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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1102화 (1,102/1,214)
  • 1102화. 모여들다

    공간의 균열이 뿜어져 나와 두 보살을 공격해왔다.

    보현 보살이 기합을 지르며 금색 가사를 백 배로 늘려 두 사람을 보호했다.

    공간 균열이 베고 지나갈 때마다 가사의 금빛이 조금씩 어두워졌고, 순식간에 금색 가사의 영광은 거의 사라졌다.

    하지만 보현 보살은 법보를 거둘 수가 없었다. 자신의 가장 강한 방어 법보인 가사를 거두면 두 사람은 눈 깜짝할 사이에 산산조각 날 것이었다.

    그는 심협의 경고를 무시했다가 진퇴양난의 처지에 빠지자 크게 후회했다.

    한편, 이 광경을 본 손오공은 곧장 하얀 밧줄을 꺼내고는 공간 통로 틈으로 날려 금색 감사를 휘감고는 두 사람을 구해보려고 했다. 그러나 이 밧줄이 뛰어난 법보라고는 해도 공간 균열에 닿자마자 바로 몇 조각으로 잘려 나갔고, 영성을 잃었다.

    나서서 도우려던 소백룡은 이 광경을 보고는 아연실색했다.

    공간의 통로에서 바람 소리가 강해지면서 더 많은 공간 균열이 뿜어져 나와 문수와 보현을 완전히 감쌌다. 두 사람은 더는 물러날 곳이 없어 금방이라도 목숨이 끊어질 것만 같았다.

    “심협, 공간 균열은 법칙의 힘으로 만물을 자르니 산하사직도만이 막을 수 있다. 저들을 구해주게.”

    손오공이 심협에게 공수하며 부탁했다.

    비록 저 두 사람에게 호감이 없었지만, 서로 힘을 합치기로 했으니 이대로 죽는 것을 지켜볼 수만은 없었기에 심협은 바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산하사직도를 발동했다.

    산하사직도는 바람을 맞으며 커지더니 마치 한 마리 백룡처럼 수많은 공간 통로를 뚫고 들어갔다.

    힘의 법칙을 깨달은 이후로 심협은 안목이나 견식이 한 단계 높아진 터라 산하사직도를 발동하는 것도 더욱 능숙해졌다.

    수많은 공간 균열이 공격해왔지만, 모두 빗나가거나 튕겨 나갈 뿐이었다. 산하사직도에는 작은 흠집도 낼 수 없었다.

    산하사직도가 거침없이 쳐들어가 순식간에 두 보살 앞에 도착하더니 이들을 휘감아 그림 안으로 넣었다.

    심협이 다시 결인하자 산하사직도는 빠르게 작아졌고, 곧장 공간 통로 영역에서 벗어나 그의 옆으로 돌아왔다.

    산하사직도에서 은빛이 일더니 두 보살이 빠져나왔다.

    곤경에서 벗어난 두 사람은 그제야 안도했다.

    “심 도우, 구해주셔서 정말 감사하오.”

    보현 보살이 미안한 기색으로 합장하며 감사를 표했다.

    “아닙니다. 서로 힘을 합치기로 했으니 생사도 함께해야지요.”

    문수 보살은 심협의 말이 방금 자신들이 북명곤 앞에서 움츠러든 꼴을 비꼬는 것이라 여겼지만, 대꾸조차 할 수 없었다.

    “그나저나, 무슨 연유로 갑자기 이렇게 많은 공간 통로가 생긴 걸까요?”

    “동해지연 안에서 공간의 힘을 조종할 수 있는 것은 북명곤뿐이오. 아무래도 북명곤은 물러간 게 아니라 아직도 근처에 있는 듯합니다.”

    소백룡의 물음에 심협이 답하자 다른 사람들도 당황한 듯 잔뜩 경계하며 신식으로 동정을 살폈다.

    “심협, 네 말은 하나는 맞고 하나는 틀렸다. 북명곤이 공간의 힘을 조종하여 이렇게 많은 공간 통로를 시전한 것은 장안이나 너희를 기습하려는 것이 아니다. 내 예상이 맞는다면 환골탈태가 이제 얼마 안 됐고, 심지어…….”

    화령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공간 통로 구역에서 갑자기 은빛이 번득이더니 거대한 은색 입이 나타나 모든 것을 빨아들였다.

    허공이 크게 흔들리더니 무너져 내렸다.

    먼 곳의 거대하기 그지없는 은색 공간이 갑자기 무너지면서 수많은 은빛을 이루더니, 성난 파도처럼 커다란 입을 향해 날아갔다.

    심협 등도 은빛에 휘말려 이 커다란 입으로 끌려갔고, 아연실색하여 서둘러 멀리 도망치려 했다.

    그러나 주위에서 밀려오는 은빛의 힘은 공간의 파도에 휘말린 것처럼 너무나도 강력해 도저히 막아낼 수 없었고, 곧 저 입에 빨려 들어가 시체도 남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 순간, 심협이 이를 악물고는 다시 산하사직도를 꺼냈다.

