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몽주-1109화 (1,109/1,214)
  • 1109화. 시련

    심협은 조금씩 긴장을 풀고 대전 끝에 있는 금색 탁자를 뜨거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그때였다. 갑자기 기이한 소리가 나더니 탁자 동남쪽에 있던 청년 조각상이 마치 살아난 것처럼 키 1장 정도의 초록색 청년이 되었다.

    휙 소리와 함께 청년은 잔상이 되어 곧장 분신에게로 돌진했고, 수십 장을 단숨에 지나 거울 분신 옆에 나타났다.

    거울 분신이 손을 허공에 내밀자 금색 곤봉이 나타났고, 이어서 수많은 곤봉의 허상이 초록색 청년을 공격했다.

    청년이 손에 쥔 장도를 휘둘러 가볍게 현황일기곤을 막고는 남은 손으로 주먹을 쥐어 휘둘렀다.

    초록색 주먹 허상이 몇 개의 곤봉 허상을 부수고 거울 분신의 가슴을 두들겼다. 광포한 주먹의 힘이 폭발하면서 거울 분신의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지만, 거의 동시에 분신의 현황일기곤도 청년의 가슴을 관통했다.

    거울 분신이 펑 하는 소리와 함께 흩어졌고, 수중의 현황일기곤도 함께 사라졌다.

    한데 청년의 가슴에 난 커다단 상처에서는 수많은 초록색 싹이 생겨나더니 서로 엉키면서 눈 깜짝할 사이에 완전히 치유됐다.

    ‘황제내경!’

    심협은 이 수단을 곧장 알아보고는 성큼성큼 앞으로 나아갔다.

    이번에는 섭채주도 심협을 말리지 않았다. 초록색 청년은 진선 절정 경지로 약하지 않지만, 심협에게는 위협이 되지 않음을 알아봤기 때문이다.

    초록색 청년은 심협의 기운을 감지하고는 돌아섰다.

    쾅!

    굉음과 함께 초록색 빛이 번득이며 몸을 감싸고 있던 기운이 폭증하자 청년은 심협과 똑같은 태을 중기 경지에 도달했다.

    심협은 일순 당황했지만, 이내 눈치챘다. 이 초록색 청년은 이곳 금제의 제어를 받아 상대의 경지에 따라 자신의 실력도 조정할 수 있는 것이다.

    “헌원 황제의 전승지답게 역시 쉽게 통과할 수 없구나.”

    중얼거리는 그의 가슴속에서 흥분이 솟구쳤고, 손에는 현황일기곤이 나타났다.

    펑!

    심협의 발아래에 큰 구멍이 생기는 것과 동시에 그는 그 자리에서 사라졌고, 다음 순간 거대한 곤봉의 허상이 초록색 청년의 머리 위에서 천지를 뒤덮으며 떨어졌다.

    허공을 짓누르는 강력한 힘이 내려오자 주위의 땅에 균열이 생겨났다.

    초록색 청년은 온몸의 뼈에서 기이한 소리가 났지만, 강력한 힘에도 영향을 받지 않고 포효했다. 청년의 장도가 눈부신 초록색 도광을 뿜어냈다.

    바람 소리를 뿜어내는 광대한 도광이 허공에 기다란 흔적을 남기며 날아가 곤봉의 허상과 충돌했다.

    땅!

    굉음과 함께 초록색 도광이 부서졌고, 초록색 청년의 보도도 폭발하여 수많은 파편이 되었다.

    반면 금색 곤봉 허상은 조금 흔들렸을 뿐, 계속해서 초록색 청년을 향해 떨어졌다.

    청년은 보도가 부서져도 개의치 않고 초록색 빛을 강하게 발하며 두 주먹을 휘둘러 떨어지는 금색 곤봉 허상에 맞섰다.

    퍼펑!

    금빛과 초록색 빛 두 광망이 격렬하게 충돌하자 청년은 뒤로 날아갔다. 두 팔은 초록색 보도처럼 부서졌고, 온몸에는 균열이 생겼다.

