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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1116화 (1,116/1,214)

1116화. 예상외

거대한 협곡 아래, 금색 광장. 굉음이 끊이지 않고 있었다.

손오공과 소백룡, 문수, 보현, 자 선생, 마가 그리고 미소, 원조까지, 전부 이곳에 모여 백 개에 가까운 거대한 금인(金人)과 쉬지 않고 싸우고 있었는데 그 열기가 하늘을 찔렀다.

이 금인들은 3장 크기에 온몸이 황금색이어서 마치 황금으로 만든 언갑 같았다. 움직임은 번개처럼 빨랐고 힘도 매우 강해서 움직일 때마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울려 퍼져 허공마저 흔들렸다.

손오공 등은 이 금인들의 괴력에 매우 애를 먹었는데, 그 와중에 세 갈래로 나누어진 일행은 서로를 경계하느라 전력으로 싸울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도 손오공 등의 실력은 워낙 뛰어나서, 얼마 후 금인 언갑을 절반 이상 쓰러트렸다.

원조가 곤봉으로 금인 언갑 하나를 부수고는 검은 빛으로 변하여 광장 뒤쪽으로 날아갔다.

그곳에는 거대한 금탑이 우뚝 서 있었고, 문은 열려 있었으며, 흑백의 두 개의 기이한 빛이 은은히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손오공과 자 선생은 원조에게 선두를 빼앗길까 봐 곧바로 금인 언갑들을 내버려두고 금탑 쪽으로 날아갔다.

세 사람이 탑의 문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문이 갑자기 쾅 하며 닫히더니 유리 같은 금빛이 대문 위로 번쩍거렸다.

“열지 못해?”

원조가 분노한 목소리로 외치더니 검은 봉을 몇 배로 크게 만들어 휘둘렀다.

땅!

굉음과 함께 원조는 피를 토했고, 그 커다란 몸이 그대로 뒤로 튕겨 날아갔다. 그러나 금색 탑의 문은 흔들림조차 없었다.

손오공과 자 선생도 금색 곤봉의 허상과 칠흑 같은 마조로 맹렬하게 대문을 공격했지만, 마찬가지로 가볍게 튕겨 날아갔다. 다만 두 사람은 방금 원조의 처참한 모습을 봤기에 공격할 때 힘을 조절해 큰 피해는 없었다.

다른 사람들도 남은 금인 언갑을 처리하고는 서둘러 다가왔는데, 하나같이 표정이 어두웠다.

“여기 뭔가 써 있네요.”

미소가 살짝 놀라더니 탑의 문 근처의 벽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금색으로 작은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조요경(照妖鏡), 오화신염인(五火神焰印), 몽운환갑(夢雲幻甲), 이 세 개의 보물을 가진 자만이 이 문을 열 수 있으리라.”

일행은 서로를 돌아봤다.

문수와 보현도 눈이 마주쳤는데, 둘 다 놀란 표정이었다. 영산이 그들에게 준 정보에 의하면 이런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어야 했다.

일행은 바로 시선을 떼고 주위를 둘러봤다.

* * *

대전 밖. 만요맹 무리는 여전히 헌원전 금제를 열려고 시도하고 있었다.

“노 도우,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요? 어서 금제를 부수지 않으면 안에 있는 물건을 전부 심협이 가져갈 거요.”

백천이 노기(怒氣)를 띠며 날카롭게 물었다.

“시끄럽소! 자신 있으면 직접 하던가.”

노수도 크게 불만스럽게 말했다.

“이런 건 원래 자 선생의 특기인데 그가 없으니 우리라고 더 좋은 방법이 있겠소?”

토혼축이 한숨을 내쉬었다.

“더는 못 기다리겠소! 정 안 되면 힘으로 부숩시다!”

금전도 더는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그런데 그때, 헌원전 대문이 갑자기 금빛으로 빛났고, 요마들은 깜짝 놀라 서둘러 뒤로 물러나 경계했다.

잠시 후, 금빛이 흐르더니 두 사람의 모습이 나타났다. 바로 심협과 섭채주였다.

“심협!”

만요맹 무리는 더욱 심기가 불편해졌다. 자신들은 아직 들어가지도 못했는데 심협이 벌써 나왔다면 보물이란 보물은 이미 다 챙긴 게 분명했다.

“마침 잘됐군.”

심협이 그들을 보더니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저자를 죽여라!”

노수가 귀소마도를 꽉 쥐며 소리쳤다.

한편, 토혼축은 심협이 들고 있는 장검을 보자 가슴이 철렁하고 뼛속까지 한기가 파고 들어왔다. 신혼 깊은 곳에서부터 몰려오는 공포 같았다. 저 검에서 자신과 같은 마족의 혈맥을 압도하는 듯한 상극의 힘이 있음이 확실하게 느껴졌다.

“저건…… 헌원신검?”

