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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1027화 (1,027/1,214)

1027화. 반격

거대한 기의 파도가 사방을 휩쓸며 지나간 곳마다 은색의 폭설이 순식간에 사라졌고, 이 상황에 심협 자신도 놀랐다.

‘현양화마의 위력이 또 강해졌군. 법력이 회복돼서 그런가?’

유소짐은 잔상까지 남기며 산 정상을 향해 빠르게 날아가는 중이었기에 이런 상황을 알지 못했다. 이를 본 심협은 법력과 마기를 추운축전화에 주입하는 동시에 열석보를 시전했다.

그 무렵, 산 정상의 제단에서는 백소천이 성한선을 움켜쥐더니 조령 조각상을 향해 강하게 휘둘렀다.

대량의 별빛이 곧장 조각상을 향해 날아들며 지나가는 곳마다 별빛이 떨어지고 녹아들었다.

콰쾅!

둔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거대한 별빛 문이 조령 조각상 앞 허공에 나타났고, 그 안에서 수많은 별이 소용돌이치며 회전했다. 마치 밤하늘의 축소판 같았다.

“성진지문(星辰之門)!”

이는 성한선에 담긴 신통으로, 방어와 제압 효과가 있었다.

조령 조각상의 눈에서 뿜어져 나온 붉은 빛 대부분이 성진지문으로 들어가더니 그대로 사라졌다.

이를 본 언무사는 크게 기뻐하며 성진지문 옆으로 단숨에 다가가 금색 화포를 꺼냈다. 바로 강화판 신장화포였다.

화포의 영문이 남김없이 번득이더니 쾅 하는 폭발음과 함께 포에서는 엄청난 영압을 뿜어내는 하얀 빛줄기가 뿜어져 날아갔다. 빛줄기가 제단의 붉은 광막에 떨어지자 눈부신 하얀 빛이 사방으로 터져 나왔다.

붉은 광막은 격렬하게 흔들렸고, 눈에 띄게 얇아졌다. 드디어 약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조령 조각상 주위의 돌기둥에서 부문이 강하게 번득이자 광막은 다시 안정되었고, 두께도 빠르게 회복되었다. 이어서 조각상의 두 눈에서 갑자기 붉은 빛이 빛나더니 더 강력한 공격을 쏘아 보냈다. 이 붉은 빛의 절반 이상은 성진지문의 금고(禁錮)를 벗어나 언무사와 백소천에게로 향했다.

백소천이 다급히 자신과 언무사에게 금강호체 신통을 더하고는 성한선을 대도(大刀)처럼 내리쳤다.

10여 줄기의 눈부신 별빛 칼날이 조령 조각상 주위의 돌기둥을 향해 날아갔다.

신장화포는 한 번 공격할 때마다 안에 있는 언정 영력을 소모하기에 연속으로 사용할 수 없었다. 이에 언무사는 재빨리 언정을 교환하는 동시에 곤오검과 십육불타 언갑을 발동하여 검광과 금빛을 폭우처럼 붉은 금제 광막으로 쏟아냈다.

쾅! 콰쾅! 펑!

연이은 격렬한 폭발음 속에 조령 조각상 주위의 돌기둥은 전부 부서졌다. 언갑의 강력한 공격도 광막에 명중해 붉은 광막이 다시 한번 격렬하게 흔들렸다.

“멈추지 못할까!”

제단 밖에서 붉은 빛이 반짝이더니 유소짐이 나타났다. 그녀는 격렬하게 흔들리는 붉은 광막을 보고는 분노해 전력으로 날아들었고, 뒤로는 겹겹의 환영이 나타났다.

언무사와 백소천은 이 광경에 기겁했다. 분명 심협이 막고 있었던 저 여우가 지금 여기에 나타났다는 것은 설마……?

“설마 심형이……?”

두 사람은 이미 유소짐의 실력을 직접 겪어봤기에 감히 무시하지 못하고 전력을 다해 그녀를 막으려 했다.

그때, 두 사람 앞에 뇌광이 번쩍이더니 천둥소리와 함께 심협이 나타났다.

“약속대로 내가 막을 테니 두 분은 최대한 빨리 조각상을 부숴주시오!”

심협은 크게 외치며 전신편과 현황일기곤을 다시 휘둘렀다. 그러자 허공에 굉음이 연달아 울려 퍼지더니 산 같은 금과 흑의 곤봉 허상이 나타나 유소짐을 휩쓸었다.

곤봉 허상들이 가까이 다가가기도 전에 숨 막힐 듯 거대한 힘에 주위의 허공이 뒤틀렸다. 천지개벽의 위세 같았다.

또다시 심협에게 가로막히자 유소짐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지만, 일단은 다가오는 곤봉의 허상을 막아야 했다. 그녀는 우뚝 멈춰 서서 은색 지팡이로 곤봉의 허상을 막았다. 아홉 개의 꼬리도 전부 휘둘렀다.

콰콰쾅!

연이은 굉음과 함께 금과 흑, 은과 적의 광망이 네 마리 괴수처럼 격렬하게 충돌했다. 기의 파도가 사방으로 퍼지면서 새하얀 소용돌이가 순식간에 생겨나 하늘 위로 치솟았다.

