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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1110화 (1,110/1,214)
  • 1110화. 상승

    심협은 추를 든 사내의 강력함을 잘 알고 있었기에 다섯 마리 뇌사를 방출하고는 바로 다른 수단을 시전하려 했다. 한데 상대가 대번에 부서지자 오히려 당황했다.

    그가 일순 멍해 있는 사이, 흩어진 초록색 빛이 갑자기 수많은 검푸른 광사를 이루더니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사방에서 몰려왔다.

    심협은 초록색 청년의 황제내경을 경험해봤기에 놀라지 않았다. 다만, 이 사내가 변한 초록색 광사는 앞서 청년이 시전했던 신통과는 조금 달랐다.

    심협은 바로 마음을 가다듬고 몸 앞에 결인했다.

    열 자루 순양비검이 나타나 곁을 맴돌자 순식간에 검광검진이 펼쳐졌다.

    수많은 금빛의 검이 바람을 가르며 검푸른 광사를 베었다.

    경지가 크게 정진한 심협의 순양검광검진은 그 위력이 훨씬 강력해진 터라 그 검푸른 광사를 단번에 조각냈다.

    그러나 부서진 광사들은 조금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그에게로 날아왔고, 속도도 줄어들기는커녕 더 빨라져서 검진을 지나 심협의 몸을 뚫고 들어갔다.

    이런 변화를 예상하지 못했던 심협은 순식간에 당하고 말았다.

    앞서 청년도 초록색 안개가 되어 그의 몸으로 침투했지만, 결국은 그에게 연화되어 흡수되었다. 그러니 이 사내가 같은 수법을 쓴 것은 죽음을 자초한 것이라 여겼다.

    한데 심협이 치우무결을 발동하여 검푸른 광사를 연화하려 하자 그 광사는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그의 체내로 침투했고, 이어 온몸의 경맥을 찔렀다.

    전신의 경맥이 차가워지면서 움직일 수 없게 되자 법력도 운공할 수 없었고, 마기까지 제압당해 치우무결도 시전할 수가 없게 됐다.

    황제내경에 이런 용법도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심협은 충격을 받았다.

    이때, 그 검푸른 광사에 다시 변화가 일어나더니 흡입력을 발해 그의 법력과 기혈을 빠르게 흡수했다. 순식간에 3할 이상이나 빨려 들어갔다.

    이번에는 정말로 당황하여 그는 머릿속의 모든 신혼의 힘을 운공하여 경맥 안에 있는 마기를 자극했다.

    이전에 낙백금광진에 갇혔을 때에도 그는 이런 방법으로 체내의 마기를 자극했다. 이런 방법은 몸에 상당히 부담이 가지만, 경맥 안에 있는 마기를 완전히 자극하는 것인 만큼 순간적으로 놀라운 효과를 발휘한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라면 심협도 이런 방법을 쓰지 않겠지만, 지금은 생사가 걸린 상황인 만큼 길게 따질 겨를이 없었다.

    콰쾅!

    그의 두 눈이 갑자기 붉게 번득이더니 온몸에서 대량의 마기가 뿜어져 나와 전신을 뒤덮었고, 검푸른 검사의 속박이 산산조각 났다.

    심협이 체내의 마기를 전부 폭발시키자 머릿속에는 살육의 욕구가 치솟았다. 그러나 경지가 이전보다 한참 정진되면서 제어 능력도 커진 만큼, 그는 이 틈에 치우무결을 운공하여 검푸른 검사를 전부 감싸고는 전력으로 연화했다.

    검푸른 광사들은 황제내경에서 파생된 것이라 치우무결과 상극이었고, 몇 호흡 만에 완전히 연화되어 순수한 원기로 변해 흡수됐다.

    잠시 후, 심협은 빼앗긴 원기를 전부 회복했고, 황제내경도 다시 비약적으로 정진했다.

    그가 황제내경을 운공하자 온몸이 초록으로 빛났고, 맑은 정기가 마음속에서 솟구쳤다. 몸을 덮었던 짙은 마기는 빠르게 제압되었고, 두 눈도 금방 원래대로 돌아왔다.

    심협은 기뻐하며 양손을 내밀어 허공을 움켜쥐었다.

    열 줄기의 초록색 광사가 그의 손끝에서 날아갔는데, 다섯 개는 초록색, 나머지 다섯 개는 검푸른 색이었다. 광사들은 각각 대전 깊숙한 곳의 활을 멘 여자와 지팡이를 든 노인의 조각상으로 날아갔다.

    두 조각상은 위험을 감지한 것처럼 동시에 살아나 재빨리 옆으로 피했다.

    심협이 온몸에서 금빛을 뿜어내자 강력한 힘의 법칙이 뿜어져 나가 대전 전체를 금색을 물들였고, 힘의 법칙이 공간을 뒤덮었다.

    두 조각상은 갑자기 우뚝 멈췄고, 각자 다섯 개의 실에 찔렸다.

