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몽주-1082화 (1,082/1,214)
  • 1082화. 뇌겁을 삼킨 괴수

    허공의 겁운은 이 순간에도 두꺼워져 갔고, 뇌전의 힘이 모여들더니 떨어지려는 것처럼 사람의 혼백이 떨릴 듯한 굉음을 뿜어냈다.

    섭채주는 그제야 수련 상태에서 깨어나 하늘의 겁운을 바라보며 몸의 법력과 무력을 전부 뿜어내 만일에 대비했다.

    이때, 모두의 머리 위가 갑자기 어두워지더니 겁운보다 열 배나 큰 검은 그림자가 튀어나와 모든 것을 뒤덮었다.

    위를 바라본 십협은 표정이 돌변했다. 심지어 약간의 두려움마저 느껴졌다.

    검은 그림자가 갑자기 하늘을 삼키고 태양을 가릴 정도로 커다란 입을 쩍 벌렸는데, 얼마나 큰지 도무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커다랗고 새까만 입안은 끝이 보이지 않아서 마치 무저갱 같았다.

    크게 벌린 입이 갑자기 방금 생겨난 겁운을 꿀꺽 집어삼키자 모든 뇌겁의 기운이 연기처럼 사라졌다.

    “아니!”

    심협은 귀신이라도 본 듯한 표정이 되었다.

    다른 사람들은 그제야 이 검은 그림자의 진면목을 알아챘는데,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유일하게 비교적 평온한 상태였던 화령자도 놀란 듯 허공의 커다란 입을 바라았는데,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한편, 겁운을 삼킨 커다란 입 위에서 두 개의 커다란 눈이 번득이며 나타나더니 심협 등을 바라봤다.

    꽝!

    하늘이 무너질 듯한 압박감이 정신을 뒤덮어왔다.

    원구와 거울 요괴, 조비극, 눈물 요괴 등은 신혼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의지가 무너져 눈앞이 흐려지면서 털썩 쓰러졌다.

    오홍은 얼굴에 식은땀이 흘렀고 허리도 굽혀졌지만, 간신히 버티며 섰다.

    화령자는 곧장 곡현성반을 머리 위로 들고 하얀색 광막으로 덮었다. 연달아 울려 퍼지는 굉음에 하얀색 광막은 격렬하게 흔들렸다.

    심협의 반응이 가장 빨랐다. 허공의 커다란 눈이 아래를 내려다보는 순간, 그는 두 발에서 뇌광을 번쩍이더니 순식간에 섭채주의 머리 위에 나타나 양손을 허공으로 들었다.

    눈부신 금빛이 퍼지면서 그와 섭채주의 몸을 완전히 뒤덮었고, 동시에 그의 미간에서 하얀 정광이 펼쳐져 주위의 금빛과 합쳐졌다.

    심협이 이를 마친 순간, 허공의 압박이 강하게 떨어져 내렸다.

    꽈르릉!

    굉음에 이어 금색 광망이 격렬하게 떨렸고, 그 안의 하얀색 정광은 순식간에 유리처럼 깨져 나갔다.

    심협은 안색이 창백해졌고 낮게 신음했지만, 이내 상태를 회복했다.

    심협의 보호 덕에 섭채주는 이 커다란 눈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커다란 입 위의 눈이 의아한 듯 번득이더니 공격을 멈추었고, 거대한 몸은 순식간에 근처의 어두운 바닷물로 들어가 자취를 감췄다.

    마치 모든 것이 한순간의 꿈이었던 것처럼, 모두를 뒤덮었던 압박도 사라졌다.

    “저렇게 거대할 수가……. 겁운까지 집어삼키다니! 저게 도대체 뭐지?”

    다른 사람들과 달리 의식을 잃지 않았던 오홍은 두려움이 담긴 목소리로 혼잣말처럼 물었다.

    이어서 원구와 거울 요괴 등도 깨어났는데, 안색은 여전히 창백했다. 이들은 각자 운공하며 회복했다.

    화령자는 고개를 저었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는 심협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그저 가볍게 숨을 내쉬며 솟아오르는 감정을 억눌렀다.

    ‘겁운을 삼키는 무서운 이수가 있다니, 역시 세상은 넓고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구나.’

    섭채주도 경악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녀의 태을 뇌겁 겁운이 삼켜지면서 하늘이 내린 시험이 연기처럼 사라진 것이었다.

    이때, 그녀의 몸에서 갑자기 강력한 흡입력이 뿜어져 나오며 주위의 천지영기를 끌어모아 체내로 주입했다. 이는 뇌겁을 겪은 뒤 하늘이 주는 선물로, 빠른 속도로 영력을 흡수하여 치유하는 동시에 이 천지영기를 이용하여 수련 경지를 다질 수 있었다.

    섭채주의 체내에는 무족의 혈맥이 있었기에 천지법칙의 작용 아래 주위의 공공무력도 모여들어 그녀에게 주입되었다.

