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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1067화 (1,067/1,214)
  • 1067화. 법칙 공간

    “어딜 도망가느냐!”

    심협이 차갑게 비웃더니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아래로 떨어지던 현황일기곤이 방향을 옆으로 바꿔 단숨에 금전을 쫓아갔다.

    금전은 눈가가 크게 떨렸고, 다급한 목소리로 뭔가를 외쳤다. 그러자 몸의 금빛이 전부 오른팔에 집중되면서 팔이 순식간에 배로 커졌고, 그 위에 빼곡한 금색 용의 비늘이 나타나면서 강력한 힘을 뿜어냈다. 주위의 허공에 눈에 보일 정도의 파문이 일어났고, 동시에 현황일기곤과 충돌했다.

    꽈르릉!

    금빛이 폭발했고, 금전의 포효가 들려왔다.

    심협은 한층 차가워진 눈으로 금색 허상이 되어 돌진했는데, 갑자기 나타난 두 개의 금색 교룡, 금전교 법보가 교차하며 그의 몸을 베려 했다.

    심협 또한 이 법보는 꺼려졌기에 우뚝 멈추고는 현황일기곤을 옆으로 휘둘렀다.

    땅! 땅!

    두 번의 경쾌한 굉음과 함께 두 개의 금색 교룡이 튕겨 날아갔다.

    금전은 그 틈에 수백 장 밖으로 날아간 후에야 모습을 드러냈는데, 어느덧 원래의 크기로 돌아와 있었다. 다만 그의 모습은 처참했다. 오른팔은 사라졌고, 어깨는 피투성이였다.

    용아와 청청이 금전 옆으로 다가오더니 당황한 표정으로 심협의 눈치를 살피며 법보로 금전의 양옆을 보호했다.

    “네놈은 도대체 누구냐!”

    금전이 심협을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한편, 동해 용궁 사람들은 크게 고무되었다. 그중 몇 명은 이 검은 얼굴의 남자가 심협임을 짐작했기에 속으로 기뻐했다.

    ‘심형의 실력이 이 정도일 줄이야!’

    오홍도 내심 깜짝 놀랐다.

    “말이 많군. 닥치고 이거나 받아라!”

    심협은 금전의 질문에 대답하기는커녕 귀찮다는 듯 팔을 휘둘렀다.

    꽈르릉!

    마른하늘에 천둥소리가 울렸다!

    뒤이어 만 장 크기의 노을빛 아래 길이가 천 장에 이르는 거대한 곤봉 허상이 하늘에서 내려와 하늘을 떠받치는 신병처럼 순식간에 떨어졌다.

    “흥! 부상을 입었다고 우습게 보는 것이냐! 내 진짜 실력을 보여주마!”

    금전이 험악하게 일그러진 얼굴로 외치고는 어깨를 들썩이자 짙은 혈무(血霧)가 솟아올라 순식간에 몸을 뒤덮었다.

    펑! 퍼펑! 펑!

    연이은 폭죽 소리가 혈무 안에서 들려오더니 혈홍색 용의 발톱이 혈무에서 모습을 드러냈고, 단숨에 거대한 곤봉의 허상으로 향했다.

    쾅!

    둔탁한 소리와 함께 거대한 곤봉 허상은 크게 떨리다가 멈췄다.

    심협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공격이 막혀서가 아니라 혈색 용의 발톱에서 뿜어져 나오는 형언할 수 없는 기이한 파동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법칙의 힘!”

    그는 눈을 가늘게 뜨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법칙의 힘을 알고 있다니, 식견이 제법이로구나! 흐흐. 허나 후회해봐야 이미 늦었다!”

    혈무에서 금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음 순간, 짙은 혈무는 고래가 물을 빨아들인 것처럼 안으로 모여들더니 순식간에 사라졌고, 금전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의 잘린 오른팔과 크고 작은 상처 모두 완전히 회복되었으며, 피부에는 금색 비늘이 자랐다. 양손에는 기다란 핏빛 손톱이 생겨나서 반인반교(半人半蛟)의 형태였다.

    “경지를 보아하니 태을로 돌파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법칙의 힘을 깨닫기에는 한참 부족하구나! 내 오늘 네놈에게 지고무상한 천지법칙의 위대함을 똑똑히 새겨주마! 크하하하!”

    금전이 미친 듯이 웃더니 다섯 손가락을 연속으로 움직여 허공을 그었다.

    다섯 줄기 혈색 광사가 그의 오른쪽 손톱에서 심협을 향해 뿜어져 나가자 주위의 천지가 순식간에 혈홍색으로 변했고, 모든 것이 법칙의 힘에 뒤덮였다.

    거리가 가까웠던 용궁 사람들은 마치 만 장 크기의 거대한 산에 짓눌린 것처럼 몸이 무거워져서 꼼짝도 할 수 없었고, 체내의 법력도 굳은 것 같았다. 이들은 두려움에 질릴 수밖에 없었다.

    ‘무슨 신통이기에 이리도 강력하단 말인가!’

    법칙의 힘은 심협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이에 심협은 몸이 무거워졌지만, 행동이 제한될 정도는 아니었다.

