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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1093화 (1,093/1,214)

1093화. 불마(佛魔) 교전

심협은 전장(戰場)에 시선을 고정한 채 속으로는 손오공을 응원했다.

기세가 드높은 공격이 임박해 왔을 때, 손오공의 등에서 갑자기 마흔두 줄기의 백홍(白虹) 불광이 번득이더니 요력과는 확연히 다른 웅장한 불문의 법력이 순식간에 폭발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한 구절의 불송이 세 개의 목소리로 동시에 울려 퍼졌다. 그러나 손오공이 낸 소리는 없었다.

모든 요괴의 의아한 눈길 아래 백홍의 불광에서 삼천의 신불(神佛) 같은 허상이 떠오르더니 다시 한곳으로 뭉쳤고, 끝내 세 개의 실체가 되어 손오공 앞에 나타났다.

세 개의 실체 중 왼쪽 사람은 엄숙한 표정에 하얀 사의(紗衣)를 입고 있었고, 머리에는 오불보관(五佛寶冠)을 썼으며, 목에는 마노영락(瑪瑙瓔珞)을 걸쳤다. 오른손에는 자금색 팔찌를 찬 채 금강저를 들고 있었고, 그의 가슴 앞에 놓인 왼손에는 금강령이 들려 있었다.

“보현보살님…….”

심협이 한눈에 알아봤다.

가운데 사람의 복장은 보현보살과 매우 비슷했다. 다만 하얀색 사의에 아홉 잎의 연꽃을 들었고, 다른 손에는 금색 장검을 들고 있었다. 표정은 더없이 부드러웠으니, 바로 문수보살이었다.

마지막 오른쪽은 더 낯익은 자였다. 하얀 도포, 머리에 쓴 관, 곧은 자태, 준수한 분위기, 손에 금색 장창을 들고 있었다. 온몸에서 존귀한 분위기를 뿜어냈는데, 요(妖) 같으면서도 요가 아니고 선(仙) 같으면서도 또 선이 아니었다.

바로 소백룡 오열 혹은 팔부천룡(八部天龍) 광력보살(廣力菩薩)이었다!

세 보살은 나타나자마자 세 태을 마물에 대응했다.

보현보살의 금강령이 빙빙 돌면서 날아가자 경쾌하고 밝은 종소리가 울려 퍼졌고, 뿜어져 나오는 파문에 주위의 흐트러졌던 천지영기가 안정되기 시작했다.

문수보살이 아홉 잎의 연꽃을 휘두르자 금색 연꽃 허상이 바로 날아올라 순식간에 금색 연못으로 변하더니 그들 앞에 나타났고, 수많은 연꽃이 피어올라 쉬지 않고 흔들렸다.

오열이 장창을 들자 창에서 금빛이 뿜어져 나왔고, 금색 장룡이 창끝에서 뿜어져나와 연못을 지나 마도의 도광과 충돌했다.

쾅!

폭음이 울려 퍼졌고, 금룡과 도광은 동시에 폭발했다. 금룡은 반짝이는 금빛이 되어 흩어졌으나, 부서진 도광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수백 개의 예리한 칼날처럼 계속해서 날아갔다.

이와 동시에 검은색 발우와 구슬도 금강령과 충돌하면서 굉음이 공간 통로를 요란하게 흔들었다. 공간의 여운이 퍼지자 심협도 오장육부에 충격을 받았을 정도였고, 만요맹의 진선기 요족 수사들은 코와 입에서 피를 뿜었다.

쾅!

다시 한번 폭음이 울려 퍼졌고, 금강령이 버티지 못하고 패퇴하여 물러났다.

이상한 검은색 발우와 붉은색 구슬은 수백 개의 도광 잔해와 함께 날아가 금빛 연못으로 뛰어들었다.

금색 연못에서 광망이 폭발하고 수많은 금색 연꽃 허상이 흔들리면서 방대하기 그지없는 법력이 휘몰아치자 모든 도광 파편이 순식간에 부서져 가루가 되었다.

그 이상한 검은색 발우와 붉은 구슬이 금색 연꽃 허상 영역에 들어서자 빛나던 광망이 빠르게 사라졌고, 기세를 잃은 채 연꽃 허상 위에 멈춰 섰다.

“맹주님, 모두 힘을 합쳐야 합니다!”

자 선생이 궁지에 몰리자 백천을 돌아보며 재촉했다.

백천은 잠깐 머뭇거렸지만, 결국 공격을 결심했다.

한데 그 순간, 온몸에서 불광을 뿜어내던 손오공이 여의금고봉을 유리보광으로 뒤덮더니 갑자기 공간 통로 끝의 하얀색 소용돌이를 찔렀다.

