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몽주-1064화 (1,064/1,214)
  • 1064화. 완성된 검

    심협은 황제내경을 운공하여 온화의 힘을 원구의 신혼에 주입함으로써 상처를 치유해갔다.

    원구의 신혼은 손상이 매우 심각했다. 온전한 혼백이 보름달이라면 원구의 신혼은 반달이었고, 심지어 수많은 구멍이 나 있어서 복원하기가 매우 힘들었다.

    그래도 다행히 원구는 대승기 수사라 심협과는 두 경지나 차이가 났고, 신혼의 힘의 차이가 크니 완벽히 제어할 수 있었다.

    심협은 심호흡을 하더니 전력으로 황제내경을 운공했다. 수십 개의 초록빛 실이 신혼의 부서진 곳을 찔렀다.

    이것이 바로 소문편에 기록되어 있는 신혼 복원 비술, 소문혼사(素問魂絲)였다.

    심협이 자신의 신혼의 힘을 소문혼사에 주입하자 순식간에 순수한 신념의 힘이 되어 원구의 혼사로 녹아 들어갔다.

    신혼을 복원하는 것은 오직 신혼의 힘이었기에 신혼을 복원하는 술법은 자신을 해치고 남에게 이익을 주는 행동이었다. 그래서 신혼을 복원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도 절대로 가볍게 사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심협은 서혼대진으로 자신의 신혼을 빠르게 회복할 수 있으니 걱정 없었다.

    소문혼사가 원구의 신혼을 뚫고 들어가더니 상처를 조금씩 치료해갔다.

    그렇게 반나절이 지났을 때, 심협은 가볍게 숨을 내뱉었고, 창백해진 얼굴로 원구의 머리에서 손을 뗐다.

    원구는 눈을 감고 가부좌한 채였는데, 머리 위로 하얀 연기가 피어올랐고, 얼굴에서는 빛이 났다.

    이번 술법은 매우 성공적이어서 원구의 신혼은 이미 9할이나 회복되었다. 남은 1할은 스스로 운공조식하며 천천히 회복하면 될 터였다.

    가볍게 몇 차례 호흡하자 심협의 창백한 안색이 빠르게 회복되었다.

    처음으로 황제내경을 이용해 다른 사람의 신혼을 고쳤는데, 소모가 예상보다 심하긴 했어도 그의 신혼의 힘은 방대하니 휴식만 취하면 될 것이다. 게다가 그는 황제내경을 얻은 이후로 그간 홀로 연구해왔을 뿐이라 이렇게 직접 사용해보고 나니 황제내경 소문편에 관한 깨달음이 한층 더 깊어졌다.

    이윽고 원구가 천천히 눈을 떴다. 얼굴에는 화색이 돌았다.

    “심 도우,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는 바로 일어나서 심협에게 큰절을 올렸다.

    “이럴 것 없다.”

    심협은 담담하게 웃었다.

    “몇 번이고 큰 은혜를 입었으니 보답하지 않는다면 저는 사람도 아닐 겁니다. 원하시는 것이 있다면 얼마든지 말씀하십시오.”

    원구는 바보가 아니었다. 심협이 <약선집> 전권을 주고 또 손상을 무릅쓰면서까지 신혼을 고쳐준 것이 이전의 정 때문만은 아님을 알고 있었다.

    “그래, 부탁할 게 하나 있긴 해. <약선집>에 담긴 8품 고충 융원고(融元蠱)를 만들어줬으면 해.”

    “융원고요?”

    원구가 흠칫 놀라며 되물었다.

    융원고는 <약선집>에 기록된 가장 복잡한 고충으로, 능력은 단 하나다. 천지에 존재하는 모든 원기를 흡수하여 하나로 만드는 것. 만약 융원고를 본명고로 삼는다면 어떤 원기의 공격을 만나도 융원고의 능력으로 그것을 흡수하여 없앨 수 있게 된다.

    허나 심협이 융원고를 원하는 더 중요한 이유가 있었는데, 바로 이 고충의 능력을 이용해 자신의 법력과 마기를 융합하여 현양화마 신통을 완성하는 것이다.

    “융원고는 8품 고충이긴 하나 제작의 난도는 9품과 견줄 정도라 지금 제 능력으로는 만들어낼 수 없습니다.”

    원구가 솔직하게 말했다.

    “괜찮다. 그저 잊지 말고 이 고충을 만드는데 필요한 재료를 모았다가 능력이 될 때 만들어주면 된다.”

    원구는 그 말에 안도했지만, 여전히 표정은 밝지 않았다.

    “이 고충은 나한테 있어서 매우 중요하니까 신경을 써주면 좋겠군. 필요한 것이 있으면 바로 말하고.”

