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몽주-1037화 (1,037/1,214)
  • 1037화. 옥침의 기운

    심협은 감탄하며 삼소묘음술을 내버려두고 공정비술에 집중했다. 이 비술은 화령자가 말했던 것처럼 자신의 신혼을 완전히 개방하여 다른 사람을 받아들여 융합해야 하는데, 당연히 위험성이 컸다.

    그와 화령자는 오랫동안 함께해왔고 서로를 믿었으며, 심지어 자신의 적지 않은 비술도 상대에게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신혼을 완전히 개방하는 것은 여전히 안심할 수 없는 일이었다.

    지금 천하의 정세가 미묘해지고 있는 가운데, 비록 수많은 보물로 적을 방어할 수는 있지만, 여러 방면에서는 여전히 나약했다. 그래서 고금을 통달하여 이 끝을 알 수 없는 옥침을 완벽하게 파악하면 무언가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보물은 미래로 넘어갈 수 있는 능력을 이미 잃은 듯했다. 어찌 된 일인지 과거로 돌아가게 된 것이다. 이렇게 변한 이유를 알아내려면 그 안의 금제를 살펴봐야만 했다.

    “좋아. 그렇게 하지. 단, 신혼을 둘로 나눠서 절반의 신혼으로만 공정비술을 받아들이겠어.”

    심협은 한참을 고민한 끝에 이렇게 말했다.

    “절반? 그러면 공정비술의 효과가 반으로 줄어들어 삼소묘음술의 탐색에도 영향을 줄 텐데…….”

    “알아낼 수 있는 만큼만 알아내면 돼.”

    심협도 생각을 바꾸지 않았다. 절반의 신혼으로 화령자의 공정비술을 받아들이면 화령자에게 정말 어떤 음모가 있다 해도 남은 절반의 신혼으로 반격할 수 있을 터였다.

    “좋다.”

    화령자도 더는 강요하지 않고 심협 옆에 가부좌를 틀더니 눈을 감았다. 이어서 이상한 주문을 외더니 양손을 펴 심협을 향해 내밀었다.

    심협도 가부좌를 틀고는 양손을 내밀어 화령자와 손을 맞댔다.

    화령자는 계속해서 주문을 읊었다. 잠시 후에는 주문이 맹렬하게 빨라졌고, 화령자는 눈을 번쩍 떴다. 눈동자에서 뿜어져 나온 정광이 심협의 이마를 뚫고 머릿속으로 들어갔다.

    심협은 이미 천기권의 분혼(分魂) 비술을 시전하여 머릿속의 신혼을 둘로 나눠둔 상태였다. 절반은 정광을 받아들이고 절반은 갑자기 부주산으로 변하여 반석처럼 견고해졌다.

    화령자가 양손으로 빠르게 결인하자 두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정광이 점점 강해졌고, 심협의 신혼 절반과 점점 합쳐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심협의 손목에 광망이 번득이더니 주문으로 가득한 고리 모양이 떠올랐다. 화령자의 손목에도 똑같은 물건이 나타났다.

    심협의 머릿속이 강하게 흔들리더니 알 수 없는 수많은 정보가 떠올랐다. 바로 화령자의 오감과 신식의 탐색이었다.

    화령자의 눈이 보는 세계와 그가 보는 세계는 달라서 모든 것이 옅은 붉은색을 띠었고, 허공에는 수많은 붉은색 광점이 나타났다. 이는 떨어져 나온 불의 원기였다.

    심협은 불의 원기에 대한 가지가 열 배 이상으로 민감해진 것이 느껴졌다. 만약 지금 순양검 안의 수많은 천화를 시전하면 위력이 평소보다 몇 배는 강해질 것 같았다.

    ‘공정비술에 이런 효과도 있구나. 신기한 느낌이로군.’

    그는 화령자가 뿜어내는 정광을 경계했고, 한편으로는 공정비술의 다른 용도를 계산했다.

    화령자는 심협과 신혼 감지가 연결되면서 옥침 안의 신비한 금제가 느껴지자 눈을 빛냈고, 바로 양손으로 빠르게 결인하기 시작했다.

    휙!

    한 줄기 하얀 빛이 그의 손끝에서 나와서 옥침으로 들어갔다. 만약 이 빛을 일만 배로 확대해서 볼 수 있었다면 수많은 하얀색 파문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 빛은 옥침으로 들어간 뒤 사방으로 퍼져 안에 있는 금제에 녹아들었다.

    심협은 화령자의 행동을 유심히 살펴보다가 내심 안도했다. 화령자에게는 자신을 해치려는 의도가 전혀 없어 보였다. 오직 옥침 안의 금제를 살펴볼 뜻인 듯했다.

    ‘내가 괜한 염려를 한 모양이군. 허나 경계를 늦출 수는 없지.’

    잠시 후, 특수한 파동이 옥침에서 뿜어져 나와 화령자의 몸으로 전송되었다.

