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9화. 조무의 묘
“안 돼! 저 안에 수많은 반인요물이 있어.”
심협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전방의 건물들에서 백여 마리에 달하는 푸른색 그림자가 속속 떠올랐다. 모두 이전의 그 반인요물로, 그들은 마치 이곳을 지키는 것 같았다.
아까 심협의 공격에 호되게 당한 요물도 그 안에 있었는데, 입을 크게 벌려 주위의 무력을 흡수하면서 상처를 회복하는 중이었다.
이곳의 반인요물은 사람만 한 것부터 10여 장에 이르는 거대한 존재도 있었다. 그것들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을 살펴보니 크면 클수록 기운이 강했는데, 가장 커다란 몇 마리는 진선 후기 정도의 수준이었다.
“크아아아!”
요물들이 포효하며 일행을 향해 달려들었다.
“조심하시오! 이 괴물들은 강하지 않아도 수가 많고, 또 이것들이 전부가 아닐 수도 있소!”
오홍이 크게 외치며 금색 용창을 꺼냈다.
섭채주와 눈물 요괴, 거울 요괴 등도 법보를 꺼내 준비했다.
“괜히 수고할 것 없습니다.”
심협이 담담하게 말하더니 오른손에서 푸른 빛을 강하게 뿜어내더니 허공을 향해 진창해 신통을 펼쳤다.
무서운 한기가 퍼지면서 오홍 등은 온몸에 전율이 일었고, 몸이 얼어붙을 것 같았다. 전방 넓은 영역의 바닷물이 갑자기 굳더니 거대한 얼음덩어리가 되었다.
반인요물들은 전부 푸른색 얼음에 갇혔고, 체내의 무력도 그대로 얼어붙어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이 푸른 얼음은 이전의 진창해가 만들어낸 얼음과는 달리 겉에 눈부신 광망이 번쩍였다. 마치 금강석(金剛石: 다이아몬드) 같아서 난공불락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악전고투를 예상했던 사람들은 상황이 순식간에 끝나버리자 경악했다.
심협은 진창해의 위력에 흡족해하며 손을 거뒀다.
“이건 보타산의 진창해인가? 보아하니 이미 5층 경지에 도달한 모양이군. 제법이야.”
조룡의 혼이 다시 나타나더니 혀를 내둘렀다.
“한빙의 잔재주일 뿐인데 과찬이십니다.”
“겸손이 지나치군. 이게 잔재주라면 천하의 다른 신통들은 뭔가.”
조룡의 혼이 하하 웃으며 말했다.
“조룡 선배는 진창해를 잘 아시는 모양입니다? 제가 비록 이 신통을 익히긴 했으나 그 내력은 잘 모릅니다.”
심협이 눈빛을 반짝이며 물었다.
“본존이 진창해 신통해 관해 조금 알고 있긴 하지. 이 신통은 상고 시기 한빙도(寒氷道)의 창해현빙결(滄海玄氷訣)에서 탈태한 뒤, 보타산의 한빙선의(寒氷禪意)가 추가되면서 삼계 일류의 한빙 신통이 되었지. 한데 그건 왜 묻는 게냐?”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진창해를 제5층의 경지까지 수련한 후로 정체돼서 아무리 수련해도 더 나아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혹시 선배님께서 지도해주실 수 없습니까?”
심협은 섭채주에게도 물어본 적이 있는데, 세워진 지 오래된 보타산에서도 제5층까지 수련한 것은 겨우 한두 명의 뛰어난 선배에 불과했다. 또한 이들도 심협과 마찬가지로 정체되어 이 신통의 제5층 경지를 어떻게 더 높일 수 있을지는 갈피를 잡지 못했다고 한다.
“본존도 진창해에 대해 아는 것이 많지는 않다. 제5층까지 수련했으면 이미 절정이라 할 수 있는데 어찌 네게 가르침을 줄 수 있겠느냐.”
조룡의 혼이 씩 웃으며 말했는데, 그 말에는 다른 뜻이 숨겨진 것 같았다.
“상고의 대능이신 선배님은 안목이 훌륭하시니, 아낌없이 지도해 주신다면 어떻게든 보답하겠습니다.”
심협이 예상했다는 듯 공수하며 말했다.
“오, 그럼 내게 뭘 줄 수 있느냐?”
조룡의 혼이 거드름을 피우며 물었다.
“조룡척목은 이제 없으니 원하는 게 있다면 말씀하시죠.”
“다른 건 필요 없고, 잠시 후에 북명곤을 찾아내면 날 위해 물건 하나만 얻어다 주면 된다.”
