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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1125화 (1,125/1,214)

1125화. 법칙의 인(印)

주위의 흐트러진 허공에 힘의 법칙 파동이 나타났고, 곧 수많은 금색 무늬가 되어 네 개의 주먹 허상과 충돌했다.

괴력이 담긴 네 개의 주먹 허상과 충돌한 힘의 법칙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으나, 금색 주먹 허상도 굉음과 함께 부서졌다.

다음 순간, 산과 바다를 뒤집을 법한 기세가 하늘에서 내려와 금색 원숭이에게 꽂혔다. 그러자 이 원숭이의 팔 네 개는 전부 부서졌고, 몸 반쪽의 뼈와 살이 무너지더니 이어서 반대쪽 몸도 산산조각이 났다.

힘의 법칙은 실전에서 가장 유용한 법칙으로, 이 법칙을 깨달으면 어떤 힘의 공격을 당해도 별다른 피해가 없다. 게다가 수사 간의 싸움에서는 힘의 법칙에 정통한 사람이 매우 유리했다.

금색 원숭이는 실력이 범상치 않았지만, 힘의 법칙을 깨우치지 못했으니 심협과 정면으로 붙으면 계란으로 바위 치는 격이었다.

심협은 한주먹에 금색 원숭이를 쳐 죽이고는 다른 손으로는 허공을 때렸다.

눈물 요괴의 머리 위에서 쿵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금색 손바닥이 나타났다.

무서운 힘이 다시 덮쳐와 눈물 요괴를 생포하려 했다.

그러나 눈물 요괴가 다시 손을 휘두르자 허리춤의 주머니에서 광망이 번득였고, 다시 두 마리 거대한 요물이 머리 위에 나타났다. 붉은 호랑이 요물과 몸길이가 백 장에 이르는 교룡이었다.

두 마리 요물 모두 태을 경지였고, 역시 조종당하는 상태였다.

이 요물들은 몸집이 거대해서 통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호랑이 발톱과 용의 머리가 전력으로 금색 손바닥을 공격하여 간신히 막아냈다.

눈물 요괴는 기회가 생기자 다시 앞으로 날아갔고, 동시에 손에서 엄지손가락만 한 하얀 빛 열 개를 뒤로 내던졌다.

이 빛들이 허공으로 녹아 들어가자 공간이 일그러지면서 거대한 소용돌이처럼 변했고, 통로는 굉음과 함께 무너지기 시작했다.

대량의 원기를 소모한 눈물 요괴는 안색이 창백해지고 숨을 헐떡였다.

다행이라면 두 마리 태을 요물과 공간의 회오리 그리고 부서진 돌이 통로를 막고 있으니 심협 등을 반 각 정도는 막을 수 있을 터였다.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통로 깊은 곳으로 날아갔다.

한데 그때, 전방의 허공에서 초록색 빛이 번득이더니 심협이 나타났다.

‘아차! 저자에게 산하사직도 외에도 공간을 뛰어넘는 법보가 있다는 걸 깜빡했구나!’

깜짝 놀란 눈물 요괴는 다시 허리춤의 하얀 주머니에서 다른 요물을 소환하려 했다.

그 순간, 심협이 양손을 치켜들자 통로 안에 금빛이 강하게 번득였고, 눈 깜짝할 사이에 금색 공간이 만들어졌다. 이어서 강력한 힘의 법칙이 휘몰아치며 무궁무진한 힘이 뒤덮어 왔다.

눈물 요괴는 몸이 무거워져 술법을 시전할 수도 없었다.

뒤이어 심협이 손가락을 튕기자 가느다란 노란 빛줄기가 쏜살같이 날아가 눈물 요괴 허리춤의 주머니에 꽂혔다.

낙보금전에 닿자 주머니는 영광이 사라지면서 눈물 요괴의 허리에서 떨어졌다.

“내 만괴대(萬傀袋)!”

표정이 돌변한 눈물 요괴는 바로 하얀색 주머니를 잡으려 했으나, 심협이 결인하자 그녀의 머리 위에 금색 손바닥이 나타나 아래로 짓눌렀다.

금색 손바닥을 피하지 못한 눈물 요괴는 몸이 갑자기 땅으로 곤두박질쳤다.

심협이 손가락을 튕기자 초록색 빛이 눈물 요괴의 몸으로 들어가 눈물 요괴의 모든 경맥을 봉인했다.

눈물 요괴는 요광(妖光)이 전부 사라지자 바닥에 엎드린 채로 꼼짝도 하지 못했다.

심협은 낙보금전을 회수하고는 하얀색 주머니를 향해 손을 들었다.

주머니는 심협을 향해 날아왔는데, 도중에 하얀 빛을 강렬하게 뿜어내더니 조룡의 혼처럼 생긴 용의 머리 허상이 나타나 눈물 요괴를 한입에 빨아들였다.