    이 파동에는 복잡하고 어지러운 정보들이 섞여 있었다.

    화령자가 눈을 감고 정보를 정리하기 시작하자 심협 역시 이 정보들을 느낄 수 있었다. 다만 그는 삼소묘음술을 사용할 수 없었기에 이 정보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이해하지 못했다.

    반 시진 뒤, 화령자가 드디어 눈을 뜨고 숨을 내뱉었는데, 표정은 매우 복잡해 보였다.

    “끝났어?”

    “끝났다.”

    화령자가 결인하자 하얀 빛이 사라졌고, 심협의 공정비술도 중단됐다. 동시에 머릿속을 헤엄치던 정광이 모두 사라졌다. 그는 서둘러 절반의 신혼을 살폈고,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확인하고서야 비로소 안심이 됐다.

    “결과는? 뭔가 수확이 있었어?”

    “수확은 많았지. 결과부터 말하자면 옥침의 금제를 발동할 수 없는 원인은 세 가지로 추정된다. 첫째, 정확하게 금제를 발동하지 못했다. 둘째, 금제가 손상됐다.”

    “세 번째는?”

    심협은 화령자가 말을 멈추자 서둘러 물었다.

    “셋째는…… 옥침 안의 힘이 부족하다.”

    “옥침은 얼마 전에 날 데리고 과거로 넘어갔다 오고 나서 그동안 쭉 임랑환 안에 있었으니까 내부의 금제가 손상됐을 가능성은 적어. 정확한 발동법을 모르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이전에 옥침이 날 꿈속으로 데리고 갈 때마다 어떤 술법도 시전한 적이 없고. 그러니 이것도 원인이 아닐 거야.”

    심협의 설명에 화령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하나군. 옥침의 힘이 부족하다.”

    심협 또한 화령자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옥침에 필요한 힘이 어떤 것인지 알아내는 것이다. 그래야 꿈속을 넘나드는 신통을 시전할 수 있을 게야.”

    화령자가 그렇게 정리했다.

    “방금 옥침의 금제를 볼 때 어떤 힘이 담겨 있는지는 못 느꼈어?”

    “금제가 현묘해 그 안에 담긴 힘 대부분을 차단하고 있어서 어렴풋하게 느끼는 데 그쳤다. 분명한 건, 평범한 오행의 영력은 아니었어.”

    “영력이 아니라고? 그럼 무슨 힘이야?”

    “마치…… 별빛의 힘 같았다.”

    “별빛의 힘? 음…… 그래, 생각해보니 그럴 가능성이 커.”

    심협이 굳은 얼굴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어떻게 알아?”

    “내가 옥침의 주인이라는 걸 잊지 말라고. 나야 너처럼 강력한 감지 신통은 없지만, 오랫동안 옥침을 들고 다니면서 그런 느낌이 들긴 했어.”

    심협이 웃으며 답했다.

    이전에 옥침을 통해 꿈속으로 들어간 뒤, 그는 은연중에 옥침이 별이나 하늘과 어떤 연결이 있다는 느낌을 받은 바 있었다.

    “그럼 나가서 시도해보자.”

    화령자의 제안에 심협도 동의했고, 둘은 바로 동굴을 나섰다.

    때마침 깊은 밤이라 밤하늘에는 별이 가득했고, 별빛의 힘도 매우 강했다.

    화령자가 옥침을 허공에 놓은 뒤 한참이나 하늘을 살피더니 곡현성반을 꺼내 성진법진을 발동했다. 그러자 5장 크기의 별빛이 옥침을 감쌌다.

    밤하늘의 별들이 반짝이는 사이 어마어마한 별의 힘이 곡현성반의 법진에 이끌려 실오라기처럼 모여들었고, 화령자의 제어 아래 빠르게 옥침으로 들어갔다.

    이를 본 심협도 삼성멸마 신통을 발동했다. 단, 완전히 시전한 것이 아니라 밤하늘에서 별의 힘만을 불러와 곡현성반의 법진으로 흘려보냈다.

    “역시 효과가 있어. 옥침이 별빛의 힘을 흡수하는 게 느껴진다!”

    화령자가 기뻐하자 심협은 신식을 펼쳐 옥침을 자세히 살폈다. 분명 화령자의 말대로 별빛의 힘이 모여드는 것이 느껴졌다.

    심협은 얼굴에도 화색이 돌더니 양손을 결인해 옥침을 가리켰다.

    한 줄기 희미한 하얀 빛이 손끝에서 나오더니 옥침으로 들어갔다. 삼소묘음술이었다. 다만 방금 화령자가 시전한 것과 비교하면 효과는 훨씬 약했다.

    곧 미약한 하얀색 파문이 옥침에서 뿜어져 나왔고, 심협은 그곳으로 재빨리 손가락을 뻗었다.

    법력 운공, 신식의 변화, 진법, 역학, 술수(術數), 음률(音律) 등 10여 개의 신통이 뒤섞인 삼소묘음술은 실로 심오했다.

