사람은 심협의 부름에도 대답하기는커녕 아예 그의 말을 못 들은 것처럼 깃발을 쥔 채 두 개의 조각상처럼 미동도 없었다.

    자세히 보니 원구와 오홍은 무표정했고, 두 눈은 텅 빈 것처럼 신광이 보이지 않았다.

    다른 요족 수사들도 모두 이런 상태였는데, 오직 오홍만은 미간에 옅은 하얀색 자국이 있었다.

    한데 본래 대승기에 불과했던 원구도 어째서인지 지금은 진선 수사가 되어 있었다.

    “불러봐야 소용없다. 그들은 지금 아무것도 들을 수 없고 들어도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쌍두흑룡이 갑자기 입을 열더니 쉰 목소리로 천천히 말했다.

    “괴뢰법칙인가?”

    문수보살의 표정이 무거워졌다. 그는 한 번에 이렇게 많은 태을 수사를 조종하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진요탑 안에 갇혀 있던 요물들은 어떻게 강해진 걸까요?”

    섭채주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조룡의 혼이 그것들의 몸을 빼앗고는 어떤 비법을 사용했겠지.”

    “심 도우, 이리 되었으니 손을 잡는 게 어때? 조요경을 차지하려면 먼저 이것들을 치워야 할 것 같은데?”

    원조가 요신으로 변한 상태에서 제안했다.

    “좋다. 단, 내 벗들은 다치게 하지 마라.”

    심협은 오홍과 원구 두 사람을 가리키며 당부했다.

    “좋다.”

    원조가 대답했다.

    문수보살은 손에 나타난 금색 보검을 움켜쥐며 장엄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미타불.”

    그 말을 신호로 네 사람은 각자 한 방향씩을 맡아서 동시에 공격하기 시작했다.

    섭채주는 체내의 무력을 뿜어내며 비쩍 마른 여자 요물을 향해 달려들었고, 손에서 법칙의 힘을 뿜어내 앞의 허공을 멈췄다. 그리고는 여유롭게 다가가 여자 요물의 머리 위로 날아오르려 했다.

    한데 그때, 그 여자 요물이 들고 있는 깃발에서 검은 빛이 반짝이더니 보이지 않는 파동이 뿜어져 나와 섭채주가 방출한 시간 법칙의 힘을 순식간에 녹여 버렸다. 동시에 이 요물은 몇 명의 다른 요물과 함께 법검을 찔렀다. 열 개에 가까운 날카로운 검광이 허공을 가르며 섭채주를 찔러왔다.

    깜짝 놀란 섭채주는 시간 법칙의 힘을 자신에게 뒤덮었다. 그러자 몸이 상식을 벗어난 속도로 미끄러져 공격을 피했다.

    한편, 문수보살은 진선 요물의 공격을 맞이하고 있었다. 강으로 약을 이겨내고 한곳을 뚫고 나가려던 계획이었다. 허나 가까이 다가간 순간, 태을 경지 요물이 갑자기 그 진선 요물 옆에 나타났다.

    태을 경지의 요물과 아홉 명의 진선 요물이 동시에 열 개의 검광을 한곳에 모았고, 일검의 위세로 태을 경지의 보살을 뒤로 몰아냈다.

    원조 역시 비슷한 처지였다. 아흔아홉 명의 수사는 혼연의 진법을 펼쳐 서로가 연결되고 공수(攻守)를 보완하여 마치 한 몸 같았다. 약점을 뚫고 돌파할 가능성이 없어 보였다.

    심협은 다른 사람들처럼 가장 약한 곳을 노리지 않고 곧장 오홍에게 달려들었다. 아흔아홉 명의 요물 중 오홍만이 특별하니 그를 공략하는 게 이 봉쇄 돌파의 관건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오형, 어서 차리시오!”

    심협이 식해에서 부주진신법을 운공하며 소리치자 음파와 법력이 불문의 사자후처럼 동시에 뿜어져 나갔다. 평범한 진선기 수사가 이 소리를 들으면 신혼이 흔들리고 정신을 못 차렸을 것이다.

    음파의 충격을 받은 오홍은 비틀거렸고, 두 눈에 영광이 반짝였다. 하지만 곧이어 그가 들고 있는 검은색 깃발에서 광망이 번쩍이자 다시 무표정으로 돌아왔다.

    다음 순간, 그와 원구를 포함한 열 명의 수사가 동시에 참격을 날렸다. 검광이 허공을 가르며 내려오자 심협도 피할 수밖에 없었다.

    네 사람이 동시에 나섰다가 거의 동시에 뒤로 밀려났다.

    “도대체 어찌 된 영문이지? 이것들 뭔가 이상한데…….”

    원조가 눈살을 찌푸렸다.

    “저들은 진법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고 법력도 공유하는 것 같군. 한 명의 태을 수사와 아홉 명의 진선 수사가 같이 공격하여 공격력과 방어력을 대폭 높이니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되겠어.”

    문수보살이 말했다.