토혼축이 목이 멘 목소리로 천천히 그 이름을 말한 순간, 노수는 온몸을 떨었다. 백천 역시 표정이 좋지 않았다. 그는 비록 마족이 아니지만, 전설 속 황제(黃帝)의 신병을 마주하자 두려움이 몰려왔다.

“금전, 유웅곤! 요살혈살진(妖煞血殺陣)을 펼쳐라! 어서!”

백천이 빠르게 결단을 내리고 명했다.

금전 등은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바로 남은 만요맹의 진선 수사와 사방으로 흩어졌다. 이들은 각자 소매에서 핏빛 요패(腰牌)를 꺼내 가슴 저고리를 젖히더니 심장 쪽으로 갖다 댔다.

치익!

핏빛 요패가 피부에 닿는 순간, 마치 달군 철로 피부를 지지듯 하얀 연기가 피어올랐다. 요패는 그대로 살로 파고들었다. 마치 육체에 붙은 듯했다.

이와 동시에 모든 만요맹 요물의 몸이 혈광으로 뒤덮이고 흉살의 기운이 폭증했다. 모든 요족 수사의 뒤로 핏빛 광망이 생겨났고, 거대한 요물의 허상이 나타났다. 바로 진선 요물들의 요신(妖身) 본체였다.

이들은 혈기가 폭증했고, 경지와 기운이 크게 치솟아, 적지 않은 요물이 진선 절정에 이르렀다.

금전과 유웅곤만은 요패를 꺼내지 않았는데, 대신 각자의 팔에 검은색 천을 감았다. 그 위에는 복잡한 부문이 수놓아졌는데, 마찬가지로 피와 살에 붙은 것 같았다.

다른 이들과 비교하면 이 둘의 경지나 기운은 뚜렷하게 치솟지 않았지만, 눈에는 붉은 빛이 감돌았다. 두려워하는 기색은 완전히 사라졌고, 오직 흉포함만이 남았다.

우우우…….

그 순간, 이전과 확연히 다른 귀신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노수의 장도에 붙은 흉악한 귀신의 얼굴들이 입을 벌리고 울어대자 음파가 심협과 섭채주를 덮쳐왔다.

심협은 섭채주의 앞을 막아서며 두 눈에서 금망을 번득였다. 이 금망과 충돌하는 순간, 음파들은 마치 암초에 부딪힌 파도처럼 그대로 부서졌다.

이와 동시에 심협의 발 주위에서 하얀 서리가 퍼지더니 무서운 한기가 솟아올랐고, 머리 위에서는 함박눈이 흩날리기 시작했다.

백천은 두 눈이 차가운 별처럼 빛났고 눈썹에도, 하얀 서리가 맺혔다. 그는 심협을 억제하기 위해 상설 법칙이 미치는 공간을 최대한으로 좁혔다.

콰직! 콰직!

심협 주위의 허공에서 기이한 소리가 들려왔다. 공간마저 이 무서운 한기에 얼어붙고 있었다.

섭채주의 치마에도 얼음이 맺혀 빠르게 퍼지기 시작했다. 대설은 보이지 않는 장벽에 의해 차단되어 눈이 그 위로 겹겹이 쌓이기 시작했다. 마치 두 사람 머리 위를 보이지 않는 우산이 받치고 있는 것 같았다.

“한상계(寒霜界), 뭉쳐라!”

백천이 갑자기 눈을 번쩍 뜨면서 외쳤다.

말이 끝나자마자 서리와 눈에 뒤덮인 심협 주위의 공간이 순식간에 뭉치면서 두 사람을 얼음에 가두었다.

이와 동시에 핏빛 구슬이 날아와 심협 등의 머리 위에 멈추더니 만 줄기 핏빛 광망이 내려와 얼음을 비추었다. 그러자 수많은 붉은 빛이 굴절되어 뿜어져 나갔다.

이 광경을 본 노수도 장도를 높이 들고 법력을 끌어모아 공격을 퍼부으려 했다. 이번에 심협을 완전히 끝장내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한데 그 순간, 얼음이 뒤덮인 곳에서 갑자기 금과 적의 불꽃이 번쩍였다.

심협과 섭채주 주위를 맴돌던 열한 자루의 순양비검은 이내 검끝을 바닥에 꽂고 뜨거운 불꽃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이 비검들은 심협이 온양하던 본명비검으로, 그가 태을 후기에 들어서면서 위능이 치솟아 화력을 억누르지 못하고 세차게 뿜어져 나왔다.

“가라!”

심협이 짧게 외치자 낭랑하고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한 마리 주작과 열 마리 금오검령이 나타나 날개를 활짝 펴고 사방으로 날았다. 날개에서 뿜어져 나온 불꽃은 매우 뜨거워서 주위의 얼음이 순식간에 녹았다.

순양비검의 비할 데 없는 날카로움과 열기가 백천의 상설 법칙 공간을 부수고는 사방으로 날아갔다.