    심협의 경지에서는 법력 운공과 신식 변화는 당연히 문제가 되지 않았고, 진법 방면도 나쁘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몸이 약해 스스로 의학을 공부한 데다 선천적인 역리(易理)를 연구한 덕에 산학(算學)도 대강 알고 있었다. 천기성의 몇 가지 음파 비술에 관심이 생겨 음률도 연구한 적이 있었다.

    덕분에 심협은 삼소묘음술을 처음 익혔음에도 상당히 능숙하게 사용했다.

    “쯧쯧, 제법이긴 하다만 역변과 산법은 그리 고명하지 않군. 예를 들어, 손괘(巽卦)는 효(爻)가 서로 반대이기에 대립적이지만…….”

    심협은 화령자의 지도에 따라 삼소묘음술의 운공이 더욱 익숙해져서 옥침에 담긴 힘의 파동을 조금씩 느끼기 시작했다.

    “그 잠깐 사이에 요령을 터득하다니, 제법이구나. 이 절기를 사용할 자격이 충분해.”

    심협은 옥침을 감지하는 데 집중하느라 화령자의 칭찬에도 반응이 없었다.

    삼소묘음술만 놓고 보자면 심협은 화령자를 따라갈 수 없으니 이렇게 빨리 옥침에 담긴 별의 힘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다만 심협이 화령자보다 조금 앞선 것이 있었으니, 바로 옥침 속의 금제에 대한 감지였다.

    심협은 옥침의 주인이었기에 그 안의 금제가 선명하게 느껴졌고, 덕분에 옥침의 힘의 파동을 간신히나마 감지할 수 있었다.

    그가 전력으로 삼소묘음술을 발동하자 옥침 안의 힘의 파동이 더욱 선명하게 느껴졌다. 그게 바로 별의 힘이었다.

    밤하늘의 별의 힘이 떨어질수록 옥침 안에 담긴 별빛의 힘이 점점 커지는 게 느껴졌다.

    심협은 기뻐하며 계속해서 삼성멸마를 시전하여 성광법진이 별의 힘을 끌어들이는 것을 도왔다.

    한데 반 시진이 지나자 옥침이 흡수를 멈추었다.

    “옥침의 힘이 다 채워진 건가?”

    두 사람은 곧장 옥침을 발동해보려 했지만, 그 안의 금제는 여전히 반응이 없었다.

    “어떻게 된 거지? 우리 추측이 틀렸던 걸까?”

    심협이 눈살을 찌푸렸다.

    “틀렸을 리가 없는데…….”

    화령자가 진중한 얼굴로 자세히 살펴봤지만, 아무런 문제도 찾지 못했다.

    심협과 화령자는 하룻밤이 훌쩍 지나도록 온갖 방법을 시도해봤지만, 여전히 아무런 효과가 없어 무척 실망스러웠다.

    희망이 보이지 않았지만, 심협은 포기할 뜻이 없었기에 여전히 이런저런 수단을 끌어모아 옥침을 발동해봤다. 그러나 둘째 날 밤이 찾아올 때까지도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

    심협도 이제 포기하려 했다.

    한데 그 순간, 옥침이 갑자기 별의 힘을 흡수하는 것이 느껴졌다.

    “다시 시작했어!”

    “역시 예상이 맞았어! 옥침의 금제는 매일 흡수할 수 있는 별의 힘이 제한되어 있는 거야! 하룻밤 만에 되는 게 아닌 거지!”

    화령자의 말에 심협도 동의했다.

    돌파구를 찾게 된 두 사람은 기운이 솟았고, 이후 며칠 동안 밤마다 옥침을 들고 밖으로 나와 별의 힘을 흡수했다.

    여드레 되던 날, 옥침도 더는 별의 힘을 흡수하지 않았다.

    이 며칠 동안 관찰한 결과, 옥침이 별의 힘을 흡수하는 법칙도 알아냈다.

    첫째, 옥침은 반드시 맑은 밤하늘, 별이 선명하게 보이는 상황에서만 스스로 별빛의 힘을 흡수했다. 구름이 짙게 끼었을 때나 땅속에서는 흡수할 수 없었다. 또한, 임랑환 같은 저물 법기도 흡수를 막지 못했다.

    둘째, 옥침은 곡현성반 같은 성진 법보 안에 쌓인 별의 힘은 흡수하지 못한다.

    셋째, 두 사람이 며칠간 매일 살펴본 결과, 옥침 안의 힘을 소모할 때마다 대략 30일 정도 다시 힘을 모아야만 한다.

    심협은 힘이 가득 찬 옥침을 들고 땅속 동굴로 돌아와 그 안의 금제를 발동해봤다.

    이번에는 보이지 않는 파동이 옥침에서 뿜어져 나와 심협의 몸을 뒤덮었다. 심협은 갑자기 졸음이 몰려왔다.

    “사흘 전으로, 사흘 전…….”

    그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금방 깊은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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