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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1049화 (1,049/1,214)

1049화. 찾았습니다!

두 사람은 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간신히 해협 바깥에 도착했다.

“이런 은밀한 곳을 다 찾아내다니, 대단합니다.”

심협이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곳은 해협이라기보다는 해저의 갈라진 틈에 더 가까워서 가장 넓은 곳도 폭이 몇 장밖에 되지 않았다. 산호 숲 깊은 곳에 있어서 다른 사람이라면 절대로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어서 들어가서 물건을 챙겨오시죠.”

주망칠이 가볍게 웃으며 말하자 심협이 먼저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이내 그는 주망칠에게 다시 전음을 보냈다.

“주 도우, 안에 아무것도 없지 않습니까? 도대체 어디에 수화명단이 있다는 겁니까?”

“뭐라고요? 그럴 리가 없는데…….”

안색이 변한 주망칠도 서둘러 안으로 들어왔고, 곧 눈이 휘둥그레졌다. 안에는 정말로 아무것도 없었던 것이다.

“이럴 수가…… 저번에 왔을 때는 분명 작은 산처럼 쌓여 있었는데…… 정말로 이만큼이나 쌓여 있었습니다.”

주망칠이 자신의 허리쯤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혹시 다른 곳을 착각한 거 아닙니까?”

“아닙니다, 여기가 확실합니다.”

그때, 심협이 흠칫 놀라더니 주망칠의 어깨를 슬쩍 밀쳤다.

주망칠은 강력한 힘이 몰려오는 게 느껴졌지만, 통증은 없었다. 대신 그대로 뒤로 날아가 산호초와 충돌한 뒤 떨어졌다. 하마터면 그 충격에 입안의 구슬이 깨질 뻔했다.

그가 노려보며 화를 내려는 순간, 거대한 붉은 촉수가 갑자기 해협 위에서 떨어져 내려왔다.

쾅!

강력한 충격에 해협이 그대로 부서졌고, 부서진 암석이 산호초와 함께 협곡으로 그대로 떨어졌다.

바닷속에 피어오른 흙먼지로 주망칠의 시야는 완전히 가려졌다.

그는 멍하니 있다가 바로 재수가 없다고 속으로 투덜거리고는 위에 나타난 발 여덟 개의 바다 요괴를 무시한 채 무너진 해협 쪽으로 돌진했다.

그가 가까이 다가가기도 전에 부서진 해협에서 한 줄기 물결이 솟구치더니 누군가 빠져나왔다.

심협은 하마터면 달려오는 주망칠과 충돌할 뻔했으나 가까스로 멈췄다. 그는 한 손으로 주망칠의 어깨를 잡고 몸을 돌렸고, 두 사람은 동시에 뒤로 뛰어올라 간신히 몸을 가누었다.

“주형, 위험하면 제일 먼저 도망간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심협이 웃으며 말했다.

“지금 상황에서 웃음이 나옵니까? 저놈 좀 보시오. 저건 진선 경지의 물 요괴란 말이오!”

주망칠은 농담할 기분이 아닌지 화를 냈다.

심협이 돌아보니 몸이 백 장 가까운 거대한 문어 요괴가 보였는데, 몸에는 불꽃에 탄 상처가 가득했다. 그 바다 요괴가 그들을 잡기 위해 여덟 개의 붉은 촉수를 휘둘렀다.

“어서 도망치죠! 늦으면 도망도 못 갑니다!”

주망칠이 돌아서서 달리면서도 잊지 않고 심협에게 소리쳤다.

한데 심협은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가만히 손을 들더니 가볍게 휘둘렀다. 그러자 아홉 자루의 순양비검이 바로 날아와 그의 옆을 맴돌았다.

검의 울음과 함께 수백 개의 검광이 어지럽게 교차했다.

주위에 모여든 바닷물이 갑자기 검광에 베어진 것처럼 주춤하더니 뒤이어 핏빛이 솟구쳤고, 여덟 개의 촉수가 잘려나가 조각조각 흩어졌다.

“가라!”

심협이 다시 손을 휘두르자 날카로운 주작의 울음소리와 함께 주작검령에 휩싸인 순양비검이 나타나 물속에서도 불꽃을 세차게 뿜어내며 문어 요괴를 향해 곧장 날아갔다.

이를 본 문어 요괴는 입을 쩍 벌리더니 푸른 광선을 발사했다. 이 빛은 순양비검과 격렬하게 충돌했다.

꽈르릉!

다음 순간, 맹렬한 기세의 순양비검은 푸른 광선을 제압하고 약간 느려진 채 곧장 요괴에게로 날아갔다.

거대한 바다 요괴는 조금도 피할 생각을 하지 않고 비검과 그대로 충돌했다.

