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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1036화 (1,036/1,214)
  • 1036화. 성과가 없다

    다른 사람들도 심협의 기운 변화를 감지하고는 믿기 힘든 표정이었다. 그 짧은 시간에 진선 후기 초입에서 진선 후기 절정에 도달했으니, 믿지 못할 만도 했다.

    “청구산 근처에 있던 청구 호족의 비밀 거점을 찾아냈는데, 거기서 진귀한 단약을 얻었소.”

    심협은 대충 둘러댔고, 다른 사람들은 그리 믿는 눈치는 아니었으나 더는 묻지 않았다.

    “경지를 비약적으로 정진시켜주는 단약은 효용이 좋으나 근간을 흔들 수 있으니 유의하는 게 좋겠소.”

    “강형의 가르침에 감사하오. 다른 분들도 볼 일이 다 끝났는지요?”

    강신천의 우려 섞인 목소리에 심협은 감사를 건네고는 산 아래를 바라봤다.

    연합군 수사들은 청구산에서 물러가 각자 진을 치고 주둔하고 있었다.

    향양진 군사들은 이미 마을에서 철수한 후였고, 배민 장군도 돌아갔다.

    “청구산 일이 일단락되었으니 우리도 각자 문파로 돌아가 보고할 생각이네. 심형은 나와 함께 장안성으로 돌아가겠나?”

    육화명이 물었다.

    “장안성으로 가긴 할 거요. 다만 도산설, 유소짐과 연달아 싸우느라 내상이 쌓였으니 천지영기가 짙은 청구산에서 잠시 요양한 후 돌아갈까 하오.”

    “그것도 좋지. 그럼 나는 먼저 가볼 테니 몸조심하게. 모두들, 이번에 그대들과 함께 싸울 수 있어서 영광이었소.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시 봅시다. 그럼 이만.”

    육화명은 고개를 끄덕인 뒤, 다른 사람들에게 포권하고는 검광으로 변하여 산 아래로 날아갔다.

    칠살과 강신천도 차례대로 인사를 남기고 떠났으나, 백소천과 언무사는 아직 남아 있었다.

    “백형, 언형. 더 볼 일이 있는 겁니까?”

    “심형, 이 성한선은 내게 매우 중요한 물건이네. 그래서 말인데…… 당분간 내게 빌려줄 수 있겠나?”

    백소천이 성한선을 꺼내더니 곤란한 목소리로 말했다. 심협이 위기의 순간에 빌려준 지보를 위기가 끝난 후에도 더 빌려달라고 부탁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이 부채는 비경에서 우연히 얻은 것에 불과한 데다가 내가 수련한 공법과는 맞지 않으니, 백형이 원한다면 기꺼이 드리죠.”

    “저, 정말인가? 고맙네! 내 지금은 법보가 많지 않아서 교환할 것이 없으니, 화생사로 돌아가면 반드시 합당한 대가를 치러주겠네!”

    백소천이 움찔하더니 마치 죽다 살아난 것처럼 기뻐하며 그렇게 말하고는 성한선을 꼭 쥐었다. 온몸의 피가 들끓고 호흡이 다소 거칠어졌다.

    “법보는 내게 중요하지 않소. 다만, 백형이 꼭 보답하고 싶다면 만년화린목이나 천화급의 불꽃, 구천금정을 찾아주면 감사하겠소.”

    심협은 백소천의 표정을 보고는 씩 웃으며 말했다.

    “알겠네. 내 그리 하지.”

    백소천의 눈이 반짝거렸다. 만녀화린목이나, 천화, 구천금정 모두 진귀한 물건이지만, 그는 가지고 있다면 당장 내줄 마음도 있었다.

    백소천은 곧 섭채주와 언무사에게 인사하고는 떠나갔다.

    “심형, 이 신장화포를 주인에게 돌려주겠소.”

    언무사는 매우 아쉬운 눈치였지만, 강화판 신장화포를 꺼내 건넸다.

    심협은 바로 받아서 챙겨 넣었다.

    “한데, 심형. 이 신장화포는 어디서 얻은 것이오?”

    “사실, 천언궁에서…….”

    심협은 천언궁에서 이 신장화포를 얻게 된 과정을 숨김없이 설명했다.

    “천언궁! 세상에 언술로 천기성을 뛰어넘는 곳이 있다니, 그 천존에 근접한 언갑도 거기도 얻은 것이오?”

    언무사는 소부자에게서도 천언궁의 존재를 들어본 적이 없기에 눈빛이 반짝였다.

    “그렇소. 천언궁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내 깜빡하고 있었소. 이건 내가 천언궁에서 얻은 옥간인데, 안에 언술 지식이 적혀 있소. 나는 언술 지식이 얕아서 갖고 있어도 큰 쓸모가 없으니 언형에게 드리겠소.”

