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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1101화 (1,101/1,214)
  • 1101화. 합심

    북명곤이 날개를 펼치자 온몸의 뼈에서 은빛이 번득이더니 곧장 체내로 들어갔다.

    회색 공간 안. 검은색 소용돌이를 뿌리칠 수 없음을 깨달은 손오공은 전력을 다해 산하사직도의 방어를 발동하여 공격을 막아냈다. 다만 그는 산하사직도를 완전히 발동할 수 없었기에 법력은 심협보다 더 심오한데도 불구하고 점점 버티기 어려워졌다.

    그때, 허공이 갑자기 밝아지더니 수많은 은색 광망이 스며들어왔다.

    “공간의 힘!”

    손오공은 이 은빛을 보고는 표정이 돌변하더니 금고봉을 쥐고 곧장 발천난봉을 시전했다.

    빼곡한 금색 곤봉 허상이 나타나 산과 바다를 뒤집어엎을 기세로 허공에 나타난 은빛을 공격했다.

    소백룡도 다시 뇌랑천운 신통을 시전했고, 세 마리 뇌룡이 허공의 은빛을 향해 돌진했다.

    콰쾅! 쾅!

    굉음이 연달아 울려 퍼졌다.

    은빛은 두 사람의 공격에 절반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남은 공간의 힘이 도망쳐 검은색 소용돌이로 들어갔다.

    칠흑 같았던 소용돌이가 빠르게 검은색과 은색으로 변하더니 더 강력한 공간의 힘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위력이 한층 강해진 소용돌이 법칙이 주위의 회색 공간을 완전히 잘라내면서 생겨난 칠흑의 공간 균열이 산하사직도를 향해 휘몰아쳤다.

    손오공과 소백룡이 이를 악물고 전력을 다해 맞서려는 순간, 손이 하나 불쑥 튀어나와 산하사직도를 쥐었다. 바로 심협이었다.

    산하사직도의 은빛이 갑자기 강해지면서 세 사람과 훼멸명왕 등을 안으로 넣고는 곧장 은빛으로 변하여 날아갔고, 검은색 소용돌이는 허공을 때렸다.

    “두 분께 폐를 끼쳤습니다.”

    산하사직도 안, 심협이 미안한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할 것도 많구나. 그나저나 이 공간의 비밀을 찾아냈나?”

    손오공이 물었다.

    “알아내긴 했습니다. 북명곤이 이곳의 공간의 힘을 조종하고 있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이 공간 안에 고명한 금제 법진이 숨겨져 있어서 이곳의 공간의 힘이 이토록 강력한 것입니다.”

    심협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고명한 금제?”

    “회색 공간에 숨겨져 있어서 신식과 영목으로도 찾아내기 어렵습니다. 제가 방향을 지목할 테니 대성께서 제 신호에 맞춰 전력으로 공격해 주십시오. 그 금제 법진만 부수면 이곳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겁니다.”

    “알겠다.”

    손오공은 호탕한 성격이라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열 도우도 제 신호에 맞춰 함께 움직여 주시겠습니까?”

    심협이 묻자 소백룡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부탁드립니다.”

    심협이 결인하자 세 사람은 산하사직도에서 튀어나왔다.

    이전보다 3할이나 강해진 은과 흑 두 가지 색의 소용돌이가 바로 달려들었고, 수많은 공간의 균열이 세 사람을 공격해왔다.

    심협은 굳은 눈으로 입에서 정혈을 뱉어내 산하사직도에 넣었다.

    산하사직도의 은빛이 용솟음치더니 촤라락 펼쳐지면서 백 장 크기의 하얀 그림이 되어 세 사람의 앞을 막았다.

    펑! 펑! 펑!

    연이은 굉음이 울려 퍼졌고, 산하사직도가 크게 떨렸다. 그러나 천도의 지보답게 잘 버텨냈다.

    이에 심협은 안도하며 결인하여 손을 휘둘렀다.

    두 줄기 금빛이 손에서 쏜살같이 날아가 비교적 먼 두 곳에 꽂혔다. 마치 못이 허공에 박히는 것 같았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금빛 안에 검은색의 가느다란 실이 두 가닥 있었다. 이는 혼돈흑련의 뿌리였다.

    심협이 손을 펼쳐 빠르게 찍고 누르고 걸고 밀자 검은색 뿌리에서 가느다란 정사가 튀어나와 주위의 허공을 찔렀다.

    두 군데의 허공이 웅웅 떨리면서 수많은 은색 진문이 드러났다. 마치 흑련의 뿌리에 단단히 잡힌 듯한 모습이었다.

    손오공과 소백룡은 전광처럼 변하여 단숨에 금빛이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손오공의 금고봉에서 금빛이 크게 번득였고, 힘의 법칙이 그 위에 얽혔다. 그가 다시 한번 당두일봉(當頭一棒) 신통을 시전하자 커다란 칼이 허공의 은색 진문을 내려치는 것 같았다.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진문들이 찢겨 나가자 견고했던 허공에 한 줄기 균열이 생겼다.

