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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1124화 (1,124/1,214)

1124화. 좌절

심협이 팔을 휘두르며 힘의 법칙을 발동했다.

헌원신검이 금빛을 뿜어내며 날아가자 콰지직 하는 소리와 함께 푸른색 비차가 부서졌고, 거의 동시에 상어 요물의 목을 베고 지나갔다.

상어 요물의 머리가 날아가고 커다란 몸이 그대로 떨어졌으나, 이상하게도 피는 튀지 않았다.

심협은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들어 눈물 요괴를 살폈다.

한데 눈물 요괴는 어느새 사라져서 보이지 않았다.

심협은 경계하며 주위를 둘러보았고, 헌원신검을 발동하여 금색 허상으로 바꾸고는 곧장 섭채주와 싸우고 있는 검은색 문어 요물에게로 날렸다.

한데 그때, 머리 없는 상어 요물의 시체가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 두 개의 손톱에서 뿜어져 나온 푸른색 조망(爪芒)이 번개처럼 빠르게 심협의 몸을 잡으려는 듯 날아왔다.

당황한 심협은 두 발에서 뇌광을 번쩍이며 그 손톱 사이를 이리저리 피했고, 수십 장을 물러나 경악한 눈으로 뒤를 돌아봤다. 분명히 죽어서 기운도 완전히 사라졌거늘 어떻게 움직인단 말인가!

머리 없는 상어 요물은 공격이 빗나가자 두 손톱에서 푸른 빛을 더 강하게 뿜어냈고, 수많은 조망이 뿜어져 나와 심협을 덮쳐왔다.

심협은 놀랐지만 당황하지 않고 혈백원번으로 몸을 보호하는 동시에 오른손을 휘둘렀다.

헌원신검이 날아서 돌아왔고, 다시 금색 선이 되어 수많은 조망을 산산조각 냈다. 그렇게 순식간에 머리 없는 상어 요물 앞에 나타나 허공을 베었다.

휙 소리와 함께 상어 요물은 목덜미부터 사타구니까지 다시 몸이 절반으로 잘렸고, 몸도 저 멀리 날아갔다.

그러나 그 순간, 상어 요물의 잘린 몸에서 수많은 하얀 빛의 실이 뿜어져 나와 절반으로 갈라진 몸이 다시 하나로 합쳐졌고, 심지어 잘린 머리도 날아와 다시 합쳐졌다.

심협조차 이번에는 정말로 놀랄 수밖에 없었다.

섭채주 쪽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제아무리 큰 상처를 입어도 요물들은 움직임에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았고, 그대로 맹렬하게 공격해왔다. 몸이 잘려도 저절로 합쳐지는 것이 마치 불사의 몸 같았다.

“그런 공격은 소용없네. 이 요족들은 조룡의 괴뢰법칙(傀儡法則)에 조종당하고 있네. 조룡의 괴뢰법칙은 이미 절정이라 놈들의 몸에 어떤 상처를 입히든 회복된다네. 몸을 완전히 소멸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어.”

북명곤의 목소리가 두 사람의 머릿속에서 울려 퍼졌다.

그와 싸우던 사자 요물은 몸이 이미 반으로 잘려 있었는데, 그중 반쪽을 요화(妖火)로 태우자 정말로 다시 합쳐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남은 절반의 몸은 여전히 공격을 이어갔지만, 그 힘은 이전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그렇게 된 거였군.”

심협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현황일기곤을 꺼내 휘둘렀다.

힘의 법칙을 두른 수많은 금빛 곤봉 허상이 바람을 가르며 날아가 상어 요물의 발톱들과 충돌했다.

상어 요물은 양팔과 손톱이 동시에 부서졌고, 그대로 뒤로 날아갔다.

이 요물의 몸이 다시 합쳐지기 전에 심협이 오화칠금선을 꺼내 크게 휘둘렀다.

휘잉!

오색 불꽃이 상어 요물을 감싸더니 순식간에 잿더미로 만들었다.

심협은 다시 발천난봉을 시전하여 이 요물을 완전히 소멸하려 했다.

한데 그때, 심협은 머릿속의 신혼 파동이 갑자기 멈췄고, 얼굴에는 푸른 반점이 떠올랐다. 이어서 몸도 점점 굳어지면서 움직이기도 힘들었다.

심협은 깜짝 놀라 서둘러 부주진신법을 운공했다. 하지만 상황은 호전되기는커녕 오히려 더 심해졌다.

대신 신혼에 이변이 일어난 원인을 이미 찾아냈는데, 머릿속에 어느새 가느다란 푸른색 실이 무수히 나타나 빠르게 신혼으로 침투하고 있었다.

섭채주와 북명곤도 마찬가지로 몸이 굳어 비틀거리며 물러났다.

“혼독(魂毒)이 마침내 발작한 모양이구나! 호호호!”