    심협은 옥간을 꺼내 언무사에게 건넸다.

    옥간은 <천언진경> 일부와 이전에 얻었던 <천기권> 하권이었다.

    심협은 <천기권> 하권을 얻었을 때 천기성에 돌려주려 생각했으나 지금까지 기회가 없었는데, 천언궁이라는 핑계가 생겼으니 이때를 놓칠 수 없었다. 물론 자신이 <천기권> 하권을 그대로 베껴 쓰면 천기성이 알아차릴 테니 그 안의 순서를 바꿨고, <천기진경>의 내용과 섞어서 만전을 기했다.

    언무사는 심협의 말에 멍해지더니 옥간을 받아 신식으로 살펴보고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옥간에 기록된 심오한 언술의 지식이면 현재 천기성의 부족한 부분을 상당히 보완할 수 있었기에 천기성에 있어서는 그야말로 보물이었다.

    “심형, 이토록 귀한 언술을 그냥 받을 수는 없소.”

    언무사가 머뭇거리다가 옥간을 돌려주려 했다.

    “지금 삼계가 혼란스럽고 마족이 일을 벌이려 하니 모두가 서로 협력해야 할 때요. 이 언술이 천기성에 도움이 된다면 그것으로 됐소. 언형이 정말로 이 옥간을 그냥 받기가 그렇다면, 백형처럼 시간이 날 때 만년화린목과 천화, 구천금정을 찾아주면 난 그걸로 족하오.”

    심협은 웃으며 옥간을 다시 언무사에게 건넸다.

    “알겠소. 그 일은 내 성주님께 말씀드리리다. 심형을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오.”

    언무사가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옥간을 받았다. 심협이 원하는 재료가 귀한 것들이긴 해도 옥간에 기록된 언술 지식에 비하면 별것 아니었다. 이 정도 약속은 소부자도 충분히 이해해줄 것이다. 아니, 오히려 언무사를 칭찬할 게 분명했다.

    “그럼 부탁하오.”

    심협이 고개를 끄덕였다.

    언무사는 뒤로 몇 걸음 물러나 심협과 섭채주에게 정중하게 공수하고는 돌아서서 떠나갔다.

    산 정상에는 이제 심협과 섭채주만 남게 됐다.

    “오라버니, 왜 사람들한테 그렇게 말한 거예요? 내상은 없잖아요. 여기서 할 일이 남았어요?”

    섭채주가 조용히 물었다.

    “역시 채주는 나를 잘 알아. 그 동굴로 다시 가서 뭘 좀 알아볼 생각이야.”

    “동굴 안에서 뭔가 단서를 찾은 거예요?”

    “아니, 그냥 거기 가서 옥침으로 살펴보려고.”

    심협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일전에 섭채주에게 옥침으로 꿈속 세계를 넘나든 일을 모두 들려줬다.

    “하지만 오라버니도 아직 그 옥침을 완벽하게 제어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이 기회에 시도해보려는 거야.”

    “청구 호족이 이미 물러갔다고 하지만 그들이 다시 여기로 돌아오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까 몸조심해요.”

    “그래, 너도 몸조심해.”

    심협이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섭채주는 보타산 제자들에게로 떠나갔으나, 이들은 바로 남해로 가지 않고 장안성 쪽으로 향했다. 아마도 청련선자와 합류하려는 것이리라.

    심협은 곧장 땅속 동굴로 돌아가 옥침을 꺼냈다.

    “심협, 정말 그 옥침을 사용할 생각이냐? 시공간 법칙과 관련 있는 옥침은 대도법칙의 위력을 헤아릴 수 없으니 그 반동도 클 게다. 매우 보기 드문 시공간 법칙을 자주 사용하면 너에게 어떤 피해가 올지 알 수 없어.”

    화령자가 소요경에서 나오더니 조심스레 말했다.

    심협은 그 말을 듣고 생각에 잠겼다. 과거 꿈속 세계에서 미래에 갔을 때, 꿈속 세계에서 죽으면 그 안에서는 환생했지만 막상 현실로 돌아오면 수명이 줄어 있었다.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건지 몰랐는데, 화령자의 말을 들어보니 알 것도 같았다.

    “위험이 있긴 하지만, 시도해봐야지. 이 옥침의 수많은 비밀을 아직 완벽하게 파악하지 못했을뿐더러, 최근 꿈에 들어갔던 일에도 아직 많은 의문점이 있거든.”

    심협이 잠시 생각한 끝에 답했다.

    옥침을 수리한 뒤로 천기성에서 한 번 꿈속 세계로 넘어갔는데, 지금 그의 경지라면 몸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을 것 같았다.

