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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1066화 (1,066/1,214)
  • 1066화. 의견 충돌

    “그렇다면 동해 용궁은 만요맹에 가입하지 않겠다는 건가?”

    금전의 표정은 점점 차가워졌다.

    용아와 청청 두 사람은 법결을 결인하여 위세를 점점 발산했다.

    “조용히 하라!”

    오홍이 괴로움을 억누르며 외치자 용궁 사람들은 그제야 분노를 억누르고 입을 다물었다. 그들의 눈은 일제히 오홍에게로 향했고, 떠들썩하던 군중도 평정을 되찾아갔다.

    “금 도우, 이 일은 사안이 크니 일족 모두와 의논해야 하오. 사흘 뒤 답을 드리면 어떻겠소?”

    며칠만 시간을 벌면 경지를 안정시킬 수 있으니 그때가 되면 만회의 여지가 훨씬 많아질 터였다.

    “본맹은 속전속결을 좋아하니 기다릴 수 없소. 오 도우는 딱 한 마디로 답하시오. 본맹에 가입하겠소, 안 하겠소? 아니면 그대는 용궁의 주인이라면서 그 정도 패기도 없어서 저런 잡다한 것들의 말까지 들어봐야 하는 건가?”

    금전이 눈을 부릅뜨고 오홍을 노려봤다.

    그의 말투가 점점 거칠어지자 오홍은 표정이 어두워졌다. 더욱이 자신이 방금 태을의 뇌겁을 겪어서 원기가 불안정한 것을 알아채고는 지금 찾아와 협박하는 것임을 눈치챘다.

    그러나 그는 근간이 안정되지 않았어도 자신은 진룡의 혈맥인데 한낱 교룡 따위를 두려워해서야 되겠느냐고 스스로에게 물은 후, 입을 열었다.

    “금 도우가 본 것처럼 본궁의 대다수가 만요맹에 가입하기를 바라지 않으니 동해 용궁은 거절하겠소.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 주시오.”

    “좋다! 동해 용궁이 만요맹을 업신여기니 내 용궁이 얼마나 대단한지 직접 알아봐야겠다!”

    금전이 차갑게 웃고는 온몸에서 금빛을 뿜어냈다.

    갑자기 방대하기 그지없는 기운이 휘몰아치더니 실제와 같은 거대한 금빛 소용돌이가 하늘로 치솟자 천지의 색이 변할 정도의 위세를 뿜어냈다.

    뇌겁으로 이미 절반쯤 파괴되었던 대전은 금색 소용돌이에 휩쓸리자 썩은 나무처럼 힘없이 붕괴했다.

    용궁 사람들은 서둘러 뒤로 피했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휩쓸렸고, 이들은 몸부림을 쳤지만, 추풍낙엽처럼 몸을 전혀 가누지 못했다.

    “금강풍(金罡風)! 당장 멈춰라!”

    오홍이 깜짝 놀라 외치더니 결인했다.

    주위에서 웅웅 소리가 나더니 수많은 번개가 금전을 향해 뿜어져 나갔다.

    오중 등 경지가 강한 자들도 바로 나서며 법보의 광망으로 금색 소용돌이에 휩쓸린 일족을 휘감고는 구해내려 했다.

    이를 본 금전이 차갑게 비웃더니 입을 벌리고 포효하자 금색 음파가 휘몰아쳤고, 허공이 떨리면서 균열이 생겨났다.

    수많은 번개와 용궁 사람들의 법보는 모두 금색 음파에 휩쓸려 부서지고 멀리 날아갔다.

    금색 소용돌이에 휩쓸린 용궁 사람들도 피를 뿜었고, 중상을 입어 빈사 상태에 빠졌다.

    “네 이놈!”

    오홍이 노발대발하며 손에서 광망을 번득이자 금색 용창이 나타났다.

    푸른 빛이 그의 손에서 뿜어져 나가 퍼지자 금색 용창이 눈 깜짝할 사이에 푸른색으로 변했다.