    섭채주는 목숨을 건 겁을 겪지 않았기에 별다른 부상도 없었고, 이에 모여든 천지영기는 전부 그녀의 법력으로 흡수되었다.

    그녀의 경지가 빠르게 안정되었고, 모여든 공공무력은 그녀의 몸을 다시 푸른색으로 물들였다.

    섭채주는 몸 안의 무력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는 무족과 관련한 서적을 많이 찾아봐서 무족의 힘에 대해서는 심협보다 더 많이 알고 있었다. 처음에는 자신의 몸이 동시에 세 종류 무력을 수용할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방금 체내 후예의 무력이 크게 정진하면서 촉구음의 혈맥도 함께 정진하여 두 개의 힘이 공공무력을 쫓아냈다.

    현재 몸에 대량의 공공무력이 다시 모여들었지만, 그녀의 몸에는 이 무력의 근간이 없었기에 잠시 운공하여 배출하면 그만이었다.

    섭채주는 가부좌를 한 채 운공하여 경지를 안정시켜갔다.

    뇌겁의 효과가 아직 가시지 않아서 천지영기와 공공무력은 여전히 세차게 모여들었다.

    섭채주의 수련 경지는 순식간에 완전히 안정되었다. 이제 무족의 혈맥을 발동하여 체내의 공공무력을 없앨 차례였다.

    한데 그때였다. 체내의 공공무력이 갑자기 용솟음치더니 그녀의 척추를 타고 골격으로 주입되기 시작했다.

    깜짝 놀란 섭채주는 서둘러 후예와 촉구음의 무력을 전력으로 운공하여 막으려 했다.

    하지만 체내의 공공무력은 수문이 열린 홍수처럼 거세게 쏟아져 나온 터라 도저히 막을 수가 없었다.

    섭채주의 몸이 점점 짙은 푸른색으로 변하더니 마치 이전의 그 반인요물처럼 조금씩 투명해지기 시작했다.

    “어떻게 된 일이지?”

    오홍 등은 이 광경에 깜짝 놀랐다.

    “상황이 심상치 않은데? 심협, 저건 무화(巫化)가 일어나고 있는 거다. 어서 공공무력이 섭채주의 몸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아라! 안 그러면 그녀의 몸도 아까 그 반인요물처럼 변하거나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

    화령자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심협은 화령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섭채주에게로 날아가 양손을 들었다.

    그의 손에서 폭발한 짙은 금빛은 두꺼운 금색 광막이 되어 섭채주의 몸을 뒤덮고 공공무력이 모여드는 것을 막았다.

    하지만 그의 법력과 공공무력은 성질이 확연히 달라서 효과가 없었다.

    심협은 표정이 굳었으나, 갑자기 뭔가 생각났는지 소매를 휘둘렀다.

    여섯 개의 커다랗고 검은 깃발이 섭채주의 주위에 나타났는데, 바로 도천신살대진기였다.

    도천신살대진은 마족의 법진이지만, 사용하는 것은 무족의 힘이니 반은 무진(巫陣)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러니 공공무력을 차단할 수 있을 터였다.

    심협이 결인하자 대량의 검은 기운이 여섯 개의 깃발에서 뿜어져 나와 눈 깜짝할 사이에 도천신살대진이 되어 섭채주를 가렸다.

    도천신살대진에의해 외부와 차단되자 주위의 공공무력은 더이상 섭채주의 몸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투명해지던 섭채주의 몸도 변화를 멈추고 점점 원래대로 회복되었다.

    심협은 안심했지만, 방심하지 않고 계속해서 도천신살대진을 발동했다.

    “화 선배님, 도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오홍이 화령자에게 다가오며 물었다.

    “어떻게 되기는, 섭채주가 이번에 태을 뇌겁을 넘기니까 인과순환에 따라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른 거지. 뇌겁을 너무 쉽게 넘겨서 육체가 피해를 봤어.”

    “선배님, 그게 무슨 뜻입니까?”

    원구와 두 요괴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

    “너희는 경지가 너무 낮아서 알아봐야 큰 의미가 없다.”

    화령자가 고개를 저었다.

    “경지가 낮고 견식이 얕으니 선배님께 가르침을 청하는 것입니다. 부디 알려주십시오.”

    원구가 공수하며 가르침을 청했다.

    “뭐, 심협의 체면을 봐서 알려주마. 너희 중 누구든 태을기로 들어서게 된다면 섭채주와 같은 착오를 저질러 서는 안 된다. 태을기로 들어설 때 왜 뇌겁이 내려오는 줄 알고 있느냐?”

    “하늘의 시련이 아닙니까?”

    “그렇기도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이유는 사실 수사에게 도움을 주기 위함이다. 진선 수사가 태을기로 들어서면 법력이 크게 증가하여 진선기의 육체로는 전부 받아들일 수 없다. 그래서 태을의 뇌겁으로 몸을 다시 만들어야 하는 거다.”

    화령자는 말하면서 오홍을 돌아봤다.