    하지만 이 공간의 균열 깊은 곳에서 은빛이 반짝이더니 빼곡한 은색 진문이 가느다란 실처럼 쏟아져 나와 갈라진 공간 균열을 곧장 봉합하려 했다.

    “어딜!”

    심협이 차갑게 웃고는 양손을 휘둘렀다.

    금과 흑의 빛이 번개처럼 날아가 두 공간 균열을 찔러 파고들었다. 현황일기곤과 뇌신추였다.

    훼멸명왕이 날아가 뇌신추를 쥐고 커다란 검은색 뇌전을 뿜어내자 천겁 같은 훼멸의 기운이 폭발하여 주위의 은색 진문을 전부 찢어버렸다.

    명왕의 다른 손에 있던 열일전부도 불꽃을 뿜어내자 수백 장 크기의 붉은색 태양처럼 변했다.

    이와 동시에 훼멸명왕의 가슴에서 철컥 하는 소리에 이어 1척 크기의 구멍이 생겨나더니 흑과 백의 빛이 뿜어져 나와 각각 뇌신추와 열일전부를 휘감았다.

    두 광망이 빠르게 회전하면서 흑백의 태극도안을 이루더니 검은색 뇌전과 붉은색 태양이 서로 엉켰다. 그러자 일견 추 같으면서도 도끼 같은 기이한 칼날로 변했다.

    훼멸명왕이 팔을 휘두르자 기이한 칼날이 공간의 균열을 내리쳤다.

    찌익!

    무언가 찢어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공간 균열이 10여 장에 이를 정도로 커졌다.

    심협의 몸에서 뇌광이 번쩍이더니 순식간에 현황일기곤에 옆에 나타났고, 그가 손을 뻗어 곤봉을 잡았다.

    뒤이어 그가 현양화마 신통을 운공하자 온몸에서 금과 흑의 광망이 강하게 번득이면서 몸이 빠르게 커져 눈 깜짝할 사이에 변신을 마쳤다.

    금빛을 맹렬히 뿜어내는 현황일기곤으로 발천난봉을 시전하자 수많은 금색 허상이 나타났는데, 마치 선녀가 꽃을 뿌리듯 온갖 곤법이 펼쳐졌다.

    심협의 눈이 커졌다. 발천난봉의 곤법과 손오공의 가르침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면서 깨달음이 있었다.

    은은한 법칙의 파동이 심협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지만, 바람 앞의 등불처럼 불안정했다. 언제든 사라질 수도 오히려 강해질 수도 있었다.

    “벌써 힘의 법칙을 감지하다니, 제법이구나.”

    다가와 도와주려던 손오공은 심협이 법칙의 힘을 뿜어내는 것을 감지하고는 히죽 웃었다.

    그는 몸에서 금빛을 반짝이고는 순식간에 심협의 옆에 나타나 손가락을 구부려 미간을 가리켰다.

    힘의 법칙 파동이 그의 손끝에서 흘러나와 심협의 미간으로 들어갔다.

    그 순간, 심협의 힘의 법칙이 단숨에 안정되더니 곧장 빠르게 팽창하여 순식간에 열 배나 커졌다.

    눈을 뜬 심협은 손오공에게 감사를 표하고는 현황일기곤을 쥔 팔을 움직였다.

    모든 곤봉의 허상이 하나가 되어 하늘을 받치는 거대한 곤봉이 되었다.

    심협은 방금 깨달은 힘의 법칙을 운공하여 거대한 곤봉에 주입했다.

    그렇지 않아도 강력했던 거대한 곤봉의 위능이 폭증하면서 갑자기 천지를 파멸할 법한 기운을 뿜어냈다.

    주위의 허공이 곤봉 허상의 위압감을 버티지 못할 것처럼 크게 떨려왔다.

    이를 본 심협이 기뻐하며 거대한 곤봉 허상을 크게 휘둘렀다.

    찌익!

    찢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본래 매우 견고했던 공간이 갑자기 기이할 정도로 약해지면서 공간 균열이 백 배나 길어졌고, 훼멸명왕이 벌려 놓은 공간 균열과 닿자 마치 하늘을 찢어놓은 듯 커졌다.

    모든 것은 몇 호흡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은과 흑의 소용돌이는 여전히 산하사직도에 막혀 있어서 한 걸음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거대한 공간 균열이 생겨나면서 회색 공간이 격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고, 하얀 빛이 공간 균열 가장 안쪽에서 나타났다. 그 틈으로 외부의 기운이 조금씩 느껴졌다.

    심협이 기뻐하며 결인하자 산하사직도에서 눈부신 은빛이 날아와 손오공과 소백룡, 훼멸명왕을 감쌌다.

    이들이 전부 산하사직도 안으로 사라지자 심협도 뇌광이 되어 그림 안으로 들어갔다.

    그 순간, 은과 흑의 소용돌이에서 광망이 크게 번득이더니 수많은  광망이 산하사직도를 덮쳐왔다.

    하지만 산하사직도가 한발 빨리 움직여 은빛의 방패로 이 광망들을 막아냈다.