    화령자도 그저 충고만 했을 뿐, 시공간을 넘는 옥침의 신통에 관심이 많았기에 심협과 함께 연구하기 시작했다.

    * * *

    하얀 옥침이 은백색 법진 위에 가만히 떠 있었다. 화령자가 양손을 결인하자 은백색 법진이 웅웅 돌면서 수많은 은백색 부문이 옥침으로 스며들었다.

    심협은 법진 한쪽에 가부좌를 튼 채, 양손에서 금빛을 뿜어내 옥침에 주입했다.

    옥침에 영롱한 빛이 떠올랐지만, 그뿐이었다. 심협과 화령자가 아무리 발동해도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아무래도 이 방법으로는 안 되나 보네.”

    심협이 한숨을 내쉬었다.

    벌써 5일째였다. 그동안 그와 화령자는 온갖 방법으로 옥침을 발동하려 해봤지만, 안타깝게도 지금껏 성공하지 못했다.

    “옥침 안의 금제도 아무런 움직임이 없나?”

    “느릿느릿하고,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상태 그대로야.”

    화령자의 물음에 심협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하지만 며칠 간의 연구가 아무런 소득도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심협은 이전에 옥침을 통해 꿈속 세계로 들어갔던 경험 덕에 옥침 안의 금제를 처음으로 감지할 수 있었다. 이상한 것은 오직 그만이 안의 금제 존재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이었다. 연기 대사인 화령자조차 아무리 시도해도 도저히 느낄 수가 없었다.

    옥침에 주인을 인정하는 무언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게 생각이 있긴 한데, 들어보겠나?”

    “무슨 생각인데? 말해봐.”

    화령자의 말에 심협의 눈이 반짝였다. 며칠 동안 그는 금제에 대한 화령자의 경지와 끊이지 않는 온갖 탐색 방법에 감탄해왔다. 만약 화령자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지금까지 옥침 안의 금제조차 감지하지 못했을 터였다.

    “과거 절교(截敎)의 세 거장이었던 삼소선자(三霄仙子)가 창안한 비술 중 삼소묘음술(三霄妙音術)이라는 비술을 내 알고 있지. 이 비술은 진동 음파를 뿜어내 위로는 창궁을 탐색할 수 있고 아래로는 사소한 낌새까지 알아낼 수 있어서 고금을 통틀어 제일의 탐색 비술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진법 금제 탐색에 뛰어나지. 내가 이 비술을 얻은 뒤로 금제 진법을 탐색하는 데 실수한 적이 없다. 옥침 안의 금제가 시공간 법칙과 관련이 있다 해도 그것을 샅샅이 살펴볼 자신이 있어.”

    “그런 수단이 있으면 빨리 해봐.”

    “삼소묘음술은 매우 기묘해서 이 비술을 시전하려면 몇 가지가 충족되어야 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금제의 상황을 확실하게 감지해야 한다는 거다. 선명하면 선명할수록 좋지. 한데 나는 옥침 안의 금제를 전혀 감지하지 못하고 있으니…….”

    화령자가 두 손을 벌리며 난감한 듯 말했다.

    “그 말은……?”

    심협이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이 삼소묘음술은 천부적 자질이 뛰어난 자도 배우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고, 옥침 안의 금제는 시공간 법칙과 관련이 있으니 원만 경지까지 수련해야만 가능성이 있다.”

    “말 돌리지 말고, 내가 뭘 해야 하는지 말해봐.”

    심협이 침착하게 말했다.

    “나에게 공정비술(共情祕術)이라는 게 있는데, 두 사람의 신혼 파동을 융합할 수 있다. 융합 상태에서의 오감이나 신혼 탐색 등의 감지도 연결되지. 너의 감지에 의지하여 나 또한 옥침 안의 금제를 느끼고 묘음 비술을 시전해 옥침 안의 금제를 살펴볼 수 있겠지.”

    심협은 잠시 생각에 잠겼고, 화령자도 재촉하지 않았다.

    신혼은 수사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으로, 너무 약하거나 반대로 너무 많은 수단이 있으면 신혼에 손상을 줄 수 있다. 그래서 모든 수사가 어떻게 해서든 보호하려 하니, 자신의 신혼을 완전히 개방하거나 다른 사람의 비술을 받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먼저 삼소묘음술과 공정비술을 보고 나서 결정해야겠어.”

    심협이 한참을 고민한 끝에 말하자, 화령자도 예상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옥간을 꺼내 건넸다.

    심협은 신식을 펼쳐 옥간에 넣어 두 개의 비술을 훑어보고는 깜짝 놀랐다.

    이 두 비술은 매우 현묘하고 정교해서 보는 것만으로도 시야가 넓어지는 듯했다. 화령자의 말은 결코 허언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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