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몽주-1108화 (1,108/1,214)
  • 1108화. 거울 분신

    백천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

    “매, 맹주님…… 저는 아직…… 버틸 수 있습니다…….”

    금전이 창백한 얼굴로 간신히 말했다.

    “금전을 돕고 싶다면 혼백 약간을 귀골산에 넣으면 되오. 다만, 혼백이 없으면 지금 저들을 죽여서 혼을 뽑아내면 되오. 아마 효과가 더 좋겠지.”

    노수가 씩 웃으며 만요맹 무리를 바라봤다.

    만요맹 무리는 오는 내내 노수 등을 도왔는데 이런 말을 듣자 표정이 더욱 일그러졌다.

    백천이 차갑게 비웃고는 소매를 휘둘러 회색 빛을 귀골산으로 쏘아 보냈다. 그 안에는 몇 개의 혼백이 담겨 있었다.

    귀골산의 검은 빛이 갑자기 번득이자 금전의 안색이 조금 나아졌다.

    “명심하시오. 열 호흡마다 한 개를 주입해야 하오.”

    노수는 마치 수다쟁이처럼 일일이 설명했다.

    “노수, 섭혼번 발동에 집중해라!”

    토혼축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하자 노수는 입을 삐죽거리고는 술법에 전념했다.

    잠시 후, 섭혼번에서 하얀 빛이 크게 번득이더니 강력한 음풍과 함께 깃발에 있던 커다란 귀신 얼굴이 흥분한 듯 울어대며 깃발에서 빠져나가 금색 구름을 향해 날아갔다.

    휙!

    하얀 연기가 귀신의 얼굴에서 쏟아져 나와 금색 구름을 흩어버리자 치익 하는 소리와 함께 수십 장 길이의 통로가 드러났다. 동시에 금색 공간이 갑자기 크게 흔들렸다.

    “가자!”

    노수가 앞장서서 날아가자 다른 사람들도 바로 따라갔다.

    커다란 귀신 얼굴이 선두에서 계속 하얀색 연기로 전방의 금색 구름을 없애며 뒤따라오는 노수 등에게 길을 열어줬다.

    심협과 섭채주는 낙백금광을 막아내며 화령자가 금제를 파훼하기만을 기다렸다.

    서혼대진이 계속 운공되면서 금색 혼력을 심협의 머릿속에 주입하자 아까 손실됐던 신혼의 힘이 보충되었고, 심지어 조금씩 증가하고 있었다.

    심협이 갑자기 눈을 치켜떴다. 이건 혼력이 증가하는 게 아니라 그의 신혼이 이 금색 혼력을 흡수하면서 조금씩 응축되어 더 순수해지는 것이었다.

    ‘이 금색 혼력에 신혼을 단련하는 효능이 있을 줄이야! 나중에 화근이 있는 건 아니겠지?’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화령자가 술법을 시전하는 중이 아니었다면 지금 바로 물었을 것이다.

    그때, 화령자가 갑자기 눈을 번쩍 떴고, 얼굴에는 화색이 돌았다.

    결인한 손을 내밀자 앞의 하얀색 법진에서 굵은 하얀 빛이 뿜어져 나가 전방의 금색 구름을 찢어 작은 틈을 냈다.

    “진법의 흔적을 찾아냈다. 가자!”

    화령자가 외치며 날아가자 심협과 섭채주는 허공에서 내려오는 금사를 막아내며 급히 따라갔다.

    * * *

    두 무리의 인파가 낙백금환대진에서 빠른 속도로 파훼법을 찾아냈고, 양쪽 모두 선두를 빼앗길까 봐 전력을 다해 이동했다.

    그러나 진법의 도에서는 기술이 힘을 앞서는 법. 결국 심협이 가장 먼저 진에서 빠져나왔고, 눈앞이 환해졌다.

    전방의 경치 너머로 10여 장 높이의 거대한 궁전이 눈에 들어왔다. 아까 밖에서 어렴풋이 보았던 금색 대전이었다.

