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몽주-1065화 (1,065/1,214)

1065화. 불청객

동해 용궁 밖, 어느 해역. 정체불명의 세 사람이 멀리 허공에 서서 용궁 상공의 거대한 겁운을 바라보고 있었다.

가운데는 키가 크고 피부가 금빛인 거한이었는데, 강력한 기운은 태을 경지에 도달해 있었다.

그의 좌우에는 일남일녀가 나란히 서 있었는데, 모두 진선 경지였다. 검은색 옷을 입은 남자의 눈빛은 차가웠고, 푸른색 옷을 입은 여자는 아름다운 외모에 유달리 커다란 눈이 돋보였다.

만약 심협이 여기 있었다면 두 사람을 바로 알아봤을 것이다. 바로 이전에 축융분지에서 보물을 찾을 때 알게 된 용아와 청청이었다.

“오홍이 태을 경지로 돌파할 줄이야. 동해 용왕을 물려받은 건 그저 혈통 때문이 아니라 그럴 만한 능력이 있었기 때문인가.”

금색 피부의 거한이 턱을 문지르며 중얼거렸다.

“오홍이 태을 경지로 올라서면 우리의 행사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요?”

청청이 걱정스런 목소리로 물었다.

“그자의 몸에는 조룡의 혼이 있지. 평범한 진선의 존재가 아니다. 그러니 태을의 뇌겁을 겪지 않았다면 나는 그를 더욱 꺼렸을 것이다. 허나 그가 태을의 뇌겁을 겪게 되었으니 충분한 준비를 했을 것이고, 결국 운 좋게 지나간다 해도 원기가 크게 상할 터. 조룡의 혼 또한 크게 영향을 받을 테니 당분간은 걱정거리가 사라지는 것 아니겠느냐.”

금빛 피부의 남자는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눈빛 깊은 곳에는 남모를 기쁨이 스쳐 지나갔다.

“그렇군요. 감축드립니다, 금전(金剪) 대인.”

반대편에서 용아가 공수했다.

‘이번에는 정말 하늘이 날 도왔다. 오홍이 태을 뇌겁을 만났으니 동해 용궁의 영역을 핍박하지는 못해도 그 위세는 크게 줄일 수 있을 터. 유웅(有熊)과 큰형님 앞에서 체면이 서겠어!’

금전이라 불린 남자가 생각을 정리하고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소매를 휘둘렀다. 주위에 혈광이 번득이더니 이내 세 사람은 허공으로 사라졌다.

* * *

용궁 안은 연달아 금뇌가 겁운에서 내려와 오홍의 몸으로 떨어졌고, 몸이 파괴되는 동시에 육신과 신혼이 다시 만들어지고 있었다.

태을 뇌겁의 위력은 역시 대단하여 오홍은 금세 온몸이 검게 그을렸고, 용린(龍鱗: 용의 비늘)도 산산조각이 났다.

허나 오홍은 물러서지 않고 전력으로 운공하여 막아냈다.

심협이 이전에 겪었던 태을 뇌겁과 마찬가지로 사흘 내내 지속된 후에야 마침내 멈췄다.

용궁 주전의 석대는 이미 산산조각이 나 있었다.

온몸이 검게 그을린 오홍은 대전에 주저앉았다. 기운은 매우 약해졌지만,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했다.

‘마침내 여기까지 왔구나!’

그가 동해 용궁을 다스린 지 제법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 부족한 경지 때문에 용해 용궁의 각 세력에 제대로 인정을 받지 못했다. 진선의 경지라면 분명 훌륭하지만, 동해 용궁의 세력을 다스리기에는 부족했기 때문이다. 한데 이제 태을 경지에 들어섰으니 마침내 동해 용왕의 보좌를 굳건히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오홍은 심호흡하고는 동해 용궁의 비전인 구룡결(九龍訣)을 운공했다. 검게 그을린 몸에 균열이 가더니 그 사이에서 뿜어져 나온 금빛이 허공에서 10여 장 길이의 금룡으로 변하여 주위를 맴돌았다. 이 용은 온몸이 맑고 투명했으며, 비늘에는 찬란한 금빛이 감돌았다. 뿔과 발톱은 반투명하여 불순물이라곤 조금도 섞이지 않은 유리 같았다.

허나 그보다 기이한 것은 오홍의 배에 용의 발톱이 생겨나더니 눈부신 금빛을 번쩍이며 주위의 허공을 가로질렀고, 그때마다 검은색 공간의 균열이 쉽게 생겨났다는 것이다.

