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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1119화 (1,119/1,214)
  • 1119화. 원수

    쾅!

    북명곤은 충격으로 머리가 가라앉았고,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윤기가 흐르던 이마의 비늘이 터지면서 10장 크기의 검흔이 생겼다.

    검흔은 북명곤의 거대한 몸에 비하면 깊지 않았지만, 그 충격은 몸에 고스란히 남았다. 하지만 곧이어 북명곤의 두 눈에 적금의 불꽃이 비쳤다.

    서른 자루의 순양비검이 세 개의 금광 검진을 펼쳐서 삼재(三才)의 기세로 공격해갔다. 예리한 검기가 섞인 활활 타오르는 불꽃이 북명곤을 압박해오고, 온도가 격렬하게 상승하면서 북명곤의 커다란 눈동자가 자기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

    콰콰쾅!

    요란한 충돌음과 함께 금광 검진에서 광망이 강하게 뿜어져 나왔다. 수많은 불꽃의 검광이 북명곤의 몸을 베었고, 맹렬한 불꽃에서 모습을 드러낸 검령 본체가 북명곤을 포위했다.

    타오르는 불꽃이 북명곤의 상처 부위를 노렸다. 주작은 곧장 북명곤의 복부 상처로 날아가 복부를 뚫고 들어갔고, 그 순간 불꽃이 파고들었다.

    “쿠오오오!”

    북명곤이 울부짖으며 불꽃 속에서 축소되자 몸에 붙어 있던 불꽃이 일제히 허공으로 떨어졌다.

    주작과 금오검령이 계속 쫓아오자 보이지 않은 공간의 힘이 장막처럼 북명곤의 몸에서 퍼져 나가 불꽃 검령과 불꽃을 차단했다.

    그러나 검령들은 포기하지 않고 일제히 장막에 붙어서 계속해서 뜨거운 기운을 뿜어냈다.

    활활 타오르는 불꽃은 공간 장벽에 막혔지만 뜨거운 온도는 여전히 안으로 전해져 북명곤은 찜통 속의 새우처럼 숨이 막혀왔다. 그러나 상처가 깊어 전력으로 저항할 수도 없었고, 큰 위기에 빠질 처지였다.

    “도우, 잠깐만! 대화로 풀 수 있겠나?”

    어디선가 웅장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목소리는 놀랍게도 천지에 울려 퍼졌고, 메아리가 오랫동안 끊이지 않았다.

    “대화?”

    심협은 되물었으나,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더는 날 추격하지 않으면 자네 동료가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겠네.”

    북명곤이 다시 말했다.

    “추격? 우리는 그저 이쪽으로 온 것일 뿐, 그쪽을 추격할 뜻이 없었어. 그리고 공격은 당신이 하지 않았나?”

    심협의 말은 반은 거짓이고 반은 진실이었으나, 북명곤으로서는 알 길이 없었다.

    북명곤은 잠시 침묵하더니 몸에서 광망을 번득였고, 몸이 다시 줄어들어 7척 크기의 커다란 중년 사내로 변했다. 말이 중년이지, 눈썹과 머리카락은 백발이었다. 오래된 푸른 옷과 도도한 자태는 마치 글방 선생 같았다.

    “날 쫓아온 것이 아니라면 내가 오해했군. 비검을 거둬주게.”

    북명곤이 심협을 보며 평온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직은 아니야. 방금 내 동료의 행방을 알고 있다고 했는데 어떤 동료를 말하는 거지?”

    “정확히 말하자면, 자네가 구해야 할 동료라고 해야겠군.”

    북명곤은 조금 화가 났지만, 참을성 있게 계속 말했다.

    “그게 무슨 소리지?”

    심협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오홍 일행에게 정말로 변고가 생겼단 말인가?

    “용족 남자, 수속성의 요물 그리고 경지가 아주 낮은 인간족. 자네 동료들이 아닌가? 몸에 그들의 기운이 남아 있는 것을 봐서는 맞는 것 같군.”

    북명곤의 말에 심협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어서 말해! 그들은 지금 어딨지?”

    “말해주지. 허나 우선 비검을 거두는 게 어떤가?”

    북명곤이 눈살을 살짝 찌푸리고는 소매에서 금색 용 비늘을 꺼내 들더니 살며시 웃으며 심협을 바라봤다.

    비늘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은 정말로 오홍의 것이었다.

    심협은 그제야 손을 휘둘러 모든 순양비검을 소매로 넣었다.

    “우리는 당신에게 원한이 없소. 이번에도 그저 신마의 우물을 찾기 위해 온 것뿐이오. 비검을 치웠으니 내 벗이 정말로 곤경에 처했다면 부디 사실대로 말해주기 바라오.”

    심협이 포권하며 말했다.

    “그들의 위치를 안다 해도 그대는 이 안개를 제때 돌파할 수 없을 걸세. 그러니 나와 손을 잡는 게 어떤가?”