주위의 허공이 격렬하게 떨렸고, 검은색 균열까지 생겨났다.

언무사와 백소천은 이 광경에 적잖이 놀랐지만, 바로 정신을 차리고 호조 조각상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신장화포의 언정을 교체한 언무사는 조각상에서 멀지 않은 곳에 섰고, 미간에서 신혼 정사를 쏘아 보냈다. 신장화포의 영문이 다시 번득이더니 거대한 하얀 빛줄기가 굉음을 울리며 날아가 붉은 광막에 꽂혔다.

백소천은 눈에서 성망을 뿜어내더니 바람처럼 날아올라 곧장 제단을 향해 돌진했다.

그는 맞은편에서 빼곡하게 날아오는 붉은 빛의 공격을 제비처럼 날쌔게 이리저리 피하며 순식간에 제단 법진 앞에 도착했다.

“천성요목(千星耀目)! 부서져라!”

백소천이 크게 외치며 부채를 휘두르자 작은 유성 같은 천만 개의 별빛이 소용돌이에서 쏟아져 나와 끊임없이 붉은색 광막을 공격했다.

신장화포의 강력한 공격에 이어 이런 유성 같은 공격까지 쏟아지니 금제 광막에서는 연이은 폭음 속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거대한 붉은 빛의 힘의 파동이 백소천과 언무사를 뒤로 튕겨냈다.

“좋았어! 이제 어서 조각상을 부수시오!”

심협이 제단 쪽의 상황을 알아채고는 기뻐하며 외쳤다.

반면 유소짐은 이 광경을 보고는 아연실색했다.

“네깟 놈들이 감히!”

그녀가 분노로 포효하며 입을 쩍 벌려 조령 조각상을 강하게 빨아들였다.

눈에 보일 정도의 웅장한 감정의 힘이 조령 조각상에서 빠져나오더니 유소짐의 몸으로 주입되기 시작했다. 그녀 몸 위의 붉은 빛이 갑자기 밝아졌고, 몸도 순식간에 몇 배로 불어나 수십 장 크기의 거대한 반인반호가 되었다.

그러나 눈이 붉게 변하고 광기의 광망이 번득이는 것이 이전의 도산설과 비슷해 보였다.

유소짐이 거대한 두 손톱을 백소천과 언무사에게 휘둘렀다.

거대한 손톱이 닿기도 전에 청구산을 무너트릴 정도의 무시무시한 기운이 먼저 덮쳐오자 언무사와 백소천의 몸이 짓눌렸다. 수중의 언갑과 법보도 땅으로 떨어져 움직이지 못했다.

그때, 조령 조각상 옆의 허공에서 영광이 반짝이더니 심협이 나타나 전신편을 강하게 휘둘렀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유소짐은 이를 보고는 슬쩍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곧장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심협은 곁눈질로 이 광경을 봤지만, 전신편을 멈추지 않았다.

전신편이 조령 조각상에 닿는 순간, 조각상의 두 눈이 갑자기 빛나더니 콩알 같은 눈동자에서 초록색 빛이 번쩍였다.

찰나의 순간, 심협의 두 눈에도 흐릿한 초록색 빛이 감돌았고, 그의 움직임이 우뚝 멈췄다.

“심형!”

백소천이 간신히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며 큰 소리로 심협을 불렀다.

하지만 심협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그대로 멍하니 서 있었다. 전신편을 내리치는 동작 그대로였다. 유소짐의 환술에 걸린 것이 분명했다.

“심형, 일어나시오!”

반대쪽의 언무사가 천기성의 진혼 신통에 신념 파동을 섞어 크게 외쳤다.

하지만 미혼류 신통에 신비로운 효과를 보이던 이 수단조차 이번에는 아무런 효과도 없었다.

“심협은 우리 청구 호족의 미천동술(迷天瞳術)에 걸렸다. 호조의 힘으로, 그것도 이렇게 가까이서 시전했으니 천존의 존재라 해도 이를 막아내지 못할 터! 네놈들의 진혼 수단으로는 어림도 없다! 크하하하!”

유소짐은 그간 쌓였던 분노가 일거에 풀린 듯 크게 웃어댔다. 동시에 그녀가 양손으로 허공을 움켜쥐자 여우의 손톱 허상이 백소천과 언무사를 허공으로 들어 올렸다.

두 사람은 온 힘을 다해 저항했지만. 매미가 나무를 흔드는 것처럼 조금도 벗어날 수 없었다.

“이토록 나를 번거롭게 만들고 감히 미천동술까지 사용하게 하다니, 편하게 죽이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 없구나. 죽어라!”

유소짐이 심협을 날카롭게 노려보며 쏘아붙이더니 입을 쩍 벌렸다.

은색 지팡이가 번개처럼 날아가 심협의 가슴을 관통했다.

“심형!”

백소천과 언무사가 목이 터져라 심협을 불렀다.

한데 그 순간, 심협의 몸이 푸른 빛으로 번득이더니 푸른 물로 변하여 사라졌다.

