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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1059화 (1,059/1,214)
  • 1059화. 기둥이 부서진 이유

    시야가 회복되었을 때는 이미 고분 가장 아래층 동굴이었다.

    부서진 봉인 돌기둥은 여전히 땅에 흩어져 있어서 그날과 똑같았지만, 동굴 위에는 어느새 거대한 검은 구름이 나타나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쉬지 않고 움직이면서 천둥 같은 소리를 뿜어냈다.

    지궁(地宮) 지맥 전체가 흔들리자 수많은 음기가 검은 구름에 이끌려 미친 듯이 모여들더니 음기 대부분이 검은 구름에 흡수되었다. 나머지 일부는 음령산맥 안으로 흩어져서 하얀색 음무로 변했다.

    “이게 뭘까?”

    섭채주가 의아한 표정으로 한 손을 휘두르자 구천선릉이 소매에서 날아가 검은 구름을 휘감았다. 이 구름에 닿자마자 강력한 한기가 침범하여 선릉은 순식간에 얼음 덩어리로 변하더니 떨어졌다.

    한기가 구천선릉을 타고 체내로 침투하자 섭채주는 안색이 창백해졌다. 몸을 보호하는 영력도 효과를 보지 못해 순식간에 얼어붙기 시작했다.

    그때, 그녀의 어깨에 손이 하나 올라오더니 웅장하고 강력한 열기를 주입했다. 침투해오던 한기는 눈 녹듯 사라졌고, 구천선릉도 원래대로 돌아왔다.

    “어떤 요물이 숨어 있는 것이냐! 당장 나와라!”

    심협이 눈에서 푸른 빛을 뿜어내며 허공 어딘가를 움켜쥐었다.

    다섯 개의 휘황찬란한 붉은 검광이 검은 구름을 파고들며 회전했다.

    태을기의 강력한 법력이 뒷받침된 본명법보 순양검의 다섯 줄기 검광에서 화력이 하늘 높이 솟구쳤고, 허공마저도 베며 모든 것을 태우려 했다.

    허공의 검은 구름은 비록 음기가 강했지만, 다섯 검광의 공격에 썩은 나무처럼 절반이 잘려나갔고, 곧 완전히 사라질 것 같았다.

    그때, 구름 가장 깊은 곳에서 우르릉하는 소리가 울리더니 매우 거대한 푸른 발톱이 튀어나왔다. 매의 발톱 같기도, 용의 발톱 같기도 한 이 발톱은 거대한 푸른색 비늘로 덮여 있었다.

    발톱은 다섯 줄기 검기를 한 손에 움켜쥐었다. 날카로운 검기가 푸른 비늘을 베었지만, 놀랍게도 얕은 상처만을 남기는 데 그쳤다.

    거대한 발톱이 갑자기 힘을 주자 다섯 개의 검기가 대번에 부서졌다.

    이를 본 심협은 흠칫 놀랐으나, 눈에서 푸른 빛을 뿜어내며 다섯 손가락을 꽉 움켜쥐었다. 그러자 다섯 개의 붉은색 순양검이 허공에 나타났다.

    이어서 그가 팔을 흔들자 다섯 자루 비검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다음 순간, 거대한 발톱 위의 허공에서 파동이 일더니 100장 길이의 거대한 검광 다섯 개가 번쩍이며 나타났다.

    검명과 함께 검광에서 수많은 금색 불꽃이 타오르더니, 거대한 발톱을 베었다.

    푸른 발톱에 다섯 줄기 기다란 상처가 생겨나면서 비늘이 부서져 떨어졌다.

    “끼야아아!”

    거대한 발톱 뒤의 허공에서 날카로운 비명이 울려 퍼지더니 발톱 끝에서 푸른 빛이 번개처럼 번득였고, 다섯 개의 검광은 튕겨 나갔다.

    푸른 발톱은 멈추지 않고 쏜살같이 떨어져서 곧장 심협의 머리 위로 향했다. 발톱이 지나가는 곳마다 허공에 다섯 개의 기다란 균열이 생겨났고, 하늘을 부술 듯한 무서운 위력이 덮쳐왔다.

    심협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소매를 위로 휘둘렀다. 번천인이 날아가 순식간에 궁전만 한 인으로 변하여 발톱과 충돌했다.

    퍼펑!

    이어 굉음이 울려 퍼졌다!

    거대한 발톱의 날카로운 조망이 전부 부서지고 칼날 같은 날카로운 발톱도 부서지면서 거대한 발톱은 튕겨 날아가 다시 검은 구름 안으로 들어갔다.

    ‘태을기의 법력으로 번천인을 발동하니 실로 통쾌하네.’

    심협은 무척 흡족해했다. 번천인은 상고의 뛰어난 중보인데, 지금껏 자신의 실력이 부족해 마치 어린아이가 거대한 망치를 휘두르는 것처럼 사용하기 힘들었다. 한데 태을기에 들어선 지금은 법력과 신식 모두 배로 증가하여 번천인을 발동하니 마치 물 만난 물고기처럼 가벼운 느낌이 들었다.

    “부숴라!”