    오홍이 손을 떨자 용창이 차륜처럼 회전하기 시작했고, 창끝이 수많은 허상으로 변하여 금전의 정면으로 날아갔다.

    “겨우 이 정도냐?”

    금전이 비아냥거리더니 입에서 암금색 전추(戰錐)를 뱉고는 한 손으로 잡았다.

    그의 몸에서 수많은 금색 파동이 소리 없이 요동쳤고, 몸이 빠르게 팽창해 순식간에 백 장 크기의 거인이 되었다.

    암금색 전추도 백 배 이상으로 커졌고, 수많은 금색 부문이 위에서 요동치자 10여 겹의 금색 광문(光紋)이 만들어졌다. 그것들이 서로 합쳐지자 무거운 위압이 퍼져나가 주위의 공간마저 무너질 것 같았다.

    금전이 크게 포효하자 근육이 몇 배로 팽창했고, 그는 용창의 허상을 향해 암금색 전추를 휘둘렀다.

    쾅!

    굉음과 함께 수많은 창의 허상이 부서졌고, 그 안에 담겨 있던 한기도 가볍게 무너졌다.

    용창이 구부러지면서 오홍은 뒤로 튕겨나갔다. 짧은 비명과 함께 몸의 기혈이 끓어오르고 법력이 요동쳤다.

    오중 등도 전추의 위세에 영향을 받아 안색이 창백해졌고, 피를 토했다. 금전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점점 두려움이 짙어졌다. 동해 용궁의 고수들이 모두 모였는데도 금전의 일격에 모두 중상을 입은 것이었다.

    금전은 의기양양해 두 팔을 휘둘러 암금색 전추를 던졌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암금색 전추가 순식간에 오홍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전추에서 금빛이 다시 번득이자 수많은 금빛 파동이 나타나 가운데로 빠르게 모여들어 눈 깜짝할 사이에 거대한 금색 광구가 되었다. 광구는 곧장 오홍의 머리를 노렸는데, 그 위세는 이전의 일격보다 두 배나 강했다.

    가까스로 체내의 법력을 다스린 오홍은 암금의 전추가 날아오는 것을 보고는 그 강력한 위세에 몸을 떨었고, 곧장 일어섰다. 죽음의 위기가 몰려오자 그는 표정이 돌변하더니 하늘을 향해 길게 포효하면서 백 장 길의 금색 용으로 변했다.

    그의 복부에서 햇빛과 같은 눈부신 금빛이 뿜어져 날아갔고, 다섯 번째 용의 발톱이 암금색 전추와 충돌했다.

    쾅!

    굉음과 함께 암금색 전추는 뒤로 튕겨 나갔고, 오홍 역시 다시 충격으로 날아갔다. 날카로운 다섯 번째 발톱은 부서졌고, 비늘도 터지면서 피를 뿜어내며 그의 복부로 돌아갔다.

    금전의 얼굴에는 의아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여전히 평온한 눈빛으로 왼손의 소매를 휘둘렀다.

    금빛이 뿜어져 날아가더니 믿을 수 없이 빠른 속도로 오홍의 옆에 나타났다. 그 안에는 사방으로 빛을 뿜어내는 금색 전도가 있었다.

    “피해!”

    표정이 돌변한 오중이 놀라 소리쳤다.

    그는 금양종이 멸문할 때 금전이 이 전도 법보를 시전한 것을 본 적이 있었다. 일격에 금양종의 호종대진이 완전히 무너졌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전도의 금빛이 갈라지더니 두 마리 금색 교룡으로 변했는데, 맞댄 머리는 칼날이, 맞댄 꼬리는 자루가 되어 오홍의 몸을 휙 긋고 지나갔다.

    치익!

    기이한 소리와 함께 오홍의 몸은 절반으로 잘렸고, 대량의 피가 사방으로 뿜어져 나갔다.