    “뿐만 아니라 제 시간 법칙의 힘이 저들에는 통하지 않아요.”

    섭채주가 덧붙였다.

    “눈치챘는지 모르겠는데, 공기의 무게도 바뀌었소.”

    심협이 숨을 내쉬며 말했다.

    “공간도 갇혔다는 건가?”

    “아무래도 둔술도 시전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들이 대화를 이어가는데 불쑥 흑룡이 끼어들었다.

    “발악해도 소용없다. 이것은 상고 시기 절교(截敎)가 만든 만선대진(萬仙大陣)이다. 비록 온전한 법진은 아니지만, 너희들을 상대로는 충분하다. 그러니 오늘, 너희는 살아서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흑룡은 마지막 몇 글자를 길게 끌며 말을 맺었다.

    “도대체 뭘 하려는 것이냐?”

    심협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곧 죽을 놈들은 알 필요 없지. 전부 죽어라. 크하하하!”

    흑룡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두 개의 미간에서 두 개의 광망이 뿜어져 나와 만선대진으로 날아들었다.

    아흔아홉 명의 수사가 들고 있는 검은색 깃발이 전부 광망을 뿜어냈고, 이들은 모두 법검을 높이 들었다. 그러자 검신에서 찬란한 금빛이 빛나더니 강력하기 그지없는 기운이 위로 모여들었다.

    이 순간, 심협도 놀라서 표정이 변할 수밖에 없었다.

    아홉 명의 태을 수사, 아니 열 명의 태을 수사와 아흔 명의 진선 수사가 법력을 모아서 일격을 가한다면 태을 후기 혹은 절정의 수사라 해도 결코 버티지 못할 것이다.

    그들이 연합하여 방어하려는 순간, 손 파파 등은 몰래 만선대진을 돌아서 가장 오른쪽, 초록빛 해골이 갇혀 있는 백옥 우리를 향해 달렸다.

    흑룡이 곁눈질로 이 광경을 보더니 뿜어져 나오던 광망을 끊고는 목을 휙 비틀었다.

    “죽으려고 작정했구나!”

    그가 포효하고는 초록색 빛을 세 사람에게 뿜어냈다.

    표정이 돌변한 손 파파가 앞으로 나서더니 두 손으로 지팡이를 꽉 잡고는 온몸의 법력을 아낌없이 주입했다.

    삽시간에 폭증한 법장의 광망은 보라색 방패가 되어 초록색 빛을 막아냈다.

    쌍방이 충돌하자 방패에서는 바로 하얀 연기가 솟구쳤고, 보라색 화광도 빠르게 흩어져 점점 어두워졌다.

    “서둘러라!”

    손 파파가 간신히 버티며 소리쳤다.

    유비연은 이미 부검같이 생긴 노란색 난옥(暖玉)을 꺼내 법력을 주입하고 있었다. 노란색 옥부의 광망은 점점 밝아졌고, 이내 백옥 우리에 떨어졌다.

    우리의 문에 부문 금제가 떠오르더니 불꽃이 피어올랐다가 바로 사라졌고, 다음 순간 두껍고 무거운 우리의 문이 밖으로 활짝 열렸다.

    “파파, 문이 열렸어요!”

    유비서가 기뻐하며 소리쳤다.

    “어서 조사님을 구해라!”

    손 파파는 이를 악물고 간신히 말을 꺼냈다.

    유비연과 유비서는 바로 우리로 들어가 초록빛 해골에 손을 댔다.

    이때, 손 파파의 법장에서 만들어진 보라색 방패는 곧 부서질 것 같았다.

    흑룡은 갑자기 입을 닫았다. 그러자 초록색 빛도 더는 나오지 않았으나, 흑룡은 고개를 들어 허공의 조요경을 향해 눈에서 빛을 뿜어냈다. 그러자 조요경이 갑자기 환하게 빛나더니 더 강렬한 억제의 힘이 방출됐고, 동시에 이 거울에서는 커다란 노란색 빛줄기가 백옥 우리로 발사됐다.

    우리에 갑자기 강한 빛이 비치자 팔뚝 정도 굵기였던 노란색 뇌전이 갑자기 금빛으로 번쩍이며 허벅지 정도의 굵기로 변하여 우리 안의 초록빛 해골을 향해 곧장 날아갔다.

    유비연은 바로 법결을 결인했고, 손에서 빛을 뿜어내 뇌전을 막아냈다.

    하지만 뇌전은 그녀의 법력 빛 덩어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뚫고 지나가 초록빛 해골에 떨어졌다.

    파지직!

    격렬한 전류가 미친 듯이 흐르고 번개가 사방으로 튀자 유비연과 유비서는 뒤로 튕겨 날아가 우리에 충돌했다.

    그리고 우리에 있던 초록빛 해골은 번개에 심하게 흔들렸고, 심지어 땅에서 튕겨 올랐다가 다시 땅으로 떨어졌다. 이렇게 몇 번을 반복한 후, 마침내 전광의 힘이 모두 소진되자 땅으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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