    그가 허공을 향해 결인하자 번천인의 부문에서 광망이 번득이더니 네모난 암홍색 빛줄기가 뿜어져 나갔다. 암홍색 빛줄기는 허공에 수십 개의 기다란 흔적을 남기며 쏜살같이 날아가 얼마 남지 않은 검은 구름을 때렸다.

    콰지직 하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얼마 남지 않은 검은 구름은 완전히 부서졌고, 검은색 기운이 되어 흩날리며 사라졌다.

    심협이 이 힘을 제어하는 능력은 실로 정교해, 암홍색 빛줄기는 검은색 구름만을 공격해 사그라뜨리고는 동굴 천장 앞에서 멈췄다.

    검은 구름이 사라지자 동굴 안의 음기는 다시 모이지 않았고, 이내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오라버니, 방금 그건 뭘까요?”

    섭채주가 안도하며 물었다.

    “글쎄. 내가 모르는 괴수가 아닐까 싶구나. 강력한 힘은 그렇다 쳐도 이렇게 흔적도 없이 사라지다니, 정말 보기 드문 존재야.”

    심협은 결인하여 번천인과 다섯 자루의 순양검을 거두었다.

    “이곳의 음기를 흡수하는 것 같던데, 음수(陰獸)일까요?”

    “어쩌면 그럴지도…….”

    섭채주의 추측에도 심협은 확답하지 않았다.

    “화령자, 네 생각은 어때?”

    그는 전음으로 화령자에게 물었다.

    “삼계에는 온갖 기이한 괴수가 즐비하니 내가 아는 것은 극히 일부일 뿐이지. 나도 모르겠다.”

    화령자의 대답에 심협도 더는 묻지 않고 팔을 휘둘렀다.

    여섯 개의 검은색 깃발이 소매에서 날아갔는데, 예스런 마문(魔紋)이 새겨져 있었다. 어떤 것은 사람 모습이었고, 어떤 것은 사람 몸에 뱀의 꼬리가 있는 그림이었으며, 등에 팔이 일곱 개 달린 존재나 사람 머리에 붉은색 용의 몸통인 그림까지 각양각색이었다.

    깃발이 동굴 곳곳에 떨어지자 수많은 마기가 쏟아져 나와 순식간에 동굴 전체를 가득 메우면서 동굴 전체를 뒤덮는 검은색 마진이 생겨났다.

    동굴 안에서 갑자기 흉포한 울음이 울려 퍼졌고, 주위의 허공도 떨렸다. 이어서 동굴 안의 영력이 담긴 광석은 검은색 마기에 닿자 그 안의 영력이 빠르게 검은색 마기에 흡수되었다.

    “이게 도천신살대진인가요?”

    섭채주는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강력한 위세가 느껴지는 검은색 마진을 보다가 이내 사람 머리에 붉은 용의 몸통인 존재가 그려진 진기를 바라봤다.

    이 그림이 바로 시간 조무(祖巫) 촉구음으로, 그 그림에서 뿜어져 나온 마기는 섭채주의 무력과 은은히 공명했다.

    “이 법진을 맡길 테니까 그 거대한 발톱이 다시 공격해오거든 막아줘.”

    심협이 소매에서 칠흑 같은 진반을 꺼내 섭채주에게 건넸다.

    여섯 개의 검은색 깃발은 바로 화령자가 얼마 전에 완성한 도천신살대진이었다. 이 법진은 아직 미완성이었지만, 여섯 개의 신살진기 만으로도 반쪽짜리 대진을 펼칠 수 있었고, 그것만으로도 양의미진진보다 훨씬 강력했다.

    “맡겨주세요.”

    섭채주는 안 그래도 도천신살대진을 사용해보고 싶었기에 기꺼이 진반을 받고 결인했다.

    도천신살대진은 십이조무의 힘을 소환할 수 있었기에 섭채주는 매우 순조롭게 발동할 수 있었다.

    검은색 마기가 동굴 가장자리에서 솟구치자 그곳에 있던 돌벽과 돌멩이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주위에는 난공불락의 검은색 마막(魔幕)이 생겨났다.

    이를 본 심협은 바닥에 가부좌를 틀고는 하얀 옥침을 꺼냈다.

    보타산에 있는 동안 매일 밤 시간을 내서 별의 힘을 보충했기에 옥침에는 별의 힘이 충만했다.

    그는 봉인 옥기둥 안의 군혼을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 꿈속 세계에서 전신편으로 그 군혼들을 흡수하여 신혼의 힘을 크게 정진시킴으로써 천존의 경지에 이른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이런 엄청난 이익을 남에게 빼앗기다니, 이 일을 확실하게 조사해야 했다.

    옥침 안의 금제를 발동하자 갑자기 졸음이 몰려왔다.

    “봉인 옥기둥이 부서졌을 때로 돌아가 줘…… 봉인 옥기둥이 부서졌을 때로…….”

    그는 속으로 끊임없이 중얼거리며 이내 깊은 잠에 빠졌다.