    이렇게 생겨난 잠깐의 틈에 산하사직도는 빠르게 은빛으로 변하여 공간 균열로 들어갔다.

    은과 흑의 소용돌이 안에서 사람의 목소리 같은 절규가 흘러나왔다.

    바깥의 흑백 소용돌이 상공. 북명곤의 기운이 빠르게 흐트러지면서 크게 쇠약해졌고, 정광을 사방으로 뿜어내던 해골도 크게 어두워졌다.

    굳어졌던 주위의 공간도 원래대로 돌아왔다.

    문수와 보현, 두 보살은 이 틈에 빠져나와 유리불주를 거두지 않고 멀리까지 날아갔다.

    “어떻게 된 걸까? 북명곤이 중상을 입은 것 같은데…… 설마 근처에 다른 수사가 잠복해 있다가 중상을 입힌 걸까?”

    문수 보살이 전음으로 보현에게 물었다.

    “그건 아닌 듯하네. 북명곤이 방금 사용한 공간 신통은 주위의 허공의 힘을 봉인할 정도였어. 제아무리 강력한 수사라 해도 이렇게 소리 없이 접근하기는 힘들 걸세. 내 보기에 북명곤에게 중상을 입힌 것은 아까 손오공 무리인 듯하군.”

    “손오공! 천부적 자질이 뛰어난 데다가 우리 영산의 비법까지 오랫동안 수련했으니 그럴 만도 하지.”

    “영명 돌 원숭이에 또 방촌산과 우리 서천 영산의 양대 전승을 이어서 잠재력은 우리보다 훨씬 앞서니, 천존 경지에 들어서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겠지. 그렇다고는 해도 북명곤의 체내 공간에서 중상을 입히다니, 이건 예상 밖이야. 공간 혈맥의 힘이 있는 북명곤에게 잡아먹히면 천존의 존재라도 어찌할 수가 없거늘.”

    보현의 설명에 문수 보살은 깜짝 놀랐다. 그와 보현은 경지가 비슷하지만, 보현 보살이 깨달음을 얻은 나날이 자신보다 한참 오랜 터라 훨씬 많은 비밀을 알고 있었다. 그런 보현의 말이 거짓일 리가 없는데, 손오공이 북명곤의 체내에서 중상을 입혔다니, 그의 실력을 다시 가늠해야 했다.

    그는 소백룡과 심협에게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두 사람은 이제 막 태을경에 들어선 존재일 뿐이니 강해봐야 얼마나 강하겠는가.

    “그렇다면 그들도 곧 빠져나오겠지?”

    “중상을 입힐 정도의 능력이 있다면 당연히 그렇겠지.”

    이들이 막 대화를 이어가려 하는데, 머리 위에서 갑자기 은빛이 강하게 번득이더니 산하사직도가 나타났다. 뒤이어 심협과 손오공, 소백룡이 그림에서 빠져나왔다.

    그 순간, 북명곤이 갑자기 머리를 들고 분노가 가득한 눈빛으로 이들을 노려보고는 두 뼈 날개를 활짝 펼쳤다. 뒤이어 수많은 은빛을 뿜어내 몸을 감싸더니 허공으로 숨어들어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 광경을 본 심협은 눈을 치켜떴다.

    그는 방금 힘의 법칙을 깨달았지만, 회색 공간에서는 시전하기는 어려웠다. 한데 이제 빠져나왔으니 북명곤과 한판 제대로 붙어보나 싶었는데, 예상 외로 이 짐승이 도망을 간 것이다.

    “투전승불, 광력 보살. 무사했군요. 다행입니다.”

    허공에서 빛이 반짝이더니 문수 보살과 보현 보살이 나타났다.

    손오공이 두 사람의 인사에 답하려는 순간이었다.

    꽈르릉!

    멀지 않은 허공에서 갑자기 천둥소리가 울리더니 공간이 격렬하게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지?”

    심협은 흠칫 놀라 곧바로 신식을 펼쳐 살폈다.

    회색 공간에서의 경험으로 혼돈흑련을 더욱 중시하게 된 그는 신식을 펼치는 동시에 이 흑련도 발동했다.

    “이런, 어서 빠져나가야 합니다!”

    그는 이내 급변하며 외쳤고, 말이 끝나기 무섭게 양발에서 뇌광을 번쩍이며 자색 뇌광이 되어 단숨에 저 멀리 날아갔다.

    다른 이들은 심협의 경고를 들었지만,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손오공과 소백룡은 곧장 멀리 달아났지만, 문수와 보현은 주위 허공의 이변에 당황하면서도 심협의 말을 따르지 않은 것이다.

    이때, 허공의 떨림이 갑자기 몇 배나 강해지면서 공간 통로가 하나둘 나타나 순식간에 30여 개에 이르더니 마치 수십 마리 광룡이 춤을 추는 것처럼 그들을 덮쳐왔다.

    뇌광으로 변한 심협은 순식간에 수백 장을 물러났기에 문제없이 피할 수 있었다. 손오공과 소백룡도 약간의 낭패를 보는 데 그쳤다.

    반면 문수와 보현, 두 보살은 공간의 통로에 포위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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