허공에서 푸른 빛이 번득이더니 눈물 요괴가 나타나 득의양양하게 웃었다.

“혼독!”

심협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신혼에 쓰는 독이다. 원한이 뭉쳐져서 만들어진 눈물 요괴는 이 신통을 시전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아마 아까 몸이 터질 때 너희 몸에 침투한 모양이야. 한데 고작 진선기에 불과한 눈물 요괴가 어떻게 이토록 강한 혼독을 시전할 수 있었는지는 의문이군.”

화령자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지만, 심협은 사실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그는 아직 몸을 제어할 수 있을 때 서둘러 뒤로 피했다.

“도망가도록 내버려둘 것 같은가?”

눈물 요괴는 심협을 흘겨보며 바로 상어 요물을 향해 결인했다.

상어 요물이 벌떡 일어나더니 푸른 허상이 되어 심협에게로 달려들며 매우 날카로워 보이는 푸른색 칼날을 뱉었다.

신혼이 느려진 심협으로서는 금세 상어 요물에게 따라잡힐 듯했다.

한데 그때, 심협의 몸에서 갑자기 하얀 빛이 번쩍이더니 그와 섭채주, 북명곤까지 뒤덮고 하얀 보호막을 만들었다. 바로 산하사직도였다.

푸른 칼날이 하얀색 광막을 찌르자 물결 파동이 일어나 멀리 날려버렸다.

나머지 두 마리 요물도 공격해왔다. 두 개의 거대한 촉수 중 하나는 암금색의 청동 추였다. 이 추가 산하사직도의 보호막을 내리쳤지만, 역시 튕겨 나갔다.

이 광경을 본 눈물 요괴는 놀라기는커녕 오히려 기뻐하더니 양손으로 허공을 눌렀다. 그러자 손바닥에서 뿜어져 나간 두 개의 하얀 빛이 산하사직도 안으로 들어갔다.

산하사직도의 하얀 빛이 갑자기 흔들리며 보호막이 흩어지려 했다.

“심 도우, 저 하얀 빛이 바로 괴뢰법칙이니 조심하게. 이 법칙은 사람만이 아니라 법보도 조종할 수 있네. 괴뢰법칙이 금제의 핵심까지 침투하면 이 그림도 저 요괴의 손에 넘어갈 게야!”

북명곤은 회오리 법칙으로 체내의 푸른색 실을 잘라내며 말했다.

심협은 북명곤의 말을 듣지 못한 것처럼 가부좌를 틀더니 이상한 법인을 결인했다. 그는 황제내경과 음양조화도를 동시에 운공하며 만독혼원주를 발동했다.

머릿속에 보라색 빛이 나타나자 푸른 혼독은 단숨에 절반이 제거됐다.

이와 동시에 실낱같은 초록색 빛이 그의 머릿속에 나타나더니 남은 푸른색 실을 휘감아 경맥으로 끌고 갔다.

음양조화도는 운공되는 데 시간이 걸렸지만, 그래도 푸른 실을 전부 연화했다.

심협의 얼굴에서는 푸른색 반점이 빠르게 지워졌고, 몇 호흡 뒤에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러자 그는 곧장 양손을 다시 결인했다.

두 줄기 허황한 초록색 빛이 날아올라 섭채주와 북명곤의 신혼으로 들어가더니 혼독을 순식간에 빨아들였다.

“이럴 수가!”

이 광경을 본 눈물 요괴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저 혼독은 그녀의 것이 아니라 천존의 경지에 근접한 또 다른 눈물 요괴가 남겨준 것으로, 천존급 수사라 해도 이토록 빨리 제거할 수 없었다.

“오라버니, 어떻게 한 거예요?”

한숨 돌린 섭채주가 궁금한 듯 물었다. 자신도 온갖 수단을 써봤지만 그 혼독을 조금도 제거할 수 없었던 것이다.

북명곤도 의아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가 간신히 발동한 소용돌이 법칙은 유용하긴 했어도 이렇게 빨리 혼독을 지우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인간족에게 이리 대단한 신통이 있을 줄이야!”

북명곤이 의아한 눈빛으로 심협을 빤히 바라봤다.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 우선 눈물 요괴부터 잡아야 해!”

심협은 두 사람에게 설명할 겨를도 없이 산하사직도를 향해 결인했다.

눈물 요괴는 괴뢰법칙으로 산하사직도에 침투했지만, 시간이 부족해 표면의 금제 몇 개만 차지했을 뿐 핵심 금제는 여전히 심협의 손에 있었다.

심협의 법력이 발동되자 세 사람을 보호하고 있던 그림이 거꾸로 돌더니 상어 요물 등을 뒤덮었고, 이전과 똑같은 하얀색 보호막을 만들어냈다.

천도의 지보인 산하사직도는 안으로 들어온 적이 쉽게 벗어날 수 없었다.

