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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1094화 (1,094/1,214)
  • 1094화. 끝을 보자!

    심협은 화마를 완성하여 한 손으로 명홍도를 꽉 쥐고는 치우 마기를 도신에 주입했다. 그러자 본래 초록빛이었던 도의 날이 점점 검게 물들었고, 가늘게 떨리기 시작했다.

    “꺼져!”

    심협이 짧게 외치며 도를 비스듬히 베어 올리자 검푸른 광망이 초승달처럼 하늘 높이 솟구쳤다.

    이와 동시에 남은 손을 휘두르자 검은색 커다란 깃발이 촤르륵 펼쳐지면서 혈백원번을 대신하여 매우 짙은 수령의 기를 뿜어냈다.

    깃발에서 공공의 허상이 떠오르자 주위의 물 소용돌이의 압박이 갑자기 절반으로 감소했다.

    심협은 기뻐하며 미친 듯이 무명공법을 운공하여 체내의 법력을 도천신살대진기에 주입했다. 그러자 깃발의 영광이 갑자기 폭증했다.

    법칙의 기운이 담긴 수령의 기가 솟구치자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주위의 물 소용돌이가 폭발하여 사라졌고, 무량이라는 검은색 발우도 그 힘에 튕겨 날아갔다.

    머리 위, 두 개의 도광이 서로 충돌하면서 격렬한 폭음이 울려 퍼졌고, 결국 심협의 도광이 버티지 못하고 폭발하여 흩어졌다.

    노수가 곧장 아래로 떨어지며 단칼에 죽일 기세로 도를 심협의 머리 위까지 떨어트렸다.

    그러나 도의 날이 떨어지는 순간, 심협의 소매에서 초록빛이 반짝이더니 도망에서 순식간에 빠져나갔다. 물 소용돌이의 속박이 사라지자 축지척을 다시 발동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심협은 몸을 피하는 동시에 모든 법보를 거뒀다. 이제 더는 버티지 못할 것 같으니 도망칠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의 모습이 나타나는 순간, 발밑에서 하얀 빛이 번득이더니 수많은 가느다란 광사가 작은 뱀들처럼 그의 발목을 휘감았다.

    깜짝 놀란 심협이 서둘러 법력과 마기를 동시에 운공하자 몸에서 동시에 금, 흑 두 가지 광망이 떠올랐고, 방대한 힘이 퍼져 나가 모든 광사를 흩어버렸다.

    그가 바라보니 백천이 들고 있는 지팡이에서 가느다란 하얀 빛이 땅속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만요맹은 머릿수로 밀어붙이는 모리배들이었군.”

    심협이 비아냥거렸다.

    “흥! 쥐새끼처럼 몰래 기습한 주제에 입만 살았구나!”

    자 선생이 화를 내며 맞받아쳤다.

    “그래, 그러니까 비긴 셈 치고, 나중에 또 보자고.”

    심협은 한 방 먹었다는 표정으로 계면쩍게 웃고는 도망치려 했다.

    “도망갈 생각 마라!”

    자 선생이 다급히 외치며 손을 휘두르자 검은색 부적이 곧장 심협을 쫓아갔다.

    모든 부적은 심협에게 접근하자마자 일제히 타오르면서 회색 재를 뿜어냈다. 이 재가 소리 없이 허공으로 흩어지자 심협은 몸이 무거워졌다. 마치 시간조차 멈춘 듯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곧장 서른 자루의 순양비검이 나타나 주위를 빠르게 날아다니면서 수많은 검망을 쏘아 보내자 허공이 순식간에 유리처럼 갈라졌고,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도 사라졌다.

    그때, 심협의 눈에 저 멀리 청청과 용아가 보였는데, 그는 곧장 소매에서 바로 은빛을 발사했다.

    은빛에서 산하(山河) 두루마리 그림이 빠르게 펼쳐지더니 두 사람을 휘감았다.

    “산하사직도!”

    이를 본 모든 사람이 깜짝 놀랐다.

    청청과 용아는 이 많은 태을 수사를 앞에 두고 심협이 자신들에게 손을 쓸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기에 막을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때, 그림자 하나가 귀신처럼 날아가 두 사람 앞에 나타났다. 기다란 옷이 땅에 끌리는 마른 남자, 토훈축이었다.

    그의 머리 위에 떠 있는 붉은색 구슬에서 혈망이 번득이더니 진문 같은 그림이 새겨진 붉은색 광막이 펼쳐져 산하사직도를 막아냈다.

    그 무렵, 심협의 양옆에서 다시 거대한 영압이 압박해왔다. 노수가 다시 다가오더니 마도를 휘두르며 예망을 뿜어냈고, 마가는 검은색 발우에서 바다와 같은 웅장한 힘을 뿜어냈다.

    두 사람은 처음 손오공을 공격했을 때처럼 완벽한 합을 이루었다. 그 힘은 비록 셋이 합세한 공격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심협을 놀라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끝을 보자!”

