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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1085화 (1,085/1,214)
  • 1085화. 적시(適時)

    이 무렵, 혼돈흑련은 쇄원살사 안의 선천살기를 거의 다 흡수했고, 심협이 뿜어내는 법력과 마기는 이미 절반을 넘어섰다.

    심협은 법력이든 마기든 모든 힘을 운공하여 번천인에 주입했다.

    천살시왕은 불사의 존재라 몸이 반으로 갈렸어도 별다른 지장이 없었고, 다시 합쳐지자마자 심협과 마찬가지로 모든 법력을 번천인에 퍼부었다.

    둘이 힘을 합쳐 발동하자 번천인은 다시 배로 커져 궁전만 한 인으로 변했고, 뿜어져 나온 눈부신 암홍색 광망이 주위를 빠르게 맴돌았다.

    거대한 산과 같은 암홍색 허상이 대인 주위에 나타나 웅장한 기세를 뿜어내 모든 법칙 파동을 제압했다.

    이를 본 원조는 마침내 표정이 굳었고, 검은색 봉에서 갑자기 검은 빛을 뿜어냈다.

    법칙 공간의 수많은 검은색 곤봉 허상이 한곳에 모여들면서 하나로 합쳐지자 그 크기가 백 장에 이르렀고, 곤봉 위에는 수많은 영문이 떠오르면서 숨 막힐 듯한 영압이 곤봉 전체에 감돌았다.

    거대하고 무거운 곤봉을 휘두르자 거대한 허상이 함께 앞으로 날아갔고, 빠르게 심협에게로 떨어졌다.

    심협은 눈에서 정광을 빛내며 번천인을 발동해 크게 휘둘러 맞섰다.

    콰쾅!

    천지가 무너질 듯한 굉음에 이어 주위의 허공이 완전히 무너졌고, 거대한 공간에 생긴 균열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심협과 원조 모두 뒤로 날아갔고, 법칙 공간에는 수많은 균열이 생겨났다.

    미소가 막 나서려고 몸을 움직인 순간, 바람 소리가 뒤에서 들려오더니 도천신살대진 위로 갑자기 검은 빛이 강하게 번득였다. 마기가 요란하게 용솟음치는 것이 마치 그 안에서 수많은 악룡이 몸부림치는 것 같았다.

    도천신살대진이 뒤덮은 영역이 갑자기 배 이상으로 커지면서 심협과 원조, 오홍, 도산동 등을 뒤덮었다.

    비교적 멀리 떨어져 있던 미소만이 제때 뒤로 피할 수 있었다.

    그녀는 뒤로 수백 장을 멀어지고서야 멈추고 앞을 바라봤다.

    그는 처음부터 도천신살대진의 존재를 알아챘지만, 이 진이 섭채주를 보호하느라 위능을 숨기고 있었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이 대진이 폭발한 것을 보고서야 범상치 않은 대진임을 알게 됐다.

    “기운을 봐서는 마진 같은데 무력 파동이 섞여 있다니. 설마…… 마와 무를 결합한 대진인가?”

    미소의 표정은 한층 신중해졌다.

    그녀는 원조가 심협을 공격할 때 북명거린을 노린 것은 물론이고, 그의 상고 중보들도 호시탐탐 노렸다.

    청구 일족은 비록 흔적을 감췄지만, 이미 대문파들에 첩자를 숨겨둔 터라 어떤 일도 미소의 이목을 피할 수 없었다. 그녀는 이 첩자들을 통해 심협의 실력을 모두 파악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수단에 대해서는 들은 바가 없었다.

    ‘저자를 지금 제거하지 않으면 우리 호족의 궐기에 큰 화근이 되겠어!’

    미소의 눈이 차갑게 번득였다.

    바로 그때, 도천신살대진 안에서 검은 기운이 갑자기 다시 강해지더니 여섯 개의 작은 산만 한 허상이 나타났다. 바로 도천신살대진기에 있던 여섯 조무인 공공과 축융, 제강, 구망, 욕수, 현명이었다.

    여섯 조무의 허상 중 선명한 것은 공공조무뿐으로, 나머지는 매우 흐릿해 그들의 정체를 판단하기 힘들었다.

    “조무화신! 그리고 이 강력한 마기! 설마 도천신살대진이란 말인가!”

    미소는 여섯 조무의 허상을 보고는 경악했다.

    그녀는 호조의 전생인 만큼 태고 시기에 도천신살대진의 무서움을 직접 겪어보기도 했다. 마족의 제일의 흉진으로 악명이 자자한 이 대진에 갇혀 빠져나온 사람은 거의 없었다.

    비록 상고 시대의 위력에는 못 미쳤고 여섯 조무가 모두 허상임을 감안하면 대진은 반쪽짜리일 뿐이었지만, 그럼에도 방심할 수는 없었다.

    그녀는 서둘러 도천신살대진 옆으로 다가가 허공에 손톱을 내밀었다. 원조의 생사야 관심이 없었지만, 도산동은 무사해야만 했다!