조룡의 혼이 잠시 침묵하더니 답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반드시 도와드리죠.”
심협은 잠시 생각해본 끝에 딱히 위험이 없어 보이자 말했다.
“이 신통은 처음에는 강력한 한기를 추구하고 사방으로 넓게 펼쳐서 공격 범위가 넓어질수록 좋다. 그러나 깊은 경지에 이르러서는 그 위능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너의 진창해는 한기가 강력하긴 하나, 펼칠 수는 있으나 가다듬을 수 없고, 움직일 수는 있으나 멈출 수는 없다. 적을 공격하는 동시에 너도 다칠 수가 있으니 위능을 가다듬어 매끄럽게 흘려보낼 수 있다면 원만의 경지에 가까워질 것이다.”
“한기를 가다듬어 매끄럽게 흘려보낸다…….”
심협은 그 말을 곱씹을수록 눈빛이 점점 밝아져 왔다.
“선배님의 지도에 감사드립니다.”
조룡의 혼을 향해 예를 올린 심협은 갑자기 결인을 했다. 그러자 주먹만 한 푸른색 빙염이 손에서 나왔는데, 한기를 거의 발산하지 않고 유성처럼 10여 장 밖의 어느 곳에 떨어졌다.
파직!
짧은 소리에 이어 몇 장 크기의 푸른색 얼음 결정이 나타났다. 안에는 한 마리의 반인요물이 얼음 봉인에 갇혀 있었다.
이 반인요물은 평범한 사람만 했고, 하반신의 꼬리가 중간에서 갈라져 다리가 될 기미를 보이기도 했다.
비록 한빙에 봉인됐지만, 그 요물의 기운은 여전히 발산되어 태을 경지에 근접한 상태였다.
오홍 등은 그제야 이 요물의 존재를 감지하고는 모두 깜짝 놀랐다. 태을에 근접한 요물이 잠복해 이렇게 가까이 다가왔다니, 만약 심협이 그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결과는 끔찍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빨리 한기를 가다듬는 법을 깨우치다니, 훌륭하다. 진창해 신통을 원만하게 수련할 가능성이 보이는구나.”
“선배님의 덕담에 감사드립니다.”
심협은 웃으며 전신편을 꺼내서 서혼대진을 발동했다.
거대한 검은색 소용돌이가 두 개의 얼음을 뒤덮더니 매우 강력한 흡입력을 뿜어냈다.
실낱같은 정광이 푸른 얼음 결정에서 나오더니 서혼대진 안으로 흘러 들어갔다.
이 공공 후예들의 신혼은 몸 구석구석으로 흩어졌지만, 신혼의 힘은 여전히 남아 있어서 서혼대진은 그들에게도 똑같이 상극이었다.
얼음 결정에 갇힌 반인요물의 몸에 있던 신혼이 완전히 흡수되면서 몸의 기운이 사라져 한 구의 시체가 되었다.
서혼대진이 계속 운공되자 실낱같은 순수한 혼력이 심협의 머릿속으로 주입되었다.
비록 한 가닥씩 보자면 매우 적었지만, 모이고 모이니 매우 많아서 이전에 원구의 신혼을 치료할 때 손실됐던 혼력이 전부 회복됐다.
심협의 손에서 푸른 빛이 반짝이자 두 개의 얼음이 펑 하며 깨졌고, 반인요물들의 시체는 전부 아래로 가라앉았다.
뒤이어 소매를 휘두르자 초록빛 도광, 명홍도가 요물들의 시체를 스쳐 지나갔다.
끊이지 않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모든 반인요물의 시체가 동강 났고, 잔해도 말라비틀어지면서 체내의 요력과 무력, 정기가 전부 흡수되었다.
명홍도의 초록빛 도신이 짙은 푸른색으로 변하더니 사나운 기운도 대폭 줄어들어 거의 감지하기 어려웠다.
심협은 이것이 명홍도가 대량의 공공무력을 흡수하면서 일어난 현상임을 알았기에 기뻐하며 그 도를 거뒀다.
오홍 등은 심협의 연이은 술법에 경악한 얼굴로 서 있었다.
섭채주는 심협의 이런 수단을 진즉 알고 있었기에 담담한 표정으로 묘지 건물 앞으로 내려가 대전의 문에 손을 댔다.
문에서 갑자기 눈부신 푸른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건물 다른 곳에서도 푸른색 허상이 떠올랐고, 빠르게 퍼져 나갔다. 그 광경은 매우 아름다웠다.
“이건 무슨 금제지?”
섭채주는 손에서 무력을 발하며 묘지 건물을 감지하려 했다.