“꺄아악!”

눈물 요괴는 비명을 지르며 몸을 강렬하게 떨었고 하얀 빛이 그녀의 단전에서 빠져나와 주머니를 향해 날아갔다.

심협이 굳은 얼굴로 주먹을 뻗었다.

하얀 빛 주위에 금광이 연달아 번득이더니 강력한 힘의 법칙을 담은 여덟 개의 주먹 허상이 허공에 나타나 사방에서 쏟아졌다.

콰쾅!

굉음과 함께 주위의 허공이 맹렬하게 흔들리며 거의 다 부서졌다.

하얀 빛도 부서져 수많은 광점이 되었지만, 그 상태로도 유성처럼 날아가 주머니 안으로 들어갔다.

주머니의 하얀 빛이 갑자기 몇 배로 커지더니 주먹만 한 다섯 개의 빛 덩이가 쏜살같이 주위의 허공으로 파고들었다.

허공이 다시 일그러지면서 다섯 개의 공간 소용돌이가 나타나 서로 교차하며 충돌했다.

심협은 긴장한 얼굴로 현황일기곤을 꺼내 허공에 휘둘렀다.

하얀 주머니 위의 허공에서 쾅 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고, 거대한 금색 곤봉 허상이 나타나 강력한 기세로 떨어졌다.

곤봉의 허상이 떨어지기도 전에 안에 담긴 보이지 않는 강력한 힘이 광풍처럼 아래에 있는 하얀색 주머니를 향해 휘몰아쳤다.

주머니는 광풍에 휩쓸려 강렬하게 흔들렸지만, 앞서 다섯 개보다 더 큰 하얀 빛을 쏘아 보냈다. 이 커다란 하얀 빛은 쏜살같이 날아가 금색 곤봉 허상으로 들어갔다.

금색 곤봉에서 하얀 빛이 새어 나오자 떨어지는 기세가 크게 약해졌다.

심협이 술법으로 대응하기도 전에 주머니 주위의 공간 회오리가 격렬하게 충돌하면서 콰직 하는 소리가 울렸다. 뒤이어 충돌이 가장 심했던 부분에 검은 균열이 생겨났다.

하얀 주머니는 휙 하며 그 안으로 들어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미처 막지 못한 심협은 눈살을 찌푸리고는 바로 결인하여 힘의 법칙 공간을 없앴다.

눈물 요괴는 심협의 황제내경에 제압당한 상태라 힘의 법칙 공간이 사라지고도 움직일 수 없었다.

이때, 폐허가 무너지면서 통로가 나타나더니 섭채주가 날아왔다.

“오라버니, 그 하얀 주머니가 갑자기 나타나서 저쪽에 있던 요물을 전부 데리고 공간을 찢고는 사라졌어요. 이게 무슨 일이죠?”

그녀의 손에는 산하사직도가 들려 있었다.

통로를 막고 있던 붉은 호랑이 요물과 거대한 교룡은 물론이고 산하사직도에 갇혀 있던 세 마리 요물까지 사라진 상태였다.

“눈물 요괴는 그 주머니를 만귀대라 부르더군. 내 짐작으로는 괴뢰를 보관하는 공간 이보일 거야. 주머니 안에 조룡의 혼의 신식 각인이 들어 있던 것 같아. 조룡의 혼이 만귀대를 조종하여 요물들을 데리고 사라진 게 분명해.”

심협은 산하사직도를 받아들고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

“그렇군요. 괴뢰법칙을 심오한 경지까지 수련하면 공간마저 조종할 수 있는 모양이에요.”

섭채주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괴뢰법칙의 요지는 조종이니 공간을 조종하는 건 당연하지. 극한까지 수련하면 시간의 힘도 조종할 수 있을지 모른다.”

화령자가 불쑥 나타나며 꺼낸 말에 심협은 깜짝 놀랐다.

그 무렵, 북명곤도 날아와 옆에 섰다.

“북명 도우, 조룡의 혼은 괴뢰법칙을 시간의 힘을 조종할 수 있는 수준까지 수련한 겁니까?”

심협이 물었다.

“그렇다네. 그 늙은 용의 괴뢰법칙은 이미 절정에 도달하여 법칙의 인(印)까지 만들어낼 수 있었네. 그러니 내가 그리 고생했지.”

“법칙의 인이요?”

“법칙마다 절정의 경지까지 수련하면 모두 신비한 무늬를 만들어낼 수 있지. 그걸 법칙의 인이라고 부른다네. 이 인을 깨달으면 법칙의 힘의 위력이 크게 오르고, 심지어 천지대도에서 힘을 빌릴 수도 있지. 다만, 법칙의 인은 깨닫기가 너무도 어려워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니, 이를 깨달은 이는 극히 드물었네.”