노수 등은 바로 법력을 발동하여 대응했지만, 방금 진을 완성한 진선기 요물들은 미처 힘을 써보지도 못했고, 몇 명은 비검에 가슴이 뚫리고 불꽃에 휩싸였다.

“크아악!”

참혹한 비명이 쉬지 않고 울려 퍼졌다. 비검에 베인 요물들은 금방 잿더미가 되었고, 뒤에 나타난 요물의 본체 허상도 순식간에 사라졌다.

“태을 후기! 태을 후기 수사가 됐어!”

금전은 심신이 무너져 내리며 허망한 목소리로 외쳤다.

그 자리의 모든 사람이 경악했다. 오는 내내 자신들과 싸웠건만, 그 짧은 시간에 어찌 태을 후기가 될 수 있단 말인가!

진선기 요물들도 바보가 아니었다. 태을 후기 수사 앞에서는 방패막이조차 될 수 없음을 너무도 잘 알았다.

“도, 도망쳐!”

한 명이 비명을 지르며 달아나자 남은 요물들도 연이어 도망쳤다.

금전 역시 자기도 모르게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백 도우, 미안하게 됐소.”

토혼축의 말에도 백천은 표정에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혈제(血祭).”

백천이 가볍게 한 마디 내뱉었다.

다음 순간, 돌아서 도망치던 만요맹 진선 수사들의 몸이 굳어지더니 보이지 않는 힘에 속박된 것처럼 그 자리에서 꿈쩍도 하지 못했다. 이어 가슴에 박혀 그들의 혈기를 자극하던 요패에서 기이한 혈광이 번쩍였다.

모든 진선 요물들의 기혈이 솟구치더니 가슴의 요패로 모여들었다.

불과 몇 호흡만에 모든 진선 요물은 혈기가 빨려 비쩍 마른 시체가 되어 조각상처럼 그 자리에 서 있었는데, 겁에 질린 표정은 그대로였다.

혈기를 흡수한 요패가 하늘 높이 떠오르더니 곧장 허공의 적혈주를 향해 날아갔다. 요패들에서는 진한 피 같은 혈기가 뿜어져 나와 적혈주로 몰려들었다.

이를 본 심협이 적혈주를 향해 검을 휘두르려 했지만, 어디선가 칠흑 같은 도광이 날아와 그를 방해했다.

그 잠깐 사이, 적혈주는 요패 안에 있던 혈기를 모두 빨아들였다. 본래 주먹만 했던 적혈주는 이제 보름달처럼 팽창하여 하늘 높이 떠올랐다.

동시에 비쩍 말랐던 토혼축의 몸이 점점 풍만해졌고,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경지 파동이 강해져 태을 중기를 뛰어넘어 태을 후기에 근접해 갔다.

“혈계강림(血界降臨)!”

토혼축이 눈을 크게 뜨고 소리치더니 하늘에 떠 있는 핏빛 달을 심협과 섭채주에게 떨어트리려는 것처럼 두 팔을 아래로 휘둘렀다.

핏빛 보름달은 정말 그의 동작에 이끌린 것처럼 떨어졌고, 삽시간에 반경 10여 장이 붉은 빛으로 뒤덮였다. 핏빛 광망 속, 심협과 섭채주는 온몸의 기혈이 솟구쳤고, 가슴이 터질 것처럼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채주야, 금전이 도망치지 못하게 잘 지켜봐 줘.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할게.”

섭채주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심협을 향한 그녀의 믿음은 이전보다도 커져 있었다.

심협은 출정하는 장군처럼 헌원검을 땅에 꽂고 두 손을 그 위에 겹치고는 황제내경 공법을 빠른 속도로 운공했다. 체내의 법력이 강물처럼 세차게 솟아오르고 천둥소리가 울려 퍼졌다.

“부서져라!”

심협이 크게 외치며 온몸의 기운을 순식간에 폭증하자 헌원검에서 거대한 검의 허상이 빛을 내며 계속해서 확장했다. 광망은 순식간에 주위에서 몰려오는 혈광과 핏빛 달을 밖으로 밀어냈다.

섭채주는 여세를 몰아 뒤로 물러나 핏빛 달의 영향에서 벗어났다.

길게 숨을 내쉬자 온몸에서 요동치는 피가 조금씩 가라앉았다. 심협은 토혼축의 혈법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그녀는 달랐다. 잠깐은 버틸 수 있었지, 오랫동안 영향을 받는다면 몸의 혈기가 폭주하고 피가 내부에서 다 타버릴 것이다.

심협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가 자랑스러워 절로 미소가 떠올랐다.

“당황하지 말고 서둘러 법칙 공간을 시전하여 저자를 압박하시오!”

핏빛 달이 밀려났지만, 토혼축은 개의치 않고 다시 적혈주를 발동하며 압박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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