    대전 입구에 현판이 걸려 있었는데, 헌원전(軒轅殿)이라고 쓰여 있었다.

    “헌원전? 헌원 황제가 지은 궁전일까요?”

    섭채주가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심협은 원천강과의 대화가 떠올랐다. 원천강이 이전에 헌원 황제와 치우 모두 신마의 우물에 들어갔다고 했다. 그러니 이곳에 헌원이 지은 궁전이 있어도 놀라울 것은 아니었다.

    “헌원전이 여기에 있을 줄이야!”

    화령자가 대전 입구 앞으로 날아가 문을 만지작거리며 중얼거렸다.

    “뭐 아는 거 있어?”

    “없다. 다만 전해지기로는 헌원 황제가 우화하기 전에 헌원전을 남겼는데, 여기에 자신의 모든 전승을 남겼다고 한다. 이후 수많은 사람이 헌원전을 찾아다녔지. 한데 여기 있을 줄이야.”

    심협은 눈을 반짝이며 다시 금색 대전을 바라봤다.

    대전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금색 영광을 어렴풋이 뿜어냈다. 문을 여는 게 쉽지 않아 보였다.

    그는 대문 위의 금제를 살펴보고자 금빛을 발사했다.

    한데 그때, 그의 몸에서 갑자기 눈부신 금빛이 솟아오르더니 참마신검이 저절로 몸에서 빠져나왔다.

    심협은 서둘러 소매에서 금빛을 내보내 신검을 휘감았다.

    하지만 참마신검은 주위에 강력한 검기를 두르고 있어서 가볍게 그 금빛을 떨쳐내고는 금색 대문으로 날아가 칼자루까지 들어가려 했다!

    신검이 대문에 들어가려는 순간, 손 하나가 칼자루를 잡았고, 심협의 희미한 모습이 뒤에 나타나 힘주어 뽑아내려 했다.

    “빠르다!”

    화령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심협은 힘의 법칙을 깨우치면서 속도도 매우 빨라졌다.

    그러나 참마신검은 헌원전 대문과 하나가 된 것처럼 그가 아무리 힘을 써도 뽑히지 않았다.

    심협이 이를 악물자 팔이 두 배로 두꺼워지면서 힘의 법칙 파동이 뿜어져 나왔다.

    참마신검이 마침내 움직였고, 헌원문 대문도 흔들렸다.

    이 광경을 본 섭채주도 곤륜경으로 검은 빛을 쏴서 심협을 도와 헌원전 대문의 금제를 파훼하려 했다.

    “이곳은 헌원전이고, 그 신검은 헌원 황제가 만든 물건이다. 어쩌면 헌원전 대문을 열려는 것인지도 모르지. 그러니 두 사람 모두 진정해라.”

    두 사람이 아둥바둥하는 모습이 우스웠는지 화령자가 웃으며 말했다.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금빛이 대문에서 날아와 심협과 섭채주를 휘감았다.

    두 사람의 모습이 흐려졌고, 대문에 꽂혔던 참마신검과 함께 사라졌다.

    홀로 밖에 남겨진 화령자는 멍하니 서 있다가 한참 뒤에야 퍼뜩 정신을 차리고는 술법으로 대문의 금제를 살펴보려 했다.

    그때, 뒤에서 낙백금환대진이 갑자기 파동을 일으키더니 무언가 튀어나오려는 것처럼 굉음을 내기 시작했다.

    “휴, 이런 걸 설상가상이라고 해야 하나?”

    화령자는 투덜거리며 몸을 빙글 돌렸다. 그러자 곡현성반에서 대량의 은빛이 뿜어져 나와 그의 몸을 뒤덮었다.

    그의 몸과 곡현성반이 빠르게 줄어들었고, 곧 한 알의 먼지가 되어 허공에서 사라졌다.