여의금고봉은 주위의 빼곡한 검은색 균열을 산산조각내며 혼돈의 빛을 뚫고 지나가 그대로 하얀색 소용돌이를 꿰뚫었다. 이어서 봉이 갑자기 몇 장 두께로 커지더니 뒤덮고 있던 유리보광도 함께 퍼져 나가 빠르게 주위의 짙은 천지영기를 흡수했고, 수많은 공간 균열에서 통로가 열렸다.

유리보광과 뒤섞인 천지영기가 만들어낸 통로의 장벽은 견고하지 않아서 사방의 흔들리는 공간의 힘에 밀려나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았다.

“자, 우리는 갑시다!”

손오공이 돌아보며 크게 외치자 보현보살 등은 눈을 맞추더니 각자의 신통을 거두고는 손오공 옆으로 물러났다.

유웅곤은 막고 싶었지만, 문수보살의 연꽃 나뭇가지에 휩쓸려 무기를 놓칠 뻔했고, 이어진 오열의 발에 맞아 그대로 나뒹굴었다.

금전은 눈치가 빨라서 공간 통로 가장자리에 딱 붙어서는 공격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어딜 가려고!”

자 선생이 일갈하며 쫓아갔다.

손오공은 여의금고봉을 거두고는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하얀 구름이 나타나 네 사람을 뒤덮었고, 이어 날아오르더니 곧장 통로로 들어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자 선생은 그들이 사라진 것을 보고도 멈추지 않고 속도를 높여 쫓아가려 했다.

한데 그가 허공으로 날아오르는 순간, 누군가 갑자기 그의 뒤에 나타났다.

심협은 소매 속의 축지척에서 번득인 초록색 빛이 사라지기도 전에 자 선생의 등 뒤에 나타나 어둡게 번쩍이는 명홍도로 상대 단전을 찔렀다.

절체절명의 순간, 자 선생의 몸이 갑자기 떨리더니 기이할 정도로 몸을 뒤틀어 단전이 파괴되는 것만은 피했다.

푹!

끔직한 소리와 함께 피가 튀었고, 두 사람은 동시에 아래로 떨어졌다.

자 선생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배를 바라봤다. 초록빛 도가 뚫고 나와 있었고, 피가 아직도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네놈이…….”

그는 말을 마치기도 전에 복부에서 강렬한 통증을 느꼈다.

심협이 도를 비틀어 복부에 큰 구멍을 내고는 곧바로 허리춤에 걸려 있던 검은색 저물대를 잡아당겼다.

그가 기세를 몰아 다시 도를 휘둘러 자 선생을 베려는 순간, 갑자기 자선생의 몸에서 검은색 마문이 튀어나오더니 순식간에 빛이 되어 손에서 빠져나갔다.

심협은 검은 빛이 허공에 맴돌더니 적미의 남자 옆으로 내려가는 것을 보고는 이미 쫓아가기에는 늦었음을 깨달았다.

검은 빛이 일그러지며 자 선생이 다시 나타났는데, 복부에는 도에 베인 흔적이 여전히 남아 있었지만, 그사이 몸은 다시 회복된 상태였다.

심협이 돌아서서 가려는데 머리 위에 붉은색 구슬을 띄우고 있던 마른 사내가 귀신처럼 나타나 그의 길을 막아섰다.

한쪽에서 죽은 척하고 있던 금전은 심협이 혼자인 것을 확인하자 벌떡 일어나 그를 포위했다.

“넌 누구냐?”

심협을 노려보는 자 선생의 눈에서 분노의 불길이 일었다.

심협은 자신의 본래 모습을 드러냈고, 기운도 더는 숨기지 않았다.

“너는 심협!”

“심협!”

자 선생과 금전, 용아 그리고 청청이 거의 동시에 소리쳤다.

“너는……?”

그들보다는 조금 늦었지만, 유웅곤도 심협의 기운을 감지하고는 다시 소리쳤다.

“어떻게 된 일이냐?”

백천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맹주님, 이전에 저에게 부상을 입힌 자입니다.”

“여아촌을 함락시키지 못하도록 방해한 자가 저자입니다!”

금전에 뒤이어 유웅곤이 외쳤고, 두 사람은 서로를 쳐다봤다. 그리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두 사람은 공감대를 느꼈다.

“맹주님, 저자는 저희의 철천지원수입니다. 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저자를 제거해야 합니다!”

자 선생이 매우 어두운 표정으로 외치더니 다시 세 명의 마족 태을 수사에게 소리쳤다.

“노수(盧修), 마가(摩柯), 토혼축(吐渾竺)! 저자를 죽여라!”

적미의 남자와 뚱뚱한 중, 마른 남자가 심협을 향해 돌진했다.

심협은 세 태을의 협공을 미리 대비하고 있었기에 이들이 움직이는 순간 축지척을 발동하여 그 자리에서 사라졌고, 다음 순간 금전 옆에 나타났다.

금전은 깜짝 놀란 와중에도 곧장 손을 휘둘렀다. 이어 그의 소매에서 금색 번개가 흐르는 금색 그물이 펼쳐져 심협을 뒤덮으려 했다.