    하지만 청년은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벌떡 일어났다. 온몸에서 초록 빛이 번득이자 부서진 양팔과 몸의 상처가 순식간에 회복되었다.

    허공의 금색 곤봉 허상이 갑자기 줄어들면서 심협이 나타났다. 그는 초록색 청년의 변화를 보고는 무척 의아해했다.

    심협이 본 결과, 상대는 환술을 사용한 것이 아니라 무서울 정도의 회복력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이것이 화령자가 말했던 황제내경의 불사신통이로구나!’

    초록색 청년은 갑자기 나타난 심협을 보고는 몸이 희미해지더니 다시 초록색 허상이 되어 돌진했다.

    “와라!”

    심협의 두 팔에서 근육이 솟았고, 그는 산을 부술 기세로 현황일기곤을 휘들렀다. 거대한 금색 곤봉 허상이 곧장 초록색 청년 가슴을 향해 날아갔다.

    펑!

    큰 소리가 울려 퍼졌다!

    초록색 청년의 몸은 금빛의 공격을 받아 두 동강이 났다가 곧바로 폭발했고, 초록색 안개가 되어서 반경 10여 장을 뒤덮었다.

    심협은 몸이 초록색 안개에 뒤덮이자 갑자기 뜨거워지더니 순수한 원기가 체내로 들어오는 게 느껴졌다.

    연이은 격전을 치르고 또 고생 끝에 낙백금환대진을 막아내느라 법력이 많이 소모되었는데, 지금은 빠르게 회복되고 정신도 번쩍 들었다.

    “어, 어떻게 된 거지?”

    심협은 조금 당황했다.

    그의 황정경이 갑자기 저절로 운공되면서 눈 깜짝할 사이에 주위의 초록색 안개를 절반 이상이나 흡수했다.

    심협의 법력이 모두 회복되고 10만8천 개의 모공이 전부 열리자 온몸이 마치 선단을 먹은 것처럼 불편한 곳이 전혀 없었다.

    ‘안 돼!’

    그의 머릿속에서 경종이 크게 울려 퍼졌다. 그는 곧장 황제내경을 멈추고 밖으로 달려 나가 초록색 안개에서 벗어나려 했다.

    그때, 그의 양발이 초록색으로 빛나더니 순식간에 피부에 나무의 나이테 같은 문로가 나타났다. 그러자 그의 몸도 우뚝 멈춰버렸다.

    ‘저 초록색 안개는 역시 문제가 있었어.’

    심협은 가슴이 철렁하여 술법으로 두 다리를 회복하려 했다.

    이때, 그의 단전에서 갑자기 초록색 빛이 솟구치더니 사방을 휘젓고 다니며 방금 모은 법력을 전부 흩트려 버렸다.

    깜짝 놀란 심협이 서둘러 억지로 법력을 운공하자 몸에서 은빛이 번득이며 산하사직도가 나타났고, 은색 빛이 되어 그의 몸을 보호했다.

    이 은빛은 산하사직도가 변한 것으로, 이전에 북명곤의 공간 균열도 막아냈다. 그러니 덮쳐오는 이 초록색 안개 정도는 말할 것도 없이 순식간에 완전히 차단했다.

    심협이 안도하고는 다시 이 초록색 안개를 살펴봤다.

    “황제내경의 수련이 대성 경지에 이르면 이런 초록색 안개로 변화시켜 적의 몸에 잠입해 파괴하는 신통도 쓸 수 있구나.”

    그는 눈을 반짝이고는 양팔에서 금색 뇌광을 뿜어냈다.

    금색 뇌광이 그의 몸 곳곳으로 퍼지고 단전 안에서도 몇 개의 불꽃이 타올랐다. 홍련업화와 태양진화, 주작진화 등등이었다.

    뇌화의 힘이 서로 교차하며 위력이 더욱 강해지자 그의 체내에 있는 초록색 빛을 감싸고는 연화하여 쫓아내려고 했다.