북명곤이 전음으로 대답하자 심협은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했다.

안타깝게도 그는 힘의 법칙을 깨달은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법칙의 인은 먼 이야기였다.

“괴뢰법칙은 공격력이 강하지 않으나 매우 은밀한 법칙일세. 그러니 조룡의 혼을 마주치게 된다면 각별히 조심하게.”

북명곤이 다시 한번 일깨워 주자 심협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싸움으로 조룡의 혼이 무척 까다로운 상대임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법칙의 힘을 아주 약간 전수받은 눈물 요괴조차 상대하기 쉽지 않았으니 조룡의 혼은 말할 필요도 없으리라.

“괴뢰법칙이 시간의 힘도 조종할 수 있다면 시간의 법칙은 무의미한 것 아닌가요?”

섭채주는 심협과 북명곤의 전음을 듣지 못했기에 화령자에게 물었다.

“당연히 다르지. 많은 법칙이 절정까지 수련하면 공간과 시간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그저 영향을 주는 정도야. 진정한 시간의 법칙과는 비교할 수가 없다.”

화령자의 설명을 듣고서야 섭채주의 표정은 부드러워졌다.

한편, 심협은 소매를 휘둘러 눈물 요괴를 끌고 왔다. 이 요괴는 매우 처참한 상태였다. 온몸의 경맥이 부서질 기미가 보였고, 특히 단전에는 이미 많은 균열이 생긴 후였다. 기운도 매우 불안정했다.

그저 제압할 정도로만 공격했던 그로서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이 부상은 방금 괴뢰법칙을 빼앗기면서 생긴 듯했다.

그는 눈물 요괴에게 물을 것이 있었기에 술법을 시전하여 치료하려 했다.

“심 도우, 이곳은 안전하지 않다네. 조룡의 혼이 우리를 엿보고 있을지도 몰라. 그러니 치료는 자네의 공간 법보에서 하는 게 좋을 것 같네.”

북명곤의 전음은 일리가 있었기에 심협은 산하사직도를 꺼내서 일행을 모두 그 안으로 들여보냈다.

산하사직도는 하얀 빛이 되어 조용히 통로 안을 떠다녔다.

통로 허공에 눈동자 같은 몇 개의 하얀 빛이 나타나 주위를 샅샅이 살폈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그 안의 상황은 볼 수 없었다.

* * *

진요탑 4층. 원조와 문수보살은 네댓 명의 요족에게 가로막혀 격전을 벌이고 있었다. 선두에 선 자는 바로 오홍이었다.

괴뢰법칙에 조종당하는 그는 멍한 표정이었고, 미간에는 하얀색의 복잡한 부문이 나타나 있었다.

오홍은 이전보다 훨씬 강해진 상태로, 이화금창(梨花金槍)을 들고 신출귀몰하며 괴뢰법칙이 담긴 공격으로 주위의 영기와 공간을 흩트렸다.

다른 요족도 태을 경지라 그 실력이 범상치 않았다.

그러나 원조와 문수보살이 어떤 자들인가! 신통과 법보가 삼계의 절정 수준이었기에 수적으로 열세임에도 오히려 오홍 등을 전송 수막이 있는 곳까지 밀어붙였다.

“문수 도우, 거울 요괴가 보이지 않는군. 여기서 발목을 잡히면 심협에게 따라잡힐 텐데, 힘을 합쳐서 이놈들을 다 죽여버리는 게 어떤가?”

원조가 검은색 봉을 휘두르며 문수보살에게 전음을 보냈다.

문수보살은 영광이 사방으로 뿜어져 나가는 금발 법보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이동할 때마다 위에 어렴풋이 보이는 금산(金山)의 허상에서 창궁을 찢을 법한 힘을 뿜어냈다. 그 기운은 번천인 부류의 법보 같았으나 그 위력은 훨씬 뛰어나 원조조차도 꺼렸다.

“아미타불. 그것도 좋겠군요. 다만, 우리 불문은 살인을 금하고 있으니 이 요마들을 저 진요탑에 가둬두기만 해도 될 것입니다.”

문수보살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 그럼 문수 도우가 부도금발(浮屠金鉢)로 저 용족 애송이를 제압하게. 나머지 요족은 내가 처리하지.”

원조가 씩 웃고는 검은색 곤봉에서 검은 빛을 강하게 뿜어내자 주위의 공간이 순식간에 법칙의 힘으로 뒤덮였고, 오홍과 요족들은 비틀거렸다.

이 틈에 문수보살의 금발이 쏜살같이 오홍의 머리 위로 날아가더니 강력하기 그지없는 무형(無形)의 힘으로 뒤덮었고, 공간이 크게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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