    “그게…… 융원고의 다른 재료는 둘째치고 이 고충에 필요한 핵심 재료인 전설의 상고 이충(異蟲) 서원반잠(噬元盤蠶) 외에도 또 각종 원기를 융합할 수 있는 영재가 배합되어야 합니다. 서원반잠은 저에게 실마리가 있지만, 그 각종 원기를 융합하는 영재는 당장 해결항 방법이 없으니 앞으로 유념하여 찾아봐야 할 것입니다.”

    “각종 원기를 융합하는 영재라…….”

    이 말을 들은 심협의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자신의 법맥 안에 있는 혼돈흑련 씨앗이 각종 원기를 흡수하는 능력이 있지 않은가. 그 씨앗의 잎사귀를 따서 융원고를 만들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알겠다. 그건 내 책임지고 찾아볼 테니, 다른 재료를 모아주길 바란다.”

    잠시 더 대화를 나눈 후, 심협이 밖으로 나왔다.

    원구는 잠시 휴식을 취하고는 바로 벽혈고를 만들기 시작했다. 한 달 안에 스무 마리의 벽혈고를 만드는 것은 그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었기에 전력을 다해야 했다.

    * * *

    자신의 거처로 돌아온 심협은 동부 가장 깊은 곳의 밀실로 들어가 잠시 운공조식을 한 후, 소매를 휘둘렀다. 바닥에 광망이 번쩍이더니 물건들이 쌓였다. 이전에 얻은 만년화린목과 염수화정, 그 외의 연검(煉劍) 재료들이었다.

    재료를 모두 모으고도 그동안 바빠서 새로운 순양검을 만들 시간이 없었는데, 이제 약간의 여유가 생겼으니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심협이 손을 들자 명화연로와 화령자가 나타났다.

    “심협, 드디어 연검을 시작하는 거냐? 흐흐흐.”

    화령자는 바닥에 쌓여 있는 물건들을 보고는 음흉하게 웃었다.

    “그래, 잘 좀 도와줘.”

    “물론이다.”

    화령자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곧장 명화연로를 발동했다.

    심협은 조비극을 불러 밖에 호법을 세우고는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었다. 잠시 후, 눈을 번쩍 뜨며 결인하고 금빛을 쏘아 보내 만년화린목을 명화연로 안으로 집어넣었다.

    * * *

    얼마나 지났을까? 굳게 닫혀 있던 밀실의 대문이 갑자기 열리더니 심협이 안에서 걸어 나왔다.

    그의 얼굴에는 피곤함이 가득했지만, 눈빛만은 흥분으로 번득였다. 그가 입을 벌리자 열네 개의 붉은 빛이 몸 앞에 나타났다.

    순양검 제작법에 능숙해진 그는 청구성에서 얻은 만년화린목으로 모두 열네 자루의 순양검을 만들었다.

    그의 심념이 움직이자 열네 개의 붉은 빛이 회전하더니 열네 자루의 비검으로 변했다. 검신을 뒤덮은 하얀 불꽃은 바로 건곤현화탑의 육정신화였다.

    심협이 양손을 결인하자 열네 자루의 순양검에서 빼곡한 금제 진문이 떠올랐는데 검마다 순양 금제가 64도에 도달해 있었다.

    육정신화의 공격력은 홍련업화나 태양진화보다 못했지만, 이 불꽃은 연기(煉器)의 성화라 순양검을 키우기에는 다른 천화보다 훨씬 적합했다.

    심협은 이전의 계획을 바꿔 염수화정 일부를 취하여 열네 자루의 순양검 안에 섞고 또 육정신화의 작용을 배합했다. 그러자 비로소 열네 자루의 비검이 단기간에 순양의 힘을 크게 증폭하여 금제가 64도에 도달할 수 있었다.

    열네 자루의 순양검이 주위에서 춤을 추었고, 붉은 빛과 성화가 서로 교차했다. 그 영성이 대단해 보였다.

    열네 자루의 순양검을 바라보는 심협은 마음이 뿌듯했다. 다만 유일하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원하던 것에서 두 자루가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이전의 열여섯 자루까지 합치면 서른 자루이니, 두 자루만 더 있다면 서른두 자루로 순양검결의 두 번째 검진인 순양칠살검진을 펼칠 수 있게 되기 때문이었다.

    비록 순양칠살검진을 펼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열네 자루의 순양검 덕에 그의 실력은 한층 더 강해졌다.

    심협은 입을 벌려서 열네 자루 순양검을 흡수하고는 계속해서 법력으로 온양했고, 자신도 가부좌를 튼 채 황정경을 운공하여 소모한 원기를 회복했다.

    반나절 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피곤함은 보이지 않았다.

    단전에는 서른 자루의 순양검이 조용히 떠 있었는데, 발동하지 않아도 강력한 검의가 요동쳤다.

    심협은 신혼의 힘을 운공하여 검의와 교감을 시도했다.

    이것은 순양검결 안에 있는 심검(心劍) 비술로, 신혼과 순양검의를 융합하는 것이다. 만약 익히게 된다면 신혼의 힘으로 심검의 형태를 만들 수 있게 된다.

