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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1099화 (1,099/1,214)
  • 1099화. 소용돌이

    소백룡의 용창도 다시 강하게 흔들리자 수많은 창의 허상이 유성처럼 날아가 검은 그림자를 공격했다.

    심협이 눈을 번득였고, 두 발에서 뿜어져 나온 수많은 보라색 뇌광이 그의 몸을 뒤덮었다.

    천둥 같은 요란한 소리와 함께 그의 몸이 사라지더니 갑자기 검은 그림자 상공에 나타나 전력으로 두 팔의 풍뢰 영문을 발동했다.

    뿜어져 나온 수많은 금뢰가 그의 손에 모여들자 두 개의 거대한 금색 뇌구가 되었다. 바로 장심뢰 신통이었다.

    거대한 금색 뇌구에서 뿜어져 나온 파멸의 기운에 주위의 허공마저 떨려와 수많은 파문이 일어났다. 이어서 심협이 양팔을 강하게 내리치자 이 기운은 검은 그림자의 등을 향해 떨어졌다.

    검은 그림자의 두 날개에서 뿜어져 나온 강한 은빛에 심협 등은 시야가 흐려졌고, 그사이 거대한 몸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세 사람의 공격은 허탕으로 돌아가고야 말았다.

    심협 등은 깜짝 놀라 검은 그림자가 어디로 갔는지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 순간, 세 사람의 머리 위가 바로 어두워지면서 거대한 검은 물체가 나타나더니 작은 산만 한 하얀색 두개골이 튀어나왔다.

    보이지 않는 강력한 흡입력이 세 사람을 휘감았고, 주위의 허공에 파문이 일었다.

    세 사람은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두개골의 입으로 빨려 들어갔다.

    문수와 보현, 두 보살은 멀리서 이 광경을 보고는 당황했다.

    손오공의 실력은 두 사람과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았고 소백룡도 이미 태을 뇌겁을 겪고 태을 경지에 도달한 자였다. 그리고 심협은 최근에 삼계에 명성이 자자하여 진선기일 때도 호조 같은 태을 절정의 존재를 대적할 정도였는데 지금은 태을기에 도달했으니, 그 강력함은 짐작하기 힘들었다.

    한데 그 대단한 인물들을 한입에 삼키다니, 저 요물은 대체 뭐란 말인가?

    “얼른 투전승불과 광력 보살을 구해야 하오!”

    보현 보살이 낮게 외치고는 금빛 찬란한 불의(佛衣) 가사를 소환하여 검은 그림자를 향해 돌진하려 했다.

    “잠깐! 손오공은 돌 원숭이고 이전에 선도(仙桃) 선단의 힘을 먹어서 금강불괴의 몸이오. 오열도 보통이 아니니 쉽게 죽지 않겠지.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신마의 우물 입구로 들어가 저 우물의 귀속권을 빼앗는 것이오.”

    몸이 어느 정도 회복된 문수 보살이 보현 보살을 말리며 말했다.

    “음, 그대 말이 옳소.”

    보현 보살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금색 가사를 거뒀다.

    문수 보살이 입에서 유리불주(佛珠)를 뱉고는 결인했다.

    불주에서 뿜어져 나온 두 줄기 투명한 광망이 두 사람을 뒤덮었다.

    유리불주가 순식간에 투명해지면서 문수, 보현 두 보살의 몸과 모든 기운이 사라지더니 반대쪽으로 돌아서 몰래 소용돌이로 다가갔다.

    검은 그림자의 하얀색 두개골이 뭔가를 감지하고는 고개를 두 보살이 있던 곳으로 돌렸지만, 그곳에는 이미 아무도 없었다.

    “크아아!”

    하얀 두개골에서 성난 포효가 울렸고, 뼈 날개에서 대량의 은빛이 쏟아져 나왔다.

    주위의 허공이 그 빛에 비치자 얼어붙은 것처럼 순식간에 굳어졌고, 두 보살은 갑자기 허공에 봉인되어 움직일 수 없게 됐다.

    다행히 두 사람 머리 위 유리불주의 보이지 않은 영광은 봉인이 되지 않아 두 사람의 모습까지는 드러나지 않았다.

    이어서 검은 그림자 안의 괴수가 낮게 울부짖자 몸 주위의 검은 그림자가 사라지면서 본체가 드러났다. 그것은 매우 거대한 하얀색 골수(骨獸)였다. 외형은 거대한 물고기 같았는데, 몸 양쪽에 뼈 날개가 자라 있었고, 몸 아래에는 두 개의 거대한 손톱이 달려있는 것이 거대한 새 같기도 했다.

    이 물고기 같기도, 새 같기도 한 골수는 문수와 보현을 찾지 않고 입을 벌려 은색 소용돌이를 빨아들였다. 또다시 방대한 흡입력이 뿜어져 나왔다.

    콰쾅!

    은색 소용돌이 안에 솟아 있던 매우 거대한 원기의 기둥이 일제히 괴수의 입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 안에는 천지영기와 마기가 담겨 있었는데, 모두 더없이 순수했다.