쾅!

순양비검은 그대로 바다 요괴의 머리를 찔렀다. 그러나 일격에 뚫지 못하고 피만 튀었다.

심협은 기세가 모두 사라진 비검을 다시 불러들였다. 그리고 이 예상치 못한 상황에 살펴보니 문어 요괴는 겨우 백 장 정도 밀려난 상태였고, 머리의 얕지 않은 상처가 빠르게 회복되어갔다.

“튼튼한 놈이로군.”

심협이 다시 공격을 하려 할 때, 갑자기 바다 요괴 옆에서 키가 그 요괴 1할도 되지 않는 수예(水裔)가 나타나 앞을 가로막았다.

3척도 되지 않는 그것은 사람의 몸이 아니라 온몸이 붉은색인 큰 해마였는데, 사람처럼 팔이 있었고, 마찬가지로 뼈로 만든 갑옷을 입고 있었다.

“수식족인가?”

심협은 원망 가득한 푸른 눈동자를 보자 자기도 모르게 동작을 멈췄다.

뒤에 있던 바다 요괴의 몸에서 광망이 빛나더니 크기가 점점 줄어들어 약관(弱冠)의 나이로 보이는 단발의 소년으로 변했다.

온몸이 붉은색인 소년은 수식족 아이보다 훨씬 컸고, 눈매에서 드러나는 기질도 매우 성숙해 보였다. 그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자신의 뒤로 숨기고는 앞으로 나와 심협과 정면으로 마주 서더니 이윽고 달려들 듯한 자세를 취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죠?”

심협은 소년과 아이를 번갈아 보다가 고개를 돌려 주망칠에게 물었다.

연신 허리를 주무르던 주망칠은 심협이 시전한 놀라운 어검술에 놀라서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가 갑작스런 질문을 받자 멍하니 고개를 흔들었다.

심협이 다시 고개를 돌려보니 단발 소년은 막 공격을 하려 했다.

“잠깐! 너희는 수식족인가?”

심협이 서둘러 손을 내젓고는 물었다.

“우리 일족을 어디로 잡아간 것이냐?”

단발 소년의 한 맺힌 외침이 들려왔다.

“일족을…… 설마……?”

심협은 그 말에 무언가를 눈치챘다. 이는 남해 용궁의 소행이 틀림없다.

“너희 일족을 잡아간 것이 남해 용궁인가?”

심협의 질문에 단발 소년은 멈칫했고, 뒤에서는 꼬마가 쭈뼛거리며 고개를 내밀어 그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나는 그들과 한패가 아니니까 오해하지 마라.”

심협이 비검을 거두며 안심시켰다.

바다 요괴가 변한 단발 소년은 여전히 경계심을 곤두세웠지만, 수식족 아이는 뒤에서 튀어나와 심협에게 물었다.

“그럼 우리 일족을 어디로 잡아갔는지 당신은 알고 있나요?”

“그들이 왜 너희 일족을 잡아간 거지?”

심협이 고개를 저으며 되물었지만, 수식족 아이 역시 고개를 저었다. 이 아이도 그자들이 왜 갑자기 자기 일족을 잡아갔는지 몰랐던 것이다. 그저 때마침 다리 여덟 개의 바다 요괴와 취락을 벗어나 놀던 중이라 겨우 화를 피할 수 있었다.

“아마도 화수화맥 아래의 비보와 관련이 있을 겁니다. 수식족은 물을 좋아하고 불에 내성도 강하니 그들을 화수화맥으로 보내 보물을 가져오게 하려는 속셈이겠죠.”

주망칠이 심협 옆으로 다가와 수식족 아이를 힐끔거리며 말했다.

“수화명단 때문일까요?”

“그건 아닐 겁니다. 수식족은 1년에 겨우 한 번 수화명단의 배출기가 오는데, 그때마다 배출하는 수화명단도 한 개에 불과하니 지금 잡아가 봐야 소용이 없지요.”

주망칠의 대답에 심협은 생각에 잠겼다.

“당신들은 도대체 누구지?”

그때, 다리 여덟 개의 바다 요괴가 물었다.

“우리는 진주를 캐는 사람들로, 수화명단을 찾으러 왔소.”

주망칠의 대답에 바다 요괴는 다시 표정이 어두워졌다. 자신이 심협의 상대가 아님을 이미 알았는지 이번에는 공격이 아니라 방어 자세를 취하고는 수식족 아이를 다시 뒤로 숨겼다.

“긴장할 것 없다. 우리는 악의가 없단다. 절대로 용궁 사람들과 한 패가 아니니 걱정 말거라. 내 너희 일족을 찾도록 도와주마.”