    활을 멘 여자는 초록색 광사들에 찔리면서 순수한 원기가 몸에 들어오자 사방으로 날뛰었고, 체내의 원기가 크게 흐트러지면서 몸이 나무처럼 변해갔다.

    다섯 줄기의 검푸른 광사는 지팡이를 든 노인을 찔렀고, 빠르게 몸 곳곳으로 파고들어 노인 체내의 원기를 흡수하는 동시에 더 많은 가느다란 광사로 나뉘어 원기의 흐름을 구속했다.

    두 사람은 그 자리에 굳어서 한동안 꿈쩍도 하지 못했다.

    활을 멘 여자의 머리 위 허공에서 우르릉 하는 소리에 이어 심협이 귀신처럼 나타나 온몸에서 무시무시한 마기를 뿜어냈다. 그러자 몇 장 크기의 칠흑 같은 마조가 하늘에서 내려가 그녀를 잡았다. 치우지박 신통이었다. 앞서 두 개의 조각상을 상대할 때는 그들을 탐색하느라 전력을 다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시간을 끌 생각이 없었기에 속전속결로 공격한 것이다.

    활을 멘 여자는 몸을 움직일 수 없었지만, 갑자기 초록색 대궁이 떨리더니 쑥 하고 머리 위로 튕겨 올라가 시위를 보름달처럼 당겼다. 그러자 초록색 화살이 나타났다.

    휙 소리와 함께 초록색 화살이 허공을 가르며 날아가더니 마치 아무 방해도 받지 않은 것처럼 치우지박을 뚫고 쏜살같이 심협의 체내로 들어갔다.

    한편, 반대쪽의 노인도 지팡이로 허공을 찍자 초록색 지팡이 허상이 단숨에 수십 장을 가로질러서 심협의 체내로 파고들었다.

    심협의 머릿속에 초록색 빛이 번쩍이더니 화살과 지팡이 허상이 동시에 나타나 그의 신혼을 강하게 공격했다. 그는 극심한 고통을 참지 못하고 표정이 일그러졌다.

    ‘역시 신혼 공격이었구나!’

    그는 이 네 개의 조각상이 헌원전의 시련임을 어느 정도 예측했는데, 그렇다면 황제내경의 ‘영구편’과 ‘소문편’으로 나뉜다. 앞선 두 개 조각상은 ‘영구편’에 편중되어 있었으니 나머지 두 개의 조각상은 ‘소문편’ 쪽일 거라고 예상했기에 미리 대비하고 있었다.

    전광석화처럼 심협 머릿속의 신혼이 뭉쳐지면서 거대한 부주산의 허상이 만들어졌고, 산에서 빠져나온 초록색 영문, 황제내경 소문의 영문이 화살 허상, 지팡이 허상과 그대로 충돌했다.

    쾅! 쾅!

    두 번의 굉음이 울려 퍼졌다. 심협의 신혼이 변한 부주산에 두 줄의 거대한 균열이 생겨나 거의 부서질 듯했지만, 간신히 버텨냈다.

    부주진신법과 운사여전결 등 신혼 비술을 참고한 결과, 황제내경 소문편의 깨달음이 영구편보다 훨씬 앞서 있음을 알게 됐다. 그는 이미 소문편과 부주진신법을 결합하여 시전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도 이 두 개 조각상의 신혼 공격을 맞받아칠 엄두가 나지 않았을 것이다.

    심협의 얼굴에 고통스러운 기색이 스쳤지만, 금방 평정을 되찾았다. 그는 치우지박으로 붙잡은 여자를 단숨에 둘로 쪼개버렸다.

    그의 몸에서 빠져나온 두 개의 짙은 마기가 두 마리 검은 마룡으로 변했고, 단숨에 둘로 쪼개진 여자의 몸을 덥석 물더니 한입에 삼켜 순식간에 연화했다.

    수많은 황제내경의 심오한 의념이 담긴 순수한 원기를 흡수한 심협은 다시 한번 황제내경이 크게 정진했다.

    이번에 모여든 황제내경의 의념은 대부분이 소문편에 관한 것으로, 하나를 보면 열을 알듯 다른 신혼 비술도 적지 않게 깊어졌다.

    “그렇구나. 마음을 검으로 삼는다는 것이 이런 것이었어! 실로 현묘하기 그지없구나!”

    그는 머릿속 신혼의 힘을 한곳으로 몰아갔다.

    우웅-

    기이한 검명(劍鳴)이 울려 퍼졌다. 부주산의 허상은 이미 사라지고 보이지 않았지만, 대신 붉은색 검의 허상이 나타났다. 바로 그가 오래전에 깨달았지만 아직 익히지 못했던 심검 신통이었다. 오늘에 이르러서야 마침내 성공을 거둔 것이다.