    하얀 뼈 괴수는 이를 전부 빨아들였는데도 멀쩡했고, 오히려 온몸의 새하얀 골격에서 하얀 정광이 쉬지 않고 번득였다. 마치 몸을 담금질하는 것 같았다.

    괴수의 골격은 색이 점점 영롱해져 신비로운 느낌마저 풍겼다.

    한편, 심협과 손오공, 소백룡은 괴수의 입에 삼켜진 이후로 눈앞이 밝아지면서 시야가 돌아왔는데, 주위는 이미 어두운 공간이었다.

    이곳은 혼잡한 원기가 가득했다. 천지영기와 마기, 음기 그리고 다른 각종 원기로 가득 들어찼고, 불규칙적으로 뒤섞여 있었다.

    이렇게 혼잡한 원기는 맹독과 다름이 없어서 수련 경지가 낮은 사람은 이런 환경에 떨어지면 순식간에 온몸의 뼈가 녹아내려 핏물이 될 터였다.

    다행히 세 사람은 모두 태을기에 유리무구한 몸이 되었기에, 견디기는 힘들어도 참을 만은 했다.

    “여기가 어디지? 그 괴수의 뱃속으로 들어온 건가?”

    소백룡이 주위을 둘러보며 말했다.

    “뱃속이라기보다는 그 골수의 체내 공간이라고 보는 게 나을 게다.”

    손오공이 두 눈에서 금빛을 번득이며 주위를 둘러보고는 천천히 말했다.

    “체내 공간?”

    소백룡이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방금 우리가 본 그 거대한 골수 말이다. 내 추측이 틀리지 않다면 그게 바로 북명곤일 게다. 이런 흡수 신통을 가진 데다 체내에 공간이 있고 흡수한 원기를 연화할 수 있는 괴수가 또 있지는 않을 테니까. 우리는 지금 그것의 체내 공간에 있는 것이다.”

    손오공의 설명에 심협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골수가 북명곤이라니요? 문수 보살이 북명곤은 환골탈태 중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왜 그런 골수로 변한 걸까요?”

    소백룡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바로 다시 물었다.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북명곤이라는 이수의 특징이겠지.”

    “화령자, 뭐 좀 아는 거 없어?”

    이를 본 심협이 전음으로 화령자에게 물었다.

    “나도 모른다. 다만, 내 생각에는 북명곤의 환골탈태는 혈육과 뼈가 분리되는 것으로, 혈육의 원기는 그 알들로 바뀌어 곳곳으로 흩어지는 것 같다. 골수는 바깥의 저것처럼 돼서 신마의 우물 입구에 보관된 것이겠지. 아마도 신마의 우물을 이용하여 골수를 담금질할 생각일 게다. 요족은 대부분 골수를 담금질하는 신통이 있거든.”

    화령자의 말에 일리가 있었기에, 심협은 그 말을 손오공과 소백룡에게 전하려 했다.

    한데 그때, 갑자기 앞에서 굉음이 들려오더니 세 사람 주위의 혼잡한 원기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지?”

    소백룡이 눈살을 찌푸렸다.

    심협이 신식을 펼쳐서 살펴보려 했지만, 회색 공간 안에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기이한 음한의 힘이 가득하여 신식이 몸에서 조금 멀어지자 저절로 분해되어 흩어지기 시작했다.

    심협은 서둘러 신식을 거두고 유명귀안을 운공하여 바라봤다.

    전방의 원기가 심하게 맴돌면서 갑자기 우르릉 소리가 울리더니 거대하기 그지없는 원기 소용돌이가 나타나 산과 바다를 뒤덮을 기세로 몰려왔다. 어찌나 빠른지 단숨에 세 사람을 뒤덮었다.

    원기 소용돌이의 힘이 너무도 강력해서 경지가 높은 세 사람도 광풍에 휘말린 나뭇잎처럼 휩쓸려 날아갔다.

    심협은 서둘러 전력으로 공법을 운공해 온몸에서 금빛을 뿜어내면서 몸을 가누려 했다.

    그러나 음한의 기운이 소용돌이 안에서 뿜어져 나와 심협의 몸에 스며들었다. 방금 그의 신식을 분해했던 그 기이한 힘이었다. 다만 아까보다 열 배는 강력해서 심협의 법력은 그 힘과 충돌하자마자 바로 흩어졌다. 몸의 금빛 또한 빠르게 어두워졌다.

    손오공과 소백룡의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체내의 법력이 빠르게 사라져 거대한 소용돌이에 완전히 휩쓸릴 위기였다.

    심협이 낮게 외치며 손을 휘두르자 하얀 그림이 펼쳐지며 열 배로 커져 세 사람을 뒤덮었다. 그러자 밖의 모든 원기가 전부 차단되었다. 그림은 바로 산하사직도였다.

    만 줄의 은빛이 산하사직도에서 뿜어져 나와 애초에 그곳과 한 공간이었던 것처럼 녹아들었다.