    부주진신법이 만들어낸 부주산의 허상과는 달리 심검은 강력한 신혼 공격 능력이 있어서 천기성의 진혼비술보다도 월등했다. 다만 안타깝게도 심검 비술을 익히는 것은 매우 어려워서, 여러 번 시도해봤음에도 입문조차 할 수 없었다.

    심협은 다시 몇 번을 시도해봤지만, 신혼의 힘은 여전히 검의와 합쳐지지 않았고, 결국 그도 수련을 멈추고 동부 밖으로 나갔다.

    “벌써 7일이 지났는데 오형은 조룡의 척목을 모두 연화했으려나……?”

    심협이 동해 용궁 쪽을 바라봤다.

    그 순간, 용궁 주전에서 갑자기 거대한 금색 빛줄기가 구천으로 뿜어져 나갔고, 반경 수십 리의 천지영기가 격렬하게 요동쳤다. 빛줄기 안에는 방대한 기운이 가득했는데, 분명 오홍의 것이었다.

    “오형을 언급한 것만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심협은 의아했다.

    금색 빛줄기의 근원은 대전이었다. 대전에는 거대한 석대가 우뚝 솟아 있었고, 그 위에 새겨진 수많은 무늬가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쉬지 않고 움직이면서 수십 개의 크고 작은 법진을 이뤘고, 법진은 빠르게 번득였다.

    주위의 천지영기가 격렬하게 요동치자 수많은 영기의 빛들이 허공에 나타나 밀물처럼 오홍의 몸으로 모여들었고, 그 기세는 갈수록 강력해졌다.

    오홍의 기운은 점점 더 강해졌고 끊임없이 상승하였다. 벌써 반 시진이나 이어졌지만, 끝이 없는 것처럼 멈출 줄을 몰랐다.

    위쪽 허공에서 갑자기 우르릉거리는 소리와 함께 짙은 먹구름이 잔뜩 몰려와 금색 빛줄기 주위를 맴돌았다.

    형언할 수 없는 천지의 위압이 뿜어져 나오고 구름 깊숙한 곳에서 어렴풋한 금색 뇌광이 밝아졌다가 어두워지기를 반복해 보는 것만으로도 섬뜩했다.

    “태을 뇌겁! 오형이 단번에 태을 경지까지 도달할 줄이야.”

    심협의 얼굴에는 화색이 돌았지만, 방해할 수는 없었기에 대전 쪽으로 가지 않고 동부 앞에 서서 지켜봤다. 더욱이 지금 동해 용궁의 고수들이 주위에 몰려 있을 테니 외부인인 자신이 접근했다가는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지도 모른다.

    그때, 섭채주가 다가왔다.

    “저게 오 도우의 도겁인가요? 이렇게 빨리 돌파하다니, 그의 자질은 대단한가 봐요.”

    섭채주는 볼에 바람을 넣고 시샘하듯 말했다.

    “오홍은 용족의 직계인 데다 조룡척목에 담긴 조룡의 힘을 빌려 법력과 경지를 높였지. 게다가 진룡의 혈맥을 담금질하기까지 했으니 태을로 들어서는 것도 이상한 게 아니야.”

    심협은 담담하게 말했지만, 그럴수록 섭채주는 더욱 부러워졌다.

    “너무 조급해하지 마. 며칠 동안 화령자와 얘기해봤는데, 너에게는 무족 혈맥의 힘이 있고 몸에는 무력과 법력, 두 종류의 힘이 있으니 경지를 올리는 방법이 평범한 수사들과는 다를지도 몰라. 법력으로 돌파가 어렵다면 무력으로 시도해보는 건 어때? 무력이 태을 경지로 돌파한다면 법력의 경지도 함께 돌파하지 않을까?”

    “무력 방면으로 시도를 한다…….”

    섭채주는 그 말을 몇 번이고 곱씹더니 눈빛이 조금씩 밝아졌다.

    “내가 알기로는 계승한 후예의 힘이 아직 완전히 개방된 게 아니고 대부분의 힘은 아직 몸에 남아 있을 거야. 후예의 무력을 더 개방한다면 태을의 경지로 돌파할 수 있을지도 몰라.”

    섭채주도 총명한 사람이었기에 바로 심협의 뜻을 이해했고, 머릿속으로 어떻게 체내에 있는 후예의 무력을 방출할지를 궁리했다.

    심협이 뭔가를 더 말하려는 순간, 커다란 천둥소리가 용궁 주전 방향에서 들려왔다.

    우르릉!

    허공에 있는 겁운에서 금빛 구렁이 같은 거대한 뇌전이 용궁 주전으로 떨어지자 순식간에 눈부신 금색 뇌광이 용궁 주전 주위로 튀었다.

    “시작됐다!”

    심협이 진중한 눈으로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