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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1081화 (1,081/1,214)

1081화. 생명수(生命樹)

순식간에 하루가 지났다.

이제 섭재추의 금빛 나비 날개는 똑바로 볼 수도 없을 정도로 밝아졌고, 뿜어져 나오는 기운은 태을의 경지까지 반걸음 정도 남은 상태였다.

“조금만 더 힘을 내라. 모두 긴장을 풀지 말고 법력을 더 주입해!”

화령자가 낮게 외치더니 강력한 붉은 빛을 진 안으로 주입했다.

오홍 등도 바로 무진에 주입하는 법력을 배로 올렸다.

섭채주의 몸에서 금빛이 반짝이기 시작하면서 무력의 기운이 빠르게 치솟았다. 그리고 잠시 후, 마침내 태을의 한계를 돌파했다.

금색 나비 날개의 금빛이 갑자기 몇 배로 강해지더니 커다란 금색 빛줄기가 솟구쳐 하늘까지 닿았다. 빛의 기둥에는 산과 바다를 뒤집을 만한 힘이 담겨 있어서 반경 수십 장의 바닷물이 밀려났다.

땅의 육전귀원진은 금색 빛줄기의 충격에 완전히 산산조각이 났고, 오홍 등도 뒤로 밀려났다.

심협은 주위의 거센 파도에도 신경 쓰지 않고 섭채주에게 다가갔다.

육전귀원진을 이용하여 끌어낸 후예의 힘은 손에 넣은 것이나 다름없지만, 관건은 섭채주가 폭증하는 무력을 통제하는 것이었다. 그러니 진정한 난관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라 할 수 있었다.

섭채주는 표정이 고통으로 일그러졌지만, 여전히 꼼짝 않고 앉아서 힘겹게 후예의 무력을 제압해갔다.

반 시진이 자나자 섭채주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금빛이 조금씩 평온해지면서 폭증하던 무력의 기운도 안정되기 시작했다.

“혼자서 후예의 무력을 제압하다니, 채주의 자질은 가히 천부적이구나!”

이 광경을 본 심협도 마침내 안도했다.

한데 그때였다. 섭채주의 등에서 금색 나비 날개가 갑자기 빠르게 펄럭였고, 이어서 하얀 날개도 따라서 펄럭였다. 그녀의 몸이 허공으로 치솟더니 빠른 속도로 허공을 질주했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섭채주는 체내의 무력을 안정시키려 애썼지만, 금색 나비 날개의 금빛이 격렬하게 번득이면서 전혀 제압할 수 없게 되었다. 심지어 날개도 뒤틀리면서 변형되기 시작했다.

“이런, 태을의 힘을 제어하지 못하고 있다! 심협, 어서 가서 도와라!”

화령자가 놀라 소리쳤다.

이미 대비하고 있던 심협은 화령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순식간에 섭채주의 뒤에 나타나 한 손은 그녀의 어깨에 얹고, 다른 손은 금색 나비 날개를 눌렀다. 그 상태로 그는 방대한 법력을 성난 파도처럼 뿜어냈다.

섭채주 몸의 금빛은 크게 어두워졌지만, 체내의 후예 무력은 이미 움직이기 시작한 터였다. 이 무력은 과거 태양을 쪼개려 했을 정도로 패기가 넘쳤기에 심협의 강력한 제압에도 오히려 전력으로 반격했다.

무력의 금빛이 순식간에 다시 밝아지자 주위의 허공이 뜨겁게 달궈지면서 심협의 손을 튕겨냈다.

당황한 심협은 바로 낮게 기합을 외치며 몸의 마기를 발동하여 현양화마 신통을 시전했고, 몸에서 금과 흑의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대로 손을 다시 누르자 강력한 힘의 충돌에 허공이 격렬하게 떨려왔다.

후예의 무력은 위기를 느꼈는지 더욱 강렬하게 반격해왔다.

그러나 후예의 무력이 몇 배로 강해져도 현양화마 신통 앞에서는 소용없었다. 심협의 팔이 천천히 내려가 섭채주의 몸을 눌렀다.

펑!

굉음과 함께 심협과 섭채주가 내려서자 땅에는 커다란 구덩이가 생겨났다.

커다란 구덩이 속. 심협은 섭채주의 몸을 단단히 누르고 있었으나, 현양화마의 힘을 섣불리 그녀에게 주입하지는 않았다.

섭채주 몸은 이미 혼란스러운 전장과 같았는데, 세 갈래의 서로 다른 무력(巫力)과 본래의 법력이 얽혀 있었다. 여기에 현양화마의 힘까지 많이 들어간다면 후예의 무력을 제압하기도 전에 그녀의 몸이 부서질 것이다.

심협은 심호흡을 하고는 가능한 한 다른 힘들과 충돌하지 않게 천천히 현양화마의 힘을 섭채주의 몸에 주입하여 날뛰는 후예의 힘을 제압해갔다.

그러나 아무리 조심한다고는 해도 후예의 힘은 너무나 막강하고 난폭했다. 또한 섭채주의 체내에서 제압해야 했기에 대처하기가 까다로웠다.