    그가 결인하자 현황일기곤이 다시 몇 배로 커지더니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고, 곧장 발천난봉을 시전했다.

    64개의 거대한 금색 곤봉 허상이 두 사람 주위에 나타났다. 마치 원래 거기에 새겨져 있었던 것처럼 허상 하나하나에 수많은 금색 영문이 떠올랐다.

    곤봉의 허상이 뒤덮은 영역 내의 모든 천지영기와 법칙의 혈광이 모두 쫓겨나듯 밀려났다.

    심협과 금전은 마치 외부와 단절된 것처럼 갑자기 어떤 기운의 파동도 느낄 수 없었다. 64개 곤봉 허상에서 뿜어져 나오는 거대한 힘만이 감지됐다.

    ‘곤법이 닿는 범위의 모든 것이 외부와 교류가 끊기고 단절되다니! 그래, 이것이 바로 발천난봉의 정수였어!’

    심협은 퍼뜩 깨달음을 얻었다.

    진선기에 도달한 뒤에는 수사의 공격이 천지의 힘을 끌어당기는데, 태을 경지에 도달한 이후로는 훨씬 많은 천지영기를 끌어들인다. 심지어 천지의 힘을 제어하는 힘에 의지하여 싸우는데, 만약 외부와의 연결이 끊어지면 실력의 6할 정도는 사라지고 만다.

    “어찌 된 일이지?”

    금전은 영문을 몰라 깜짝 놀랐고, 양손을 차륜처럼 결인하고는 손끝에서 가느다란 혈광을 마구 쏘아 보냈다.

    매우 날카로운 혈광이 곤봉의 허상을 힘겹게 뚫더니 주위의 혈색 공간으로 들어갔다.

    혈색 세계에서 우르르 소리가 나더니 천 장 길이의 혈광이 혈색 강처럼 하늘에서 내려왔다.

    “혈하법칙(血河法則)! 금고만물(禁錮萬物)!”

    금전이 양손을 휘두르며 외치자 혈색 강이 64개의 곤봉 허상 주위에 나타나더니 빠르게 줄어들어 모든 곤봉의 허상을 가두었다.

    이를 본 심협은 속으로 탄식했다. 그는 아직 발천난봉을 완전히 장악하지못했기에, 주위의 곤봉 허상 공간은 가장 기초적인 형태에 불과했다. 그게 아니었다면 이렇게 쉽게 뚫렸을 리가 없었다.

    그는 탄식하면서도 낮게 외쳤다. 그러자 온몸의 근육이 소리 없이 꿈틀거리더니 방대한 힘이 몸 구석구석에서 양팔로 전해졌다.

    심협이 양팔로 현황일기곤을 휘두르자 64개의 곤봉 허상이 사용했던, 외부와의 연결을 차단하는 강력한 힘이 폭발하면서 밖으로 쏘아져 나가 혈색 강을 강하게 공격했다.

    혈색 강은 크 떨리더니 갑자기 폭발했고, 수많은 혈광이 되어 흩어졌다.

    심협이 다시 결인하자 64개의 곤봉 허상이 바로 하나로 합쳐져 천지를 가르며 나아갔다.

    콰쾅!

    천지를 파괴할 정도의 힘이 폭발하면서 주위의 혈색 공간이 종잇장처럼 찢어졌고, 수많은 혈광이 그렇게 사라졌다.

    대전 주위의 하늘이 원래의 색으로 돌아왔고, 용궁 사람들의 몸을 짓누르던 압박도 함께 사라졌다.

    법칙 공간이 부서지면서 법칙의 힘의 반동이 돌아오자 금전은 안색이 시뻘겋게 변했고, 금색 피를 토했다.

    “이럴 수가! 법칙의 힘을 깨닫지도 못한 놈이 어떻게 내 혈하법칙을 부순 것이냐?”

    그는 자신의 상처를 돌보지도 않고 분노한 듯 외쳤다.

    심협은 이번에도 금전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현황일기곤을 늘려 하늘의 기둥 같은 거대한 곤봉으로 만들어 내리쳤다.

    안색이 돌변한 금전은 겁에 질린 표정으로 서둘러 금전교를 발동했다. 그러자 두 마리 금색 교룡이 교차하며 날아갔다.

    동시에 금전이 소매를 휘두르자 반룡(盤龍) 같은 둥근 돌 모양의 법보가 날아가 수많은 청색 광사를 뿜어냈다. 이 광사는 순식간에 거대한 푸른색 그물이 되어 현황일기곤을 휘감았다.

    콰르릉! 쾅!

    몇 번의 굉음이 울려 퍼지고 하늘 전체가 강하게 흔들렸다!

    두 마리 금색 교룡은 굉음과 함께 네 조각으로 잘려 하늘에서 떨어졌고, 푸른색 거대한 그물은 찢겼으며, 반룡 법보는 현황일기곤에 두들겨맞고는 진천추처럼 터져 나가 푸른색 가루가 되었다.

    금전 자신도 막대한 충격을 받아서 또다시 피를 토하고는 놀란 눈으로 심협을 돌아봤다.