    격렬하게 요동치는 요기의 소용돌이가 대진 상공에 나타나더니 하얗고 거대한 손톱이 안에서 튀어나왔다. 길이가 60장에 이르는 이 손톱은 하얀 빛을 번득였다. 다섯 개의 하얀 손톱에는 기이한 비늘과 부문이 가득했고, 매우 강력한 한기를 뿜어냈다.

    이 거대한 손톱이 도천신살대진을 찢으면서 두꺼운 마운에 커다란 구멍이 생겨났다.

    미소는 하얀 그림자로 변해 진 안으로 들어갔다.

    한편, 이 무렵 도천신살대진 안에서는 원조의 법칙 공간마저 수많은 마운에 뒤덮여 있었다.

    이 공간에 충만한 법칙은 수련의 힘의 법칙으로, 단단하기는 금전의 혈하 법칙을 뛰어넘었다. 그러나 도천신살대진은 비록 반쪽짜리라 해도 태고의 마진인 만큼 그 위력은 무시무시했고, 사방에서 몰려오는 힘에 법칙 공간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건 도대체 무슨 법진이지?”

    몸을 가눈 원조가 주위의 변화에 긴장한 듯 중얼거렸다.

    그는 곤봉을 등 뒤로 돌리고는 다른 손으로 빠르게 결인하여 부서진 법진 공간을 복구하려 했다.

    이 무렵, 이미 안정을 찾은 심협은 양발의 영화에서 뇌광을 빛내며 순식간에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다음 순간, 원조의 뒤에서 보라색 뇌광이 번쩍이며 심협이 튀어나와 현황일기곤을 강하게 휘둘렀다.

    주위의 허공에서 폭음이 울리며 수십 장 길이의 금색 곤봉 허상이 나타나더니 성난 파도와 같은 힘을 싣고 원조의 허리를 향해 날아들었다.

    원조는 법칙 공간을 고칠 겨를도 없이 손을 들어 막았다.

    푹!

    기이한 소리와 함께 금색 곤봉 허상은 그의 손에 잡혀 더는 나아가지 못했다. 심지어 원조의 손에는 상처조차 없었다.

    ‘역시 그랬군!’

    심협은 눈을 반짝였다.

    그는 방금 이 일격의 모든 과정을 자세하게 감지했는데, 손과 곤봉이 충돌하는 순간 이 공간의 법칙의 힘이 현황일기곤의 공격을 무력화했다. 아무래도 순수한 힘으로는 아무리 공격해봐야 소용이 없는 것 같았다. 대신 법보나 신통, 예를 들어 번천인 같은 것은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리라.

    “꺼져라!”

    원조가 힘을 주어 손을 움켜쥐자 금색 곤봉 허상이 폭발하면서 금빛이 흩날렸고, 심협도 튕겨 나갔다.

    그러나 심협은 마치 예상한 것처럼 자홍색 깃발을 펼쳐 흩어지는 금빛을 막아냈다. 뒤이어 속으로 검결을 발동하자 서른 자루의 순양검이 순식간에 수백 개의 붉은 비검으로 변했다.

    종횡무진으로 움직이는 검기는 원조가 법칙 공간을 복구하지 못하도록 천지를 뒤덮으며 날아갔다.

    원조는 대노하여 금색 갑옷을 두들겼다. 그러자 금빛이 하늘 높이 솟구쳤고, 허공에서 한 바퀴 돌면서 금빛 광막이 되어 하늘을 뒤덮은 검의 허상을 막았다.

    그는 한 손을 길게 늘려 하늘 가득한 검의 허상을 뚫고 심협의 얼굴을 쥐려 했다.

    칼 같은 바람에 심협은 얼굴에 날카로운 통증을 느꼈다. 그는 양발에서 대량의 보라색 뇌전을 뿜어내 원조의 손을 피했다.

    “잘도 도망치는구나!”

    원조는 차갑게 비웃었지만, 쫓아가지는 않았다.

    그 순간, 법칙 공간 밖에서 그림자가 일렁이더니 육대조무가 나타나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차는가 하면 무기를 휘둘러 법칙 공간을 공격했다.

    하얀 법칙의 공간은 격렬하게 흔들렸고, 장벽의 균열은 두 배로 커져서 금방이라도 부서지려 했다.

    이를 본 원조는 깜짝 놀라 검은 곤봉을 휘둘렀다. 수십 개의 허상 같은 검은 빛이 주위 공간으로 들어가자 법칙 공간이 조금 안정되었다.

    그러나 그가 계속 술법을 시전하기도 전에 커다란 푸른 빛이 앞에서 날아와 번개처럼 달려들었다.

    원조가 세 개의 털을 뽑아 훅 하고 불자 그와 똑같이 생긴 검은색 원숭이 세 마리가 튀어나왔고, 똑같이 손에 든 검은색 곤봉으로 발천난봉을 시전하여 푸른 빛줄기들을 막았다.

    펑! 펑! 펑!

    세 번의 굉음과 함께 푸른 빛줄기가 폭발했다.