    하지만 그 초록색 빛이 갑자기 흩어지면서 수많은 빛의 점이 되더니 심협의 몸 곳곳으로 흘러 들어가 그의 법력과 육체, 오장육부 등과 합쳐졌다.

    심협은 눈살을 찌푸리고는 뇌화의 힘을 운공하여 계속 그 초록빛을 연화하려고 했다. 하지만 초록빛은 법력과 경맥, 오장육부와 완전히 합쳐져서 이미 구분할 수가 없었으니, 뇌화의 힘으로 억지로 연화하면 그도 중상을 입게 될 터였다.

    체내에 침투한 초록색 안개가 이토록 까다로운 것인 줄은 몰랐기에 심협은 표정이 어두워졌다.

    하지만 그는 많은 비법에 정통했고, 침투한 초록색 안개는 많지 않았기에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잠시 후, 그가 황제내경을 운공하자 몸 곳곳에서 영롱한 초록색 빛이 솟아올랐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였다. 황제내경으로 이 초록색 빛을 연화할 계획이었다.

    황제내경을 운공하자 심협 체내의 초록색 빛이 갑자기 연화되더니 점점 흡수되어 갔다.

    하지만 그는 황제내경 수련이 아직 미흡한 상태라 연화하는 속도는 매우 느렸다. 한두 시진으로는 이 작업을 마칠 수가 없을 터였다.

    바깥의 만요맹이 언제 낙백금환대진에서 나올지 몰랐기에 이렇게 질질 시간을 끌 여유가 없었다.

    “음, 내가 그 공법을 잊고 있었군!”

    심협의 머릿속에서 한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가더니 바로 치우무결을 운공했다. 칠흑 같은 마광이 갑자기 솟구쳤고, 허공도 강하게 떨려왔다.

    치우무결은 황제내경보다 훨씬 오래 수련해왔고, 체내의 마기가 두터워 치우무결과 서로 연결하면 그 위력은 황제내경 이상이었다.

    황제내경과 상극인 치우무결은 전혀 다른 황제내경 법력을 감지하자 짙은 마기가 순식간에 몰려가 흩어져 있는 초록색 빛을 감싸더니 연화 신통으로 매섭게 연화했다.

    흩어져 있던 모든 초록빛은 순식간에 연화되어 옅은 초록색의 순수한 원기가 되었고 일부는 치우무결에 흡수되었지만, 나머지 대부분은 심협의 몸에 흡수되었다.

    그의 황제내경이 저절로 운공되어 이 옅은 초록색의 원기를 흡수하자 비약적으로 정진했다.

    심협은 기뻐하고는 시선을 돌려 산하사직도를 몰래 제어하자 주위에 번득이던 은색 빛이 마치 법력이 불안정해진 것처럼 강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치익!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본래 둥글던 빛에 치익 하면서 틈이 생겼다.

    바깥의 초록색 안개는 줄곧 그 안으로 파고들려고 시도했는데, 은빛에 허점이 드러나자 바로 우르르 몰려와 심협의 몸으로 침투했다.

    심협은 이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가 초록색 안개가 자신의 몸과 법력으로 파고들기 직전에 치우무결로 그것들을 감쌌다.

    그의 몸에 침투하지 못하고 근간이 사라진 초록색 안개들은 몇 호흡 만에 완전히 연화되었다.

    심협은 황제내경으로 초록색 안개가 변한 원기를 흡수하여 다시 한번 정진했다.

    한편, 대문 근처에 있던 섭채주와 거울 요괴는 심협이 초록색 안개에 당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 도와주려다가, 그가 눈 깜짝할 사이에 전부 연화하는 모습을 보고 안도했다. 심협은 얼굴에서 광채를 뿜어내며 경지가 더 정진했다.

    “채주야, 놀라지 말고 이곳의 금제는 나한테 맡겨.”

    심협은 산하사직도를 거두고는 섭채주에게 말했다.