하지만 심협의 옆에서 금빛이 번득이더니 열 자루 순양비검이 빠르게 날아가 금색 그물을 들어 올렸고 태양진화를 뿜어내 그물을 불태웠다.

금색 그물에서 파직거리는 소리가 울리더니 그 위에 흐르던 금색 번개가 격렬하게 타오르는 불꽃에 빠르게 녹기 시작했고, 금전은 고통에 떨었다.

하지만 그는 다른 것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기에 전력으로 법력을 동원하여 아래로 당겼다. 그러자 금색 그물의 모든 위능이 발산되며 순식간에 심협의 비검을 일순 제압했다.

하지만 순양비검은 제압당한 와중에도 멀쩡했다. 그리고 심협은 애초에 순양비검으로 승부를 볼 생각이 없었다. 그가 손에 든 명홍도를 휘두르자 초록색 광망이 순식간에 금전의 허리를 향해 뿜어져 나갔다.

“어서 날 도와라.”

금전은 자신이 심협의 적수가 아님을 알았기에 서둘러 외치고는 다시 법보를 꺼냈다.

한 마리 이수의 커다란 입이 새겨진 특이한 청동 방패가 나타나 빠르게 커지더니 순식간에 청동 맹수의 방패가 되어 명홍도의 도망을 상대했다.

픽!

금속이 잘리는 소리와 함께 청동 맹수의 방패에 깊은 도흔이 생겨났다. 비록 부서지지는 않았지만, 영성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보아 손실이 심각했다.

금전의 두 개의 법보가 손상되며 간신히 심협의 공격을 막아냈을 때, 뚱뚱한 중 마가의 검은색 가사가 펄럭이더니 검은색 발우가 빠르게 회전했다. 이 발우의 마문이 번득이자 밑바닥에서 무량(無量)이라는 글자의 광망이 번쩍였고, 순식간에 주위의 짙은 물의 영기가 끌려와 거대한 소용돌이로 변하여 심협을 포위했다.

무명공법을 수행해 물 다루는 솜씨가 뛰어난 심협은 이 물의 소용돌이를 흩어보려 했지만, 그 안의 액체는 조금도 제어가 되지 않았다.

그가 물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날카로운 귀신 울음소리가 귓가에서 맴돌았다.

갑자기 심협의 시야에 이상이 생겼고, 주위 환경이 급변하여 갑자기 음령의 전쟁터에 나타난 것만 같았다. 주위에 끝없는 시산혈해가 생겨나더니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음혼 귀물이 파도처럼 몰려들었다.

심협이 눈살을 찌푸리고는 부주진신법을 운공했다. 웅장한 부주신산이 식해에 나타났고, 강력하기 그지없는 신식의 힘을 사방으로 뿜어냈다.

부주진신법 덕에 심협의 신혼의 힘이 빠르게 솟구치자 모든 음혼 귀물이 순식간에 사라져 시야도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귀소마도(鬼嘯魔刀)의 음파에서 이렇게 빨리 깨어나다니, 엄청난 신식의 힘이군!”

감탄성과 함께 적미의 사내 노수가 검은색 마도를 위에서 아래로 휘둘렀다. 도신의 수많은 귀물은 여전히 입을 쩍 벌리고 무언가를 외쳐댔다.

뿜어져 나온 검은색 도광이 허공을 가르며 심협을 향해 떨어졌다.

심협은 물의 소용돌이에 모든 퇴로가 막힌 터라 피할 길이 없었고, 소매 속의 축지척도 초록빛이 번득이더니 바로 꺼졌다. 상대의 견제로 인해 발동할 수 없었던 것이다.

절체절명의 순간, 심협은 더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손을 휘두르자 혈광이 번득이더니 핏빛 깃발이 우뚝 솟아나 짙은 혈광으로 그를 뒤덮었다.

곧이어 검은색 도광이 내려와 혈백원번이 만든 혈광을 마치 칼로 두부 썰 듯 가볍게 가르고 심협의 목까지 내려왔다. 그의 호체 영광도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잠시 막아내고는 바로 찢어졌다.

심협은 이미 황정경을 운공하고 있었기에 현향화마 신통을 바로 발동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한 겹의 마족 비늘만 나타났을 뿐, 완전히 변신하기도 전에 도광에 목이 베였다.

챙!

순간,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의 목에 나타난 비늘이 순식간에 부서지면서 피가 튀었고, 섬뜩한 도흔이 그의 어깨까지 베면서 금빛 쇄골이 함께 드러났다.

심협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도광에 담겨 있던 음살의 기운이 맹렬하게 체내로 파고 들어온 것이다. 그는 곧장 대개박술을 운공하여 상처를 회복하려 했지만, 노수가 계속해서 접근하며 귀소마도를 다시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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