    그러나 주먹만 한 푸른색 불꽃이 빛줄기에서 뿜어져 나와 순식간에 세 마리 검은 원숭이를 지나 원조의 몸을 가격했다.

    하늘을 찌르는 한기가 체내로 들어가자 원조는 순식간에 얼음에 갇혀 꼼짝도 못했다.

    바깥의 육대조무 법상이 다시 주먹과 발로 법칙 공간을 공격했다.

    공공조무는 주먹을 몇 번 휘두르고는 갑자기 위로 뛰어오르더니 커다란 머리로 장벽을 들이받았다.

    안 그래도 붕괴 직전이었던 법칙 공간은 더 버티지 못하고 완전히 부서져 하얀 빛이 되어 흩어졌다.

    심협은 씩 웃으며 소매로 천살시왕과 번천인을 휘감고는 보라색 번개가 되어 밖으로 빠져나가 도천신살대진 안으로 들어갔다.

    육대조무의 허상도 빠르게 줄어들어 곧장 주위에 흐르는 검은색 마기로 들어갔다.

    거의 동시에, 얼어붙은 원조의 빙산이 격렬하게 흔들리더니 수많은 균열이 생겨났고, 곧장 부서졌다.

    부서진 얼음에서 빠르게 빠져나온 원조는 멀쩡해 보였다. 그러나 심협과 조무의 허상이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을 보자 얼굴이 시뻘게지면서 하늘을 향해 성난 포효를 내뱉었다. 그는 하늘을 떠받치는 기둥처럼 변한 검은색 봉을 마구잡이로 휘둘렀다.

    충격을 받은 대진의 마기에는 커다란 흔적이 생겼고, 거대한 파도처럼 검은 기운이 용솟음쳤지만 금세 다시 원래대로 복구됐다.

    한편, 도천신살대진 가장 안쪽에서는 섭채주가 여전히 가부좌를 튼 채 운공 중이었다. 그녀는 경지가 안정되어 부드러운 하얀 빛이 온몸을 뒤덮고 있었다.

    옆에 선 화령자의 머리 위로는 커다란 검은색 진반이 떠 있었다. 바로 도천신살대진의 주진반(主陣盤)이었다.

    그가 양손을 움직이며 결인하자 검은색 진반이 빠르게 회전했는데, 이와 함께 주위의 마기가 거세게 흘렀고, 수령의 힘과 공공무력이 대진에 휘감겨 녹아들었다.

    태고의 흉진인 도천신살대진은 운공 방식도 보통의 법진과는 달랐다. 일반적으로 법진은 진을 설치할 때 묻어둔 선옥을 그 근원으로 삼기에 선옥에 담긴 영광이 바닥나면 법진도 멈추게 마련이다. 그러나 도천신살대진은 주위의 천지영기를 흡수하여 대진을 운공한다. 주위의 천지영기가 짙을수록 대진의 위력 또한 더욱 강해지는 것이었다.

    이 공간의 풍부한 수령의 힘과 짙은 공공무력은 도천신살대진에 최적의 원료였다. 도천신살대진의 위력이 강해질수록 주위의 허공도 흔들리며 떨려왔다.

    이 도천신살대진의 진도와 재료는 모두 심협이 제공했지만, 만든 것은 화령자였다. 그는 자신이 직접 만든 법진의 강력함에 가슴이 뿌듯했다.

    그때, 보라색 뇌전이 멀리서 날아와 화령자 옆에 내려왔다. 거의 동시에 모습을 드러낸 심협은 안색이 매우 창백했다.

    “심협, 괜찮은 거냐?”

    “그럭저럭 버틸 만해. 법력이 절반이나 속박됐지. 네가 제때 도천신살대진을 발동해주지 않았으면 이번에는 정말로 살아남지 못했을 거야.”

    심협이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네가 미리 진반이 있는 곳을 말해주지 않았다면 나도 대진을 발동하지 못했을 게다. 허나 걱정 마라. 이곳은 무력이 짙고 수령의 힘도 매우 풍부하니 도천신살대진의 위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다. 반쪽짜리 대진이긴 해도 미소와 원조의 힘만으로는 부수려면 꽤나 애를 먹을 게다.”

    화령자의 말에 심협이 흠칫하더니 길게 숨을 내쉬고는 물었다.

    “미소도 대진 안에 있어? 아까 대진 밖에 있는 걸 봤는데…….”

    “분명 대진에 휩쓸리지는 않았지. 한데 그 도산동이란 호족을 구하겠다고 스스로 대진에 뛰어들었다. 허나 들어오기는 쉬워도 나가기는 어려울 게다. 흐흐흐.”

    화령자는 음충맞게 웃으며 머리 위의 검은색 진반을 결인했다.

    이 진반에서 검은색 광진이 나타났는데, 바로 도천신살대진의 축소판이었다. 그 안에는 빛으로 만들어진 10여 개의 작은 사람이 보였다.

    심협과 화령자, 섭채주는 대진의 중심에, 미소와 도산동, 오홍, 거울 요괴, 눈물 요괴, 조비극, 원구 등은 대진 왼쪽 전방에, 원조는 대진 오른쪽 후방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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