    그와 거의 동시에 낙백금환대진에서 굉음이 들리더니 대량의 금빛과 함께 하얀색 뼈 깃발이 만요맹 무리를 감싼 채 안에서 날아왔다.

    상당한 곤욕을 치른 것인지 일행 모두 매우 피곤한 모습이었다.

    “휴우, 드디어 빠져나왔군.”

    토혼축이 한숨을 쉬었고, 노수의 표정도 한결 가벼워졌다.

    “낙백금환대진에서 나왔으니 귀골산을 거둬도 되지 않소?”

    백천이 물었다. 금전은 여전히 귀골산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안색이 완전히 창백해져서 신혼의 손상이 심각해 보였다.

    “물론이오.”

    노수가 장난스레 웃고는 결인하여 검은 빛을 귀골산에 주입했다.

    나산이 갑자기 빠르게 줄어들었고, 천천히 접혀서 그의 손에 떨어졌다.

    금전은 안도하며 그 자리에 털썩 쓰러졌다.

    백천 등이 서둘러 회복 단약을 먹인 후, 금전은 가부좌를 틀고 운공한 후에야 창백한 안색이 조금씩 회복되었다.

    “심협은 나왔을까?”

    노수가 담담한 목소리로 물었다.

    “한번 알아보지.”

    토혼축이 핏빛 구슬을 꺼내 눈을 감고 술법을 시전하자 혈광이 퍼져나가 헌원대전 앞의 공간을 뒤덮고는 흐르는 물처럼 움직였다.

    대전 구석에서 혈광이 알아채지 못하게 반짝이더니 바로 평정을 되찾았으나, 토혼축은 아무런 이상을 눈치채지 못했다.

    “강력한 법력 파동이 남아 있군. 심협 같다. 우리가 한발 늦었어!”

    토혼축이 눈을 뜨며 말했다.

    “뭐라고? 벌써 헌원전에 들어갔다는 말인가?”

    노수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런 것 같다.”

    “그럴 수가! 이곳의 금제가 얼마나 강력한데 그 잠깐 사이에 금제를 파훼했다고?”

    노수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외쳤다.

    “어쩌면 그에게는 헌원전에 들어갈 수 있는 비법이 있었는지도 모르지. 그렇지 않다면 이리 쉽게 낙백금환대진을 통과할 수 있었겠는가.”

    “어쨌든 전력으로 금제를 부순다! 절대로 헌원의 전승을 빼앗겨서는 안 돼!”

    일행이 바로 진을 설치하여 헌원전 문의 금제를 파훼하려 했다.

    ‘저 마족들은 헌원전의 존재를 진즉 알고 전승을 노리고 온 게로군. 심협, 서둘러야 한다.’

    화령자는 불길함에 눈살을 찌푸렸다.

    눈부신 빛 안에서 심협과 섭채주가 다시 시야를 되찾았을 때, 이들은 이미 푸른 빛의 대전 안에 들어와 있었다.

    대전은 매우 넓었고, 전방 끝에는 금색의 탁자가 놓여 있었다. 금색 광진이 주위를 뒤덮고 천천히 돌고 있었다.

    광진 너머로 탁자에 뭐가 있는지 보려 했지만, 자세히 보이지 않았다.

    탁자 옆에는 암금색 연기로(煉器爐)가 놓여 있었는데, 고풍스러운 외형에 수많은 영문이 새겨져 있는 것이 한눈에 봐도 보물이었다.

    화로 밑에는 금색 불꽃이 소리 없이 타오르고 있었다. 거리가 상당히 떨어져 있음에도 뜨거운 기운이 전해졌다. 무언가를 태우고 있는 것 같았다.

    탁자 사방으로 네 개의 초록색 조각상이 우뚝 서 있었다.

    이 조각상 들은 모두 사람 모습이었다. 동남쪽 모퉁이의 조각상은 청년으로, 용이 감싼 장도를 들고 있었다. 동북쪽 모퉁이의 건장한 사내는 대추(大錘)를 들고 있었고, 서남쪽 모퉁이의 여인은 등에 긴 활을 매고 있었다. 서북쪽 모퉁이 노인의 손에는 지팡이가 들려 있었다.