섭채주의 경맥은 몇 개의 힘이 충돌하는 충격을 버텨내느라 거의 한계에 도달한 상태였다. 여기에 현양화마의 힘까지 들어오자 몸은 계속해서 떨려왔고, 눈, 코, 입, 귀에서 천천히 피가 흘렀다.

이를 본 심협은 초조해졌지만, 지금은 현양화마의 힘을 조종하는 데 모든 신경을 쏟았기에 섭채주의 경맥까지 보호할 여력이 없었다.

그때, 섭채주가 갑자기 입에서 뭔가를 뱉어냈다. 바로 이전에 심협이 주었던 서원봉이었다. 다만 봉 끝에 계란만 한 초록색 구슬이 하나 생겨난 상태였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녀가 왼손으로 서원봉을 잡더니 그 꼬리 쪽으로 오른손을 찔러 그대로 땅에 박았다. 이를 본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서원봉에서 갑자기 흑과 녹의 두 광망이 번득이면서 웅웅 떨리기 시작했는데, 그 광경은 마치 원고의 마신이 조용히 읊조리는 것 같았다.

마봉 끝의 초록색 구슬에서 영롱한 빛이 번득이더니 초록색 묘목 한 그루가 튀어나와 빠르게 성장했다.

초록색 구슬은 몇 호흡 만에 짙은 녹색의 나뭇잎과 검은색 나무줄기를 가진 10여 장 길이의 나무가 되었다. 그 기운은 서원봉과 비슷했고, 뿌리는 땅을 깊숙이 뚫고 들어갔다.

커다란 나무의 초록색 잎이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가볍게 흔들리자 주위의 천지영기가 천천히 몰려왔다.

섭채주의 하반신이 커다란 나무에 박히자 몸의 모든 법력 파동이 사라졌고, 얼굴에는 초록색 광망이 떠올랐다. 이어서 어찌 된 일인지 이전에 입었던 상처가 전부 회복되었다.

나름 견식이 넓은 심협도 눈앞 광경에 무척 놀랐다. 오홍과 화령자 등도 마찬가지였다.

“오라버니, 지금은 아무리 큰 부상을 입어도 모두 회복할 수 있으니 제 몸은 신경 쓰지 말고 전력으로 후예의 무력을 제압해주세요.”

섭채주의 말에 심협이 눈을 치켜뜨더니 그녀의 몸에 더욱 많은 현양화마의 힘을 주입했다. 그러자 후예의 힘은 수그러들었지만, 대신 섭채주의 경맥 한 곳이 부서졌다.

한데 이때, 한 줄기 초록색 빛이 머리 위의 나무에서 내려오더니 줄기를 타고 빠르게 흘러 섭채주의 몸으로 들어갔다.

이 빛에서 섭채주의 법력과 똑같은, 생기가 담긴 강력한 기운 파동이 뿜어져 나오자 부서진 그녀의 경맥이 순식간에 회복되었다.

나무의 기운이 갑자기 떨어지면서 주위의 천지영기가 빠르게 몰려와 보충했지만, 이미 원기를 많이 소모했는지 나무는 크기가 다소 줄어들었다.

심협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현양화마의 힘을 아끼지 않고 성난 파도처럼 섭채주의 몸에 주입했다.

강하고 난폭한 후예의 무력이 반격하면서 두 개의 강력한 힘이 충돌했다.

푹! 푹! 푹!

10여 개의 경맥이 부서지면서 섭채주의 몸 몇 군데가 터져 나갔고, 피가 쏟아졌다.

초록색 나무는 바로 10여 줄기의 생기 충만한 초록색 빛으로 눈 깜짝할 사이에 그녀를 완전히 회복시켰고, 대신 크기가 빠르게 줄어들었다.

이를 본 심협은 완전히 걱정을 내려놓고 전력으로 현양화마의 힘을 발동했다. 후예의 힘이 아무리 강하고 난폭해도 현양화마의 힘에 비할 바는 아니었기에 얼마 버티지 못하고 썩은 나무처럼 무너지고 제압되기 시작했다.

섭채주는 온몸이 피로 물들었지만, 표정은 평소와 같았다. 그녀는 심협에게 고맙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눈을 감고 후예의 무력을 운공했다.

심협의 제압 아래 섭채주는 이 강력한 무력을 제어하기 시작했고, 금세 익숙해졌다. 등 뒤에서는 이변을 일으켰던 금색의 나비 날개가 천천히 원상태로 돌아갔다.

“오라버니, 됐어요. 후예의 무력을 제어할 수 있게 됐어요.”

섭채주가 눈을 뜨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하자 심협은 손을 거두고는 현양화마의 변신을 풀고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섭채주가 결인하자 절반 가까이 줄어든 초록색 나무가 빠른 속도로 줄어들어 몇 호흡 뒤에는 다시 서원마봉으로 변했다.

초록 빛이 서원마봉의 초록색 구슬에서 나와 섭채주의 몸으로 들어가자 법력 파동이 다시 나타났는데, 이전의 절반 정도로 약해져 있었다.