“오조금룡(五爪金龍)이다! 대왕님의 진룡 혈맥이 이 정도까지 각성하다니!”

대전 부근의 동해 용궁 사람들이 이 광경을 보고는 환호성을 질렀다.

한편, 사람들 틈에 있던 이황자는 허공의 금룡을 바라보며 표정이 복잡해졌다.

“부왕님의 결정이 옳았군. 확실히 네가 그 자리에 더 잘 어울리는구나.”

그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비록 자신이 먼저 오홍에게 후계자 자리를 양보하긴 했지만, 이는 동해 용궁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였을 뿐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는 드디어 아우를 완벽하게 인정했다.

오홍이 변한 오조금룡이 허공을 몇 바퀴 돌고는 갑자기 멈추더니 입을 쩍 벌렸다. 그러자 강력한 흡입력이 뿜어져 나왔다.

근처의 천지영기가 성난 파도처럼 몰려와 눈에 보이는 기류의 소용돌이가 되어 몸으로 빨려 들어갔고, 오홍의 몸은 바람을 넣은 것처럼 빠르게 팽창했고 기운도 빠르게 증가했다.

잠깐 사이에 오홍이 변한 금룡은 열 배나 커져서 백 장 길이의 금색 용으로 변했고, 뿜어내는 기운도 이전보다 열 배는 강해져 실제처럼 대전 전체를 뒤덮었다.

근처에서 지켜보던 자 중 경지가 약한 자들은 이 위압을 견디지 못하고 자기도 모르게 물러났다.

허공의 오홍은 고개를 들고 하늘을 향해 포효했다. 거대한 몸에서 태양과 같은 금빛이 뿜어져 나오자 동해 용궁은 마치 금빛 바다에 잠긴 듯했다.

금빛은 곧바로 빠르게 줄어들었고, 금룡도 사라지면서 인간 모습으로 돌아온 오홍이 천천히 땅에 내려섰다.

“태을 경지에 도달하신 것을 감축드리옵니다!”

주위의 용궁 사람들이 다가오며 맞이했다. 청질이 가장 먼저 외치자 다른 사람들도 일제히 축하의 예를 올렸다.

“아우님, 축하하네!”

오중이 다가와 축하하자 오홍이 환하게 웃던 그때였다.

“귀하가 바로 동해 용궁의 새로운 용왕 오홍이군요. 태을 경지에 도달한 것을 축하드립니다! 하하하!”

갑자기 거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어서 허공에 영광이 번쩍이더니 세 사람이 나타났다. 용궁 근처에 잠복하고 있던 금전과 용아, 청청이었다.

“누구냐!”

용궁 사람들이 경계심을 끌어올리며 외쳤다.

금전은 모두의 외침을 뒤로하고 용아 등과 함께 곧장 밑으로 내려왔다.

대전에 설치되어 있던 몇 개의 금제가 나타나 세 사람을 막아섰다.

금전은 콧방귀를 뀌더니 발을 굴렀다. 두 발에서 금빛이 반짝이며 거대한 금색 전도(剪刀)가 나타나 몇 겹의 금제를 단숨에 잘라 버렸다.

수 겹의 금제는 종잇장처럼 찢겨 나갔고, 세 사람에게 조금도 피해를 주지 못했다.

세 사람은 오홍과 멀지 않은 곳에 내려섰다.

동해 용궁 사람들은 깜짝 놀랐고, 성질이 급한 일부의 사람들은 바로 호통을 쳤으며, 누군가는 법보를 꺼내 세 사람을 향해 달려들려고 했다.

“멈춰라!”

오홍이 손을 들어 사람들을 막았다.

태을 경지에 도달한 이후로 그의 안목은 열 배나 민감해진 터라 금전이 태을 경지의 존재임을 한눈에 알아봤다. 게다가 용아와 청청 역시 진선기의 출중한 자들이었다.

“귀하는 뉘신데 동해 용궁에 침범한 것이오?”

“본좌는 금전, 만요맹의 부맹주요. 오늘 친히 동해 용궁을 방문했거늘, 어째 반기지 않는 모양입니다?”

금전이 비열하게 웃더니 마치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처럼 좌우를 둘러보고는 기고만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우님, 저자는 정말로 만요맹의 부맹주일세. 이전에 천규도(天葵島)의 금양종이 멸문할 때 우연히 본 적이 있는데, 저자가 만요맹을 이끌고 있었지.”

오중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들려오자 오홍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부맹주가 태을의 존재면 만요맹의 맹주는 도대체 어떤 인물이란 말인가! 그는 본래 만요맹이 오합지졸의 모임이라 여겼는데 그 생각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었다.