    북명곤이 표정을 풀며 물었다.

    “손을 잡다니, 어떻게 말이오?”

    “그건 그쪽에 도착해보면 알게 될 걸세.”

    북명곤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당신을 도울 수는 있으나 허나 조건이 있소. 내 벗과 적이 되지 않아야 하고, 내 목적에 어긋나서는 안 되오.”

    심협이 생각하더니 말했다.

    “자네의 벗과 적이 되지 않는다? 그건 문제없지. 허나 자네 목적이 무엇인지는 내 알 수 없으니 충돌이 없을 거라고 보장할 수는 없겠군.”

    심협은 무슨 말인가를 하려 했으나 북명곤이 다시 손의 비늘을 흔들자 이를 악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

    심협은 오홍 등의 목숨을 걸고 도박할 수 없었다.

    “허나 당신이 날 속인 것이라면 가만두지 않을 거요.”

    “좋네.”

    심협의 협박에도 북명곤은 머뭇거리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더니 주위에 공간 장벽을 거뒀다.

    “그들이 있는 곳까지 데려다줄 수 있습니까?”

    “물론이네.”

    말을 마친 그의 몸에서 광망이 빛나면서 구름이 피어올랐고, 다시 거대한 곤의 모습으로 변했다. 그러나 그 크기는 10여 장 정도였다.

    “올라오게. 내 데려다주겠네.”

    심협과 섭채주, 화령자는 바로 북명곤의 등에 올라탔다.

    세 사람을 태운 북명곤이 거대한 꼬리를 흔들고 두 날개를 펼치자 순식간에 천 장 거리를 뛰어넘었다. 또한, 그가 입에서 뿜어낸 구름 속에서 헤엄치는 물고기처럼 몸을 흔들자 구름 속으로 사라졌다.

    심협 등이 북명곤을 만났을 무렵, 어딘가의 절벽 그림자에서는 검은 그림자가 떠올랐다.

    그림자는 검은색 여우 모피를 입고 있었는데, 얼굴은 창백했고, 가슴에는 핏자국이 나 있었다. 손에서 도망친 만요맹 맹주, 백천이었다.

    “심협,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 내 기필코 널 죽이고 말겠다!”

    백천이 눈에서 분노의 불길을 뿜어내며 이를 갈았다.

    이번 동해지연에서 태을, 진선기 대요 대부분이 죽었으니 만요맹은 유명무실해졌다. 이 모든 것을 초래한 자가 바로 심협이니 용서할 수 없었다.

    백천은 가부좌를 튼 채 단약을 복용하고 정양했다.

    잠시 후, 광망이 온몸을 뒤덮었고, 부상이 조금씩 회복되기 시작했다.

    한데 그때, 기이한 파동이 앞에 있는 절벽에서 전해졌다.

    백천이 두 눈을 떠보니 눈앞의 절벽에서 희미한 빛이 벽을 뚫고 반짝이고 있었다.

    “저게 뭐지?”

    놀란 백천은 벌떡 일어났다. 허나 신식으로 살펴보려 해도 그의 신식은 돌벽에 닿자마자 보이지 않은 힘에 튕겨 나왔다.

    “결계로군.”

    백천은 얼굴에 갑자기 화색이 돌더니 손을 돌벽 위에 올렸다.

    곧이어 그의 손바닥에서 광망이 빛나더니 법력이 돌벽으로 스며 들어갔다. 암홍색 무늬가 바로 돌벽에 떠올랐고 곧 부문의 법진이 만들어졌다.

    잠시 자세히 살펴본 백천의 얼굴에는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그는 구리로 만든 팔각형 기물을 꺼냈는데, 부문이 빼곡한 파금(破禁)의 법보였다.

    그가 팔각형 동판(銅版)을 돌벽에 대고 다른 손으로 동판의 부문을 손으로 누르자 법력이 각기 다른 위치로 스며들었다.

    잠시 후, 물결 같은 공간 법력 파동과 함께 팔각형 동판에서 뿜어져 나온 푸른 빛이 석벽의 부문 법진을 뒤덮었다.

    약 2각의 시간이 흐른 뒤, 푸른 빛이 뒤덮은 곳의 광망이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전부 동판으로 돌아갔다. 절벽 돌벽의 부문 법진이 뒤덮은 곳에 칠흑 같은 커다란 구멍이 생겨났다.

    백천이 그 구멍을 통해 살펴보니 안쪽 매우 먼 곳에서 어렴풋이 푸른색과 보라색의 광망이 반짝였다.

    두 줄기 광망이 반짝거리는 빈도는 서로 같지 않았다. 심지어 완벽하게 어긋나서 여기가 빛나면 저기가 어두워져 매우 규칙적이었다.

    다시 신식으로 살펴보니 영력 파동이 안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진짜로 보물이 있구나!”

    백천이 신중하게 다시 한번 살핀 뒤, 구멍 안으로 들어갔다.