“이 초록색 구슬이 보석 비술이야? 아까 그 큰 나무는 세계수처럼 생겼던데, 세계수를 연화한 건가?”

심협이 전음으로 물었다.

“맞아요. 세계수로 만든 이 초록색 보석에 담긴 신통을 저는 생명수(生命樹)라 불러요. 제 법력과 서원마봉이 합쳐지면 생명수가 되는데, 생명수의 힘이 소모되지 않는 한 육신의 어떤 상처든 순식간에 회복할 수 있어요.”

“생명수! 정말 신통하구나. 그래서 아까 이 겁을 견뎌낼 자신이 있다고 한 거였어?”

“네. 하지만 이 보석 비술은 아직 첫 단계예요. 외부의 영기와 완전히 통해 천지영기를 이용할 수 있어야만 이 신통이 진정한 대성을 이뤘다고 할 수 있어요. 안타깝게도 보석 제작은 성공률이 매우 낮아서 제가 가진 세계수 나무의 뿌리로는 이것 하나밖에 만들지 못했어요. 나중에 더 좋은 재료를 찾으면 좋은 보석을 만들어 드릴게요.”

섭채주는 바로 정신을 차리고는 미안하다는 듯이 심협에게 전음으로 말했다.

“아니야, 전혀 신경쓸 것 없어. 우선 다른 건 신경 쓰지 말고, 무력이 정진한 틈에 단번에 태을 경지로 돌파하자.”

심협이 그녀를 격려하고는 먼 곳으로 날아갔다.

섭채주는 두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하여 몸의 무력에 법력을 대동하여 천천히 운공하기 시작했다.

“심형, 섭 도우는 괜찮은 게요?”

오홍이 걱정스런 목소리로 물었다.

“무력은 완벽하게 제어했으니 이제 법력을 돌파할 차례입니다.”

* * *

또다시 하루가 지났다.

섭채주의 온몸은 눈부신 금빛으로 뒤덮여 있어서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전혀 볼 수 없었다.

그러던 중, 반경 백 리 해역의 천지영기가 갑자기 격렬하게 파동을 일으키더니 형형색색의 영기 소용돌이가 금빛을 향해 모여들었다. 금빛 안에서 섭채주의 법력이 빠르게 치솟더니 곧 태을 경지로 돌파했다.

커다란 금빛이 빠르게 줄어들었고, 모든 금빛 무력은 고래가 물을 마시듯 한곳으로 흘러 들어갔다. 그리고 이윽고 섭채주의 모습이 드러났다.

현재 그녀의 얼굴은 영롱한 빛으로 번득여 마치 부처의 보상(寶相) 같았고, 등의 나비 날개는 이미 원래대로 돌아와 있었다. 금색 나비 날개에서는 강력한 후예의 무력이 감돌았지만, 조금의 난폭함도 없이 매우 평온했다.

하얀 날개에 담긴 촉구음의 무력도 적지 않게 증가하여 매우 강력한 시간의 힘의 파동이 감돌았다. 이 날개 위에는 올챙이처럼 분산된 수많은 신비한 부문이 떠다녔다.

두 날개 중 금색 날개에 담긴 위력이 더 강했지만, 하얀 날개가  오히려 더 관심을 끌었다.

근처의 천지영기가 하얀 나비 날개 주위를 맴돌며 거대한 영기 소용돌이가 되었는데, 그곳에서 울려 퍼지는 바람 소리는 마치 존귀한 존재에게 경배를 드리는 것만 같았다.

섭채주 체내의 푸른색 공공무력은 완전히 사라진 상태였는데, 언제 사라진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심협은 섭채주를 보자 얼굴에 화색이 돌았지만, 이내 평정을 되찾았다.

비록 큰 고비를 넘기긴 했지만, 섭채주는 지금부터 태을 뇌겁을 마주해야 한다. 다만 지금 그녀의 실력은 상당하고, 수많은 법보까지 있으니 별문제 없을 터였다.

몇 호흡 뒤, 섭채주의 머리 위 허공이 흔들리더니 커다란 칠흑의 겁운이 나타나 빠르게 두꺼워졌다.

거대한 구렁이 같은 커다란 뇌전이 구름 안에서 교차하며 파지직 소리를 내자 천지를 파멸할 듯한 무서운 기운이 퍼져 나왔다.

오홍 등은 일제히 뒤로 물러나 거리를 벌렸다.

심협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이 뇌겁의 기운은 자신이 겪었던 것보다 강력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이상할 것 없다. 뇌겁은 뇌겁을 겪는 자의 잠재력과 경지에 의해 그 위력이 결정된다. 섭채주에게는 시간의 힘이 있으니 태을 뇌겁의 규모가 너 때보다 강력한 것도 당연하다.”

화령자는 심협의 걱정을 알아채고는 설명했다.

“채주가 무사히 뇌겁을 막아낼 수 있을지 걱정이군.”

심협이 중얼거리자, 화령자 역시 이번만큼은 자신도 함부로 판단할 수 없었기에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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