“만요맹의 부맹주셨군요. 멀리서 오신 손님이니 편전으로 자리를 옮겨 함께 차 한잔하는 게 어떻소?”

오홍이 담담한 표정으로 공수했다.

“본좌는 본래 차에는 관심이 없고, 또 오래 머물 생각도 없소이다. 오 도우에게 몇 마디만 전하고 바로 떠나겠소.”

금전이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좋소. 편하게 말씀하시지요.”

오홍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동해 용궁도 지금 동해의 정세를 잘 알고 있겠지. 인, 선 두 종족이 동해의 요족을 억압한 지 오래되었소. 그래서 본좌는 몇 명의 태을 경지 도우와 만요맹을 세웠고, 동해의 여러 종족을 이끌고 인간족 수사를 동해에서 완전히 몰아낼 생각이오! 동해 용궁이 비록 천정의 책봉을 받았다고는 하나 용족도 요족의 한 갈래이니 본좌가 친히 동해 용궁을 본맹에 초대하는 바요. 오 도우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오?”

금전은 오홍을 똑바로 바라보며 압박하듯 물었다.

그러나 오홍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만요맹은 이전에도 초대장을 보내왔으나,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니 직접 찾아오는 것도 예상했던 일이다.

“만요맹이 동해의 각 종족을 위해 힘써주니 오모는 감복한 바요. 다만, 우리 동해 용궁은 천정의 관할에 있으니, 천정의 허가 없이는 다른 세력과 연맹할 수 없소. 금 도우께서 이해해 주시기 바라오.”

눈앞에 있는 금전의 실력이 범상치 않은 데다 자신은 방금 태을 경지에 도달하여 경지가 다져지지 않아 적수가 될 수 없을 터였다. 그럼에도 그는 만요맹에 가입할 의사는 없었다.

“하하! 오 도우의 말은 뭔가 이상하군요. 지금 천정이 다른 일로 바빠서 하계의 사해 용궁을 전혀 신경 쓰지 못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있소? 한데 우리가 동맹을 맺는 것을 어떻게 막는단 말이오?”

금전은 크게 웃으며 말했지만, 표정에는 웃음기가 전혀 없었다.

오홍은 어두운 표정으로 쉽게 대꾸하지 못했다. 만요맹이 천정의 상황을 이 정도로 자세히 파악하고 있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는 화가 솟구쳤지만, 만만치 않은 상대인 만큼 감정을 억누르고 조심스럽게 대응해야 했다.

“오홍 도우, 본맹이 일전에도 동해 용궁에 초대장을 보냈는데 아무런 반응도 없기에 오늘 본좌가 직접 왔거늘, 여전히 이렇게 미루다니. 만요맹을 업신여기는 건가!”

금전은 오홍이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자 차가운 목소리로 외쳤다.

“이놈, 오합지졸 연합 주제에 감히 동해 용궁에서 횡포를 부리는 것이냐!”

“동해 용궁은 천정에 책봉 받은 사해의 정신이다! 어찌 너희 같은 오합지졸과 함께한단 말이냐!”

금전이 점점 더 무례해지고 오홍이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자 동해 용궁 사람들이 불같이 화를 냈다.

그러나 금전은 이런 반응을 깨끗이 무시했고, 눈도 깜빡이지 않은 채 오홍만을 노려봤다. 입가에는 여전히 차가운 미소가 걸려 있었다.

이 무렵, 멀리서 대전의 상황을 지켜보던 심협은 깜짝 놀랐다.

“용아와 청청! 저들이 왜 여기에 있는 거지? 저 용아는 축융분지에서 죽었는데 어떻게 살아났단 말인가!”

“오라버니, 저들을 아세요?”

섭채주는 심협의 표정이 변하는 것을 보고 물었다.

“저 둘은 알아.”

심협이 축융분지에서의 일을 간략하게 설명하자 섭채주도 의아한 눈빛으로 용아를 살펴봤다.

심협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황정경의 칠십이변 신통으로 외모를 변화시켜 눈 깜짝할 사이 얼굴이 시커먼 남자로 변했다. 그는 황정경을 이미 대성하여 칠십이변 신통이 가히 입신의 경지에 이른 터라 외모뿐만 아니라 기운도 이전과 확연히 달라졌다. 지금의 그는 음한의 파동을 뿜어냈다.

이를 본 섭채주도 보타산의 변화술을 시전하여 평범한 외모의 젊은 여자로 변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