    이곳은 천연으로 만들어진 말발굽형 구조임을 알 수 있었다. 내부는 상당히 넓었고, 높이만 해도 무려 백 장 정도였으며, 그 위에 매달린 죽순 같은 종유석에서는 물방울이 조금씩 맺혀 있었다. 바닥에는 그 물방울들이 떨어져 이룬 제법 큰 연못이 있었다.

    연못 중앙에는 구불구불한 돌다리가 있었는데, 매우 평평한 것으로 보아 인위적으로 만든 것 같았다.

    돌다리를 따라 가보니 동굴은 안으로 갈수록 좁아졌고, 두 개의 돌벽이 중앙으로 몰려 있었으며, 그 끝에는 입구보다 더 작은 동굴이 있었다.

    푸른색과 보라색 광망은 바로 그 구멍에서 새어 나왔다.

    망설임 없이 동굴로 들어가보니 아늑한 푸른색 협곡이 나타났다.

    협곡은 크지 않았고, 양쪽에 높이 솟은 돌벽에는 미끄러운 이끼가 가득했으며, 그 사이로 시냇물이 굽이굽이 흘렀다. 공기 중에도 습한 기운이 감돌았다.

    협곡 끝은 지세가 확연히 넓어져서 평평한 언덕이 나타났다.

    그곳을 본 백천의 눈이 반짝거렸다.

    언덕은 지세가 그리 높지 않았고, 언덕에는 크지 않은 푸른색 초가집이 있었다. 초가집 앞의 풀밭에는 푸른 대나무가 비스듬히 자라 있었는데, 그리 크지는 않아도 푸른 빛이 감돌았다.

    대나무 끝에는 붉은 줄무늬의 작은 보라색 조롱박이 걸려 있었다.

    이 두 개는 동굴 밖에서 봤던 그 보물이 틀림없었다.

    백천은 신식을 언덕 아래까지 펼쳤지만, 이번에도 보이지 않는 장벽에 막혔다.

    “또 결계인가!”

    백천은 눈살을 찌푸리며 신식을 거뒀고, 걸음을 재촉하여 골짜기 끝으로 가 언덕 아래에 멈춰 섰다. 그는 주위를 살핀 후, 아무런 이상이 없자 다시 팔각형 동판을 꺼내 허공에 띄웠다. 금제를 파훼할 생각이었다.

    한데 동판을 쥔 손은 아무런 방해 없이 가볍게 허공을 통과했다.

    “신식만 차단하는 건가?”

    백천은 동판을 거두고 걸어갔다.

    그러나 언덕으로 두 걸음 정도 걷던 그는 표정이 변하면서 걸음을 멈췄다.

    귓가에 웅웅거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그 소리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먼 허공에서 10여 마리의 커다란 검은색 그림자가  빠르게 날아오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새끼 고양이 정도 크기의 기이하게 생긴 곤충이었는데, 모습은 말벌 같았고, 날갯짓이 매우 빨라 그 소리가 협곡 전체에 울려 퍼졌다.

    다시 자세히 살펴보니 말벌의 복안(複眼)에는 하얀색 솜털이 자라 있어서 매우 섬뜩해 보였다.

    놀란 백천이 바로 팔을 휘두르자 수많은 빙한의 기운으로 만들어진 가느다란 얼음 바늘이 빠르게 날아갔다.

    얼음 바늘이 가까이 다가오자 그 기이한 곤충들의 몸에서 갑자기 광망이 번득이더니 그중 몇 마리가 순식간에 파리만 해져 얼음 바늘 사이를 가뿐히 가로질렀다. 반면 나머지 곤충들은 얼음 바늘을 향해 곧장 달려들었다.

    깡! 깡!

    금속끼리 충돌하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기이한 곤충들은 몸이 매우 단단해 얼음 바늘에 찔려도 상처를 입기는커녕 오히려 일제히 부수며 다가왔다.

    곧이어 세 개의 붉은색 부적이 백천의 소매에서 동시에 뿜어져 날아갔고, 화르륵 타오르며 불꽃 장벽이 생겨나 기이한 곤충을 맞이했다.

    거센 기세의 불꽃이 기이한 곤충을 전부 집어삼켰다.

    하지만 잠시 후, 이 10여 마리의 곤충은 하나도 남김없이 불꽃을 통과하여 백천을 향해 날아갔다.

    “서원반잠이 맞군!”

    그는 무거운 목소리로 외친 후 법칙의 기운을 뿜어냈다. 그의 눈썹 끝이 하얗게 변했고, 살짝 벌린 입술에서는 극한의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삽시간에 한기가 섞인 서리가 맺혔고 전방의 허공이 겹겹으로 얼어붙었다.

    기이한 곤충들은 계속 날갯짓하며 일제히 서리 속으로 파고들었으나, 이내 얼어붙어서 더는 움직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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