    거대한 소용돌이가 뒤덮고 빠르게 회전했지만, 산하사직도에는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해서 심협 등은 다행히 몸을 가눌 수 있었다.

    “제때 산하사직도를 꺼내서 살았네. 저 소용돌이에 완전히 휩쓸렸으면 결과가 꽤나 끔찍했을 거야.”

    손오공이 안도하며 말했다.

    “한데 여기서 어떻게 빠져나가죠?”

    심협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손오공의 여의금고봉이 금빛을 강하게 뿜어내며 허공을 내리쳤다. 그러자 믿을 수 없을 정도의 강력한 힘이 주위의 허공으로 뻗어 나갔다. 다만 허공은 잠깐 흔들렸을 뿐, 바로 안정을 되찾았다.

    “짜증 날 정도로 단단한 공간이군!”

    손오공은 내심 놀라면서 투덜거렸다. 자신의 경지와 금고봉의 위력이라면 허공을 부수는 것은 간단할 줄 알았는데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하니 짜증이 치솟았다.

    반면 심협은 전혀 놀라지 않은 듯 담담한 표정이었다. 방금 그는 어둠 속에서 축지척으로 공간에서 벗어나려고 시도해봤다. 그러나 주위 공간의 힘이 너무나 견고해서 축지척의 힘으로도 벗어날 수가 없었다.

    심협은 눈살을 잔뜩 찌푸렸지만, 별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다른 방법이 없으니 우선 이곳을 살펴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어쩌면 수확이 있을지도 모르지요. 심 도우, 산하사직도를 제어하여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겠소?”

    “아마 가능할 겁니다. 한번 해보겠습니다.”

    소백룡의 제안에 심협은 산하사직도를 발동했다.

    본래 수십 장에 이르렀던 그림이 서서히 몇 장 크기로 줄어들더니 은빛 파동을 일으키며 앞으로 날아갔다.

    “되는군요. 이대로 소용돌이 중심으로 가보겠습니다.”

    심협은 쾌재를 부르며 산하사직도를 제어하여 앞으로 날아갔다.

    산하사직도는 천지조화를 일으킬 정도의 이보였기에 이 거대한 소용돌이 안에서도 조금도 느려지지 않았고, 마치 은백색 물고기가 파도를 뚫고 헤엄치는 것처럼 금세 거대한 소용돌이 중심 근처에 도착했다.

    이전보다 몇 배나 강력한 소용돌이의 찢는 힘에 본래 혼잡했던 천지의 원기는 완전히 깨져서 영력과 마기가 전혀 구별되지 않았다.

    ‘그런 거였나? 북명곤은 이런 방식으로 서로 다른 원기를 연화한 것이군.’

    심협이 고개를 끄덕이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이곳의 강력한 찢는 힘이 빛마저 흡수했는지 주위는 매우 어두웠고, 심협의 안력으로도 10여 장 너머는 볼 수 없었다.

    말려 있던 산하사직도도 약하게 떨렸지만, 아직은 버틸 만해 보였다.

    “대성의 안력이라면 저 앞의 상황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더 나아갔다가는 산하사직도도 못 버틸 겁니다.”

    심협이 산하사직도를 멈추고는 손오공을 바라봤다.

    손오공은 두 눈에 금빛을 밝히며 전방을 살폈다.

    그때, 펑 하는 굉음이 들려오더니 검은색 물체가 주위의 소용돌이 안에서 날아와 산하사직도를 공격했다. 그 모습은 마치 어떤 광석 같았다.

    심협은 바로 결인했다. 그러자 은빛이 검은색 광석을 휘감고는 안으로 잡아당겼다.

    심협이 손을 들어 움켜잡았는데, 팔에 묵직한 힘이 전해져 서둘러 힘을 더한 후에야 간신히 잡을 수 있었다.

    이 물체는 타원형이고, 전체가 검은색이었으며, 차가운 느낌이 물씬 풍기는 게 일종의 광석이 분명했다.

    “이게 뭐지?”

    손오공은 전방을 보고 소백룡이 다가오며 물었다.

    심협도 정체는 알지 못했지만, 허공마저 찢어발기는 힘에도 버틴 것을 보면 평범한 물건은 아닐 터였다.

    심협은 신식을 운공하여 검은색 광석 내부를 살펴보려 했지만, 신식은 깊이 들어가지 못했다. 이 광석에는 신식의 탐색을 막는 효과가 있는 듯했다.

    “내가 좀 보겠다.”

    호기심으로 가득한 화령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심협은 망설이지 않고 검은색 광물을 소요경 안으로 넣었다.

    화령자는 강석을 자세히 살펴보더니 놀란 목소리로 외쳤다.

    “역시 예상대로야! 이걸 여기서 보다니, 놀랍군!”

    “이 광석을 알아?”

    심협이 전음으로 물었다.

    “이건 광석이 아니라 철리과(鐵犁果)라는 것이다. 상고 시기의 영과로, 강력한 금속성 영력을 담고 있지. 연기하거나 금속성 단약을 만들면 효과적이다. 다만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지.”

    화령자가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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