    은빛이 모든 사람을 감싸 산하사직도 안으로 사라지자 곧바로 뒤틀리면서 주위의 공간으로 들어갔고, 순식간에 몇 리를 도망쳤다.

    거대한 은색 입에서 차갑게 비웃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심협 등을 쫓지 않고, 모여든 공간의 힘을 일제히 빨아들였다.

    이와 동시에 공간 통로 안에서 하얀 빛이 반짝이며 거대한 하얀색 알이 멀리서 날아들었다. 30여 개의 이 알들은 전부 은색의 거대한 입으로 들어갔다.

    심협은 다시 산하사직도를 발동하여 은색 비단으로 변해 주위의 허공으로 들어가 사라졌다.

    다음 순간, 공간 통로 옆에서 은빛이 반짝이며 산하사직도가 튀어나오더니 공간 통로로 들어갔고, 세 개의 곤의 알을 휘감았다.

    “네놈들이 죽으려고 작정했구나!”

    은색의 거대한 입에서 성난 포효가 뿜어져 나왔다.

    허공이 격렬하게 일그러지면서 반경 수백 장이 거울처럼 부서져 수많은 공간 균열이 그들을 감싸고는 공간 균열 안으로 빨아들이려 했다.

    “공간 파쇄 신통?”

    심협은 표정이 돌변하더니 바로 산하사직도를 발동하여 다시 모두를 보호했다.

    공간 균열에서 은빛이 반짝이더니 거대한 검은색 발톱이 날아와 단숨에 산하사직도를 잡았다.

    거대한 발톱에서 튀어나온 소용돌이 법칙이 산하사직도를 가두었다.

    심협은 산하사직도의 통제가 흔들리자 표정이 어두워졌지만, 당황하지 않고 손에서 초록색 광망을 번득였다. 이 빛이 모두를 감싸자 거대한 율척의 허상이 부서진 허공으로 들어갔다.

    “또 다른 공간 법보인가!”

    거대한 은색 입에서 놀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곤의 알 세 개를 감싼 산하사직도에서 은빛이 강하게 뿜어져 나오자, 이 알들은 떨림과 함께 그림 안으로 들어갔다.

    이어서 산하사직도는 마치 민첩한 뱀처럼 다시 허공으로 들어갔고, 소용돌이 법칙조차 이를 막지 못했다.

    거대한 입이 성난 포효를 내질렀고, 이제는 다른 것을 신경 쓰지 않고 더욱 강력하게 빨아들여 모든 곤의 알을 전부 집어삼켰다.

    거대한 입에서 눈부신 은빛이 번득이더니 마치 높이 걸린 달처럼 빛을 저 멀리까지 뿜어냈다.

    은빛 달 중심부에서 거대한 골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북명곤이었다.

    이 골수의 뼈에서 수많은 홍과 백의 실이 나타나더니 서로 연결되었고, 순식간에 새로운 피와 살이 되었다.

    불과 몇 호흡 만에 북명곤의 골격에는 새로운 몸이 나타나더니 물고기 같으면서도 새 같은 거대한 괴수가 되었다. 거대한 몸은 온통 검은색 비늘로 뒤덮여 있었고, 두 날개는 은백색이었다.

    북명곤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력한 위압감은 미소나 원조보다도 강력하고 무궁무진해 절로 경외심이 생겨날 정도였다.

    * * *

    몇 리 밖의 허공에 파동이 일더니 심협 등의 모습이 나타났다.

    “천존! 환골탈태한 북명곤의 실력이 더욱 정진했군요!”

    심협이 천천히 말했다.

    일행은 북명곤의 이 방대한 기운을 감지하고는 표정이 복잡해졌다.

    이들을 돌아보는 북명곤의 은색 눈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심협이 현황일기곤을 꺼냈고, 산하사직도가 모두의 머리 위에 나타나 천천히 움직였다. 그리고 모두 각자의 법보를 꺼냈다.

    한데 예상과 달리 북명곤은 공격해오지 않고 커다란 은색 날개를 펼치더니 거대한 몸이 은과 흑의 빛이 되어 아래의 흑백 소용돌이로 들어갔다.

    심협은 당황했다. 고전을 치를 것이라 예상했건만, 북명곤이 가버리다니!

    “북명곤도 그것을 찾으러 간 게 확실합니다. 절대 빼앗겨서는 안 되니 우리도 서둘러 갑시다.”

    문수 보살이 재촉하자 손오공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데 그가 막 무슨 말을 하려는 순간, 멀리서 30여 개의 둔광이 근처까지 날아왔다.

    두 무리였는데, 한쪽은 만요맹 무리와 자 선생 등 네 명의 태을 존재였고, 다른 한 패는 세 명에 불과했다. 바로 원조, 미소 그리고 도산동이었다.

    북명곤이 공간의 힘을 거두면서 가까이 있던, 실제 같은 은색 공간이 사라지자 만요맹 무리와 미소 등이 그 틈에 날아온 것이다.