    섭채주는 진즉 심협에게서 이 옥침에 시공간을 넘는 효능이 있음을 들은 바 있는데, 막상 직접 보니 조금은 긴장됐다. 심협은 현재 호흡도 거의 없었고, 체내의 법력 흐름과 신혼의 힘도 운공을 멈췄던 것이다. 다만 법력과 달리 머릿속 신혼의 힘은 매우 미세하게 옥침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옥침이 오라버니의 신혼을 과거로 보내는 중인가보구나.’

    섭채주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현재 심협은 무방비상태였기에 섭채주는 도천신살대진의 발동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주위를 물 샐 틈 없이 방어했다.

    대비를 마친 그녀는 주위의 땅을 둘러보고는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하얀 빛이 날아가 주위를 빠르게 맴돌더니 여덟 개의 푸른색 비늘을 휘감고 돌아왔다. 방금 심협의 순양검이 푸른색의 거대한 발톱에서 떨어트린 비늘이었다.

    섭채주는 하얀 단봉을 꺼내 푸른색 비늘을 찔렀다. 그러자 단봉에서 하얀 빛이 감돌았는데, 그 안으로 올챙이 같은 수많은 하얀색 부문이 보였다.

    하얀색 단봉에서 갑자기 눈부신 영광이 빛났고, 그 안에는 형형색색의 광사(光絲)가 섞여 있었다.

    “이렇게 강력한 영력이라니! 게다가 세계수와 잘 들어맞는데?”

    화색이 돈 섭채주는 그 비늘을 전부 손에 쥔 채 양손을 빠르게 결인했다.

    혼돈의 안개가 허공에 나타나 그 푸른 비늘들을 감쌌고, 두 물건은 천천히 융합하기 시작했다.

    * * *

    심협은 깨어나자마자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전히 그 지하 동굴이었으나, 봉인 옥기둥은 부서지지 않은 상태였다. 천 년 뒤의 꿈속 세계와 비교하면 상태가 매우 양호하여 그 위에 새겨진 주천성두대진도 무탈했고, 별의 영광도 반짝였다.

    다만 지하 동굴은 검은색 안개로 덮여 있어서 이 별빛들은 매우 어두웠고, 주천성두대진의 힘도 제압되어 있었다.

    이 검은 안개는 도천신살대진의 마기와는 달리 음산한 귀기(鬼氣)가 충만했고, 그 안에는 수많은 귀물의 비명이 섞여 있었으며, 다수의 강력한 그림자가 떠다니고 있었다. 마치 강력한 귀진(鬼陣) 같았다.

    “이건 무슨 귀진이기에 주천성두대진을 제압하고 있는 걸까?”

    심협은 깜짝 놀라 귀진 깊은 곳으로 날아가 중앙에 도착했는데, 이내 표정이 돌변했다.

    귀진의 중앙에는 수십 장 크기의 커다란 깃발이 떠다니고 있었는데, 커다란 백골에 걸린 깃발에는 초(招)자가 크게 적혀 있었다. 눈부신 하얀색 광망이 번쩍일 때마다 주위의 검은색 귀진도 함께 흔들렸다.

    심협은 갑자기 어지럼증을 느끼고는 서둘러 밖으로 빠져나갔다. 그러자 어지러움이 가셨다.

    “이 깃발은 도대체 정체가 뭐지? 어떻게 시공간을 넘어온 나에게까지 영향을 주는 것인가!”

    당황한 심협은 거대한 깃발 위를 바라봤다.

    그곳에 두 사람이 서서 이 거대한 깃발을 발동하고 있었다.

    그들을 본 심협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나란히 선 두 사람 중 좌측은 검은 삿갓을 쓴 채 온몸에 검은 기운이 감도는 자로, 이전에 여러 번 대적한 바 있는 요풍이었다.

    장안에서 깨어난 이후로 심협은 수차례 마족과 마찰이 있었는데, 요풍은 한 번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저 마족이 마겁 대전에서 이미 죽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보니 멀쩡히 살아 있었다.

    다른 한 명은 처음 보는 자였는데, 검은 도포를 입고 있어서 얼굴이 보이지 않았지만, 키가 3척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 마치 어린아이 같았다.

    두 사람을 살펴보던 심협은 바로 시선을 봉인 옥기둥으로 옮겼고, 그 위의 성진 부문을 빠르게 기록하기 시작했다.

    이 성진 부문은 주천성두대진의 진문이었다. 사실 주천성두대진의 위력은 도천신살대진보다 약한 편이 아니었다. 꿈속 세계에서는 이곳의 옥기둥이 절반이나 부서진 터라 주천두성대진의 진문을 얻지 못했지만, 지금은 거의 온전하니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그때, 365개의 옥기둥이 갑자기 별빛을 발하며 검은색 귀기를 물리쳤다.

    이를 본 심협은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흐흐, 주천성두대진은 역시 남다르군. 아무도 제어하지 않는데도 이 정도의 위능이라니. 아무래도 이걸 쓰지 않으면 안 되겠어.”

    요풍이 음침하게 웃더니 입에서 달걀만 한 검은색 구슬을 꺼냈다. 이 구슬은 어둡고 사나운 흑홍색 흉망(凶芒)을 뿜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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