    한데 동강 난 몸이 갑자기 터지면서 두 줄기의 거대한 혈광으로 변하더니 백여 장 정도 날아가 다시 뭉쳤고, 빠르게 꿈틀거리며 합쳐졌다.

    혈광이 빛나면서 오홍의 몸이 다시 나타났는데, 복부의 상처는 이미 사라진 후였다. 그러나 방금 시전한 비술로 법력 소모가 상당했는지 안색은 매우 창백했다.

    “혈룡대법(血龍大法)? 역시 현묘한 신통이로구나. 허나 그 술법은 원기의 소모가 매우 크지. 이제 갓 태을 경지에 들어선 네가 그 술법을 몇 번이나 시전할 수 있겠느냐?”

    금전이 차갑게 웃으며 암금색 전추로 다시 허공을 내리쳤다.

    오홍 주위의 허공에서 금빛이 번득이더니 수많은 파문이 휘몰아쳤다.

    그는 몸소 암금색 전추의 위력을 겪어봤기에 서둘러 용으로 변하여 피하려 했다.

    한데 그때, 허공에서 파동이 일어나더니 두 줄기 금색 교룡이 날아와 그의 몸을 휘감았다. 바로 그 강한 위력의 금색 전도가 변한 것이었다.

    두 마리 금색 교룡이 몸을 휘감고 오홍을 절반으로 자르려는 순간이었다.

    카캉!

    거대한 금색 곤봉이 아무런 징조도 없이 나타나더니 두 마리 교룡의 가운데로 끼어들었다. 두 마리 교룡은 금색 곤봉에 끼었고, 굉음과 함께 뒤로 튕겨나갔다.

    뒤이어 손이 하나 튀어나와 오홍의 어깨를 뒤로 잡아당겨 금색 교룡들 사이에서 빼냈다.

    “누가 감히 본좌를 방해하는 것이냐!”

    금전은 싸늘하게 외치며 몰래 결인했고, 순간 두 마리의 금색 교룡이 돌아와 그의 주위를 빠르게 맴돌았다.

    용아와 청청도 화들짝 놀라 서둘러 날아오며 각자 법보를 꺼냈다.

    그때, 오홍 옆에서 초록색 빛이 번득이더니 얼굴이 시커먼 중년 남자가 나타났다. 물론 심협이었다.

    “귀하는 인간족 수사 같은데 어찌하여 만요맹과 동해 용궁의 일에 끼어드는 것이오?”

    “오형, 괜찮습니까?”

    금전이 경계하는 목소리로 물었지만, 심협은 그를 무시한 채 오홍을 돌아보았다. 이에 금전은 분노로 눈이 뒤집혔지만, 바로 경거망동하지는 않았다.

    그의 금색 전도는 교룡 일족 선조의 유해에 자신이 태을 경지로 들어섰을 때 탈피하면서 남은 잔해까지 더해 상고 봉신(封神) 때의 중보 금교전(金蛟剪)의 연제법을 참고하여 고생 끝에 만든 법보였다. 그 위력은 막강하여 선기에 비할 정도였다. 한데 상대가 이를 가볍게 튕겨냈으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심형! 방금 고마웠소!”

    외모와 기운이 변했지만, 심협의 목소리는 그대로였기에 오홍은 그 정체를 단숨에 파악하고는 크게 반가워했다.

    섭채주도 심협 옆으로 날아왔다.

    “오형을 치료해줘.”

    심협의 말에 섭채주가 주문을 읊고 손가락을 튕기자 버드나무 모양의 초록색 빛이 오홍의 몸으로 들어갔다. 그의 몸은 갑자기 초록 빛으로 덮였고, 천지영기가 몰려들면서 손상되었던 원기가 회복되고 상처도 아물어갔다.

    “보타산의 비술!”

    이를 본 금전의 눈이 가늘어졌다.

    “금전 대인, 저들을 이대로 두면 안 됩니다! 저 얼굴 시커먼 놈만 해도 강적인데 오홍까지 회복되면 우리가 불리해질 겁니다!”