    원조는 나타나자마자 죽일 듯한 눈으로 손오공을 노려봤다. 그 눈빛에는 뼈에 사무친 원한과 끝없는 살기가 가득했다.

    손오공은 원조를 힐끗 보고는 흥 하고 콧방귀를 뀌며 금방 시선을 돌렸다.

    만요맹 무리는 심협을 노려봤는데, 특히 자 선생의 험악한 표정을 봐서는 아무래도 그를 갈기갈기 찢어 죽이지 못해 한이 맺힌 것 같았다.

    “심협, 다시 만났구나!”

    금전의 차가운 목소리에도 심협은 그를 힐끗 보기만 했을 뿐,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심협을 노려보는 백천의 눈빛에도 분노가 가득했지만, 원조와 미소, 손오공, 문수, 보현 등 하나같이 기운이 강력한 자들이라 쉬이 달려들지 못했다.

    “호호, 심 도우, 손 도우 그리고 서천 영산의 세 명의 보살님. 우리보다 먼저 이곳에 왔을 줄은 몰랐군요. 아무래도 이곳의 신마의 우물은 이미 당신을 손에 넘어간 모양이죠?”

    미소가 모두를 둘러보며 가볍게 웃었다.

    만요맹 무리와 네 명의 태을 마족은 그 말을 듣고는 더욱 험상궂은 표정으로 심협 등을 노려봤다.

    한편, 심협은 눈빛이 조금 흔들렸다. 아무래도 모두가 신마의 우물에 대해 알고 있는 데다, 이곳에 온 목표도 이와 관련이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아미타불. 호조 도우, 그 말은 틀렸습니다. 우리도 방금 도착했는데 북명곤 그 괴수가 이곳에서 우리의 길을 막았습니다. 북명곤은 방금 환골탈태를 마치고 천존 경지가 되어 한발 앞서 신마의 우물 입구로 갔으니, 아마도 그놈의 손에 넘어갔을 겁니다.”

    보현 보살이 불호를 읊고는 서둘러 오해를 불식시켰다.

    만요맹 무리와 미소 등은 북명곤이 이미 천존 경지에 들어섰다는 말을 듣고는 눈빛이 흔들렸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신마의 우물을 빼앗는 것은 각자의 능력에 맡겨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가죠.”

    문수 보살이 차갑게 비웃고는 가장 앞서 흑백 소용돌이로 날아갔다.

    보현과 손오공, 소백룡이 뒤를 따랐다.

    심협은 그전에 만요맹과 원조 등을 힐끗 돌아보았다.

    이들이 소용돌이로 들어가는 것을 본 만요맹과 원조, 미소도 더는 머뭇거리지 않고 일제히 소용돌이로 뛰어들었다.

    * * *

    동해지연 상공의 해역. 세 개의 둔광이 날아와 바다 위로 내려왔다.

    광망이 사라지면서 세 사람의 모습이 나타났는데, 바로 여아촌의 손 파파와 유비연, 유비서 자매였다.

    “파파, 여기서 엄청난 규모의 전투가 벌어졌었나 봐요.”

    유비연이 바다에 떠 있는 수많은 배의 파편과 아직 사라지지 않은 피비린내를 맡으며 눈살을 찌푸렸다.

    “깃발이나 파편을 봐서는 만요맹 같구나.”

    손 파파가 생각에 잠기며 답했다.

    “파파의 추측대로 만요맹 놈들이 정말로 동해지연을 노리고 있는 듯하니 당분간은 우리 여아촌을 습격하지 않겠죠?”

    “그래, 보아하니 상당한 손해를 입은 것 같구나.”

    유비연의 분석에 손 파파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심 도우와 만요맹 사이에 충돌이 일어났을까요? 그들도 북명거린을 가지고 같으니 이리로 왔을 텐데요.”

    “이번에 동해지연의 이상에 이끌려온 게 한두 무리가 아닌 것 같으니 지금은 뭐라 답하기가 어렵구나. 허나 사람이 많을수록 우리에게는 좋다. 우리는 보물이 아니라 백(白) 조사님을 구해야 하니 말이다.”

    말을 마친 그녀들도 물 아래로 들어갔다.

    * * *

    어느 미지의 허공. 공간에 물결이 일더니 은빛 광망이 허공에 나타났고, 거기서 모습을 드러낸 누군가가 땅으로 내려왔다. 바로 심협이었다.

    그는 경계하며 주위를 둘러봤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심지어 살아 있는 생물의 기운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손오공 일행은 어디로 전송되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주위를 둘러보던 그는 수백 장 떨어진 곳에 우뚝 선 거대한 검은색 절벽을 바라보았다. 마치 웅장한 성벽처럼 길게 이어져서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절벽의 중간, 천 장 정도 떨어진 곳에 갈라진 틈이 있었는데, 끝이 보이지 않은 거대한 협곡이었다.

    심협은 잠시 생각한 후 그 협곡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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