    방금의 그 초록색 청년은 대전의 금색 탁자로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으려는 것 같았지만, 심협은 이것이 헌원 황제가 남긴 시련이라는 생각이 어렴풋이 들었다.

    ‘시련만 통과하면 헌원 황제가 남긴 전승 보물을 얻을 수 있다.’

    섭채주는 곤륜경을 꺼내서 도우러 가려고 했지만, 심협의 말을 듣고 당황했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고, 섭채주는 무슨 생각이 든 것처럼 곤륜경을 집어넣었다.

    심협은 싱긋 웃고는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한데 몇 걸음 가기도 전에 이번에는 대전 동북쪽에 추를 들고 있는 사내 조각상이 갑자기 떨리더니 심협을 향해 날아왔다. 손에 든 대추가 초록색 빛을 강하게 뿜어내며 내리쳤다.

    보이지 않는 강한 힘이 몰려오자 허공이 강하게 흔들리며 뒤틀렸다. 심협이 시전한 현황일기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심협은 두말없이 현황일기곤을 들어서 위로 휘둘렀다.

    땅!

    추와 곤이 충돌하자 대전 전체가 흔들렸고, 주위의 허공은 더욱 격렬하게 떨려왔다.

    심협은 몸을 떨며 뒤로 세 걸음 물러났고, 추를 든 사내도 뒤로 튕겨 나갔다.

    상대의 용맹함은 상상 이상이었다. 온몸에서 초록색 빛을 강하게 뿜어냈는데, 운공한 것은 다름 아닌 황제내경이었다. 경맥의 손상도 무릅쓰고 강제로 몸을 가누더니 다시 심협을 향해 달려들었다.

    초록색 대추에서 초록색 빛이 강하게 뿜어져 나왔고, 사내는 용맹무쌍한 추법(錘法)을 시전하여 정면으로 내리쳤다.

    심협은 다른 어떤 법보도 쓰지 않고 발천난봉을 시전하여 추를 든 사내와 정면으로 충돌했다.

    쾅! 쾅! 쾅!

    굉음이 연달아 울려 퍼졌다. 추를 든 사내의 힘은 심협과 막상막하였고, 법보도 손색이 없었다. 게다가 사내는 황제내경의 경지가 매우 높아서 어떤 상처도 바로 회복되어 한동안 우위를 점했다.

    심협은 끊임없이 뒤로 물러나서 겉보기에는 계속 밀리는 것 같았다.

    “주인님을 도와야겠어요!”

    거울 요괴가 초조한 목소리로 말하며 고경에서 푸른 빛을 발했다. 섭채주만 고개를 끄덕이면 바로 공격할 기세였다.

    “아니, 괜찮아. 오라버니는 이번 기회에 자신을 단련 중이니까.”

    섭채주의 말에 거울 요괴는 알쏭달쏭했지만, 섭채주가 이리 말하니 일단 멈출 수밖에 없었다.

    사실 섭채주의 말이 옳았다. 심협이 비록 힘의 법칙을 깨달았지만, 입문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이런 강력한 적과의 대련을 통해 실전에서 더욱 깊게 깨닫고 법칙을 정진할 필요가 있었다.

    천지를 뒤덮은, 숨 막힐 정도로 강력한 힘의 압박을 전력으로 막아낼수록 힘의 법칙에 대한 깨달음도 비약적으로 정진해 갔다.

    이때, 사내가 추를 힘껏 휘둘러 현황일기곤을 튕겨내고는 검푸른 빛으로 변하여 심협을 향해 달려들었다.

    심협은 그 맹렬한 기세를 막을 엄두가 나지 않아 손을 허공으로 뻗었다.

    다섯 줄기 두꺼운 뇌사(雷蛇)가 쏜살같이 날아가 검푸른 빛과 충돌했다.

    콰쾅!

    다섯 마리의 뇌사는 바로 폭발했고, 검푸른 광망도 폭발하여 수많은 초록색 빛이 되어 흩어졌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