거의 동시에 조령 조각상 옆 허공에서 다시 파동이 일어나더니 금색 곤봉이 튀어나와 조각상을 강하게 내리쳤다.

꽝!

굉음과 함께 조령 조각상이 부서졌고, 산산이 조각나 사방으로 떨어졌다.

유소짐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미 한 번 환술에 당했는데 또다시 당할 줄 알았더냐?”

심협이 금색 곤봉 뒤에 나타나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유소짐은 그제야 눈빛이 크게 흔들리더니 갑자기 몸의 붉은 빛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얼굴 위로 무시무시한 표정이 떠오르더니 바로 가부좌를 틀었다. 곧장 법결을 맺으며 주문을 외는 그녀에게 백소천과 언무사는 안중에도 없었다.

두 사람을 잡고 있던 발톱 허상이 사라지자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이들은 서둘러 유소짐과 거리를 벌렸다.

그때였다!

혈수 같은 붉은 빛이 조각상 아래의 땅에서 튀어나오더니 수없이 많은 가느다란 빛줄기가 되어 조령 조각상 파편을 휘감고 끌어당겼다. 뒤이어 모든 파편이 날아와 다시 합쳐지더니 조령 조각상은 눈 깜짝할 사이에 복구되었다. 다만 균열이 가득하여 매우 불안정해 보였다.

심협은 복구된 조령 조각상을 보고 기겁했지만, 곧장 쏜살같이 달려가 현황일기곤을 다시 들어 올렸다.

한데 현황일기곤이 막 꽂히려는 순간, 조각상의 눈동자에서 초록색 빛이 감돌더니 초록색 빛의 파동이 사방으로 퍼졌다.

심협은 방금 조각상 동술의 무서움을 직접 목격했기에 바로 공격을 멈추고는 뒤로 재빨리 피하는 동시에 눈을 감았지만, 순간 늦고 말았다. 그의 시야는 이미 초록빛으로 반짝였다.

우웅!

강력한 환력이 머릿속으로 침투하여 신혼에까지 파고 들어갔다.

심협의 머릿속에서 무한한 환상이 떠올랐고, 과거와 미래의 광경이 진짜처럼 스쳐 갔다. 하지만 미처 다른 수단을 취하기도 전에 신혼이 깊게 빠져들었고, 통제되지 않아 흔들리기 시작했다.

신체도 제대로 제어가 되지 않아 물러나는 속도는 뚝 떨어졌고, 걸음은 술에 취한 것처럼 비틀거렸다.

당황한 심협은 서둘러 남은 신력의 힘을 모아 전력으로 부주진신법을 운공했다.

거대한 부주산이 머릿속에 나타나 모든 사악함을 제압할 강력한 기운을 뿜어내고서야 이 환력의 침투를 간신히 막아낼 수 있었다.

“엄청난 미천동술이군!”

신혼의 힘이 크게 정진하여 태을 단계에 도달해서 다행이었다. 안 그랬으면 지금쯤 이 동술에 지배되어 만겁에 빠져 다시는 돌아오지 못했을 터였다.

간신히 조령 조각상의 환술을 막아냈지만, 여전히 몸을 제어할 수 없던 그는 쿵 쓰러졌고, 사지가 떨려왔다. 마치 완전히 환술에 걸린 것만 같았다.

이 상황에 유소짐은 놀라면서도 기뻤다. 처음 조령 조각상이 무너졌을 때만 해도 그녀는 크게 절망했다. 이 조각상은 호조의 힘이 강림하는 근거일 뿐만 아니라 청구 호족이 사대주 곳곳의 성에 설치하여 몰래 감정의 힘을 모아주는 중요한 운반체였다. 그러니 이 조각상이 부서지면 호조의 힘은 무질서해질 것이고, 각지에서도 감정의 힘을 보내오지 못하게 될 테니 그 결과는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부서진 조각상이 아무런 징조도 없이 다시 합쳐지더니 예상치 못하게 심협에게 환술까지 걸지 않았는가!

유소짐은 기뻐서 눈물이 날 것 같았고, 멍하니 있다가 잠시 후에야 정신을 차리고 커다란 몸을 일으켜 호조 조각상 앞까지 다가갔다. 그리고 아홉 개의 꼬리를 전부 휘둘러 조각상을 겹겹으로 감싸고서야 조금 안심이 됐다.

“하하하! 호조께서 보우하시는구나. 이 조각상에 부서졌다 합쳐지는 비범한 신통까지 있을 줄이야. 운명은 역시 내 편이로다! 크하하하!”

유소짐은 횡설수설하며 크게 웃고 또 웃었다.

반면 백소천과 언무사는 연이은 변화에 적잖이 놀랐고, 표정이 어두웠다. 방금 전 심협이 조각상을 부쉈을 때만 해도 성공한 줄로만 알았는데, 이렇게 전세가 역전될 줄은 몰랐다. 심협은 호조 조각상의 환술에 완전히 걸려든 것인지 전투력을 완전히 상실한 듯했고, 자신들 두 사람만으로는 유소짐을 상대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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