    심협이 이를 갈며 외치자 서른 자루의 순양비검이 한곳으로 모여들어 합쳐져 거대한 검이 되었다.

    그의 오른손에서 마기가 강하게 방출되며 치우지박을 시전하자 검은색 마조가 생겨나 거대한 검을 쥐고 휘둘렀다.

    이와 동시에 번천인도 광망을 뿜어내며 그의 왼손 소매에서 나와 붉은색 구슬이 만든 광망을 강하게 내리쳤다.

    쾅! 쾅!

    두 번의 굉음이 차례대로 울려 퍼졌다!

    거대한 검이 강력한 충격에 다시 서른 자루의 순양비검으로 흩어지자 심협도 큰 충격을 받은 듯 입가에 피가 흘렀다. 대신 검은색 도광은 완전히 부서졌고, 검은색 발우도 뒤로 날아갔다.

    번천인 또한 붉은색 광막을 강제로 부숴버렸다.

    산하사직도에서 은빛이 뿜어져 나와 청청과 용아, 두 사람과 번천인을 휘감더니 곧장 철수하려 했다.

    하지만 토혼축의 소매가 펼쳐져 청청의 허리를 휘감았다.

    더는 지체할 수 없었던 심협은 어쩔 수 없이 청청은 내버려둔 채 손을 휘둘러 산하사직도를 거두고는 축지척을 발동했다. 다음 순간, 초록빛과 함께 그는 손오공이 연 공간 통로로 들어갔다.

    서른 자루의 순양비검도 그의 심념을 따라 뒤를 보호하며 함께 공간 통로로 들어갔다.

    심협의 모습이 사라지자 자 선생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모든 요괴 중 오직 마가만이 시종일관 웃고 있었고, 나머지는 경악하거나 화를 냈다. 일부는 망연자실했다.

    그들은 누군가 자신들의 대열에 섞여 들어왔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 결과, 이번에 큰 낭패를 당한 것이다.

    “멍하니 있지 말고 어서 쫓아가!”

    자 선생이 분노를 억누르며 소리쳤다.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공간 통로가 격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고, 주위의 공간 균열이 빠르게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곧 무너질 징조였다.

    앞선 전투에서 그들이 조마조마했던 이유도 태을 수사들이 전력을 다해 싸우면 공간 통로가 견디지 못하고 완전히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통로가 무너지면 진선기 이하 수사들은 목숨을 부지할 수 없을 것이고, 태을 수사들은 부상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북명곤을 찾겠다는 이번 임무는 완전히 물거품이 되고 마는 것이었다.

    자 선생이 한숨을 내쉬고는 가장 먼저 통로를 향해 몸을 날렸고, 뒤이어 마가 등도 바로 따라갔다.

    백천은 만요맹 요괴들을 이끌고 가장 마지막에 통로 출구로 들어갔다.

    이 일행이 떠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통로 입구 쪽에서 검은 빛이 빠르게 날아왔다. 그러나 중간에 갑자기 팽창하는 공간의 균열에 막혀 어쩔 수 없이 멈춰야만 했다.

    검은 빛에서 세 사람이 나타났다. 바로 원조와 미소, 도산동이었다.

    세 사람은 조심스럽게 곳곳의 공간 균열을 피하면서 오는 길에 만요맹 요족의 잔해를 발견했고, 금방 출구 근처에 도착하여 손오공이 연 그 통로를 찾아냈다.

    다만 현재 그 통로는 빠르게 줄어들고 있었다.

    “역시 마족 놈들도 왔구나! 서둘러서 쫓아간다!”

    원조는 교전의 흔적에 남은 기운을 감지하고는 차갑게 말했다.

    “저들끼리 물고 뜯을 때, 우리는 어부지리를 취하는 게 낫지 않나요?”

    미소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모든 일에 음모를 꾸밀 생각은 마시오. 가끔은 정면돌파를 할 줄도 알아야 하지. 그 물건은 우리 요족에게 매우 중요하니 반드시 마족보다 먼저 차지해야 하오. 그대가 이해(利害)관계를 구별할 줄 알기 바라오.”

    원조가 거침없이 말했다.

    “알겠어요.”

    이번에는 미소도 반박하지 않았다.

    “공간 통로가 곧 무너지려 하니 어서 갑시다.”

    말을 마친 세 사람은 검은색 허상이 되어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공간 통로로 들어가 사라졌다.

    눈앞에 하얀 빛이 번쩍이더니 갑자기 밝아졌고, 허공에서 떨어진 심협이 뒤를 돌아보니 허공에는 아무것도 없었고 자신이 뚫고 나왔던 공간 출구도 보이지 않았다.

    “여기는 또 어디지?”

    심협은 의문을 품은 채 바로 눈을 감고 주위를 살폈지만, 이내 눈을 떴다.