    청청은 금전이 나설 생각이 없어 보이자 전음으로 말했다. 이에 금전은 흠칫했다.

    다음 순간, 암금색 전추에서 갑자기 금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순식간에 심협 등의 머리 위에 나타나 이전보다 빠르게 태산처럼 짓눌러왔다.

    거대한 전추가 닿기도 전에 강력한 힘이 먼저 내려와 세 사람 주위의 허공을 흔들었다.

    표정이 어두워진 오홍이 나서며 막으려 했다.

    “여기는 내게 맡기고 오형은 회복에 전념하시오.”

    심협은 담담하게 말하고는 허공에서 손을 움켜쥐었다. 그러자 거대한 현황일기곤이 마치 마른 풀처럼 가볍게 떠오르더니 거대한 금빛 허상으로 변하여 전추를 향해 돌진했다.

    꽈르릉!

    거대한 전추와 곤봉이 충돌하자 귀청이 찢어질 듯한 굉음이 울려 퍼졌고 눈부신 불꽃이 사방으로 튀었다.

    암금색 전추는 갑자기 안으로 크게 파이더니 그 위의 금빛도 절반으로 줄어들면서 연달아 뒤로 밀려났다.

    “이럴 수가!”

    금전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외쳤다. 이 진천추(震天錐)는 비록 금교전 같은 내력은 없다 해도 자신이 심혈을 기울여 동해의 수백 종 오금지정(五金之精)으로 만든 데다 정광광맥에서 백 년간 온양한 끝에 완성된 것이다. 같은 등급의 법보 중에는 최강일 거라 믿었건만 뜻밖에도 일격에 밀려난 것이다.

    금전이 눈을 부릅뜨고는 양손을 다시 휘두르자 갑자기 빼곡한 법결이 폭우처럼 진천추로 들어갔다. 그러자 진천추의 금빛은 바로 안정되었고, 겉에서 갑자기 금빛 파동이 뿜어져 나왔다. 진천추는 다시 거대한 금구(金球)로 변했고, 위세가 배로 폭증하면서 현황일기곤을 허공에서 막아냈다.

    심협은 내심 놀랐지만, 덤덤한 얼굴로 황정경을 극한까지 운공했다. 그의 웅혼한 법력이 주입되자 현황일기곤에서 64개의 금환(金環)이 뿜어져 나왔다. 바로 64개의 금제였다.

    곤봉이 똑바로 볼 수 없을 만큼 찬란한 금빛으로 뒤덮이면서 그 위력이 폭증했고, 거세게 진천추를 밀어붙였다.

    퍼펑!

    굉음과 함께 진천추 위의 금구는 가볍게 부서졌고, 그 안의 추도 폭발하여 가루가 되어 허공으로 흩날렸다.

    심협이 순양검을 만들던 지난 며칠 동안 화령자도 구천금정을 현황일기곤에 융합하는 데 성공했고, 이 곤봉의 힘은 마침내 완벽해졌다. 금제도 64도 대원만 경지가 되었다.

    현황일기곤은 본래 진해빈철곤을 본따 만든 것이라 삼계 최절정 재료들로 만들었고, 연보(煉寶)에 사용된 금제도 상고의 특수한 신금(神禁)을 전승해 대원만 경지에 이르렀으니 그 위력은 무시무시할 정도였다. 삼계 법보 중 파괴력만 놓고 따지자면 가히 제일이라 할 만했다.

    현황일기곤은 일격에 진천추를 부수고도 속도가 거의 줄지 않고 금전의 머리를 향해 날아갔다. 지나가는 곳마다 공간이 찢기며 어두운 균열이 생겨났다.

    금전은 마침내 돌변하더니 두 발에서 두 줄기 헤엄치는 용과 같은 금빛을 뿜어냈고, 재빨리 옆으로 미끄러져 간신히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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