    붉은색 검의 허상 위로 감도는 은은한 초록색 영문에서 무궁무진하고 매서운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지팡이를 든 노인은 금제가 변한 것이었기에 자아가 없었고, 패배가 확실한데도 다시 지팡이를 휘두르며 공격해왔다.

    초록색 지팡이 허상이 심협을 향해 곧장 날아왔다.

    “심검!”

    심협이 노인을 돌아보며 눈에서 광망을 번쩍였다.

    붉은색 검의 허상이 그의 미간에서 쏜살같이 날아가 초록색 지팡이 허상과 충돌했다.

    찍!

    비단 찢어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초록색 지팡이는 산산조각이 난 반면, 붉은 검의 허상은 조금 어두워지긴 했어도 계속해서 빠른 속도로 날아가 순식간에 지팡이를 든 노인을 찔렀다.

    노인은 몸이 굳어지더니 눈의 생기가 절반이나 사라졌다.

    심협이 소매를 휘두르자 굵은 마기가 날아가 노인을 단단히 감쌌고, 몇 호흡 사이에 연화하여 본원의 힘과 심오한 의념을 흡수했다.

    황제내경에 대한 깨달음이 다시 한번 깊어지면서 머릿속 붉은색 검의 허상이 갑자기 몇 배로 짙어졌다. 이 허상은 붉은색 비검이 되었는데, 순양검과 다를 바가 없었다.

    크기는 작아졌지만, 붉은 심검의 날카로운 기세는 배로 증폭하여 신혼을 소멸할 수 있는 사나운 검으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심협은 신혼의 경지가 크게 정진했을 뿐만 아니라 체내의 법력도 빠르게 상승했다.

    네 개의 조각상에 담긴 원기는 충만하여 하나의 조각상이 곤의 알 하나에 맞먹었다. 덕분에 심협의 법력과 경지는 태을 중기 절정을 눈앞에 둘 정도로 높아졌다.

    심협은 곧장 혼돈흑련 뿌리를 발동하여 산하사직도 안에 있는 세 개의 곤의 알을 흡수했다.

    다시 세 개의 방대한 원기가 모여들어서 그의 경지를 계속해서 정진시켰다.

    힘의 법칙을 깨닫고 또 꿈속 세계의 경험과 방금 네 개 조각상에서 얻은 황제내경 수련의 깨달음까지 더해지면서 경지는 매우 안정되었다. 대신 끊임없는 강력한 원기로 수련 경지를 보강할 필요가 있었다.

    콰쾅!

    심협의 몸에서 금빛이 강하게 번득이자 반경 백 장 정도가 휘황찬란한 금빛으로 물들었고, 몸에서 미친 듯이 뿜어져 나오는 기운은 태을 중기 절정에 도달했다.

    휭!

    강력하기 그지없는 법력 파동이 성난 파도처럼 사방을 휩쓸었다.

    심협의 법력 파동 공격의 충격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네 개의 조각상은 모두 소멸했다. 대전 안의 초록색도 빠르게 사라져 거의 몇 호흡 만에 금색으로 변했고, 곳곳에 있던 금제의 힘도 완전히 사라졌다.

    * * *

    헌원전 밖. 노수와 토혼축은 방금 수십 장 크기의 회색 법진을 설치했고, 노수와 토혼축의 주도 아래 만요맹 모두가 진 안에서 도왔다.

    금전도 거기 있었는데, 그는 안색이 이미 원래대로 회복되어 있었다. 어떤 수단을 써서 이렇게 빨리 회복된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회색 법진이 발동하면서 수많은 회색빛 화살로 대전의 문을 공격하자 폭우가 쏟아지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대전의 금색 금제가 쉬지 않고 반짝거렸다. 그 회색빛 화살은 강해 보이지는 않았지만, 대문 안으로 사라지면서 빼곡한 회색 빛의 점이 되어 못처럼 금제에 박혔다. 이에 큰 영향을 받아 많이 어두워진 금색 금제는 얼마 못 버티고 부서질 것 같았다.

    노수와 토혼축이 기뻐하며 만요맹 무리를 재촉하려 할 때였다.

    “쿠오오오!”

    용의 포효 같은 소리가 대전 안에서 전해져 왔다.

    대문의 금제에서 금빛이 강하게 번득이더니 수많은 금화(金花)와 무지개가 안에서 뿜어져 나왔다. 회색 빛의 점들은 눈부신 금빛과 충돌하자 빠르게 녹아내렸고, 눈 깜짝할 사이에 전부 사라졌다.

    “아니!”

    노수와 토혼축은 깜짝 놀랐다.

    고래가 물을 빨아들이듯 회색 빛의 점들을 제거한 대문의 모든 금빛과 금화, 무지개 등은 한 겹의 유리 같은 금색 광막으로 변했다.

    뒤에서 회색빛 화살이 날아왔지만, 흔적조차 남기지 못하고 바로 튕겨 나갔다.

    회색 광진 안의 만요맹 요물들은 멍한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고는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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