심협의 말에 수식족 아이의 깨끗한 눈동자에서 갑자기 이채로운 빛이 솟아올랐다. 아이는 다시 앞으로 나오려 했으나, 바다 요괴가 말리며 고개를 저었다. 인간족의 말을 믿지 말라는 뜻이 분명해 보였다.

하지만 수식족 아이는 자기 가족들을 찾아주겠다는 말에 다른 것은 신경 쓰지 않고 뱃속에서 한 뭉치 구슬을 와르르 쏟았다.

이를 바라본 주망칠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지금 이 아이가 바닥에 꺼내놓은 것은 수화명단으로, 무려 백여 개나 되었다.

심협은 침착하게 다가가 허리를 굽혀 바닥에 떨어진 수화명단을 줍기 시작했다. 그러나 스무 개를 줍고 나서는 멈칫하더니, 그것들을 챙겨 넣고는 수식족 아이에게 말했다.

“난 100개면 된다. 우선 이건 계약금으로 받아두마. 나머지 80개는 내가 너희 일족을 찾아주면 그때 받으마.”

이 말에 주망칠이 다가와 무슨 말인가 하려 했지만, 심협이 손을 내밀어 막았다.

수식족 아이는 차분히 이 광경을 보고 있었는데, 어리둥절하면서 또 막연한 표정이었다.

심협은 주망칠과 함께 돌아갔다.

해저에서 올라가던 중 주망칠이 전음으로 심협에게 물었다.

“심형, 도대체 무슨 생각입니까? 방금 원하는 만큼 수화명단을 얻을 기회가 있지 않았소? 왜 일을 어렵게 만든 거요?”

“어쩔 수 없지 않소? 때로는 손해를 보더라도 해야만 하는 일이 있는 법이니 말이오. 게다가…… 내 남해 용왕과 풀어야 할 일도 있소.”

이전에 용궁에서 삼해의 용왕이 동해에서 반란을 일으킨 탓에 동해 용왕이 죽었고 오홍도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다. 벗으로서 그 일에 연관된 심협 또한 원한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남해와 서해, 북해의 세 용왕은 마도에 빠졌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한데 지금 이리 수상한 행보를 보이니 제대로 알아보지 않으면 마음이 놓이지 않을 터였다.

‘보면 볼수록 어떻게 된 사람인지 알 수가 없군.’

주망칠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지금 그는 심협이 적어도 진선기 이상의 수사라는 것을 확신했지만, 그래도 남해 용궁에 대항할 실력이 있는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내 걱정은 말고, 더 깊게 연관되면 위험할 수도 있으니 먼저 돌아가시오. 내 돌아가서 보상하리다.”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요? 내가 신분을 보장해주지 않으면 금방 정체가 탄로 나고 말 거요.”

주망칠은 급히 말을 뱉고 나서 바로 후회했다. 심협과 한 배를 탔던 것이 아니라 심협이 진선기 선배 수사임을 알아보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였다.

심협도 더는 따지지 않고 금방 위로 올라와 동굴로 돌아갔다.

다른 사람들은 이미 돌아와 있었는데, 모두 수확이 없어서 오전에게 꾸중을 듣는 중이었다. 필요한 수화명단은 27개인데 이들이 모아온 것은 겨우 5개에 불과했다.

“두 시진을 더 주겠다. 이번에도 수화명단을 모아오지 못하면 전부 죽을 줄 알아라!”

오전의 분노에 그들은 다리가 덜덜 떨려왔고, 이제 정말 죽겠구나 싶었다. 전력으로 바닷속을 찾아다녔는데 보상은커녕 목숨만 잃게 생겼으니 화가 나면서도 한편으로는 겁이 나는 것도 당연했다.

이때, 심협이 이전에 보재당에서 산 수화명단 세 개까지 추가하여 보고하려는데, 방심한 사이에 주망칠이 선수를 쳤다.

“태자 전하, 찾았습니다. 수화명단을 찾아왔습니다.”

주망칠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오자 모두가 고개를 휙 돌렸다.

“얼마나 찾아왔느냐?”

오전은 큰 기대를 하지 않은 듯 심드렁한 목소리로 물었다.

“스무…… 스물세 개입니다.”

주망칠이 개수를 다시 세보고는 큰소리로 외쳤다.

이 말에 모두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고, 오전도 흥분하여 성큼성큼 다가왔다. 사람들이 양쪽으로 갈라서며 길을 만들어졌다.

주망칠이 손을 펼치자 스물세 개의 수화명단이 그의 손바닥 위에서 찬란한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진짜 수화명단이잖아!”

“그것도 이렇게 많이!”

“역시 주망칠이야!”

진주를 캐는 사람들은 오전을 신경도 쓰지 않고 일제히 환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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