    자신이 고생하여 만든 법보인 냉룡석반(冷龍石磐)도, 심지어 금전교마저 상대의 곤봉 공격을 버티지 못했다.

    ‘저자의 실력은 실로 막강하고 법보도 강력하니 난 적수가 아니구나. 더 싸우다가는 정말로 여기서 죽을지도 모른다!’

    금전은 본래 교활한 자였기에 바로 물러날 기미를 보였다. 그는 소매를 휘둘러 부러진 금전교를 거뒀고, 그 자리에서 하늘로 솟구쳐 용 모양의 금빛으로 변하더니 용아와 청청을 휘감고는 멀리 도망치려 했다.

    “섭섭하게 벌써 가려는 게냐? 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것도 있어야 하는 법. 내 도를 선물로 주마!”

    심협이 차갑게 비웃고는 소매를 휘두르자 초록빛 도광이 번개처럼 날아가더니 허공으로 들어가 사라졌다.

    거의 같은 순간, 먼 곳의 금빛 안에서 전력을 다해 도망치던 금전은 갑자기 뼈를 찌르는 한기가 가슴을 찔러오자 곧장 옆으로 피했다. 허공에서 정광이 번득이더니 초록빛 도광이 갑자기 나타나 전광석화처럼 날아왔다.

    금전은 가까스로 피했지만, 초록색 도광이 스쳐간 것만으로도 콰직 하는 소리와 함께 몸이 반으로 갈라지면서 대량의 피가 쏟아졌다.

    하지만 금전도 태을의 존재였기에 중상을 입은 와중에도 하반신의 단전에서 금빛이 번득이더니 1척 크기의 작은 금색 교룡이 날아올랐다. 이 교룡은 용솟음쳐 금색 구름으로 변하더니 동강 난 몸을 감싸고는 멀리 달아났다.

    “네놈, 이 원한은 나중에 반드시 갚아주겠다!”

    금전의 처절한 목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나중에? 그럴 기회가 있을까?”

    심협이 차갑게 내뱉으며 법결을 바꾸자 명홍도의 도광이 증폭하더니 똑같이 생긴 아홉 개의 도광이 번개처럼 날아가 순식간에 다시 금전을 따라잡았고 강력하게 베었다.

    한데 그때, 검은 금색 구름에서 그림자가 나오더니 아홉 개의 도광을 뒤덮었다.

    심협은 눈살을 찌푸리고는 명홍도를 발동하여 검은 그림자를 부수려 했다. 한데 기이한 열기가 갑자기 명홍도를 파고들더니 도신 위의 심신 각인을 타고 심협의 머릿속으로 침입해 왔다.

    이 모든 일은 순식간에 일어나서 막을 겨를도 없었고, 기이한 열기가 그의 머릿속으로 침범했다.

    심협은 영문도 모른 채 몸이 뜨거워졌고, 심장이 터질 것처럼 빠르게 뛰었으며, 눈앞에는 온갖 기억과 환상이 떠올랐다. 마치 몽마에 빠진 것 같았고,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심마(心魔)!”

    그는 깜짝 놀라 서둘러 부주진신법으로 정신을 가다듬었다.

    부주진신법은 평범한 환술 공격에는 효과적이지만 심마를 상대로는 의미가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 태을 경지로 오르면서 신혼의 힘이 더 정진한 터라 심마를 막아내는 능력 또한 몇 배나 강해졌기에 환상에서 금방 벗어났고, 몸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다만 그 틈에 금색 구름으로 변한 금전은 멀리 사라져서 쫓아갈 수가 없었다.

    “화령자, 방금 검은 그림자에서 기이한 열기가 느껴졌는데 아무래도 심마대법 같아.”

    심협은 무리해서 뒤쫓지 않고 현황일기곤과 명홍도를 거두며 화령자에게 전음을 보냈다.

    “그래, 틀림없다. 분명히 심마대법이었어. 용아와 청청의 소행이겠지.”

    화령자는 신이 난 것처럼 웃으며 말했다.

    “그 두 사람을 만난 게 그렇게 기쁜 일이야?”

    “심협, 넌 정말 안목이 없구나. 그 둘이야 별것 아니지만 그들의 심마대법은 다르다고. 마족의 심마대법은 매우 오묘해서, 심마를 억제하는 신통도 있지. 그러니 얻을 수 있다면 나중에 천존 경지로 들어설 때 도움이 된다고.”

    “심마대법이 천존의 경지로 들어서는 데 도움이 된다고?”

    “당연하지! 천존 경지에 들어설 때는 뇌겁 대신 심겁(心劫)이 있다. 심겁 중에서도 특히 심마의 겁이 가장 까다로워 지금껏 수많은 수사가 이 난관에 막혀 천존 경지에 오르지 못했다. 원천강조차 천존의 경지로 돌파할 때 영보를 시전하여 삼재지법(三災之法)을 막았지. 이론대로라면, 심마를 강력한 영보 안에 봉인한 것이다. 영보로 삼재지법을 막아 잠시 체내의 심마를 제거하고, 그 틈에 천존 경지로 돌파한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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