세 마리 요물은 전력을 다해 보호막을 공격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이를 본 눈물 요괴는 괴뢰법칙을 전력으로 발동해 세 마리 요물을 그림에서 빼내려 했다.

하지만 이미 완전한 통제력을 되찾은 심협이 전력으로 산하사직도를 발동하자 극도의 강력한 영력 파동이 그림 안에서 요동치는 괴뢰법칙을 너무도 쉽게 무너트렸다.

눈물 요괴는 곧장 튕겨 나갔고, 안색이 돌변했다.

조룡의 혼은 눈물 요괴에게 투항하는 대가로, 비술을 시전하여 깨우친 괴뢰법칙과 천존에 근접했던 눈물 요괴가 남긴 요단을 그녀의 몸에 넣어주었다. 아직 태을 경지로 돌파하지는 못했지만, 실력에는 천지개벽의 변화가 일어나 태을 경지의 존재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여기에 여러 수단까지 더해진 그녀는 심협 등은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

그러나 순식간에 혼독을 없앤 심협의 신통과 산하사직도의 위력에 좌절했고, 튕겨 나가던 기세를 이용해 당장 도망치려 했다.

한데 그때, 그녀의 귓가에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금색 환영이 번개처럼 날아오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그녀 앞에 나타났는데, 수많은 금색 무문이 감돌고 있는 금빛 화살이었다.

그 안에서 강력한 무력(巫力)이 솟구쳤다. 섭채주가 약목신궁으로 쏘아 보낸 후예의 화살이었다.

눈물 요괴는 당황하지 않고 대량의 괴뢰법칙을 발사해 금빛 화살을 뒤덮었다. 그러자 화살은 옆으로 튕겨 나가 눈물 요괴의 옆을 스치며 지나가더니 빠르게 방향을 바꿔 반대로 섭채주에게로 날아갔다. 심지어 속도는 오히려 더 빨라진 상태였다.

섭채주는 되돌아오는 후예의 화살을 보고는 어리둥절했다. 방금 그녀가 쏜 화살은 사일신통인데, 눈물 요괴를 맞히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상대에게 장악당하고 말았다!

그녀는 놀란 와중에도 머뭇거리지 않고 양손을 빠르게 움직여 다시 금빛 화살을 쏘아 보냈다.

두 개의 화살이 서로 충돌하자 폭발이 일어났고, 10여 장 크기의 금색 광망이 되어 모두 사라졌다.

“이것도 괴뢰법칙의 묘용일세. 저 요물에게 접근하는 무엇이든 상대에게 조종당할 대비를 해야 할 터.”

북명곤의 말에 섭채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등에서 금과 백의 날개가 광망을 뿜어냈고, 그녀는 빠르게 눈물 요괴를 쫓아갔다.

북명곤은 움직이지 않았다. 지금 정체를 드러낼 수는 없었기에 산하사직도 옆에 남아서 묶여 있는 세 마리 요물을 감시했다.

한편, 다시 도망치려던 눈물 요괴의 머리 위에서 갑자기 뇌광이 번쩍이더니 심협이 허공에 나타나 주먹을 뻗었다.

쾅!

굉음이 울려 퍼지면서 반경 수십 장이 일그러졌고, 믿을 수 없이 강력한 힘이 덮쳐왔다.

눈물 요괴는 거대한 산에 짓눌린 것처럼 그대로 추락했다.

그러나 이 요물은 분명 이전과 달라서 쉽게 당하지 않고 곧장 오른손을 휘둘렀다.

그녀의 허리춤에 달린 하얀 주머니에서 금빛이 날아가 빠르게 커졌고, 키가 10장에 이르는 금색 원숭이로 변했다. 이 원숭이 요물의 온몸에는 강철 같은 금색 털이 가득했고, 날카로운 이빨은 매우 흉측해 보였다. 그보다 특이한 것은 등 뒤에 네 개의 팔이 자라 있다는 것이었다.

이 요물은 태을 경지로, 이전에 나타났던 세 마리의 요물보다 강력했으나, 역시 괴뢰법칙에 조종당하고 있어서인지 멍한 표정이었다.

금색 원숭이는 나타나자마자 바로 네 개의 팔을 허공에 휘둘렀다.

쾅! 쾅! 쾅!

굉음이 연달아 울려 퍼졌다. 금색 원숭이 주위에 파동이 일더니 네 개의 소용돌이가 나타나 빠르게 회전하자 집채만 한 금색 주먹 허상이 생겨났다. 무시무시한 힘이 담긴 주먹 허상은 곧장 위로 솟구쳤다.

금색 원숭이가 나타나서 막아서자 눈물 요괴를 짓누르던 압력이 사라졌다. 그녀는 몸을 뒤틀어 푸른색 허상으로 변하더니 다시 달아나려 했다.

“어딜 가려고!”

심협이 크게 외치고는 힘의 법칙을 주먹에 휘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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