    심협은 이 광경에 의아해하더니 신식을 운공하여 그 금색 탁자를 살피려 했지만, 대전에는 강력한 금제가 가득해 신식을 조금도 펼칠 수 없었다.

    “오라버니, 여기는 뭔가 이상하니까 조심하는 게 좋겠어요.”

    “그래. 어쨌든 이왕 들어왔으니 좀 살펴보자. 내가 먼저 가서 살펴보다가 위험하면 바로 물러날게.”

    심협이 웃으며 앞으로 나아가려 했다.

    “잠깐만요. 우선 거울 요괴에게 거울 분신을 만들어 살펴보게 하는 게 좋겠어요.”

    “좋은 방법이야.”

    섭채주가 불안한 듯 말하자 심협도 동의했고, 소요경을 열어 거울 요괴에게 나오게 했다.

    거울 요괴가 고경을 발동하여 심협을 비치자 거울 분신이 옆에 나타났다. 뿜어내는 법력 파동은 매우 강력하여 진선 절정에 도달해 있었다.

    “죄송합니다, 주인님. 제 경지가 너무 낮아서 고경의 모든 위능을 발휘할 수가 없네요. 지금 주인님의 경지면 거울 분신의 실력도 태을 초입은 되어야 하는데 말이죠.”

    거울 요괴가 미안한 목소리로 말했다.

    “태을 분신이라고?”

    심협이 깜짝 놀라 되물었다. 진선 절정의 분신만으로도 충분히 놀랄 정도인데, 아직 고경의 위능을 전부 발휘하지 못한 것이라니!

    “거울 좀 보여줘.”

    거울 요괴가 망설이지 않고 고경을 건네자 심협은 받아 들고 법력으로 살폈다.

    이 거울은 전에도 살펴봤는데, 그때는 특이한 점을 별로 발견하지 못했었다. 한데 경지가 크게 정진한 지금 다시 살펴보니 이전에는 눈치채지 못했던 부분이 보였다.

    이 거울 안에는 금제 많지 않아서 겨우 30도 정도였고, 그나마도 이리저리 흩어져 체계를 전혀 이루지 못했다. 마치 부서진 법보 같았다.

    심협이 법력을 더 주입하여 선천연보결로 연화하며 살펴보니 고경 가장 깊은 곳에서 이상이 발견됐다. 이곳에서 이상한 파동이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바로 법칙의 힘이었다. 다만, 강력한 힘에 갇혀서 전부 펼쳐지지 못했다.

    “이 고경은 역시 선계의 보물이었어!”

    심협은 살며시 웃고는 법력을 주입하고 또 힘의 법칙을 약간 운공했다. 고경 안에서 법칙의 힘을 제어하던 힘이 가볍게 부서졌다. 그러자 고경 깊은 곳의 법칙의 힘이 갑자기 튀어나와 거울에서 찬란한 푸른 빛을 뿜어냈다.

    심협이 손가락을 구부리자 붉은색 검기가 찬란한 푸른 빛 안으로 파고 들어갔다.

    팅!

    가벼운 소리와 함께 푸른 빛 안에서 법칙의 힘이 약간 움직이자 검사가 바로 튕겨 나왔다.

    “반사 종류의 법칙이로군.”

    심협이 손을 들어 쓸자 붉은색 검사가 사라졌다.

    “고경의 모든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던 것은 네 경지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거울 안의 법칙의 힘이 갇혀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를 해결했으니 사용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게다.”

    심협이 설명을 덧붙이며 고경을 건네주자 거울 요괴는 얼른 받아서 요력을 주입하고는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감사합니다, 주인님!”

    심협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거울 분신을 조종해 대전 깊은 곳으로 보냈다.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거울 분신이 열 걸음을 걸어가도록 아무런 위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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