    “오홍 도우는 얼마 전에 태을의 뇌겁을 겪었으니 알고 있겠지만, 사흘 밤낮으로 뇌겁의 힘이 도우의 몸을 유리처럼 순결하게 만들어준 덕에 완벽하게 태을기의 법력을 받아들였던 게다. 한데 섭채주는 그런 뇌겁의 세례를 겪지 않고 바로 태을기로 들어섰으니 증가한 법력을 육체가 감당하지 못했다. 이에 몸이 주위의 공공무력을 흡수하여 육체를 바꾸려 하는 것이다.”

    화령자는 잠시 말을 끊었다가 다시 이었다.

    “또한, 섭채주는 공공 일맥의 수련법을 모르니 몸이 그대로 무화(巫化)에 들어섰다. 심협이 저 대진으로 공공무력을 차단한 덕에 무사할 수 있었던 게지.”

    “태을 뇌겁에 그렇게 많은 이치가 담겨 있었군요.”

    원구와 두 요괴는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큰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

    한편, 도천신살대진 안의 심협도 화령자의 말을 모두 듣고는 눈을 반짝였다. 섭채주도 그제야 자신의 몸에 이변이 일어난 이유가 바로 육신이 너무 약해서임을 알게 됐다.

    무족은 몸을 단련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녀도 후예의 전승에서 수많은 무족의 연체(煉體) 비법을 얻었고 체내에서는 촉구음의 혈맥이 각성해 무족의 연체 비술을 얻었다.

    곧바로 연체 비술을 시전하자 섭채주의 몸에 무문이 떠오르더니 후예 무력과 촉구음 무력이 빠르게 몸으로 스며들었다. 다만 주위의 공공무력과 함께 후예와 촉구음이라는 두 개의 무력도 스며들었고, 섭채주의 골격에서는 푸른색과 금색, 하얀색 빛이 번득이면서 골밀도가 몇 배로 치솟았다.

    이 광경을 본 심협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는데, 바로 그 순간 다시 이변이 일어났다.

    섭채주 주위의 도천신살대진에서 갑자기 검은 기운이 솟아오르더니 깃발 하나가 나타났다. 그 위에는 구렁이 머리에 사람의 몸이지만, 전신에 검은 비늘이 뒤덮인 거한의 그림이 수놓아져 있었다.

    깃발의 거한이 입을 쩍 벌리고 바람을 빨아들이자 주위의 공공무력이 썰물처럼 그 도천신살대진기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도천신살대진기의 검은 빛이 빠르게 증가할수록 깃발의 구렁이 머리 거한도 점점 선명해졌고, 깃발에 감도는 마기 파동도 빠르게 강해졌다.

    “이건……?”

    심협은 그 깃발의 그림이 공공조무임을 알아보고 눈을 반짝였다.

    이곳에는 공공무력이 가득하니 도천신살대진기가 무력을 흡수하는 것도 당연했다.

    ‘도천신살대진이 이곳의 엄청난 공공무력을 흡수한다면 위력이 크게 강해질 터이니 이는 분명 좋은 일이었다.’

    심협은 그런 생각에 슬며시 웃음이 나왔다.

    화령자 등도 이 이상을 알아채고 가까이 다가와 상황을 살펴보려 했다.

    한데 그때, 머리 위의 허공이 살짝 떨리더니 거대한 검은 빛이 구멍을 뚫고 그들에게 날아갔다.

    이미 태을기로 돌파한 오홍이 가장 먼저 이를 알아차리고는 손에서 금빛을 번득이며 금색 용창을 소환했다. 그가 창을 쥐고 흔들자 창끝이 수많은 금색 별빛으로 변하여 검은 빛을 찔렀다.

    깡!

    금속이 충돌하는 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고, 강력한 충격으로 오홍은 몸을 크게 떨며 뒤로 날아갔다.

    화령자 등도 그제야 머리 위의 검은 빛을 알아차리고는 서둘러 거리를 벌렸다. 그런데 허공에서 내려오던 검은 빛이 갑자기 펼쳐지면서 거대한 검은색 소용돌이로 변하더니 그들을 휩쓸고는 빠르게 회전했다.

    이들은 마치 광풍에 떨어지는 낙엽처럼 몸을 가누지 못한채 검은색 소용돌이 깊은 곳으로 날아갔고, 금방이라도 소용돌이에 삼켜질 것 같았다.

    절체절명의 순간, 검은 빛이 번개처럼 날아와 이 소용돌이를 뚫고는 화령자 등을 휘감았다.

    다음 순간, 금빛에서 자주색 뇌전이 번쩍이며 심협이 나타나더니 바로 허공을 움켜쥐었다.

    퍼펑! 펑!

    수많은 금색 뇌구가 일제히 뿜어져 나가 반경 수십 장을 뒤덮자 강렬한 폭발이 일어났고, 검은색 소용돌이도 함께 폭발했다. 심협은 그 틈에 소매로 화령자 등을 휘감고는 밖으로 빠져나와 도천신살대진 옆으로 내려섰다.

    이 모든 것은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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