촤악!
묘지 건물의 푸른색 허상이 갑자기 열 배나 커지더니 겹겹의 푸른색 파도 허상이 성난 짐승 떼처럼 섭채주를 공격했다.
깜짝 놀란 섭채주가 바로 무력과 법력을 발동하자 몸에서 금과 백의 광망이 떠올랐다.
하지만 반응이 약간 늦어서 두 광망이 떠올랐을 때는 푸른색 파도가 이미 그녀를 휩쓴 뒤였기에 섭채주는 멀리 날아가며 피를 뿜었다.
금빛이 뒤에 나타나 섭채주의 몸을 떠받쳤다. 물론 심협이었다.
“괜찮아?”
“괜찮아요. 폐허가 된 유적에 아직도 이런 강력한 금제가 남아 있을 줄은 몰랐네요.”
섭채주가 스스로 치료 법술을 시전하자 창백했던 안색이 회복되었다. 그녀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묘지 건물을 바라봤다.
건물의 푸른색 허상은 빠르게 사라져서 거의 순식간에 마치 나타난 적이 없는 것처럼 완전히 사라졌다.
“이 힘은 물의 조무였던 공공무력이오. 이곳은 심해이고 무력이 사라지지 않았으니 주위에 얼마나 많은 금제가 있을지 아무도 모르오. 그러니 조심해야 하오.”
심협이 큰소리로 외치자 섭채주의 눈빛이 반짝였다.
자신의 몸에 무족 혈맥이 흐른다는 것을 안 이후로 그녀는 쭉 무족의 정보를 모으고 있었기에 조무 공공에 대해서도 당연히 알고 있었다. 이 조무의 신통은 기이해서 확실히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반면 오홍 등은 그 말에 깜짝 놀라면서도 눈을 번득였다.
공공은 십이조무 중 하나가 아닌가. 그럼 설마 이 묘지 건물이 공공의 묘란 말인가?
만약 정말 그렇다면 이 안에는 무족의 보물이 들어 있을 가능성이 컸다.
그들은 곧바로 흩어져 빠르게 주위를 둘러봤지만, 몇 개의 영재만 발견했을 뿐, 큰 수확은 없었다.
심협은 수색 대열에 합류하지 않고 묘지 건물 대문 앞으로 가 양손을 결인했다.
하얀 빛이 그의 손끝에서 나가더니 건물 대문으로 들어갔다. 바로 삼소묘음술이었다.
최근 수련에 여유가 있어서 그는 끊임없이 삼소묘음술을 연구했고, 또 화령자가 적잖은 지도를 해준 덕에 이 상고의 탐색 비술을 거의 다 익혔다.
대문과 주위의 건물에서 다시 푸른 파도 허상이 떠오르더니 물결치며 흘렀다. 다만 섭채주가 탐색했을 때보다는 격렬하지 않았다.
오홍 등은 심협의 행동을 보고는 일제히 모여들었다.
이 묘지 건물에 설치된 금제의 무서움을 방금 섭채주가 몸소 보여주었기에 그들은 심협의 탐색 결과를 조용히 기다렸다.
하얀 빛이 쉬지 않고 대문 안에서 튕겨 나올 때마다 심협은 대문에 설치된 금제를 조금씩 간파해갔다.
이 금제는 지금껏 봐왔던 것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보기에는 한 겹 같지만 사실 엄청난 수의 금제가 조합되어 있었다. 그로서는 그중 50여 개가 쌓여 있는 것만을 알아내는 것이 전부였다.
다만 심협은 이것이 이 금제의 전부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더 많은 것이 있음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게다가 이 금제들은 땅속의 수맥과 연결되어 있어서 푸른 허상 금제를 공격하는 것은 동해지연의 수맥을 공격하는 것과 같았다. 번천인이나 훼멸명왕을 발동해도 소용이 없을 것 같았다.
“이건 천중첩낭진(千重疊浪陣)이라고, 공공조무가 창안해낸 비전무진(祕傳巫陣)이다. 일이 귀찮게 됐구나. 이 진은 근처의 수맥과 연결되어 있어서 동해지연 전체를 부수지 않는 한 이 진을 부술 방법은 없다.”
화령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동해지연을 부수라니! 천존의 존재도 쉽사리 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심협의 얼굴에 난감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 금제를 부수는 것이 매우 어려울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그 정도일 줄은 전혀 몰랐다. 만약 정말 화령자의 말대로라면 불가능하다는 것 아닌가.
보물 창고가 눈앞에 있는데 그냥 보고만 있어야 한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