    주위의 허공에 공간의 힘이 퍼져 있었는데, 공간 통로나 은색 고치 밖과 비교하면 이곳은 평온하며 안정적이었고, 공간의 균열도 보이지 않았다.

    공간 통로에서 나올 때 서로 다른 곳으로 간 것처럼 손오공 등이 남긴 기운의 흔적을 조금도 발견할 수 없었다.

    심협이 손을 휘두르자 빛의 문이 나타나면서 오홍 등이 차례대로 나왔다. 다만 섭채주는 여전히 죽루 안에서 계속 폐관을 이어갔다.

    “엄청 짙은 천지영기입니다! 수속성의 영기만 있는 게 아닌군요!”

    원구는 크게 감탄했다.

    “이 북명곤이 몇 번 변화했는지 모르겠지만, 매번 엄청난 양의 천기영기를 흡수해야 하지. 그러니 어떻게 한 속성의 영기만 흡수했겠는가. 게다가 흡수할 때는 정밀한 여과가 불가능할 테니 금, 목, 수, 화, 토 오행 영기만 아니라 음기, 마기도 부족하지 않을 것이다.”

    “무력도 있는 것 같은데요?”

    “한데 이곳의 공간의 힘은 압박이 매우 강해서 신식에도 적잖은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바깥 세계처럼 광범위하게 살펴볼 수가 없고 감지도 정확하지 않군요.”

    주위가 그럭저럭 안전한 것 같고 오홍 등이 함께 있으니 심협도 안도하고 가부좌를 틀고는 부상을 치료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그는 눈을 뜨고 탁한 숨을 길게 뱉었다.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이곳은 천지영기가 짙어서 회복 속도도 매우 빨랐다.

    눈물 요괴와 거울 요괴, 원구도 가부좌를 틀고 있었다. 영기가 풍부한 이곳에서의 기회를 놓칠 수 없었던 모양이었다.

    화령자도 옆에 떠올라 곡현성반의 법진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심협은 자 선생에게서 빼앗은 저물대를 꺼내 연화하고는 열었다. 하지만 아무리 살펴봐도 섭혼번은 보이지 않았다.

    저물대는 태을 수사답지 않게 궁상맞아서 마기가 짙은 영재 외에 법보는 하나도 없었다. 그저 매우 복잡해 보이는 진도 한 장이 전부였다.

    한데 진도를 펼쳐 자세히 살피던 심협의 표정이 금세 달라졌다.

    오홍이 가까이 다가와 살폈다.

    “이게 뭐요?”

    오홍이 궁금한 듯 물었다.

    “주천성두대진이오.”

    심협이 중얼거렸다.

    심협의 말이 끝나자마자 옆에서 바람 소리가 나더니 화령자가 순식간에 그의 옆으로 다가왔다.

    “주, 주천성두대진이라고? 어, 어, 어서…… 얼른 보여줘.”

    화령자가 흥분한 표정으로 말까지 더듬으며 재촉했다.

    심협은 그가 진법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고 있었기에 말없이 웃으며 진도를 건넸다.

    화령자는 곡현성반을 팽개치고 진도를 받아 자세히 연구하기 시작했다.

    심협은 방해하지 않고 옆에서 조용히 기다렸다.

    “끌끌끌, 보통이 아니야. 역시 대단해!”

    화령자가 기이하게 웃으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왜?”

    심협이 궁금한 듯 물었지만, 화령자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심협은 그의 화령자를 보며 어쩔 수 없다는 듯 혀를 차고는 오홍과 아까 공간 통로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설마 동해지연에 그렇게 많은 태을 수사가 모일 줄은 몰랐소.”

    오홍도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 세 명의 마족도 보통이 아니었소. 통로가 무너질까 봐 전력을 다하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빠져나오지 못했을 게요.”

    “듣고 보니 그 마가라는 중이 쓴 검은색 발우는 아무래도 수속성 법칙의 힘이 담긴 법보인 무량분(無量盆) 같군. 이름 그대로 바다처럼 웅장하여 물의 원기를 끝도 없이 동원할 수 있지. 마가는 물의 소용돌이 법칙까지 익혀서 그 법보와 강한 연계가 있는 듯하다.”

    조룡의 혼이 불쑥 끼어들었다.

    “그 검은 발우 아래 무량이라고 새겨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노수라는 붉은 눈썹의 사내가 사용한 귀소마도도 보통이 아니었습니다. 귀신의 울음소리를 뿜어내 심신을 어지럽히고 도신이 허와 실을 자유로이 오갔지요. 혈백원번이 방어하지 못할 정도의 위력은 아니었는데도 너무 쉽게 뚫렸습니다.”

    “그것도 법칙의 힘을 담고 있는 모양이다. 토혼축이라는 자가 사용했다는 붉은색 구슬은 아직 뭐라고 말하기 좀 그렇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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